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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44 호
노무현은 우리의 적이다 / 노무현의 '자주 외교'? - 전지윤
지난 11월 11일은 열우당 창당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열우당 창당 1년을 기념하는 사람은 ‘빼빼로 데이’를 기념하는 사람보다 더 적었다.
왜냐면 “우리당 창당 이후 1년은 실망과 배신감으로 가득 차 국민의 시름만 깊어[진]”(민주노동당) 1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간 노무현과 열우당은 “미국에 목덜미 잡히고 조·중·동과 한나라당에 휘둘려 지금까지 한 일이라곤 이라크에 파병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주력한 것말곤 내세울 게 별로 없[다.]”(홍세화, <한겨레> 11월 17일치)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개혁을 노무현과 열우당에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철저히 배신당했다.
이해찬은 “조선·동아는 까불지 마라”, “한나라당이 나쁜 건 세상이 다 안다”고 큰소리쳤지만 ‘까불고 있는 나쁜 놈들’에게 노무현 정권은 쩔쩔맸다.
이해찬은 “조선·동아는 내 손아귀 안에서 논다”고 했지만 정작 조·중·동의 손아귀에 잡힌 건 노무현 정권이었다.
열우당이 ‘친일법’을 ‘부일법’으로 바꾸며 직위가 아닌 행위 중심으로 조사하겠다고 물러나자 <오마이뉴스> 정운현은 “친일 ‘청산’인가, 친일 ‘면죄’인가” 하고 개탄했다.
종합부동산세는 거듭 후퇴해 “타워팰리스 81평”도 빠져 나가는 ‘종합구멍세’가 됐고 경실련은 “열린우리당은 땅 부자를 대변하는 특권층 옹호 당”이라고 규탄했다.
문화관광부는 “개정된 신문법에 따라도 조·중·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며 ‘친절한’ 유권 해석을 내려 주었다.
검찰은 2억 원이 든 굴비 상자를 받은 한나라당 안상수를 굴비만 받은 걸로 봐주며 불구속 기소해 면죄부를 주었다.
최근 열우당과 한나라당의 “재벌 총수의 소유권 보장을 위한 오십 보 백 보의 진흙탕 싸움”(민주노동당) 끝에 통과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대로 하면 “출자 제한을 받는 재벌은 현재의 18개에서 10개로 줄어들”(참여연대) 참이다.
이미 알맹이가 빠져 껍데기뿐인 4대 ‘무늬’ 개혁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고사하고 “안에서 개판치는 모임”(김정란)이라는 ‘안개모’의 벽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이게 아닌데 싶어 한마디 하고 싶어” 하던 한나라당, 자민련, 자유총연맹과 재벌2세 출신의 열우당 의원들이 모여 “지나치게 이상적인 개혁 입법”(창립선언문)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이부영은 “산이 높으면 돌아가[자]”고 했고, 천정배도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노무현의 복심(腹心)’이라는 문희상도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며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김덕룡은 “4대 국론 분열법 밀어붙이기를 중단할 것을 시사한 … 반가운 소식”에 기뻐했지만 <오마이뉴스> 고태진은 “그 높다는 산, 한번 올라가 보려고 해 보기는 해 봤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11월 12일치).
4대 ‘무늬’ 개혁에서는 이토록 힘없이 동요하는 노무현 정권이 이라크 파병 연장, 비정규 노동법 개악, 공무원노조 탄압, 기업도시법 강행 등 ‘4대 개악’에서는 거침이 없다.
“다음 대통령에게는 너무 어려운 숙제를 넘기지 않겠다”는 심보인지 노무현은 반민중적·친제국주의적·친기업적 악행들을 한꺼번에 밀어붙이려 한다. 더구나 여기서는 ‘안개모’와 개혁적 386과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별 차이도, 이견도 없다.
노무현의 오른팔인 386 이광재는 공무원노조 파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보수언론들에 이메일을 뿌렸고, 유시민은 “누가 공무원 되라고 협박했냐”며 막말을 해댔다.
노동부 장관 김대환은 “전공노는 대화 상대가 아니다” 하고 나섰다. “정부는 탄압하고, 한나라당은 공조하고, 조·중·동은 응원하는”(진중권, <경향신문> 11월 16일치) 상황이 연출됐다.
기업도시법에서는 “주는 김에 홀딱 벗고 준다”(한나라당 최구식)는 우파와 재벌들의 주문에 따라 온갖 친기업적 특혜가 쏟아지고 있다.
해외에 나간 노무현은 이번에도 친기업적 발언을 쏟아냈다.
