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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브리지 생활 #4

2년 반 남짓 대전에 살면서 참으로 많은 손님치레를 했다. 유성 호텔촌에서 워낙 학회들이 많이 열리다보니, 난데없이 전화와서 "나 여기 유성인데~" 하는 돌발 손님에서부터, "누나, 이번 주에 한번 다같이 내려갈라고 하는데~" 하는 단체 엠티 손님까지... 같이 술마셔주고 밥해주고, 맛난 거 사주고... 관광 안내.. 관광이래봤자 대전에 뭐 볼게 있나, 엑스포 공원 두 번 갔는데 반응은 싸늘했고 (ㅜ.ㅜ), 시민 천문대 두 번 갔던 것은 아주 호평을 받았고, 그 밖에 금산, 계룡산, 칠갑산, 좀 멀리 진출한 변산, 전주 등은 꽤 반응이 좋았다. 의보사 후배들이 계룡산으로 엠티왔을 때... 이마트에서 선양 소주를 한 박스 들고 계산대로 가다가....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가족끼리 단란하게 쇼핑카트 끌면서 반찬거리를 사고 있었다. 젊은 처자가 커다란 카트에 소주만 한 박스 덜렁 싣고...(-_-) 이건 아니다 싶었다. 박스 크키가 훨씬 작은 "청하"로 바꾸고 나서야 부끄러움이 좀 사라졌다. 그리고는 계룡대에서 군의관으로 일하는 친구한테 찾아가 군납 맥주 몇 박스 ㅎㅎㅎ

 

이야기가 샛길로....  여기 캠브리지에 둥지를 튼지 어언 한달 반... 드뎌 첫 번째 벗이 자원방래한고로, 지난 주말을 몹시도 힘겹게 보냈다. 혹시나 관광 다니면서 찍은 사진 좀 올렸으면 하고 바라는 지인이 있을지 모르나... 내 사진기는 들고 나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진은 절대 없다. 궁금하신 분은 현지 방문해주시면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기억에 남을 사진을 찰칵 ^^

 

첫 날 오후에는, 남들 다 하는대로 Harvard Square 를 중심으로 이곳 저곳, 이를테면 하버드 서림(행당 서림을 따서 내가 붙인 이름 ^^ 원래는 harvard book store), 기념품 매장 등을 둘러보고 캠퍼트 투어를 했다. 정식 가이드 투어를 한 건 아니고 그냥 대충대충 내가 안내를 했는데, 중간에 길을 잃어서 가이드 체면 구겼다. 좀 많이 걸어야 하는 Radcliff와 Divinity school 들은 아예 언급도 안 했다. 가보자구 하면 다리 아프니까... ㅎㅎ 그리고 역시 다른 사람들 하는 대로 harvard  동상과 Weidener library 앞에서 기념 사진 찰칵...  손님이 염치도 없이 배고프다고 생떼를 쓰는 바람에 일찌감치 집에 와서 밥을 했는데... 세상에나 그 비싼 김치로 김치찌게를 끓여달라고 하더니, 먹기도 많이 먹는다. 2박 3일 지나고 나니 김치통이 반이나 비어버린 데다가 쌀 봉투가 바닥이 났다. 주말에야 장을 보러갈텐데, 걱정일세... 

 

 



시내 트롤리 관광을 했다. 아무래도 현지 가이드로부터 대략의 설명을 듣고 명소를 가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아저씨가 참 재미나게 설명을 하기는 했는데....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very, very nice, antique.." 그 다음 설명 들어보면 겨우 200년 된 건물, 뭐 하나 설명할 때마다 "the oldest in this country, the largest in the world" 어쩌구... 뭐 이 쪼그만 도시에 국내 최고, 세계최대가 이렇게도 많은지... 중국 사람들 뻥에 비견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나는 아저씨가 한마디 할 때마다 두 마디씩 궁시렁댔다 (물론 한국말로). 설명하는 기사 아저씨도 웃기지만 승객들도 장난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별 허접한 걸 다 사진찍고, 질문하고... 우리는 점심으로 싸온 주먹밥을 까먹으면서 쉴새 없이 궁시렁대고 분개(-_-)했다. "아니, 뭐 저런걸 사진찍어, 어디 시골 촌구석에서 살다왔나, 아이고.. 신났네 신났어..." 관광 프로그램 중에 freedom trail 이란게 있는데 소위 미국의 독립전쟁과 관련된 유적을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다. 다섯 명 죽었다는데,  "massacre"라고 써있다. 이런 젠장..  유람선 타면 헌법 박물관에도 갈 수 있는데, 미국의 정신 어쩌구 저쩌구 하는게 하도 가당치도 않아서 들어가지 않고 배타고 그냥 돌아오면서 경치만 구경했다. 항구에는 그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의 유적이 남아 있다. 어쨌든 바다에서 바라보는 항구의 풍경은 꽤나 멋지다. 고담시를 연상시키는 시카고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저녁에는 야경을 본다고 행콕 빌딩에 갔는데 911 이후 안전 문제로 문을 닫았단다. 프루덴셜 타워에 갔더니만, 세상에나.... private party 때문에 통째로 임대를 해서 일반 입장이 안 된단다. 입장하는 사람들의 옷 차림새를 보아하니 우리같은 촌놈들은 감히 끼일 자리가 아니다.

 

셋째 날에는 아침 든든하게 먹고(아이고.. 내 쌀) 찰즈 강변을 산책하고, 하버드 스퀘어 가서 기념품 사고, 보스턴의 자랑이라는 fine art museum 에 갔다. 자원봉사로 박물관 투어가이드 하는 아줌마 설명이 아주 재미났다. 하지만, 세계 4대(도대체 누가 갖다붙인건지) 미술관이라는 미술관의 콜렉션은 좀 실망스러웠다. 근대 미술로는 유럽의 무수한 미술관들에 비할 바가 못 되고, 고대 혹은 아시아 수집품으로는 대영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에 비할 바가 못 되고.. 미술관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 번 맘 먹고 정리해볼 기회가 있음 좋겠다. 일본의 거품 경제가 한창일 때, 예술도 모르면서 비싼 명화들 싹쓸이해간다고 서양인들이 일본을 얼마나 경멸했던가? 미국 미술관에 와 보면, 그런 비판이 얼마나 어줍잖은 것인지 5분만에 깨달을 수 있다.

하여간, 마지막으로 말레이지아 식당에 가서 맛난 저녁 먹고 찰즈 강에 다시 나가서 야경까지 구경하니 길고도 힘들었던 가이드 생활이 끝이 났다. 물론 수족관, 과학 박물관을 비롯한 각종 볼거리들, Jamaica Pond와 식물원 같은 곳을 돌아보지는 못했지만..뭐 이번이 마지막도 아니고...  다음 번에 다른 손님이 오면 이런 데를 가봐야지. 보스턴 심포니나 버클리 퍼포먼스 센터 공연도 가보고...

 

하여간... 보스턴 근처에 오실 분은 꼭 연락하시라... 세계 최고(^^)의 투어 가이드와 함께 재미난 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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