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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법 시행과 뒤이은 단속 강화로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논란이 크다. 성매매 단속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여성단체 등은 성매매 근절을 위해 더욱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성매매 단속 강화를 비판하는 주장 가운데는 분명 역겨운 주장들이 많다. 성 착취 사업에 타격을 입은 포주들의 항의나 성 산업에 가하는 타격을 우려하는 시장주의자들의 항변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단속에 대한 반발을 모두 이 같은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강화된 단속으로 궁지에 몰린 것은 포주뿐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이기도 하다. 단속 때문에 돈을 벌 수 없게 된 성매매 여성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또, 수천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집회에 나와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성매매 여성들이 항의 행동에 나선 데서 포주의 개입이 없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매매 여성들이 그저 포주의 강요에 의해 들러리 선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성매매 여성들이 성적 착취와 억압을 받으면서도 성매매 합법화를 요구하는 것은 성을 팔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절박한 처지 때문이다.
성매매를 그만두고 싶지만 빚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여성들에게 쉼터 등을 제공하며 도움을 주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성매매 여성들이 원할 때 도움을 주는 방식이어야 하지 현실 여건상 그만둘 수 없어 성매매를 계속하려는 여성들에게 당장 성매매를 그만둘 것을 강요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성매매방지법이 포주만이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도 단속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탈성매매’ 유도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또다른 억압일 수밖에 없다. 성매매방지법을 진보적인 것으로 환영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법 조항들에 이상하리만치 둔감하다. 단속에 걸린 여성들을 보호 시설에 수용하거나 형사 처벌(‘자발적 성매매’는 여전히 형사 처벌 대상이다)하는 데도 새 법을 환영하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의 처지를 조금치도 고려하지 않는 엘리트주의적 태도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는 ‘자활 지원 대책’은 생색내기일 뿐이다. ‘보호시설’에 여성들을 수용해 한 달에 고작 10만 원씩 지급하며 꽃꽂이나 재봉처럼 실효성 없는 취업 교육을 시키는 게 고작이다.
실업자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뚜렷한 취업 전망도 없는 ‘자활 대책’을 반길 만큼 세상 물정 모르는 성매매 여성들은 없다. 취업을 해도 교육과 기술 수준이 낮은 성매매 여성들이 택할 수 있는 직장이란 장시간 노동에 쥐꼬리만한 임금을 받는 일밖에 없다.
애초에 가난 때문에 이 일에 뛰어든 여성들을 다시 가난으로 내모는 게 진정한 성매매 탈출 지원 대책이 될 수 없다. 여성 노동자의 70퍼센트가 비정규직으로 저임금을 받으며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중인 정부가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도울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거대한 빈곤이 존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속을 통해 성매매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은 공상이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성매매는 범죄로 취급돼 탄압받았지만 어디서도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았다.
성매매 불법화는 도리어 성매매 여성들을 범죄자로 낙인 찍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시킨다. 또, 성매매 여성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포주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고 성매매 과정에서 구타와 폭력, 학대에 더 쉽게 노출되게 만든다.
성매매를 없애지도 못하고 성매매 여성들을 절망으로 내모는 성매매 처벌은 사라져야 한다. 성매매 문제를 도덕적 비난이나 시혜적 차원에서 보는 관점을 넘어 빈곤과 불평등, 성 억압을 낳는 사회구조에 도전하는 사회 운동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비정규 개악안은 파견제를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업종까지 무제한 허용하고 파견제와 기간제의 사용 기간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증가는 세계적 추세”이고 “비정규직이 없어져야 할 사회악이 아닌 불가피한 고용 형태”(비정규 대책과장 장화익)라며 비정규직의 확대 강화를 정당화했다.
민주노동당 강문대 보좌관은 “[이 법에 따르면] 합리적 사용자라면 정규직을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 정규직 노동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병호 의원은 “자연 감소된 정규직만 비정규직으로 돌리더라도 10∼15년 뒤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경총이 121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80퍼센트의 기업이 이 법이 시행되면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화하지 않고 해고하거나 다른 기간제 노동자로 교체하겠다고 답했다.
