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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유감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무신론자가 뭐 특별한 소회가 있을까마는...

어이 없는 일이 있어서...

 

1.

 

한 2주 전에 뉴욕 타임즈에 보도되기로,

 

미국의 유수한 대형교회들 (megachurch - 그래봤자 신도 수만명이다. 한국에 비하면 그까이꺼)들이 일요일과 겹친 이번 크리스마스에 예배를 보지 않기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신자들이 오랜만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성탄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친절하게도.. 온라인 예배를 집전할테니 가족들과 집에서 참가할 수도 있다고...

 

종교학자들의 해석은 좀 다른데, 이런 날일수록 (특히 일요일이 겹치면) 교회가 눈에 띄게 텅텅 비는게 현실이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일 것이란다.

어떤 이들은 작금의 현실을 개탄했다. 성탄이야말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시간인데... 가족이 없는 이들, 사랑이 필요한 이들이 이제 성탄절 마저도 갈 곳이 없어졌다고....

 

2.

 

지난 가을부터 한 달에 두어 번 씩 자원 활동에 참가해왔었다. 별 건 아니고, 일요일에 진행되는 노숙자 급식 프로그램에 가서 식사준비를 하고 설겆이 등등을 하는 거다. 장소는 교회 주방과 강당을 빌려서 하곤 했다. (사실, 할 말 많다... 주방용 영어 못해서 겪은 수난과.... 감자 세 푸대 까느라고 손에 쥐났던 거 등등)

이번 크리스마스 때도 딱히 할 일이 없던지라 (ㅡ.ㅡ) 당번 신청을 했는데...

담당자의 답장 왈....

이번 주에는 급식을 제공할 수 없게 되었단다.

자원자가 없고 (인원이야 매번 들쭉날쭉 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이럴 경우 응급 콜을 해서 사람들을 다시 모으곤 한다)...

무엇보다.... 교회를 빌릴 수가 없어서란다.

아무리 노력해보아도 도대체 성탄절인 일요일 오후-저녁 시간 교회를 빌릴 수가 없어서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기도 진짜 열 받았다고... (really upset)

 

그렇지... 크리스마스니까....

특별한 프로그램과 교회 파티가 있겠지.... 

 

일주일에 겨우 한 끼,

지붕과 창문이 있는 공간에서, 탁자에 정식으로 앉아, 저녁을 먹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즐겼던 그들이 너무 사치스러웠던 것이여....

 

젠장....

크리스마스가 없었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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