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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유감

사무실에 나와서 앉아 있다. 책상 위에 자주색 키홀더와 검은색 손목 시계가 나란히 널부러져 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순간의 실수 때문에 한 달 생활비를 홀라당 까먹는 거 일도 아니더라. 지난 주말은 매우 심란했노라...


일한다고 토욜에 출근했다가.... 키홀더를 책상에 놔둔 채로 사무실 문을 닫아버렸다. 자동으로 잠기는 문...... 물론 집열쇄도 거기에 달려 있었다. 각종 카드를 꺼내 문을 다시 따보려 무진장 애를 썼지만... 미제 자물쇠는 성능도 좋더라. 한국에서는 거의 못따는 문이 없었는데..... ㅡ.ㅡ 토요일이라 아무도 없고, 건물의 security office 에 갔다. 거기는 외주업체라 각 부서의 열쇄는 따로 보관하지 않는단다. 하버드 본부 경찰을 불러주었다. 경찰 두 명이 와서 각종 여벌 키를 이용해 방문을 따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해보았다. 그러나 실패.... 기다리고 왔다갔다 하고, 문틈에 카드 밀어넣어보고... 시계를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바깥을 내다보니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셔틀 버스 타려면 15분 걸어가야 하고, 버스를 탄다 한들.... 집에도 못 들어가는데.... 할 수 없이 토끼님 집에 가서 하루 신세를.... 일욜 아침에 locksmith를 불렀다. 후져 보이는 우리집 열쇄가 무슨 하이 시큐리티 어쩌구라며, 150불이 든단다. 화욜 출장만 아니면, 하루 더 버티다가 월욜 학교 사무실에서 열쇄 찾아오면 되겠구만.. 회의에 준비해야 할 참고자료 찾아놓은 것들. 밀린 빨래.... 집에 들어가야만했다. 잠시, 창문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으나 우리 집은 3층... 현관 지붕에서 에어컨 박스를 타고 기어오른다 해도.... 나의 짧은 다리로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2층만 되도 한 번 해볼만 했는데...ㅡ.ㅡ) 근데.. 이 아저씨..... 마스터 키로 문을 살살 여는게 아니라, 드릴하고 니퍼를 이용해.... 문을 완전히 뽀사 버렸다. ㅜ.ㅜ 새로 자물쇠 다는데 70불...................... 1불 아껴보겠다고 보온병에 커피 싸가지고 다니던 일... 출장비 아껴보려고 아침저녁으로 웹사이트 들락거리며 가격 비교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새해 액땜이라 치고... 잊자..... 잊자..... 근데, 자꾸 떠올라.....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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