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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야기 4

여행 다니는 거보다 정리하는게 더 힘들다.... (세상에 불만 투성이로구나. 떠나기 전에는 준비하기 귀찮다고 투덜투덜, 다녀와서는 정리하기 귀찮다고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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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아침에 또 시외버스 타고 Teotihuacan pyramides 방문.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많이 훼손되었다는 그 피라미드.... ㅡ.ㅡ

훼손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냐 하면, 바로 근처에 대형 월마트가 세워질 정도라고 ㅜ.ㅜ

 

입구에서 La ciudadela를 지나 망자의 길 (calsada de los muertos)을 따라 들어가면 태양의 피라미드 (pyramide del sol)와 달의 피라미드 (pyramide de la luna)를 만나게 된다. 기원전후에 마야 문명의 영향을 받아 설립된 teotihuacan 문명의 흔적인데, 화려한 문명을 남기고 의문 속에 사라졌다가 이후 15세기 무렵 다시 아즈텍인들에 의해 발굴되어 성소로 여겨졌다는.....


 



엄청 가파른데다... 이집트 피라미드 (물론 직접 본 건 아니지만)나 앙코르와트 사원들과 달리 벽돌 혹은 다듬어진 석재를 이용한 게 아니라 그냥 작은 돌덩어리들을 쌓아서 지은 특이한 구조... 도대체 저걸 어찌 했다냐... ㅡ.ㅡ

 

높기는 젠장할 어찌나 높고 가파른지.. 저런 아무렇게나 생긴 돌들을 그 높이까지 쌓아올렸다는게 도대체 믿기지 않을 지경....

아침마다 조회나 제사 지내러 올라가려면 왕이나 제사장들도 죽어났겠구나..

저 가파른 곳을 설마 가마에 실어나르지는 않았을테고....

(이 머슴 기질은 정말.... 예전에 담양 소쇄원에 놀러가서 정자에 앉아 친구들이랑 나눈 대화는... 아이고 부엌에서 여기까지 밥상 나르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ㅡ.ㅡ)

어쨌든 정상에 올라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달의 피라미드... 아래에서 그리고 정상에서...

 

피라미드 정상에 앉아 있노라니 문득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의 한 구절이 떠오르더군...

”Rome was not burnt in a day"


어쨌든 한참동안 (사실은 내려갈 엄두가 안 나서 ㅡ.ㅡ) 이 생각 저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로는 이 찬란했던 과거와 그 영화를 회고하며 (혹은 파먹으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건 유구한 문화유산을 가진 다른 개발도상 혹은 저개발국가들을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 이를테면 캄보디아, 혹은 가보진 못했지만 인도네시아나 페루 같은 나라들... 더구나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파괴된 문명들에 보노라면 더욱 안타까움이 큰데...

 

또다른 한편으로는, 항상 제국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법...

지금 사라진 이 제국들도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것....

추억, 과거로 사라진 것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판타지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제국도 이와 같이 어느 날 과거의 영화로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음.

천년 뒤,

시카고의 Sears tower 나 여기 멕시코 시티의 Torre Latinoamericana 유적들을 바라보며 그 후손들이 “우리 조상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도시 한 가운데에 남겼을까" 궁금해하고, 또는 "아 우리의 과거는 얼마나 찬란하고 위대했더란 말인가"하며 한탄하지 말란 법 있나...

그래도 과거에 벌어졌던 제국의 쇠락과 다른 점은,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오늘날 제국의 영향이 강력한지라, 그 흥망의 파장이 과연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달의 피라미드보다 높은 태양의 피라미드 올라가는 사람들 모습...

다리 후들거려 죽는 줄 알았네.. (무서워서가 아니라 달의 피라미드 내려올 때 가파른 경사 때문에 어찌나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는지... ㅡ.ㅡ)

 

거기서 내려다 본 모습.... 그리고 엄마한테 보내줄 사진이라고 완전 오바하고 있는 M의 모습... 100% 연출 사진 ㅎㅎㅎ

 

박물관도 상당히 훌륭했음. 실내의 피라미드 축소 모형과 바깥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태양의 피라미드 모습...

 

 

오후에 돌아와서 쉬다가 나가서 저녁 먹구 (또 맛난 꿰사디야)

Ignacio 집에 가서 문제의 영화 “링” 감상...

웃긴게 영어에는 딱히 어울리는 “귀찮다”는 표현이 없는데 에스빠뇰에는 거기에 상응하는 개념이 있단다. 내가 귀차니스트의 뜻을 갈쳐줬더니 M이 깊은 공감을 표시하면서 이그나시오가 딱 귀차니스트라고.... 얼마나 귀차니즘이 심한지 점심을 정말 믿을 수없을 만큼 많이 먹구 저녁은 그냥 대충 굶어버리는 스타일이란다ㅎㅎㅎ

근데 영화를 보러가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이런 저런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링 소설도 읽고 영화도 123편을 다 봤다고 했더니 이 양반들이 완전 놀란다. 거의 집착 수준이라며....그러고보니 좀.....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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