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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

무슨 근거로 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전 인근의 '대둔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 중 무려 6위에 랭크되어 있는 나름 유명한 산이다. 경관이 수려함은 물론이거니와 고공철교와 아찔한 철계단이 짜릿함을 자아낸다고 하여 꼭 한번 가봐야지 했던 산이다. 그런데,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일단 대전동부터미널에서 하루에 버스가 무려 단 한 번!!! 이게 말이 되나 모르겠다 ㅡ.ㅡ 서부 터미널도 하루에 달랑 세 번... 도대체 맞출 수가 없다 어제, 동부터미널 갔다가 미어터지는 버스에 경악하여 포기했다. 이미 좌석이 만원인 상태에서, 엠티가는 대학생 한팀이 꾸역꾸역... 기사 아저씨 내공이 대단하셨음... 기네스북 인간 많이 태우기 부문 출전자 아닐까 싶었더랬다. 그 버스 타고 차마 한 시간 못 가겠더라 ㅜ.ㅜ 그리하여, 코스 급변경... 터미널에서 젤 가까운 계족산에 갔다. 국립공원은 커녕, 도립공원, 시립공원도 아니고, 대덕구에서 관리하는 뒷산이다 ㅎㅎ 그냥 조금 긴 약수터 코스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도, 무려(?) 해발 420미터에 이르는 '계족산성'에 오르고 나니, 저 멀리 햇빛 속으로 금강이 아스라이 사라져가고, 아기자기한 단풍들이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동네 약수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운동기구 (^^)와 벤치들이 쪼금 웃기기는 했지만, 저수지(?) 잉어들과 수면으로 쏟아지는 단풍의 눈보라가 나름 운치... 저 험한 고비를 꼭 넘어야겠다, 늦기 전에 어서 내려가야겠다, 이런 부담 없이 슬슬 돌아다니니까 참 좋기는 하더라... ㅎㅎ 밀린 일들이 산더미라고는 하지만, 언제나 그만큼은 항상 밀려있으니, 그거 다 마치고 어딘가 길을 떠난다는 것은 영영 떠나지 않겠다는 소리와 같다. 이런 작은 행복을 유예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시간과 중력을 이기지 못하는 아름다운 나뭇잎들을 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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