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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님의 [투표를 거부한다는 당신에게] 에 관련된 글.
아무리 인터넷이 시끌벅적하다 한들, 천리타향에서 그 생생한 느낌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제 아침 채팅 중에 엄마가 "너 거기서도 투표하냐?"고 물어보셔서 문득.. 아 진짜 선거가 맞긴 맞구나 생각이 들었더랬다.
엄마의 표현으로는 "한나라당한테 뭘 얻어 먹었는지", 아빠는 엄마의 추궁에 묵묵부답 이유도 안 대면서 은근 한나라당을 찍을 기세란다. 엄마 왈.... "딸이 민주노동당 당원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그러게나 말이다 ㅎㅎㅎ
근데,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만일 딴나라 당원이거나, 혹은 열우당 당원이라면 울 엄마가 거기를 지지하게 될까?
글쎄... 장담이야 못하겠지만, 그건 아닐 거다.
울 엄마가 가방끈 짧은, 아슬아슬한 정도로만 가난을 벗어난, 서울 산동네의 평범한 할매인 건 사실이지만, 공부 많이 한 의사 딸에게 항상 당부하던 것이 있었다.
"항상,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성공했다고, 없이 사는 사람들 사정을 나몰라 하는 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이런 엄마에게, 민주노동당은
서민 (울 엄마 아빠 입에서 "노동자"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없음 ㅡ.ㅡ)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고, 직접 서민들이 나서서 일하는 당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 때라고 돈봉투에 식사 대접에.. 이런 거 없고, 방송에 나와서 똑 부러진 소리들 하고, 똑똑해 보이는 젋은 사람들이 길에서 인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와 별로 다를 것 없는 그저그런 구차한 살림살이를 하던 사람들이 나와서.... 그래서 누구보다 우리네 사정을 잘 알아줄 것 같은....
사실 거의 아무 것도 안 하는 페이퍼 당원이기는 하지만,
당의 우경화 (특히 그 위험한 민족주의!!!!)와 현재 보여주는 선거에의 매몰은 정말 우려스러운게 사실이다. 지난 번 노동절 집회가 거의 당의 선거운동판으로 "전락"했다는 여러 블로거들의 지적, 막무가내 4번 찍어요 하는 작금의 선거운동 소식에는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지인 중에는, "왜 탈당 안 하냐"고 묻는 이도 있다.
그런데, 탈당 안 하는 이유는....
그 탈당의 이유를 우리 엄마 같은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위 활동가들이나, 혹은 활동가는 아니더라도 진보적 성향의 연구자들에게는 이런 저런 근거들을 댈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것이 아무리 부르조아 정치판이라고 해도) 도대체 선거라는 열린 공간마저 포기해버린다면, 도대체 어디서 대중을 만나고, 어떻게 사회변화의 의제들을 알려낼 수 있단 말인가?
차 떼고, 포 떼고... 선진 활동가들하고만,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들하고만, 혹은 노동조합에서 지역에서 한창 투쟁의식이 고양되어 있는 사람들하고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소리인가?
이제 누구도 소수 전위에 의한 혁명의 지도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아래로부터의 자발성, 지역에 근거한, 현장에 근거한, 다양한 소수자의 대중운동을 통해서만이 사회변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대중들을 어디에서 만나고, 그들이 어떻게 일상으로부터 스스로 조직화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내가 수련을 받던 의국에서는 전공의들이 다 당원 아니면 지지자들이라 선거 때가 되도 딱히 꼬시고 말게 없었다. 하지만 교수진들은 사정이 달랐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이야기하며 이회창이 "당연히" 국가중대사를 맡아야 할 걸로 생각하는 분도 계셨으니....
선거를 앞두고 교수님들한테 민주노동당의 의제와 사회변혁에 대한 나의 기대(ㅡ.ㅡ)를 알리는 편지를 쓰고는 했다. 받는 분들 완전 황당했겠지만 말이다.... 나도 뻘쭘 민망함 때문에 괴로웠으나... 주변에 있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부터 설득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디 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하는 마음에서 쪽팔림을 무릎쓰고..... 그리고, 이게 선거 때가 아니라면 또 언제 가능하겠나 싶었다. (근데 사실 좀 뻔뻔한 편이라.... 첨에만 쪽팔리고 나중에는 그냥 ㅎㅎㅎ)
대전에서 2년여 동안 지구당 건설 모임과 분회 활동에 참가하면서 가장 많이 오고갔던 이야기는.... "도대체 지역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투쟁의 현장이 있으면 뭘 어찌 해보겠는데, 평범한 일상 생활 속에서 "생활의 정치"라는게 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게 우리의 푸념이었다. 그래서 강연회, 영화 상영회 같은 아이디어도 내보고, 주민들과 같이 할 수 있는 행사도 고민해보고....
이런 우리에게 선거는 상당히 중요한 기회였다. 궁극의 목표 지점으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어떤 거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평범한 당신 같은 사람들이 나서야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현재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거나 당원인 사람들이,
당의 모든 것에 만족해서 그러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정적 시기가 되면(그게 도대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중이 절을 버리고 떠나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민주노동당 지지의 이유를 여전히 엄마에게 "생활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리고 탈당해야 하는 이유, 지지할 수 없는 이유를 엄마에게 "생활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면,..
나는 당원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당의 모든 것을 지지하며, 그걸 따르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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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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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당원들 생각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선거에서는? 돈 천만원 들여서 홍보물 수만장 보내고, 하고 싶은 얘기도 하고, 또 억지 웃음이라도 보일수 있는 훈련도 해 보고.. 중이 절을 떠나는건 가장 쉬운일이라 안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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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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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이요 자기 블로그에 이런 구절을 쓴 적이 있었어요. "나는 내가 아는 존중할 만한 사람들에게 그 어머니의 교육론을 묻곤 한다. 대답은 조금씩 다르지만, 흥미롭게도 두 가지는 어김없이 포함되어 있더라. '비굴하게 살아선 안된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해야 사람이다'"엄마 빽으로 존중받을 만한 사람의 필요조건은 일단 갖추셨습니다^^ 근데 선거 앞두고 교수들한테 편지 쓰셨었다니 참 대단하시군요. 울 사촌형도 한대 옆에 있는 모학교 예방의학 선생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죽창 선생 캠프 자문했더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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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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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다른 많은 당원들도 그렇겠지만, "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정말 불만이 많아요. 어떻게 절을 바꿀 수 있을까요???몰롯/음. 교수님들한테 편지쓰는거... 얼굴이 좀만 두꺼우면 가능한 일... 그나저나 빨랑 존중해주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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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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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기초의원 선거에 선거원으로 한달동안 활동을 했습니다. 선거에 너무 매몰되는 것 아닌가 하는 평가회의도 많이 했긴 하였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지 않더군요. 일단 선거방식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과 정책에 대해서 알리기엔는 거의 천만원 들여서 만든 공보물 밖에는 없더군요..ㅠㅠ 그 다음은 일대일 작업...ㅠㅠ...또한 후보가 난립하다보니 일당줘가며 엄청난 돈들을 뿌리고 다니더군요...부분적으로라도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는 것이 어떨지..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