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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 동아일보의 경향신문 왜곡 2009.06.19

[기자메모]동아일보의 경향신문 왜곡

 

동아일보는 19일자 A8면에 <경향신문, 민노총과 구독 확장 ‘거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과 민주노총이 함께 벌이고 있는 ‘희망릴레이’ 사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경향신문이 민주노총과 구독 확장을 위한 ‘거래’를 하고 있고, 이로 인해 경향신문은 민주노총을 제대로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이 기사의 골자다.

반론에 앞서 ‘희망릴레이 사업’의 내용을 먼저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경향신문과 민주노총은 지난해 3월부터 ‘비정규직 차별 철폐 희망릴레이’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경향신문을 구독할 경우 월 구독료 1만5000원 중 40%인 6000원을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기금으로 적립하는 내용이다.

동아일보의 주장대로 ‘희망릴레이’ 사업이 저널리즘의 원칙에 반하는 불순한 ‘거래’인지 따져보려면 세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 사업의 불법성 여부다. 현행 신문고시는 월 구독료의 20% 이상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 독자에게만 적용된다. 경향신문은 “개인이 아닌 단체의 경우 경품 관련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신문협회의 유권해석을 얻었다. 동아일보 서울 지국 30곳 전체가 무가지와 경품을 제공해 구독자를 늘린 것은 ‘불법’이지만, 경향신문의 ‘희망릴레이’는 ‘합법’이다.

둘째, 사업의 윤리적 하자 문제다. ‘희망릴레이’는 월 구독료의 40%를 ‘비정규직 차별 철폐 기금’으로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민주노총 조합원의 관심도를 높이고, 그와 연계해 경향신문 독자 수도 늘리겠다는 취지다. 적어도 상품권·현금·시계·선풍기·전화기 등을 제공해 독자를 모으는 행태보다는 윤리적으로 떳떳하다.

셋째, ‘희망릴레이’가 민주노총과 관련된 경향신문의 논조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다. 동아일보는 소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민주노총 기관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중앙 정부부처로부터 수주받은 광고액이 전년 대비 432% 증가한 동아일보가 정부의 기관지로 전락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희망릴레이’는 경향신문의 논조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민주노총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어느 매체보다 비판해온 언론이 경향이다.

이는 올 들어 보도된 경향신문의 노동기사 목록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다.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은 경향신문의 보도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석행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등 민주노총은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민주노총은 경향신문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보도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 밖에 ‘민주노조운동 20년, 위기의 민주노총’ 등 민주노총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기획 기사도 여럿이다.

끝으로 기사의 사소한 오류도 몇 개 짚어주고 싶다. 동아일보는 ‘희망릴레이’ 사업이 마치 최근에 알려진 것처럼 ‘나타났다’고 보도했는데, 이 사업은 지난해 3월 민주노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어지간한 노동부 출입 기자들은 ‘1년 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다.

또 동아일보는 경향신문 사업 담당자인 ‘판매국 김주희 차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기사에 따르면 김 차장은 “경향신문과 민주노총은 전적으로 비정규직 차별 철폐 기금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 기금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만 국한해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서비스국 김주이 차장’을 ‘판매국 김주희 차장’으로 오기한 것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문제는 김 차장이 기사에 인용된 발언을 전혀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내가 답을 해야 할 의무도 책임도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동아일보의 해명을 기대한다.

<정제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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