90퍼센트의 기업은 파견 노동자를 3년 간 사용하고 3개월 휴지기 동안 임시직 등으로 대체한 다음, 다시 파견제 노동자를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업은 11.6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총은 중소기업에서만 21만 7천 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규직은 한 명도 없고, 월급 1백∼1백10만 원을 받는 11개 파견업체 소속의 계약직 노동자 8백50명이 12시간 맞교대로 자동차를 조립하는 충남 서산의 기아차 ‘모닝’ 생산공장의 모습이 이 법이 만들려는 미래이다.
‘노동귀족’론의 본질이 드러나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된 후 틈만 나면 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이라고 비난했다.
“대기업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노동운동이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비정규직 문제에서 과연 그러하냐.”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의 말처럼 노무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증오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있을 수 없는 못된 짓을 한” 것이다.(<참소리> 9월 21일자)
이번 법안으로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대공장 정규직 노조를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활용했을 뿐, 실제 비정규직 문제로 들어가면 철저히 자본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을 따름”(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이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노무현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권력에는 쓴맛도, 신맛도, 떫은맛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노무현에게 이간질당해 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노무현에게 쓴맛을 보여 줘야 한다.
누가 전선을 흔드는가
노무현의 비정규 개악안에 맞서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총파업을 결의한 9월 21일 민주노동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 청산 등 6대 개혁 과제에 대해 열우당과의 공조를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고 한 반면, 민주노동당은 노무현의 당과 ‘함께’ 싸우겠다고 한 셈이다.
이 같은 모순은 노무현에 맞선 투쟁 전선을 흐릴 수 있다.
열우당 당원 이광재는 ‘수구 세력에 맞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게 “역사적 단일 전선”이라며 “전선을 흔들지 말아달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우당 점거 농성을 비판했다.(<서프라이즈> 9월 17일자)
그러나 지금 전선을 흔드는 것은 파병과 노동자 공격에서는 우리의 적인 노무현이, 국가보안법과 과거사 청산에서는 우리의 동맹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이 말했 듯이 노무현의 ‘국가보안법 폐지’는 “음식점 간판만 바꾸고 불법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위장 폐지’일 뿐이다.
과거사 청산에서도 열우당은 과거사 규명 법안의 조사 범위 및 조사 기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기로 하는 등 거듭 우파에게 타협하며 후퇴하고 있다.
이런 사안에서도 노무현과의 공조는 진정한 개혁을 얻는 길이 아니라 잃는 길이 될 뿐이다.
파병 연장, 비정규 개악, 국가보안법 ‘위장 폐지’, 과거 청산 시늉의 주범인 노무현에 맞선 전면적 투쟁이라는 범노동계급의 역사적 단일 전선을 흔들어선 안 된다.
기대되는 총력 파업
민주노총 지도부는 상반기에 ‘사회적 합의’에 미련을 가지고 노무현에 맞선 투쟁을 머뭇거렸다. 노무현은 “[대기업 노조가] 이제 한 발씩 좀 스스로들 절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시사매거진2580>)라며 흡족해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 결정이 내년으로 넘어가자 노무현 정부는 더 참지 못하고 본색을 드러냈다.
노사정위 논의와 심지어 공익위원안까지 무시하고 비정규 개악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맞서 비정규직 대표자들이 열우당 점거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열우당 의장 이부영은 면담을 거부했고, 총리 이해찬은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예사로 [한다.]”며 “엄정 대응해 국가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협박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나서야 이부영은 “노동부 안이 문제점이 많더라”며 말을 바꿨다. 따라서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현재 상황에서 … 사회적 합의주의는 불가능할 뿐더러 아예 성립할 수도 없다”고 한 것은 당연하고 옳은 말이다. 한국노총도 노사정위 탈퇴를 말하며 민주노총과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노동부 장관 김대환은 “현 상황에서 [노동계에] 구걸하듯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전히 강경하다.