“오늘까지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 온 것은 우리 기업의 애국심이었다. … 대통령이 성과라고 내놓는 것[은] … 기업들이 핵심적으로 한 것이고 대통령은 그냥 밥 짓는데 뒤에 가서 부채질 한번 해 준 수준[이다.]”
기업주들을 위해 ‘부채’를 넘어 선풍기 수준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해 온 노무현 정부는 최근 ‘부채질’을 위해 시위진압용 살수차 26대 구입 비용 39억 원을 편성했다.
노무현 정권은 이처럼 4대 개혁에서는 우파와 가끔 말로만 싸울 뿐 행동에서는 우파에 타협해 껍데기뿐인 ‘무늬’ 개혁마저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4대 개악’에서는 우파와 손잡고 말과 행동 모두 무자비하게 노동자 민중을 공격하고 있다.
따라서 “열우당은 적과 아를 분명히 구분해 … 비정규직 관련법 개악 움직임을 중단하고 개혁 공조를 복원해야 한다”(<민중의 소리> 11월 2일치 논평)는 미련은 버려야 한다.
정말이지 적과 아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 개혁을 이루고 ‘4대 개악’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에서 우파와 함께 노무현 정권도 우리의 적이다.
‘안개모’의 안영근은 “민노당에 대한 기대는 이만 버리고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야 한다”고 열우당의 우향우를 재촉했다.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유사시 못살겠다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국민이 1천만 명이 될 것”(모 장관이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회동에서 한 말)이라는 지금, 노무현에 대한 미련을 이만 버리고 노무현에 맞서는 전면적 투쟁의 길로 나서야 한다.
노무현의 ‘자주 외교’?
해외로 나간 노무현이 11월 13일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편드는 듯한 말을 하면서 작은 파장이 있었다.
우파들은 노무현이 11월 20일 부시와 만나서 “대들까 봐 걱정”(한나라당 김덕룡)했고, 진보 진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모처럼 빛이 났다”(<민중의 소리>)고 환영했다.
<오마이뉴스> 등은 노무현이 그 동안의 ‘한미공조 올인’ 외교에서 벗어나 ‘자주외교’로 나아가는 신호라며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막상 부시를 만난 노무현은 ‘대들기’는커녕 부시의 재선을 거듭 축하하고 이라크 파병 연장을 약속하며 알아서 기었다.
노무현은 이번 해외순방에서 기업을 찬양하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신자유주의를 위한 한-일, 한-싱가포르, 한-캐나다 등 ‘FTA 드라이브’를 펼쳤다.
“전쟁의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는 노무현의 발언도 이런 발언을 한 게 놀라운 게 아니라 “할 말은 하겠다”더니 그 동안 이런 발언도 안 한 게 놀라운 일이다.
노무현의 말이 없더라도 케네스 퀴노네스(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가 지적했듯이 “이라크 사태를 걱정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져 있기 때문에 부시는 노무현에게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번에 노무현은 “자기 국방은 자기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어서 국방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위해 앞으로 4년 간 99조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를 삭감하며 군비를 늘리고, 이라크 파병 연장도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아예 “해외 파병 상설부대의 편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게 노무현식 ‘자주외교’, ‘자주국방’이다.
다함께 44 호
입시 경쟁이 낳은 ‘수능 부정’ - 강동훈
11월 17일 치러진 수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1백40여 명이 함께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 전부터 수능시험에서 부정행위에 대한 소문은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실제로 이번 수능시험 전에 이미 교육청 게시판 등에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가 올라오기도 했다.
게다가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만이 아니라 신분증을 위조한 대리시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경찰은 수능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수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도 부랴부랴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감독관 추가 배치, 전자 검색대 및 전파 차단기 설치, 문제지 유형 확대, 몸수색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정부의 이 같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처에 분노했다.
한 학생은 “시험을 보는 도중 계속 휴대전화 진동 소리가 들렸지만 감독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수능시험의 ‘공정성’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수능 “재시험”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수능시험이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수시 모집이나 대학별 면접 등에 비해 ‘공정한’ 제도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시험 부정은 시험제도 자체의 불신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정부에 엄정한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수능시험과 입시 경쟁 자체가 ‘공정한’ 경쟁은 아니다. 부자집 아이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충분한 과외를 받아 수능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게다가 고교등급제 논란에서 봤듯이, 이들은 면접 등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도 많다.
자본주의 시험제도의 목적은 생산을 조직하고 운영할 소수와 위에서 결정된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수행할 다수를 분리하는 것이다.
