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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13호] 詩 : 30년, 백종원 김밥, 저녁이 있는 삶

30년

 
30년 전에 야간고 실습생 영국이는 나사를 깎았다.
아침까지 일을 해야 되는 건 영국이뿐이었다.
영국이는 태핑기에 장갑이 끼였다.
손가락이 잘린 채 그대로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
 
30년 후에 특성화고 민호는 기계에 끼여 죽었다.
민호와 영국이는 혼자 작업을 했다.
30년이 가고 다시 30년이 와도 영국이는 엎드려 있다.
30년 후에 민호가 죽어서 엄마의 통곡 앞에 누워 있다.
 
 
 


백종원 김밥
 
 
편의점 김밥을 고르는데 백종원김밥이 눈에 띄었다.
조리 모자에 위생복을 입고 내 김밥 드시라고 엄지척한다.
 
음식장사로 성공한 백종원은 유명 요리사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골목 식당 주인들에게 호통을 친다.
이래 가지고 장사가 되겠어?
나는 그 말이 이래 가지고 나처럼 성공하겠어,라는 말로 들렸다.
 
새벽, 치킨집 오토바이 한 대가 교차로에 들어섰다,
직진 신호가 바뀌면서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왔다.
오토바이를 탄 청년이 날아올랐다.
통닭이 죽고 오토바이가 죽었다.
 
누구도 백종원이 될 수 없다.
 

 


저녁이 있는 삶


얼마 전에 과로로 사망한 서른두 살의 택배 노동자는 하루에 14시간을 일하면서 1만 건의 배달 물품을 처리했다고 한다. 일요일만 쉰다 치고, 25일이면 1일 400건이다. 1시간에 28.5건이다. 그러니까 2분에 1개씩은 배달해야 되는 중노동이었다. 두 아이의 가장인 그는 그렇게 일하다 쓰러졌다. 다시는 일어나 눈을 뜨지 못했다.

 

詩 | 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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