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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과 오늘, 특별한 날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시문형 인간이 아닌, 산문형 인간이라는 걸 잘 안다.

 

진실이라면, 시가 싫다기보다,

이해가 잘 안 간다는..... ㅡ.ㅡ;;

 

근데, 유유상종이라고 나만 그런 건 아니고 내 주변의 녀자들도 대부분 그러하다. 

그녀들이 시집을 들고다니거나 선물로 주고받는 걸 본적이 없고, 심지어 시를 주제로 이야기를 해본적도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시 애호가들은 모두 남자.... ㅡ.ㅡ

자작시를 건네거나 혹은 시집을 선물해주었던 이들은 모두 남자였다. 

꼭 무슨 특별한 사이래서 그랬던 것도 아님...

 

지난 번에 다녀가신 레벤스타인 할배도 시인이다. 예전에 자작시집 두 권을 선물로 주시기도 했다.

근데, 이번에 오셔서 박노해의 시집이 영문으로 나온게 있으면 꼭 구해달라고 하시는게다.

어떤 문학잡지에서, 그의 시에 관한 비평을 읽은 적 이 있는데 꼭 시집을 읽어보고 싶다고...

하지만, 무성한 소문과 달리 [노동의 새벽]은 아직 번역판이 나와있지 않았다.

 

하다못해 오윤의 판화그림이라도 구경하시라고 그냥 한국어판 [노동의 새벽]을 선물했다.

근데, 읽지도 못할 글을 주는게 너무 매너없는 짓인거 같아

내가 좋아하는 두 편을 번역해서 함께 건네드렸다.

함께 선물을 준비한 Y 샘은, 자기가 좋아하는 '손무덤'을 안 했다고 나를 비난(?)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도 맘대로 못 고르남?  맘에 안 들면 당신이 하시던가... ㅡ.ㅡ+

 

어쨌든, 이런 걸 아마도 '발로 하는 시번역'이라 부르리라....... ㅡ.ㅡ

철저히 일대일 호응관계에 기초한, 전대미문의 직역 시문학?

선물받으신 분들이 이 시의 애틋함을 잘 이해하셨나 몰라.....

하지만 나에게는 '절대로' 잘못이 없다.

전문가들이 왜 번역을 안 해줘가지고..... ㅜ.ㅜ

 

 

그리움   longing

공장 뜨락에
따사론 봄볕내리면
휴일이라 생기도는 아이들 얼굴위로
개나리 꽃눈이 춤추며 난다


when warm spring light is falling on the factory yard,
on the face of lively kids for their holiday
flower snow of forsythia is waving

하늘하늘 그리움으로 노오란 작은 손
꽃바람 자락에 날려보내도
더 그리워 그리워서
온몸 흔들다
한방울 눈물로 떨어진다


small hands, tinged yellow with wavering longing
let fly them in the hem of flower winds
because of longing, still more longing
the whole body is waving,
one drop of tear is just falling down

바람 드세도
모락모락 아지랑이로 피어나
온 가슴을 적셔오는 그리움이여
스물 다섯 청춘 위로
미싱 바늘처럼 꼭꼭 찍혀오는
가난에 울며 떠나던
아프도록 그리운 사람아


even if the wind is strong,
blooming like shimmer
longing, dampens all my heart
on the springtime of twenty five
coming punched like a sewing machine needle
the one has gone crying with poverty
my heart, I'm longing to be h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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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돌더러  wind to stone

모래 위에 심은 꽃은
화창한 봄날에도 피지 않는다
대나무가 웅성대는 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갈대가 두 손 쳐들며 아우성치는 것도
바람이 휘몰아치는 까닭이다
돌멩이가 굴러 돌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바람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함이다


the floweres planted on the sand
don't bloom even in sunny spring
the stirring of bamboos
is because of wind blowing
the reeds clamour with two hands up
it's because wind blusters
why the stones roll down to landslides
is that the wind cannot bear its own weight

대나무나 갈대나 돌멩이나
바람이 불기에 소리치는 것이다


bamboos, reeds, stones,
all outcry since the wind is blowing

우리는 조용히 살고 싶다
돌아오는 건 낙인찍힌 해고와 배고픔
몽둥이에 철창신세뿐인 줄 빤히 알면서
소리치며 나설 자 누가 있겠느냐
그대들은 우리더러
노동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우리 돌처럼 풀처럼 조용히 살고 싶다
다만 모래밭의 메마른 뿌리를
기름진 땅을 향해 뻗어가야겠다
우리도 봄날엔 소박한 꽃과 향기를 피우고 싶다
우리로 하여금 소리치게 하고
돌사태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바람이 드세게 몰아쳐
더이상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we wanna live in quiet
what's returning is only dismissal with stigma, hunger,
and jail with clubs, we know
who wanna run ahead shouting?
you tell us
we make toubles, but
we just wanna live in quiet like stones and grasses
simply, the dried roots in the sands
we're going to raise them into the fertile lands
we wanna make plain flowers and a scent bloom.
what makes us outcry and stones roll to landslides
is the wind, so fiercely blowing
that we cannot stand any more

 

 

대학캠퍼스에 자리한 고등학교를 다녔다.

학교 안 어디에서나 대자보에, 혹은 벽에 직접 쓰여진 그의 시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시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서클룸에 굴러다니는 그의 시집을 보고 마치 지인을 만난것처럼 반가워했더랬다.

알고보니 엄청 위험한 사람이었어.... ㅡ.ㅡ

나중에, 그의 공판에도 참석했었다.

물론.... 시 낭송을 들으러 간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한 시대가 저문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날 노동의 새벽이 그 시절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과연 한 시대가 저물기는 한건지....

 

오늘, 11월 13일이다...

전태일이 40년 전 세상을 떠난 그 날...

하루종일 집안에서 빈둥거리다, 뒤늦게 생각이 떠올랐다.

뭐라도 한 마디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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