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사소한 정의 (엔 레키, 2016)
엄청 재밌게 읽었는데 메모를 안 해놔서 다 까먹음 ㅋㅋㅋ
일단 모든 보편 인칭이 그녀인 것이 흥미로움. 심지어 통상적 욕도 남성 성기를 빗댄 것이 아니라 여성 가슴을 빗댐 ... ㅋㅋ 페미니스트 작가로 추앙받는 어슬러 르귄의 [어둠 속의 왼손]에서조차 전형적 여성성과 남성성을 상정한 가운데 둘 사이를 오가고, 심지어 디폴트는 남성(he) 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 이 작품에는 아예 성별 전형성이 존재하지 않음.... 심지어 성별을 구분해야 예의를 지켜야 하는 행성 언어가 몹시 괴이하다는 설정으로 등장함....
또한 개별 인공지능으로의 로봇 이야기가 아니라, 네트워크로 존재하는 클라우드 인공지능과 개별주체의 관계를 그린 것이 몹시 신선함. 네트워크가 단절된 상태에서 그들이 느끼는 패닉은, 와이파이가 단절된 곳에서 요즘 사람이 느끼는 공포에 비할 바가 아닐 것...
곁가지 서사와 세부 디테일을 떼어네면, 대위를 사랑한 인공지능 함선의 애정복수사 쯤 될 법한데, 이렇게만 요약해 버리기에는 매우 복잡한 서사들이 존재함.
세이바든과 팀을 이루어 행동에 나선다는 점에서 당연히 베일리 경감과 다니엘 R 올리버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지만, 제1애스크(브렉)는 뭔가 다니엘과 지스카드의 합성체로 여겨짐.
이 작품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이토록 발전한 세상에서 왜 사람들이 이렇게 또라이같은 종교와 가문에 집착하는 건지.... 아서 클라크 영감님의 초월적 발전 세계가 나의 로망... 하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막장 종교 드라마들을 보면, 기술 발전과 별개로 이런 상황이 상당히 오래 갈 수도 있겠다 하는 우려가 들게 됨...
무엇보다도, 글쓰기의 꿈을 접고 생활인으로 살아오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글쓰기 수업을 듣고 6년에 걸쳐 이 소설읇 첫 작품으로 완성했다니, 오히려 이 스토리가 더 소설같음!
# 채식주의자 (한강, 2007)
뭐가 좋은 건지 잘 모르겠네.. ㅡ.ㅡ
내 안목이 후진 겐가...
# 소년이 온다 (한강, 2014)
몇 년만에 도서관에서 대출 성공 ... (아니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냉큼 집어왔는데, 알고보니 시각약자를 위한 큰글씨 편집본...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댄거랑 다름 없는 매너없는 행동이었음 ㅜ.ㅜ)
이런 글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르포르타쥬도 아니고 설익은 프로퍼갠더도 아니면서,'문학적'으로 '직조'한 어쩔 줄 모르겠는 비극적 사실에 참 많이도 울었다
문학은 '다른 나'가 되어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나는 광주 외곽 어두운 야산에 버려지고 썩어가는 나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이 책을 거쳐간 수많은 이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득해짐...
# 518 10일 간의 야전병원 (전남대학교 병원, 2017)
"모든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난 전국이 광주와 같은 상황인 줄 알았다. 광주만 전쟁터같은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제 여기서 끝이다'라는 생각마저 했다"
지금처럼 미디어가 편재한 시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스토리... 자라리 '고립'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공포를 덜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듯, 나중에 학회에서 협회에서 다른 지역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 무지와 오해에 대해서 받았던 충격과 분노란....
"새벽에 전공의, 전문의 할 것 없이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은 모두 거리로 나갔다. 청소도 하고 시민들에게 우리가 비록 고립돼서 이상한 전쟁을 하고 있지만, 사형장에 끌려가는 사람이 물구덩이를 뛰어서 건너가는 것처럼, 마지막까지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필할 필요가 있었다. 그 때 우리는 몰랐었다. 전남대병원 뿐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전화도 되지 않고, 어떤 연락도 취할 수 없는 고립상태에서 기독병원, 적십자병원, 개인 병원들까지 모두 같은 생각으로 청소하고 있었다"
이런 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위대함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헬리콥터가 계속 떠다닌다. 지구전이다. 우리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항복하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틀림없다. 이제 와서 무릎 꿇기에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대대손손, 이 땅에 사는 자들은 광주시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민주주의, 인간 존엄성의 빚을 지고 있는지 말로 다할 수가 없다.
# 투명인간 (성석제, 2014)
사회적으로 투명인간이었던 자들이 생물학적 투명인간으로 변태한다 한들 뭐가 그리 새롭고 놀라울까?
성석제 소설에서 작가의 말이 이렇게 쓰라린 적은 없었던거 같다
"현실의 쓰나미는 소설이 세상을 향해 세워둔 둑을 너무도 쉽게 넘어들어왔다. 아니 그 둑이 원래 그렇게 낮고 허술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위안을 줄 수 없다. 함께 있다고 말할수 있을뿐. 함께 느끼고 있다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써서 보여줄뿐.
이 소설의 첫문장을 쓰기 시작한 이후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나의 동시대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남루했고
감당할수 없는 삶의 무게란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믜리도 괴리도 없시 (성석제, 2016)
* 믜리도 괴리도 업시 - 청산별곡에 등장하는 "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구절.....중년 남성 화자가 '나'를 들여다보는 이야기. 이 짧은 글에 이토록 미묘하고 서늘하고 아이고 모르겠다 인정하고, 그리고 여전히 따뜻하고 ㅋㅋ "사랑이야? 사람이야?"
*매달리다 - 사람이라는 인연에 매달리는 것이기도 하고, 고문틀에 혹은 나무에 매달리기도 하는 삶
* 골짜기의 백합 - 판소리 한 자락
* 블랙박스/사냥꾼의 지도/몰두 - 프로 이야기꾼의 이야기 한마당 ㅋㅋ 교훈도 없다 오로지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ㅋㅋ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다 ㅋ
이런 맛에 울적할 때는 성석제의 작품을.... (그러다가 투명인간 읽고 오히려 더 울적...ㅡ.ㅡ)
# 첫사랑 (성석제, 2016)
|
첫사랑
성석제
문학동네, 2016 |
이 아저씨 독특함.... 먼저 읽었던 [믜리도 괴리도 없이]의 전편이 이것이었군....
있는 그대로의 인정과 '아무렇지도 않음'이 너무 좋음....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