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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이사가 단식농성하는 S&T중공업
금속노조 경남지부 S&T중공업지회(이하 지회)가 2010년 임금 및 단체교섭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지회장(이동수)과 부지회장이(이장섭)이 10월 27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지회는 지난 9월 17일 노사간 실무의견일치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58.98% 반대로 부결되었다. 87년 민주노조 운동을 시작한 이후 임단협 잠정합의 조합원총회에서 찬성률이 낮기는 해도 부결된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부결된 것이다. 이는 2009년 520억 흑자에도 경제위기를 핑계로 임금을 동결했고, 올해도 700억 흑자가 예상되고 있음에도 그에 합당한 임금인상안을 제시하지 않은 회사에 대해 조합원들이 분노가 표출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합원 총회 부정하는 S&T자본
그런데 회사는 이러한 조합원 총회의 결과에 대해, 교섭은 이미 종료되었고 부결에 대한 책임은 지회에 있기에 더 이상 교섭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한동안 교섭을 거부하였다. 그리고 이후 교섭에서도 상품권 30만원 추가 지급이라는 무성의한 안을 제출하였다. 이에 지회장과 부지회장이 사측의 결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 조합사무실 앞 계단에서 단식농성 중인 상무이사(오른쪽). 그의 단식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사진=금속노조 S&T지회)
회장님 “저도” 단식합니다
단식농성이 무엇인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협상(대화)으로 문제를 풀지 못해, 못 가진 자가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후로 선택하는 시위 방법이다. 그런데 지회장과 부지회장이 단식에 들어가자, S&T중공업 교섭대표(상무이사 최종성)라는 사람이 이에 맞서 자기도 지회 사무실로 통하는 계단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를 두고 회사는 “투명경영”을 위한 결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종성 상무이사는 올해 임단협에 사측 교섭 대표로 참석했다. 하지만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무늬만 교섭대표였다. 그런 그가 지금 노동조합 지도부의 단식에 대응해 자신도 조합 사무실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단식으로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교섭대표로서 권한을 달라고 ‘회장실’ 또는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단식을 할 수 없으니 “이게 무슨 교섭 대표입니까? 회장님, 저에게 책임만 주지 말고 교섭대표 권한을 주십시오”라는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무니만 교섭대표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회장님, 저도 단식합니다”라고 눈도장이라도 받으려는 것일까?
가진 자의 단식농성은 자기가 갖고 있는 그 무엇인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회장과 대표이사 그리고 상무이사와 노무이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는 지금 무엇을 잃지 않으려고 누굴 상대로 단식을 하고 있을까?
사실 S&T자본의 단식농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S&T대우지회가 회사의 직장폐쇄에 맞서 파업투쟁을 하자, 최평규 회장이 지회의 농성장인 식당에 눌러앉아 단식을 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상무이사의 단식농성은 일종의 ‘회장님 따라 배우기’라고 할 수 있다.
대표이사는 몰래 지회 농성장 침탈
10월 27일 지회 사무실이 있는 건물 로비에 지회장의 단식농성장을 만들자 회사측은 상무이사가 단식을 하겠다며 지회 사무실 앞으로 왔다. 이에 지회는 “경영자가 무슨 단식이농성이냐 하려거든 상무이사 사무실로 가서 해라”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지회장과 부지회장은 그럼 우리가 본관으로 가서 단식농성을 하겠다며 본관으로 향했다.
그러자 회사측은 퇴근한 사무기술직 사원들까지 불러들여 지회장과 부지회장의 본관 진입을 가로 막았다. 본관 앞에서 서로 대치하자 대표이사 사무실에 있던 대표이사는 본관 문을 통해 내려오지 못하고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H/R팀 사무실로 나와 아무도 없는 지회의 단식농성장을 침탈하는 참으로 웃지 못 할 촌극을 벌이고 말았다. 명색이 대표이사인데 왜 뒷문으로 나와 아무도 없는 농성장 천막을 훼손했을까?
또한 단식농성장을 침탈한 것도 모자라 단식 중인 지회장과 부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본관 로비 앞에 있던 지회간부 10여 명을 사무관리직 100여 명을 동원하여 무력으로 밀어냈고, 그 과정에서 지회간부 1명이 심한 부상으로 병원에 후송되었다.
▲ 박재석 대표이사가 "뭐 하고 있어 들어내"라고 하자 관리직들이 6~7명이 한 조가
되어 노동조합 간부들을 본관에서 끌어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S&T중공업지회)
파트장 집단 조합탈퇴, 또 다른 구사대 조직?
회사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7년여 동안 사무직관리직들을 노사관계에 동원하여 폭력을 야기 시켜왔다. 이렇게 되자 사무기술직 사원들 중에서 알게 모르게 불만이 일기 시작했다. 회사에 입사할 때의 꿈과 희망은 모두 독선경영에 빼앗기고 오로지 회사의 로봇이 되어 간다는 원성이 생겼고, 노사관계에 동원되어 인간관계를 망쳐버리는 일들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 때문일까, 그동안 회장은 팀장과 파트장(반장)들을 모아놓고 특별 강의 또는 훈시하는 자리에서, 현장에 조합원인 파트장들에게 “양다리 걸치고 있다”, “색깔을 분명히 해라”라며 노동조합탈퇴를 강요 했다고 한다. 이후 팀장들을 모아놓고 “팀장들은 무엇하는 사람들이냐, 아직도 파트장들이 조합원으로 있느냐”며 파트장들의 조합 탈퇴를 종용했다고 한다. 결국 회사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파트장 52명 중 다수가 10월 27일 조합 탈퇴서를 지회에 제출 했다.
회사는 이번 파트장들의 조직적 조합 탈퇴를 계기로 노사관계에 동원되는 새로운 신생 조직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인원이 약 52명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노사관계에 동원된 사무관리직들이 해왔던 일들을 이제 파트장들이 함께 하게 된 것이다.
회사는 일당제인 파트장들을 현장직에서 사무기술직으로 보직을 변경하고, 급여체제를 연봉제 또는 준 월급제로 바꿀 것이라고 한다. 그래야 리모콘을 누르면 누르는 대로 움직이는 또 다른 노사관계 충돌 행동대가 될 테니까 말이다.
물론 이러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부는 늘 그래왔듯이 ‘모르쇠’ 또는 ‘복지부동’ 이다.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투쟁
수십억 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흑자 위에 웃고 있는 자본가. 임단협 교섭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단식농성을 선택한 노동자.
하지만 저들은 조합원 총회 결과를 무시하고 교섭을 거부하더니, 이제는 상무이사가 나서서 단식농성을 하고, 대표이사는 노동조합의 농성장을 몰래 훼손하거나 늦은 밤 사무관리직을 동원해 노동조합 간부들을 개 끌듯 끌고 땅바닥에 패대기치고 있다.
회사 정문 앞 경비실 옥상을 보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업’이라는 회사의 표어가 크게 걸려있다. 매년 수백억의 흑자를 내면서도 사원들의 임금을 인상하고 복지를 확대하라는 요구를 무시하는 회사, 경영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단식을 하는 기업이 과연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업’일까.
진정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은 노동자의 투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 김택선 (금속노조 S&T중공업지회)
(2010년 11월 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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