이수호 집행부는 지난 민주노총 선거 때 “면피용 총파업”, “선언에 그치는 총파업”, “양치기 소년”이 문제라고 말했었다. 지금이야말로 행동으로 조직되는 ‘총파업’이 필요한 때이다.
<조선일보> 문갑식은 “지금 연출되는 그림은 김영삼 정부 말기 노동법 개정 파동 이후 양 노총이 결집한 것과 유사한데, 당시 정부도 결단의 시기를 놓치고 미적거리다 결국 노동계에 모든 것을 양보하는 KO패를 당한 적이 있다.”고 두려워했다. 이 두려움은 현실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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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 박대규 의장직무대행 인터뷰
“하나로 뭉쳐 싸울 수 있는 기회다”
박대규 의장은 지난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단장으로서 열우당 점거 농성을 이끌었다. 이번 농성은 비정규 개악안을 폭로하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총파업과 공동투쟁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Q 이번 법안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으니 아예 합법화하자는 것이다. 도둑질을 너무 많이 하니까 도둑질을 합법화하자는 것과 같다. 사실 비정규직은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이번 법은 정규직을 코피 터지게 하는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간이 바뀔 것이다. 정규직 근간의 비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중심으로 정규직이 일부 채워지는 식이 될 것이다. 결국 전체 노동자가 다 비정규직이 될 것이다.
Q열우당 의장 이부영이 법안의 문제점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떻게 보는가?
열우당은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을 수 있다. 정치인들이 밥먹듯이 하는 게 거짓말 아닌가. 노동계가 싸울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 다음 날 바로 뒤집을 것이다. 결국 그걸 결정하는 것은 우리 노동자들의 힘이다.
Q노무현이 그 동안 펴 온 ‘노동귀족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에 점거하면서 이부영, 이목희 등을 만나 대선 공약을 지키라고 했더니 공약이 뭐였는지도 모르더라. 공약집을 보여 주니까 말을 못했다. 정반대의 내용을 법안으로 낸 거다. 이번 일로 비정규직을 들먹이던 노무현 정부의 허위와 거짓말이 완전히 증명된 것이다.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과 고임금 때문에 비정규직이 피해를 본다는 건 아무리 경제 성장을 해도 사용자 몫과 노동자 몫은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노동자들끼리 나누고 사용자 몫은 그대로 갖겠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덜 가지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마디로 자본의 기득권 유지 논리일 뿐이다.
Q이번 법안은 노사정위 논의조차 무시한 것인데…
이미 1998년에 노사정위 들어가서 깨지고 나오지 않았나. 들어가면 또 당했을 것이다.
사회적 교섭에 반대했던 쪽이 올바른 판단을 했던 것이다. 이번에 노사정위 논의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정부가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 드러난다.
이제라도 올바르게 판단해 총파업 결의가 나왔다. 그런 점에서 노동부한테 고맙다. [우스개 소리로] 김대환에게 표창 주자는 말도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기회는 왔지만 정규직들이 정신 못 차리면 꽝이다.
Q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민주노총의 중심인 정규직 조합원들은 앞으로 [비정규직을 외면했다고] 손가락질 받을지 말지를 고민해야 한다.
노동과 자본이 싸워야지 3자 싸움이 돼서는 안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분열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이번에 함께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만들어졌다.
이게 통과되면 나중에 발버둥쳐도 안 된다. 하나로 뭉쳐 싸울 수 있는 기회를 노동부가 만들어 주었는데 그것을 인식하고 비정규직과 연대하는 건 정규직 노동자들의 몫이다.
무기한 총파업을 해야 한다. 4시간 파업, 하루 파업은 의미 없다. 저들도 그 정도 손해는 계산하고 감수한다. 그러나 무기한 파업은 계산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그것을 조직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19일 “공무원노조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법이다. 이 법은 무엇보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업무상 “예산과 법령에 관계된 문제는” 단체교섭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무원들의 업무 중 예산과 법령에 관계되지 않은 문제가 있겠는가?