시험 결과에 따른 이해관계가 크면 클수록 입시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바람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정행위에 대한 기술적 방지 대책을 강화하거나 엄한 처벌을 하는 것으로 부정행위를 온전히 없앨 수 없다. 부정행위는 자본주의 시험제도의 붙박이다.
특히 한국의 수능시험은 대학에서 공부할 자격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시험의 결과로 인생 전체가 결정되는 시험인 만큼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도 클 수밖에 없다.
한 학생의 말처럼 “수능날 하루가 인생의 반 이상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누구나 ‘대박’을 바란다.”
지배계급은 시험제도를 통해 경쟁에서 이기면 자신들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주입시킨다.
그러나 오직 소수의 학생만이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다수 학생들은 시험 경쟁에서 들러리를 설뿐이며, 그 때문에 좁은 학교와 독서실에 갇혀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공부를 하며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인류 사회에서 시험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 어떤 일을 하고, 누구와 일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었던 사회에서 시험은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의 시험제도는 ‘인간 본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제도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필요에 맞춰 만들어진 제도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연대와 상호 부조와 평등과 집단적 협력과 자원 활용의 민주적 계획에 기초를 둔 사회를 건설한다면 더는 시험제도가 필요 없을 것이다. 당연히 학생들이 절박한 마음에서 부정행위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함께 44 호
공무원노조 파업평가 와 전망 / 실패한 파업? - 김인식
노무현 정부는 공무원노조에 전쟁을 선포했다. 우리 사회의 지배자들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지배 계급의] 국민이 아닌 민주노총의 명령에 따르”는 것에 이를 갈았다.(<동아일보> 11월 16일치.)
열린우리당의 소위 ‘개혁파’ 의원들도 예외 없이 공무원 노동자 파업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 결과 공무원노조 파업을 둘러싸고 공식 정치 구조 안에서 첨예한 양극화가 일어났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한 목소리로 “파업 철회와 단호한 대처”를 요구한 반면, 민주노동당은 파업을 적극 지지했다.
민주노동당은 공무원노조 파업 전 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를 통해 열린우리당이 쥐고 있던 정치 양극화의 왼쪽 극을 되찾을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순전히 무력에 의지해 공무원노조 파업을 파괴했다.
“경찰 병력이 전 관공서를 점령하다시피 들이닥친 것은 군사독재 정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김영길 전공노 위원장)
이것은 정부와 여당이 심화되는 경제 위기와 강화되는 우익의 공세에 직면해 우파와의 타협을 선택했음을 극명하게 보여 줬다.
“정부·여당이 초강경 대응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부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는 자본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www.labortoday.co.kr, 11월 12일치.)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의 핵심 지배 전략이 결정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노무현은 자신이 동의를 좀더 중시하는 지배 전략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했다. 즉, 노조 지도자들과 타협하고, 그러면 노조 지도자들은 현장 조합원들에게 협상 타결안을 내놓는 방식 말이다.
정부가 한때 내놓았던 ‘네덜란드식[또는 스페인식] 노사 모델’은 그런 시도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표류했다.
경제 위기의 심화는 노무현 정부가 양보할 수 있는 여지를 심각하게 제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잇달아 예정돼 있는 산업 전투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투쟁 경험이 부족한 공무원노조가 그 표적이 됐다.
노무현은 ‘노동조합 전체를 한꺼번에 다루지 말고, 그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내’는 새처 식의 노동 지배 정책을 따랐다.
노무현 정부는 과거 억압적인 정부들이 주로 사용한 방식, 즉 법과 경찰에 기대 공무원노조 파업을 파괴했다.
그러나 이것은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에게] 부메랑이 되는 행동”(홍세화)이었다.
왜냐하면 공무원노조 파업 파괴가 “위기의 노·정 관계에 자극제로 작용하면서 올들어 노·정 관계가 최대 위기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경향신문> 11월 16일치.)
그 어느 때보다 노동조합과 노무현 정부 사이에 커다란 금이 갔다.
이 파장은 노동조합에만 한정되지 않을 듯하다.
노무현 정부는 공무원노조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서울 지역 대학들에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출입자들을 검문·검색했다.
1980년대 세대에게나 익숙했던 일들이 역대 정부 중 가장 ‘개혁적’이라던 ‘참여정부’ 하에서도 재현된 것이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이 낯선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노무현 정권은 공무원노조 3권 보장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15년 전 노태우 군사정권과 이름만 다를 뿐 성도 같고 성격도 같다.”고 비판했다.
실패한 파업?
