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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자에게 구상권을 청구말고 파병한국군을 당장 철수시켜라

 

 

2007년 9월5일 김승현

 

19인의 아프가니스탄 피랍인이 무사히 귀환하였다. 그들이 받은 고통과 불안을 위로해줄 수 있는 말은 없지만, "무사귀환"이 그 가족과 지인들과 본인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나 또한 그들의 무사귀환을 그 어느누구보다 바래왔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무사귀환을 두고 정부가 해대는 '말과 행동'을 듣고 보자니 역겹기 그지없다.

 

2001년 9월 11일, 수 없이 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비행기납치테러는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폭력에 대한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테러적 행동에 의해 무고한 시민이 죽음을 맞아야 하는 것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에 대한 보복이라며 아프간을 쳐들어간 '테러와의 전쟁'에 의한 죽음도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나 비행기납치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절망과 분노에 뿌리 내린 행동의 배경에는 서구 열강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한 또 다른 수 없는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고대중앙아시아의 문명을 고스란히 갖고 있었으며, 유럽의 길목에 위치한 한 작은 나라가, 적어도 소련의 침공이 있은 1970년대 후반 부터 오늘까지 겪어야 했던 제국주의 열강의 이해에 의한 죽음과 억압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수천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거나 난민이 되었다. 끊이지 않는 전쟁들로 인해 아프간의 대중들은 소련도 아니고 미국도 아닌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정부의 수립과 안정된 삶이라는 정말이지 당연하고도 평범한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런 희망을 짓밟힌 오늘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겠는가? 세계대전이 끝난 후 부터 줄곧 지역에 세력을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지방의 토호와 지주들과 제국주의 세력을 지원을 받은 지배자들의 군대와 무엇보다 서구 열강제국주의자들에게 있지, 결코 힘이 없어 죽음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거나, 절망적인 저항의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분노에 찬 아프가니스탄의 대중에게 있지 않다.

 

9.11 이후 그 주범이라고 지목한 사우디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간에 있기 때문에, 아프간을 지금과 같이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테러와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이 전쟁의 동맹이 되었다. 2001년 10월 침공이후, 2007년 오늘. 6년도 넘는 시간 동안 폐허가 되버린 삶의 터전에서 살아 남은 아프간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연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의 항목들을 나열한다면 무엇이 있겠는가? 한가지는 분명하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동맹은 결코 그 연대의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수 년동안 이 동맹의 일부가 되어 아프간의 사람들에게 연대를 보여주기는 커녕, 미군의 막사와 활주로를 지어주거나, 미군의 보호아래 부대 안에 있으며 테러리스트가 아님이 분명하여 미군부대의 출입이 허락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의료를 제공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른바 한미동맹관계의 외교적 필요에 의해서였던 것이다. 진정으로 아프간의 사람들의 삶의 고통과 아픔에 연대하고자 하는 입장에 선다면 한국정부는 미군의 침공에 반대하여야 옳았다.

 

그 외교적 필요에 낳은 결과가 오늘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장면들이다. 윤장호 하자가 바로 그 부대 앞에서 테러에 의해 목숨을 잃었으며, 그리고 얼마 안 지나 23명이 피랍되었다. 그 중 2명이 목숨을 또 잃었다. 23인의 피랍과 그 중 2명의 죽음도 윤장호 하사의 죽음도! 그 누구의 죽음도 아프간에서 한국정부가 미국과 나토군의 동맹의 일부로 있는 한 예측가능한 것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김선일 씨의 죽음을 우리는 분노와 안타까움 속에 지켜보고 난 뒤라면 말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19인의 피랍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여 비행기 삯 등을 돌려받을 거라고 한다. 파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국정원의 원장은 피랍자들과 그리고 이번 구출작전(?)에 참여한 요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대기 까지 했다. 이것은 이 나라 정부가 아직도 오늘의 이 사태의 본질적인 책임이 파병정책과 제국주의 점령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죽을 뻔한 사람들을 구출해 살아 돌아오게 했다는 공치사에 여념이 없는 저급한 수준의 상황인식을 보여준 일이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라크와 레바논에도 군대를 보내놓은 실정이다. 여전히 한국은 중동에서 제국주의 침략과 점령 세력의 동맹국이다. 김 선일씨의 죽음과 윤 장호 씨의 죽음과 피랍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지금의 파병정책이 지속되는 한, 제국주의 침략과 점령이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일은 또 벌어질 수 있다.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 정말이지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찾고자 한다면, 즉각적인 파병 한국군의 철수만이 그 답이다. 구상권을 청구하여, 이 파병정책의 책임을 회피하고, 선교와 교회나 개인의 잘못으로 그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는 일은 부질없는 일이다.

 

정부는 구상권 청구하지 말고, 레바논과 이라크에서도 한국군을 당장 철수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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