공무원 노동자들의 저항에 노무현 정부는 오로지 강경대응 방침만을 고수하고 있다. 행자부장관 허성관은 지난 10월 8일 기자회견에서도 공무원 파업과 아무 관계도 없는 “테러 위협”을 들먹이며 “불법시위 참가자”를 모두 구속하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정부는 10월 9∼10일에 열린 공무원노조 전간부결의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모이지 못하게 하려고 서울의 모든 대학에 경찰을 배치해 봉쇄했고 건국대에 집결하기 위해 모여드는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연행했다.
이 날 40여 명의 조합원이 연행됐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삽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다른 한편으로,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철밥통”이라며 특권층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공무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취업 선호도 1위를 차지할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의 뒤를 이어 노무현 정부도 공무원을 더는 안정적인 일자리로 남겨두지 않으려 한다.
IMF 이후 지금까지 15만 명의 공무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민간위탁제도로 하수처리시설은 대부분 민영화됐고 정수시설까지 팔려나갈 판이다. 그리 되면 훨씬 많은 공무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계약직 비율도 나날이 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일반 국민들에 비해 공무원들이 너무 적은 납부금을 내고 너무 많은 연금을 받는다고 말한다. 국민연금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은 같은 직급의 민간기업 노동자들에 비해서 적고 퇴직금도 없다. 공무원들은 미래에 받게 될 연금 하나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시장주의적인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악으로 공무원들이 받을 수 있는 연금은 현재의 57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연금 혜택을 온전히 받으려면 납입금을 더 많이 내고 더 오래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은 늘리지 않으면서 왜 노동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하는가? 젊은 실업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노동자들이 더 오래 일해야 하는가?
구로지부의 한 활동가는 이렇게 말한다.
“연금 삭감에 대한 분노가 높습니다. 연금 얘기만 꺼내면 너나 할 것 없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 파업기금 모금에 참가하는 걸 봅니다. 흔히들 기득권, 기득권 하는데 공무원들에게 연금은 기득권 같은 게 전혀 아니에요. 평범한 공무원 노동자들은 대부분 주택 마련 등으로 은행에 빚을 지고 있는데 퇴직 후에 받을 연금을 그 담보로 한 겁니다. 그래서 정부 계획대로 연금이 절반으로 삭감되면 지금의 빚을 당장 갚아야 하거나 아니면 이자가 오르거나 하는 거죠. ‘노후대책’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문제가 생길 겁니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복지 삭감과 시장주의 정책에 맞선 투쟁의 일부다.
1995년 프랑스의 조스팽 정부를 물러나게 했던 공공부문 파업의 핵심 요구도 복지와 연금 삭감 반대였다. 지난해에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그리스에서도 연금삭감에 맞선 투쟁이 벌어졌고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룰라가 집권한 브라질에서도 연금삭감에 맞선 공무원들의 투쟁이 있었다. 지난 10월 2일에는 “사회적 합의” 모델로 알려진 네덜란드에서 3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연금과 복지 삭감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
파업으로 노동자들이 단결된 힘을 과시한다면 정부를 물러서게 만들 수 있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선 투쟁에 소중한 승리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노조 파업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시기에 벌어진다.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11월 말에서 12월 말 사이에 처리될 예정이고 노무현의 아킬레스건인 이라크 전쟁과 파병 쟁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민주노총의 총파업도 이 시기로 계획돼 있다.
서로 다른 부문에서 벌어지는 투쟁이 공동의 적에 맞서 함께 싸울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그 첫 단추를 공무원 노동자들이 끼우게 될 수도 있다.
고무적이게도, 10월 17일 국제공동반전행동 집회에서 연설한 공무원노조 정치위원장은 반전운동에 지지를 보내며 “파병연장동의안 국회 통과에도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공무원 노동자들의 파업에 지지를 보내고 연대해야 한다.
교육부의 실태 조사 결과, 소문으로만 떠돌던 ‘고교등급제’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고교등급제를 시행해 온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등은 ‘학력 격차’를 인정해야 한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오히려 ‘대학의 자율권’ 운운하며 고교등급제와 함께 본고사 부활과 기여입학제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내신 부풀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교등급제를 시행해야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신 부풀리기’는 특목고나 명문고 등에서 더 많이 벌어졌고, 국영수 등의 주요 과목보다는 예체능 등의 과목에서 더 많이 일어났다.
