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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13호] 詩 : 나의 노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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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동으로

 

 

1899런던에선 자동차 두 대가 등장했다고 한다.

그 자동차는 쌍두마차만큼이나 훌륭하게 영국 여왕의 편지를 배달했다.

그로부터 120년이 지났다.

 

나의 노동으로 나무가 베어지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땅이 파헤쳐지고 있다.

아름다운 나무의 꽃과 순결한 땅의 벌레들이

나의 노동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숲이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나의 노동으로 강물은 막혀 댐이 완공되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고

나의 노동으로 수천만 대의 냉장고가 넘쳐난다.

나의 노동으로 총탄과 포탄이 만들어지고

나의 노동으로 탱크와 전폭기가 사람들을 살육하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나무와 석탄과 석유를

마지막 한 그루까지 마지막 한 삽까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없애고 있다.

나의 노동은 고향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

노동과 생산은 너무 위험해졌다는 말이다.

노동의 권리는 발전의 가치와 다르다는 말이다.

나는 노동력을 판매하면서 노동을 소진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윤에 지배당한 생산은 파괴적 종말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쌍두마차가 지나가고 자동차가 지나가고

영국 여왕이 보낸 편지는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다시 120년 후에 나의 노동은 무엇으로 남아 찬란한 고통이 될까.

 

詩 | 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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