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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전의 순간

엊그제 모임은 연구미팅으로 시작되어 근자에 보기 드문 알콜의  향연으로 끝을 맺었다.

 

빈병 늘어나는 속도가 학생 시절로 되돌아간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비록 상큼한 젊은이들은 아니었으나 (이제는 후배들조차 나이를 너무 처먹었쓰...)

아자씨들이 어찌나 귀엽게 수다를 떠는지, 극장식당에서 만담쇼 보는 기분이었다.

 



하여간 1차에서 미친듯이 웃고 떠들다,

도저히 헤어질 수 없어서 작심들을 하고 2차로 자리를 옮겼는데,

10석 남짓의 작은 까페에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고, 앞에는 기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마침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뭐랄까.... 약속이라도 한듯 치기가 끓어올랐다 ㅎㅎㅎ

 

우리는 노래패 회장이었던 J에게 기타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얼릉 연주하라고 다짜고짜 엄청 쪼아댔다,

하지만 십년도 넘게 기타를 잡아보지 않았던 J는 결국 연주에 실패했다.

우리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ㅎㅎ

 

이 때, 측은하게 이를 바라보던 과객께서 (주인장인줄 알았던 손님 ㅎㅎ) 대신 기타를 잡아주셨다.

J는 노래패 출신 답지않은 생목으로 (ㅜ.ㅜ) '사노라면'을 2절까지 진지하게 불렀고 우리는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좁은 실내, 담배연기가 너울거리는 침침한 불빛 아래 나무 탁자에 술잔을 걸쳐놓고 부르는 '사노라면'의 포스는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만들만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과객께서 다른 곡을 연주하셨다. 

 


♪ 불행아_노찾사 ♪

 

 

우리는 감전된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시절, 그 노래를 함께 불렀던 순간들, 그 특별한 의미....

파노라마처렴 장면들이 주르르 지나갔다고나 할까???

 

하지만, 약간 콧등이 시큰해지는 그 느낌을 뭘로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과거에 대한 회한도, 크나큰 향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상당히 놀라운 체험이었다.

그 짧은 순간, 다같이 찌릿! 했고 그걸 생생히 느꼈으니 말이다.

 

어떤 시간을 함께 기억할 수 있고, 그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게 진정한 친구 아닌가 싶다.  더구나 그것들이 '한때의' 추억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라면 말이다...

 

이어진 3차 (ㅜ.ㅜ)에서, 과거의 무용담을 파먹고 사는 사람은 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 오늘 20대 활동의 추억을 나누며 즐거워했듯, 훗날 함께 했던 30대의 활동들을 재미있게 추억하며 새해를 맞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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