설혹 ‘내신 부풀리기’가 광범한 일이었다고 해도 현재처럼 수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입시제도와 대학서열이 온존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고교등급제가 적용된 것으로 밝혀진 수시 모집의 도입 취지는, 학생을 단순히 성적이 아니라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뽑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백번 양보해 학력 격차를 인정하고 그에 따라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면, 서울대처럼 내신에서 과목 석차를 이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고교등급제 시행 대학들은 그런 방법 대신 부유층이 많이 사는 강남 출신 학생들을 뽑는 방법을 선택했다.
게다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해 온 대학들은 내신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내신 비중이 높은 수시 모집을 계속 확대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였다. 결국 현재는 정원의 거의 절반 가량을 수시 모집으로 뽑고 있다.
또한 ‘MBC 100분토론’에서 한 교사가 밝혔듯이 학생부의 학부모 직업란에 의사, 대기업 부장 등을 적으면 수시 모집의 합격률이 급격히 올라갔다.
이런 점들은 고교등급제 시행 목적이 단순히 학력 차이를 고려한 선발만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 대학들은 고교등급제를 시행해 실제로는 기여입학제와 같은 효과를 내려고 했던 것이다.
서울대는 고교등급제를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서울대 총장인 정운찬은 “고교에 엄연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대학들이 오죽 변별력이 없었으면 고교등급을 적용했겠느냐. 대학입시 과정에서 고려 요소로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며 고교등급제를 옹호하고 나섰다.
게다가 국정감사에서는 고교등급제, 대학별본고사, 기여입학제 등 교육부의 ‘3불정책’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의원인 김영숙은 “이렇게 당당한 교육자가 있다는 것은 첩첩산중에 등불이 켜 있는 것과 같다”며 정운찬을 추켜세웠다.
사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을 거들고 있다. 교육부는 말로는 “고교등급제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면서도 전교조나 교육단체들이 요구한 특별감사를 “대학의 선발 자율권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며 끝내 거부했고, “재발방지 약속만 하면 눈감아 주겠다”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교육부가 지난 8월 26일 새 대입제도를 발표할 때 이런 상황이 올지 몰랐을 리 없다. 고교등급제는 이미 2000년 이후 여러 대학들이 시도했었고 교육부는 시정명령까지 내린 적이 있다. 또한 면접을 이용해 대학별 본고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이를 교육부만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내신과 면접을 강화하는 새 대입제도를 발표한 것으로 보아, 겉으로는 수능을 등급화하고 내신 비중을 높임으로써 학생 사이의 경쟁을 줄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실제로는 “대학에 어느 정도 숨통을 터주기 위해 … 변형 논술과 고교등급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본심이었을 것이다.
학력만으로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
우익들은 학력 ‘격차’를 강조하면서 대학 입시에서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의원인 이주호는 교육과정평가원의 2001년 학업성취도 평가를 가공해 ‘지역간 학교간 학력 격차 심각’이란 보도자료를 내면서 대학들의 고교등급제 시행을 옹호하기도 했다.
“조사의 목적이 지역별, 고교별 학력차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학업성취도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어서 학교간 학력차 비교 자료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교육과정평가원의 비판에도 막무가내였다.
설혹 학교 사이에 학력 격차가 있더라도 고교등급제를 시행할 근거는 될 수 없다.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도 얼마든지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고교등급제는 이런 상황을 모두 무시해 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익들이 이렇게 학력 격차에 집착하며 ‘변별력’을 강조하는 것은 학생들을 시험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세우겠다는 셈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으니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좀더 높은 점수를 받는 학력이, 학생들 능력의 전부는 아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재능과 잠재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식이라면 교육 개혁은 기대할 수 없다. 고교 교육을 통해 일정한 수준을 달성했느냐 보다도 다른 학생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입시 제도 아래에서는 어느 누구도 공교육에 만족하고 안주하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시간과 돈이 있다면 누구나 사교육에 투자해 문제풀이 능력을 기르려 할 것이고 이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학력 격차를 강조하는 우익들은 결국 고교평준화 해체까지 주장한다. 왜냐면 고교평준화가 학력 격차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주호는 KDI연구원이던 지난해에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라는 논문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고교평준화 공격에 앞장섰던 자다.
