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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선 기차를 탔다.

정겨운 무궁화호...햇살은 너무 좋고 알아먹지도 못하는 재즈를 실컷 들었다.

하늘과 가장 가깝다는 추전역과 오지역이라는 승부역을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고 넘쳐나는 사람들 때문에 추위만 실컷 느껴졌다.

기차를 탔다는 사실만 좋았다.

 

혼자서 너무 감수성이 예민해져서 '사람이 나이들어 가장 허망해질 때는

하나도 이룬 게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하던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이다.'라는 글을 읽었을 때 가슴이 쿵 내려앉기도 했다.

씨비.. 난 내가 원했건 안 원했건 이룬 것도 없을 뿐 아니라

내가 뭘 이루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단 말이다.

나이들어 허망해지고 있기만 하다.

 

역마살낀듯 이렇게 시간만 나면 돌아다니려하는 것도 이 허망함 때문이지만..

정신분석도 한반도 남한에 여성으로 태어나 배우자도 아이도 없이 중년을 맞이하는  

운동권출신의 노조활동가의 정신상태를

분석해주지는 못한다. 하긴 그 서양것들이 뭘 알겄냐마는..

 

한비야의 책<지도밖으로 행군하라>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다. 울다 웃다 했다.

책보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면 드문드문 집이 보인다.

춥고 외롭고 쓸쓸해서 어찌 사는지...

기차 안에서 카메라로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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