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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로 가는 길

지난 한 달간 정신 없는 와중에,

자원방래하신 지인들을 동반하여 두 번이나 갑사에 다녀왔더랬다.

 

미국 가기 전의 2년 반 대전생활까지 친다면, 벌써 다섯 번 다녀온 셈이다.

나도 아무 말 안 하고 절집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재미에 여러 번 가도 질리지 않는 듯... 

 

고즈넉한 분위기와 초록 우거진 숲길, 개울 앞 찻집은

서울 생활에 지친 방문객들에게 거의 항상 호평을 받는다. 

다른 곳 방문을 제안해도 다들 "웬지 갑사~" 하며 그 곳을 원하는 건,

아마도 감수성 민감하던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갑사로 가는 길" 때문일 듯...

교과서 글이라면 다들 학을 떼는 듯 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 읽은 것들이 은근히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갑사~동학사로는 두 번 넘어봤지만, (그 글에서처럼 눈 쌓인 길도)

동학사에서 "갑사로 가는 길"은 넘어본 적이 없는데,

갑사에서 시작해 동학사 이르기 직전 나타나는 남매탑은 그야말로 밍숭맹숭이다.

더구나 한창 배가  고플 시점.... 대개는 돌로 만들어진 탑이라도 뜯어먹고 싶은 심정이다. 얼릉 내려가서 산채비빔밥 먹어야지 결의를 다지고... 애틋은 개뿔 ~ ㅎㅎㅎ

 

그런 거 보면 작가들의  감수성은 나같은 사람이랑 질적으로 다른게 틀림없어...

 

어쨌든,

아우라의 힘은 강력하고, 추억은 아름다운 법이다. 

줄거리는 까먹어도 사춘기에 간접 경험된 "갑사로 가는 길"의 애틋함과 고즈넉한 정서는 사람들 마음 속에 오래오래 남나보다... 그리고 실제 경험하지 않았지만 추억에 남아있는 그 곳에 가고들 싶어한다.

 

누가 또 대전을 찾아 "갑사로 가는 길"을 원한다면...

내 기꺼이 충실한 관광 가이드의 자세를 발휘해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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