또한 서울대 총장인 정운찬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시를 부활시켜 평준화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릴 때 걸러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면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다.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고등학생들보다 더 많은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 만약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입시가 부활한다면 초등학생들의 사교육비는 곧바로 입시를 위한 사교육비로 전환할 것이고 이 때문에 득을 보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자들일 것이다.
학생들을 학력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학력 이상의 학생들 모두에게 대학 진학의 기회를 줄 때만 현재의 교육 폐해들을 극복할 수 있다.
학생들의 특별한 재능, 소질, 경력 등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을 꺼리고, 대학들이 자신들의 서열을 지키기 위해 ‘학력 격차’에 목을 매는 체제가 계속되는 한 어떤 교육개혁안도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을 위한 대학의 ‘자율권’인가
이번 고교등급제 논란에서 보듯이 대학들은 학생선발권을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학생들을 자의적으로 뽑아 왔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무제한적인 자율권을 대학에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에 시장을 도입해, 대학들에게 학생 선발과 학교 운영에 더 많은 자유를 줘야만 우리 나라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입시 제도를 더욱 경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쓰며 밤늦게까지 문제 풀이 경쟁에 매달려야 하는 학생들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중앙일보>는 “한국 대학은 입시 제도부터 평등주의 일색이다. … 변별력이 없는 학생부와 수능으로 비슷비슷한 성적의 학생을 골라야 하는 현행 대입 제도에 경쟁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우익들이 찬양해마지 않는 미국식 제도조차도 우리 나라만큼 경쟁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명문 주립대학의 입학 조건도 상위 12.5퍼센트 안에 들면 된다. 그런데도 이들은 상위 4퍼센트를 1등급으로 하는 수능 시험안조차 경쟁을 없앤다며 게거품을 문다.
현재 우리 나라의 고등학생들은 너무나 과도한 경쟁에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줄이는 방법은 현재의 대학서열을 완화하는 방법을 취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또한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평준화를 주장하면, 우익들은 대학평준화가 대학에서 경쟁을 없애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주장은 근본적으로 황당한 주장이다. 대학평준화가 된다 하더라도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노동 시장의 변동에 좌우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교육체제에서 곧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없을 리 없다.
게다가 현재의 대학서열체제라는 불합리한 체제에서 발생하는 경쟁은 줄여야 한다. 명문대간판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현실에서 좋은 직장을 위해 ‘3류대생’들이 느끼는 경쟁 압력은 없애버려야 한다.
그리고 대학평준화가 대학의 자율권을 뺐는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평준화한 대학들은 자신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을 뽑을 수도 있고 교육 내용 구성에서도 자율권을 발휘할 수 있다.
오히려 평준화가 돼야만 진정한 자율권을 발휘할 수 있는데, 우리 나라처럼 대학들의 서열이 명확한 상태에서 대학들에 자율권을 준다는 것은 결국 대학서열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자율권일 뿐이고, 대학들 사이의 경쟁은 더 높은 점수를 딴 학생들을 얻기 위한 경쟁일 수밖에 없다.
주요 ‘명문대’들이 자율권을 얘기하며 늘 함께 하는 얘기가 기여입학제와 본고사 부활이라는 점은 이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따라서 대학서열화가 대학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우수한 고교생들을 까다로운 변별력으로 골라간 우리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은 정작 초라할 정도다. … 일부 대학들이 학벌주의에 안주하기 때문이다.”
우익들이 말하는 “시장의 도입“은 단순히 경쟁의 강화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말하는 “시장의 도입“은 계급 차별을 더욱 분명히 하는 서열화의 강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열체제 강화를 위해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해 준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다수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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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프랑스의 파업으로 우파 쥐페 정부가 물러났고 그 대신 좌파 조스팽 정부가 들어섰습니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