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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네의 비애 ㅡ.ㅡ

엊그제 밤에 집에 가다가 정이를 만났다. 이제 중 3이라, 희망 고등학교에 원서를 넣어놓고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나한테 무슨 고등학교 나왔냐고 해서 **라고 이야기해주니 화들짝 놀란다. 그 학교를 도대체 어떻게 다녔냐고!!! 그 학교는 산꼭대기에 있어 애들이 아무도 원서를 안 쓰려고 하기 때문에 3지망으로 쓴 학생들도 다 받아준단다. 이렇게 높은데 학교가 과연 있을까, 하여 신동엽의 '있다 없다' (이런코너가 있남?)에도 나왔단다........ 뭐, 나도 고등학교 첨 입학해서 정말 현실을 믿을 수 없기는 했다. 교실에 올라가면 항상 초죽음 상태. 지각해도 절대 못 뜀 (가파른 언덕길에 뛰어봤자 제자리 ㅜ.ㅜ) 그래도 1학년 때 20분 걸려 올라가던 곳을 3학년 되면 모두 8분 주파가 가능해진다. 나는 아침마다 산동네 우리집을 내려가 또다시 다른 산동네로, 하루에 작은 봉우리를 두 개씩 정복하고 다닌 셈이다. 그래서 다리가 튼튼한가? ㅎㅎ 졸업하고 나서 '호기심 천국'에 진짜로 나온 적이 있었다. "언덕길 많이 올라다니면 다리가 정말 굵어지나요?" 우리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여학생이 음성변조로 질문했던게 아직도 떠오른다. 친구들이랑 전화하며 완전 어이없어 했더랬다... 그래도 맑은 공기에 사계절 나무와 꽃들이 아름답고, 야자시간에 노천극장에서 서울 천하를 내려다보며 (^^) 커피 마시고 노닥거리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학생들의 비호감이 날로 커져,에스컬레이터도 설치하고 심지어 셔틀버스도 마련했단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근데, 뭐, 좀 슬프기도 하다. 내가 특별히 애교심이 높은 건 아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단지 학교가 산꼭대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호감이라니... 산동네는 이래저래 서러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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