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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표시하기전에 주의할일 - 경향20100209

[사물과 사람 사이]   주의 표시 하기 전에 ‘주의’할 일이일훈 건축가

 

 


교통안내 주의 표지는 사고를 방비하려 설치한다. 교차로, 건널목, 굽은 도로, 오르막과 내리막, 횡단보도, 과속방지턱 등 각종 위험정보를 미리 알려 유용하다. 그 중엔 낙석도로 구간을 알리는 것도 있다. 돌이 굴러 떨어질 위험을 미리 알리는 것인데 지날 때마다 아슬아슬하다. 만약 돌이 떨어진다면 달리는 자동차는 피할 방법이 없다. 낙석의 위험은 경고하지 말고 불안의 뿌리를 뽑을 일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건물에도 그런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이 있다.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바닥에 ‘미끄럼 주의’라고 새겨져 있다. 어찌나 거울 같은지 천장의 불빛이 반사된다. 넘어질 위험을 감수하면서 굳이 미끄러운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끄럽게 가공된 재료는 우선 시각적으로 세련되고 미려해 보여 고급스럽고 디자인을 잘한 듯 보인다. 심지어는 보행자 전용도로를 디자인만 앞세워 걷는 이가 미끄럽게 화강석물갈기로 마감한 얼빠진 길도 보았다. 매끄러운 재료는 눈이나 비가 오면 사람이 넘어져 크게 다친다. 공공 공간과 시설은 사람의 안전이 중심이어야 한다. 불안과 위험을 알면서 근본을 고치지 않고 주의와 경고문으로 버티는 것은 유사시 핑계거리를 찾는 불순함 그 자체다. 주의 표시 하기 전에 본질에 더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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