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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변했을까 - 손곡(蓀谷) 이달 [李達] 시집을 읽고

  • 등록일
    2005/03/06 05:56
  • 수정일
    2005/03/06 05:56

손곡(蓀谷) 이달 [李達] 시집을 샀다.

그리고 읽었다.

좋았다.

 

아니......?.....실은 좀 어려웠지만 좋았다.

 

한시를 읽는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워낙 한자에 강점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누군가의 번역본으로 그 시인의 정취를 느껴야만 하고

특히 손곡(蓀谷) 이달 [李達]처럼 슬프고 감성적인 애달픈 시들을 주로 쓴 사람의 시는

한자를 보고 나 스스로  번역해 읽지 않는 한은

전적으로 번역한 사람의 감흥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아 ! 물론 영시나 뭐 이런 것들도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영어로 된 시의 번역본에 비해

한시의 번역본이 그 시적 감흥에서 훨씬 그 격이 떨어지는 듯 하다.

아마도 한학자들의 시적 감흥이 여전히

시인으로서의 감흥보다는 학자로서의 감흥이 강해서가 아닐런지......!!

 

뭐 여하튼

그런 저런 사정들을 감안하고 나서도 이 시집은 좋았다.

 

 습수요 []

 

田間拾穗村童語(전간습수촌동어)

盡日東西不滿筐(진일동서불만광)

今歲刈禾人亦巧(금세예화인역교)

盡收遺穗上官倉(진수유수상관창)

 

밭고랑에서 이삭 줍는 시골 아이의 말이

하루종일 동서로 다녀도 바구니가 안 찬다네

올해에는 벼 베는 사람들도 교묘해져서

이삭 하나 남기지 않고 관가 창고에 바쳤다네

 

좋지 않나 ?....헤헤헤

 

실은 이 시를 읽으면서 거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쩌면 이리 적절한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지면

어쩌면 사람의 인정 또한 줄어 들듯이

그나마 추수가 끝난 논에서

이삭주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세상이 힘들어지면 그 논의 일꾼들은 더더욱 깨끗이 추수하여

이삭한톨 남기지 않는 다는 것....

그 남김없는 이삭 한 톨은 가난한 사람의 수중에서 빼앗아

가진 사람들 혹은 그런 권력들에게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어차피 그런 일들은 누구보다도 사정을 잘아는 일꾼들에 자행된다는 것.

 

..................!!........

 

최근 비정규직일들

그리고 민주노총 일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그 수없이 외쳐대는 민주노조, 노동해방...뭐 이런 구호들이

과연 그들 실제의 삶속에서 얼마나 구현될까 하는 생각들.........

 

최근들어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오히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적어도 이삭 한톨 흘려주는 사람의 인정마저 없어진

그야말로 황폐해진 세상을 볼수가 있다.

 

뭐 나도 이달처럼 시대에 화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들을 살고 있지만 말이다.

 

다만 이달은

이런 세상을 떠돌며 시를 썼지만

난 이런 세상 신나게 욕이나 하면 술을 마신다는 것

 

아마도 이달에 비하여 한참이나 격이 떨어지는

그야말로

세상의 부유물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손곡 이달만큼의 시나 시대적 아품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이런 것들에 대한

초월적 감성들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세상에 빌어먹고

세상에 널린 술을 좋아해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것은  닮아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헤헤헤

 

혼자 술이라도 한잔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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