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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뻐꾸기님의 [그 냄새] 에 관련된 글.

딱히 관련이 있는 내용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글과 그 앞의 트랙백인 진철 님의 글 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여기 와서 주말에 가끔 노숙자 식사지원 프로그램에 나가고는 했는데

(그나마 요즘은 이것도 까먹구 있었다. ㅡ.ㅡ)

 

그곳에서 가끔 나의 "이성의 꺼풀 뒤 숨겨진 이면"을 보곤 했다.

 

처음에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을 따로 준비하는 걸 보구 놀랐다.

이를테면 야채볶음 (여기서는 stir fry라고 하는데) 을 하는데, 고기 넣은 것과 안 넣은 것을 따로 준비하고, 칠리를 만들 때도 항상 두 가지를 따로 준비한다.

말은 안 했지만, 내심 "앗, 뭐 이렇게까지나?" 하면서 속으로 빈정...

여기에는 '밥 한끼 얻어먹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 아닐까. 이건 너무 호사야'라는 차마 입밖으로 내지 않는 뒤틀린 심사가..... ㅡ.ㅡ

 

그 뿐이랴.

배식을 하다보면 주문이 정말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두부는 빼라, 주황 색 말고 노란색 호박으로 주면 좋겠다, 국물 없는 윗부분만 살짝 건져 달라, 심지어 그릇에 뭐가 묻어있는데 설겆이가 제대로 안 된게 아니냐... 등등  ㅜ.ㅜ

이게 만일 엠티였으면, "그렇게 잔 소리할거면 너가 알아서 퍼 먹어"하면서 국자를 내던졌겠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나름 (!)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응대하고는 했는데.... 

역시 그 미소 뒤에는 "아이고, 진짜 꽤들 하시네..."

이런 마음이 ..... ㅡ.ㅡ 

 

그들이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으면서 밥을 먹는게 그리도 못마땅하더란 말이냐.

식당에서 돈 내고 주문해서 밥 먹는거랑 꼭 달라야 하냔 말이다.

얻어 먹는다고,

채식주의자도 억지로 고기 먹어야 되고,

먹기 싫은 두부나 주황색 호박을 주는 대로 먹어야 속이 시원하겠냔 말이다.....

 

한번은,

어떤 엄마가 아홉살짜리 딸래미를 데리고 왔는데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더럽고 냄새나는', 그리고 '의사소통도 잘 안 되는' (노숙인들의 영어는 더 못알아듣겠다) 이들에게 생글생글 웃어가며 수프를 떠주는 거 보구 웬지 머쓱했더랬다.

더구나, 한바탕 배식이 끝난 후 좀 한가해지니까 

엄마한테 자기도 배고프다고 조르고,

엄마는 그럼 너도 식판에 밥을 받아서 저기 아저씨들이랑 같이 먹으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이는 밥(?)을 받아서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과 어울려 맛나게 먹더라는... ㅡ.ㅡ

근데, 사실 이게 뭐 놀랄 일인가 말이다....

 

입으로는 인권이 어떻고 빈곤 문제가 어떻고 아무리 떠들어도,

구체적 인간 개개인에 대한 존중과 연대의식을 갖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

역시 실제 생활에서 부딪히면서 도를 닦아야.... ㅠ.ㅠ

 

 

그런데... 이 글의 결론이 결국 도를 닦자로 끝나야 한단 말인가.

허무하도다... 왜 글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네....

 

 

 

 

* 얼마 전에 신문 보니까,

프랑스에서 우익들이 운영하는 빈곤층 무료급식소에서 일부러 돼지고기를 잔뜩 넣은 음식들을 제공하고 있단다. 무슬림들 못 먹게 하려고....  세상에 치사한게 먹는 거 가지고 괴롭히는 건데... 나쁜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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