정부와 언론들은 노조원들의 참가가 저조해 파업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파업에 헌신적으로 연대했던 일부 활동가들도 이런 시각을 공유하는 듯하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파업의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행정자치부는 파업 참가자 수가 3천2백 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파업 참가자 집계는 실제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 측은 ‘파업 참가자 = 징계 대상자’임을 고려해 신중한 파악”을 했기 때문이다.(<연합뉴스> 11월 15일치.)
더욱이 정부가 파업은 물론 집단 행동 일체를 불법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용기 있게 ‘불법’ 파업에 참가했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11월 13일과 14일에 서울에 집결한 공무원 노조원 수는 8천여 명이었다.
공무원노조는 공식적으로 4만 4천 명이 파업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아마도 파업 참가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저항을 포함한 수치일 것이다.
실제로, 상경 파업에 참가하지 못한 노조원들은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파업에 동조했다 ― 지각, 휴가, 집단 자연 보호 활동, 체육 대회, 중식 집회 등.
많은 노동자들은 ‘마음만은 파업’이라는 심정이었다. 1백억 원이 넘는 파업 기금 모금도 파업 지지가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현장 조합원들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노조가 3일 동안 파업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정부 탄압 때문에 ― 특히, 11월 4일 정부의 강경한 담화문 발표 이후 ― 상당수 조합원들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또, 정부가 협상 자체를(심지어 대화마저도) 거부해 파업을 며칠 남겨 놓고 노조 지도부도 잠시 동요했다.
그러나 정부는 파업 찬반 투표 봉쇄라는 ‘예비검속’까지 했지만 파업 돌입을 막지는 못했다.
파업 돌입 그 자체를 “승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공무원노조가 최초의 파업을 감행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했다.
그렇지 않고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정부 탄압에 굴복해 파업을 지레 포기했다면, 그 결과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정부는 탄압의 여세를 몰아 징계 등을 통한 노조 무력화와 다른 산업 부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싶어했지만, 상황은 정부의 계획대로 되고 있지 않다.
한편, 울산 동구청과 북구청의 파업 참가율은 각각 73퍼센트와 53퍼센트였다.
두 곳은 민주노동당 구청장들이 파업을 지지해 징계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곳이다.
이것은 정부가 순전히 탄압에 의지해 파업을 파괴했음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노동자 대회 전에 파업에 돌입했더라면 탄압의 효과를 크게 상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2∼3일만 저항하면 파업을 앞둔 수만 명의 노동자들로부터 방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터이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면 더 많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가할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노동자 대회를 앞두고 공무원노조 파업을 파괴하는 것에 심각한 정치적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공무원노조 파업의 성사 여부는 파업 규모와 연대에 달려 있었다.
즉,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동자 대회에 얼마나 참가할지, 무엇보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연대를 보낼지가 관건이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동자 대회에서 공무원노조 파업에 연대를 호소하고 수천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공무원 파업 참가자들을 엄호한 것은 노동자 연대의 전통이 살아 있음을 보여 줬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의 11월 26일 총파업 선언은 아쉬움을 남겼다.
15일에 파업에 들어가는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26일은 결코 가까운 일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또 정부의 모진 탄압 때문에 전체 노조원의 1퍼센트도 채 안 되는 1천 명 남짓이 상경 파업을 한 상황에서, 이제 막 등장한 신생 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사흘을 버틴 것은 놀라운 저항력이었다(이런 이유 때문에 산개냐 집중이냐는 이 파업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는 1989년 전교조 탄압의 전례를 따르고 싶어하는 듯하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전교조가 10년에 걸쳐 이른 그 지점에서 정부와 싸우고 있다.
이미 14만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사실상의 노동조합이고, 그 때문에 상당수 지자체들이 공무원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정부의 파업 노동자 징계라는 2라운드 전투도 만만치 않은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다함께 44 호
미국은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 김용욱
팔루자 공세가 한창이던 11월 13일 미국 NBC방송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방송됐다. 미군 해병대원은 부상당해 쓰러져 있는 이라크인에게 총을 겨눈 채 “이 새끼 죽은 척하고 있어”하고 말했다. 곧이어 화면은 보이지 않고 총소리와 함께 “이제 죽었어”라는 말이 들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국제적십자사는 팔루자에서 탈출한 난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해서 이번 공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이 적어도 8백 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대학살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 알라위 정부는 작전 시작 두 달 전부터 팔루자 지역에 새로운 의약품 반입을 막았다.
전투 시작 직전 해병대 장교들은 “15∼50세 남성은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더라도 무조건 사살하라. … 적은 여성으로 가장할 수도 있다. 움직이는 것은 모두 쏴라.” 하고 명령했다.
