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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sible people

오늘은 Cambridge Center for Adult Education 에서 ESL 강좌가 개강하는 날이다. 강의 시간이 저녁 8시라, 모처럼 사무실에 늦게까지(일곱 시 ^^)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초저녁이지만, 사실 여기에서는 처음으로 이 시간까지 남아 있는 것이었다. 일단, 남아 있자면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사먹자니 돈이 없고.. 또 밤에 혼자 남아 있는것이 괜찮을까 싶어서 아직 시도를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은 할 수 없이 도시락을 두 개 (그래봤자 샌드위치 두 덩어리) 싸가지고 와서 저녁까지 떼웠는데....

여섯 시에 한 낯선 남자가 건물에 들어왔다. 하도 들락거리는 연구자들이 많다보니 또 다른 펠로우인가 싶었는데...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청소와 정리 등의 일을 한단다. 인도에서 왔고, 이곳에서 일한지 15년 째.. 그동안 수많은 펠로우들이 이 곳을 거쳐갔고 사진과 명패를 통해서 나를 이미 알고 있단다. 일하는데 방해가 되는게 아닌가 싶어서 남아 있어도 괜찮겠냐고 했더니만.. 걱정 말란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이 전에도 여러 명의 펠로우들이 밤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하고는 했으니 걱정말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쓰레기통이며 회의실 탁자며.. 아침마다 항상 치워져 있었는데, 나는 그게 연구자들의 자발적인 셀프 서비스라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그런 깜찍한 생각을 했을까? 보건대학원에서도 대개 강의가 5시 반에 끝나는데, Women, Gender & Health 강좌는 6시 반에 끝나고 이걸 듣고 나오면 계단과 복도를 부지런히 닦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물론 대부분 히스패닉이나 흑인들이다. 우리가 일과 수업을 끝낸 후에, 이들은 유령처럼 나타나서 소리없이 일하고 사라진다. 이들은 낮동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들도 용역, 혹은 파견 노동자들일까? 노조는 있을까? 일당은 얼마나 받고 있을까?

 

가끔씩...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나의 일상이 굴러가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고는 한다. 그걸 깨달을 때면.. 그냥 혼자 쪽팔리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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