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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4

여행 다녀온지 두어달이 다 되가고, 거기서 퍼온 호연지기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 얼마 전에 싱가포르에 출장간다는 주먹도끼한테 '야, 완전 부러워'했다가 엄청 구박받았다. 이집트 다녀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딴 소리냐고.... 그러게나... ㅡ.ㅡ 기억도 가물가물하여... 과연 여행기를 마칠 수 있을랑가 모르겠다... #5. 사카라, 멤피스... 피라미드의 도시들... 기자의 피라미드, 특히 쿠푸왕의 것이 최고 기술의 결정체라면, 그 이전의 모습들은 좀 아랫동네에서 볼 수 있다. 멤피스는 고왕국의 수도였고, 사카라 (Saqqara)는 전통적인 묘역.... (왕족과 귀족 뿐 아니라 동물과 새까지 묻는...) 이집트 대표 맥주 상표가 '사카라 골드'인 걸 첫날 호텔에서 확인한 후 우리는 이 지역의 역사적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바 있다 ㅎㅎㅎ '서쪽'이 갖는 의미를 돌아보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문화마다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피라미드들이 모두 나일강 서쪽에 위치한 것은, 해가 떠서 지고, 죽은 이들이 떠나는 곳이 바로 서쪽이기 때문이다. 동쪽은 인간의 땅, 저 나일강 너머 서쪽은 망자의 땅.....불교에서 '서방정토' 개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기독교의 '요단강 건너'도 서쪽인가??? 하여간 나일강의 서안을 따라 남쪽으로 따라 내려오면 사카라에 도달하고,그곳에서 초기의 계단형 피라미드 (건축 기술의 한계 때문에 지을 때부터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는)와 피라미드 건축의 아버지(?) 임호텝을 기념한 박물관을 만나고, 남쪽으로 더 내려오면 멤피스에 이른다.


사카라의 피라미드 유적지... 이 일대가 이집트에서 가장 거대한 유적 발굴지라 하던데, 관리를 하기는 하는 건지... 영 허술 방치.... 근데 하여간 이렇게 큰 발굴 현장은 첨 보는 거라 신기하기는 했다. 임호텝 박물관은, 소박하고 조용했다. 까페테리아에서 모처럼 지친 다리를 쉬며 커피도 한 잔... 돌아보니.... 중간중간 우리에게 몸과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 커피와 따뜻한 차가 없었으면, 여행이 몹시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멤피스에 가면,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누워있다. 뭐 그닥 남의 나라 왕한테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정복왕'이자 '자기애'의 현신인 이 양반한테 특별한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으나, 조각상의 위엄과 규모가 대단하기는 하였다. 근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걸까? 세상으로부터 잊혀지는 것, 기억의 소멸이 그토록 애절하게 안타까운 걸까? 멤피스에서도 우리는 따뜻한 베두인 민트 차를 한잔 즐겨주었다. 첨에는 너무 진해서 부담스럽더니 (더구나 나는 치약맛이 떠올라 민트 정말 싫어했음) 자꾸 먹어보니 은근히 정감이.... ㅎㅎㅎ 차마시고, 기념품점에 들어가 '파피루스' 제작하는 것을 봤다. 사실 이집트 전역에 걸쳐, 특히 관광지에 가면 papyrus museum, papyrus institute 등 파피루스와 관련된 '기관'이 무진장 많다. 하지만 이거 다 기념품 가게다 ㅎㅎㅎ 최수철 씨도 책에서 박물관인줄 알고 끌려간 상점 이야기를 언급했을 정도... 이 곳 사람들 뻥은 정말 대단해서, 기념품 가게 이름이 'ministry of tourism'인 곳도 있다. information center 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상점도 있고, 그럴 듯한 공무원(?) 유사 패찰을 달고 관광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도 부지기수... 하지만, 이 모든것을 미리 알고 있는(!!!) 러프가이드의 후예인 우리들... 어디 쉽게 당할쏘냐... 열심히 설명해준 이 양반의 성의는 고맙지만... 결국 아무 것도 사지는 않았다. 우리는 먼 길을 마치고 일찍 숙소로 돌아와 저녁(과 함께 역시 사카라 골드)을 먹고, 내일부터 시작될 사막여행 최종 점검을 시작했다.... 쉬운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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