미군은 11월 8일 공격을 시작하면서 먼저 팔루자 종합병원을 점령했다. 이 병원의 의사 무하라니는 출산을 돕던 중 미군에 체포당했다. 그녀는 미군 저격수가 의사 17명을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미군은 국제적십자사와 모스크들이 모은 구호품의 반입조차 가로막았다. 이것은 국제법 위반이었다. 식량과 물이 끊긴 상태에서 팔루자 사람들은 마당의 나무 뿌리를 캐먹었다.
미군의 공격으로 부상을 당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목숨을 걸고 집안으로 데려와도 의사도 의약품도 없기 때문에 결국 죽어 갈 수밖에 없었다. 미군 탱크들은 길거리에 방치된 시체를 밟고 지나갔고, 개와 고양이 들은 시체에서 쏟아져 나온 내장을 먹고 살았다.
역겹게도 꼭두각시 정부의 총리 알라위는 죽은 사람 가운데 민간인은 한 명도 없다고 잡아뗐고, 해병대는 통역을 시켜 파괴된 집마다 “우리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하고 쓰게 했다.
이번 팔루자 공격에서 미군이 부분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은 것은 이른바 ‘럼스펠드 독트린’을 무시하고 1만 2천 명 이상의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재래식’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저항세력의 영향력이 강력한 다른 18개 지역에서 똑같은 성공을 반복할 병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대규모의 해병대 병력이 팔루자에 묶여 있는 한 저항세력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기 더욱 쉬워질 것이다.
실제로 미군은 팔루자보다 인구가 3배 이상 많고, 지리적으로도 훨씬 넓은 모술에 겨우 2천5백 명의 병력만 보낼 수 있었다.
따라서 조지 W 부시는 의기양양하게 해병대의 노고를 치하했지만, 원래 이라크 침략을 찬성한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그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죽거나 사로잡은 저항세력의 수로 성공을 가늠할 수는 없다 … 미국이 이미 베트남전쟁에서 배운 것처럼 그러한 성공은 신기루일 뿐이다” 하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만약 게릴라들의 근거지를 점령하는 것으로 점령군이 승리할 수 있다면 미국은 애당초 베트남에서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고, 프랑스는 알제리 전투에서 승리했을 것이다. 또,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집단 처벌’로 그들[아프가니스탄인들]을 쉽게 굴복시킬 수 있었다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1백만 명을 살해하고도 철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들의 예상대로 전투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모술뿐 아니라 바그다드 남부 6개 지역이 2003년 4월 함락 이후 최초로 미군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힐라에서는 저항세력과 폴란드 군대 사이에 처음으로 전투가 진행중이고, 남부 습지의 베두인족들은 영국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11월 13일에는 계엄령을 어기고 바그다드에서 5천 명 이상이 반알라위 시위를 벌였다.
며칠 뒤 47개 정당과 단체들은 내년 1월 선거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팔루자 공격이 부시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조지 W 부시는 모르겠지만, 미군이 지금 맞서 싸우고 있는 이라크인들은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군대가 대적한 제3세계 민중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라크인들은 1958년에 제국주의 세력을 자기 힘으로 쫓아낸 기억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산업화와 전쟁을 통해 각종 기술과 무기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이라크 저항세력이 군사적으로 미국을 패배시키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미국은 이 점 하나만 믿고 앞으로도 계속 군사력에 의존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미군이 온갖 야만적 방법으로 군사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생각한 순간, 이라크 게릴라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저항에 끌어들이면서 점령군에게 정치적 패배를 안겨 왔다.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은 애초부터 매우 정치적인 전쟁이었다. 이 전쟁의 성패는 미국이 거짓말과 협박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지배자와 피지배자에게서 얼마만큼 양보를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미군이 이라크에서 야만적 학살과 정치적 패배를 반복할수록 정치적 동의를 얻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 팔루자에서 일어난 대학살을 보고 자기 나라 지배자들이 이라크 침략에 계속 동참하는 것을 반길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2주 동안 미국, 영국, 필리핀, 한국 등에서 팔루자 공격 반대 시위가 있었다. 팔레스타인에서도 수천 명이 나섰고, 그리스에서도 1만 2천 명이 반전 시위에 참여했다. 칠레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하는 부시에 반대해서 5만 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라크 저항 운동과 국제적 반전 운동은 함께 가야 한다. 제국주의 점령은 이라크의 저항과 우리의 반전 운동이 결합될 때 끝장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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