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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시대?

미국 선거 결과를 두고 이래저래 말도 많다.

뉴욕타임즈에는 뉴욕 시민들의 기이한 자괴감에 관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자기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민주당을 지지했고, 자기 주변에서 아무도 공화당을 지지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다수의 미국인들이 자기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란다. 더구나 테러를 직접 당해본 자기네들도 민주당을 찍었는데, 세상에 폭탄 한 번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저기 시골 알라바마, 네브라스카, 아이다호 이런데가 테러 위협 때문에 공화당을 찍었다니 원 얼마나 황당한가.  스스로 미국 내 왕따라는 생각이 드는가보다. 물론 내가 일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센터 소장인 Reich는 자신의 상태를 "post-election trauma syndrome"이라고 표현했다. Ichiro 는 일본에 지진 난 것보다 이게 더 충격이라고 했다.

 

마이클 무어는 이래저래 이유를 대며 그래도 이번 선거가 희망적인 이유를 쓰기도 했다. 물론 외국인들은 이해하려 하지도 말라고 했다.

 

발빠르게, 뉴욕타임즈에는 민주당의  실책(?)을 비평하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종교나 도덕, 총기 등 사회적인 의제에 민주당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 어쩌란 소리인지 모르겠다. 민주당도 낙태에 반대한다고, 동성결혼에 반대한다고, 총기 허용에 찬성한다고 소리를 높이라는 소리인지, 아님 더욱 적극적으로 자유주의 가치를 옹호하라는 소리인지....

 

이번 선거는 Fact 에 대한 Faith의 승리라고들 한다. 선량하고(!) 정신나간(!) 미국 복음주의자들 덕분에 온 세계가 4년 동안 잠못 이루는 밤을 보내게 생겼다. 노골적인 계급적 반동성을 "종교와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내공이 이미 우화등선의 경지에 오른 공화당의 노련함이 두려울 뿐이다.

과거에 세미나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역사는 단선형으로 발전하는게 아니라 나선형 발전을 한다고 했었다. 가끔은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도 있는 법이다.  다시금 신정일치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이제 이 어둠의 시기가 지나면 다시한번 계몽주의의 불꽃이 피어오르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팔자에 없는 르네상스 인이라니.... 

 

하긴.. 이렇게 미국 흉보는 것도 좀 부끄럽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삼위일체 꼴통(자본과 언론과 종교)들의 하는 짓거리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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