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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쇠퇴이론 : 회고와 전망Ⅰ
1. 들어가며
「코뮤니스트」 12호(2020년 11월) “코뮤니스트 좌파진영 최근 내부 논쟁(3)”의 머리글에서 나는 논쟁(1)과 (2)를 정리하면서 ‘역사의 경로’에 대한 논쟁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1]
첫째, ICC(국제코뮤니스트흐름)는 ‘역사의 경로’ 개념이 ‘해체’ 시기에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하는 반면, ICT(국제코뮤니스트경향), IGCL(코뮤니스트 좌파 국제그룹), NC(신경로), GCCF(걸프만 코뮤니스트 분파) 등은 ‘혁명인가 전쟁인가’의 의제가 여전히 유효하며, ICC는 계급투쟁을 폐기했다고 비판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맑스주의에 대한 이해, 유물론과 관념론의 대립,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이해 등의 근본적 논쟁을 내포하기 때문에 더욱 깊이 있는 문제 제기와 논쟁이 요구되는 과제로 남겨두기로 하자.
둘째, (자본주의의) 해체 시기를 양대 제국주의 블록의 소멸(소련 해체로 인한)로 보고 계급의 힘의 균형이 더는 의제가 아니라는 ICC는 소련을 포함한 이른바 ‘사회주의’를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했기 때문에 이미 세계 자본주의 틀 안에 ‘국가자본주의’의 몰락을 자본주의 해체라는 새로운 의미로 규정하기에는 스스로 모순을 안고 있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계급투쟁은 필연적인 역사발전의 동력이기 때문에 ‘해체’ 문제를 자본주의를 넘어선 ‘인류의 파괴’로 본다면 우주적 차원의 더 넓고 깊은 인식의 영역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셋째, 코뮤니스트 좌파진영 논쟁이 맑스주의 원칙, 정치 노선, 강령 등의 본질적 개념과 과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기회주의’, ‘기생주의’라는 조직 문제로 한정되고 서로를 비난하는 방식으로는 세계혁명과 그것을 프롤레타리아트와 함께 이루어 낼 세계혁명당 건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사의 경로’ 논쟁이 깨닫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 : 새로운 토론, 논쟁 그리고 연대-단결을 전망하며”에서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다.[2]
(첫째, 둘째, 셋째는 생략)
넷째, 그러나 논쟁이 시작된 ‘혁명인가 전쟁인가’의 중심의제는 ICC가 전쟁을 ‘세계적 혼돈’으로 대체하면서 이윤을 강조한 ICT 등의 입장과 혼돈, 야만 등의 질적인 차원이라는 인류문명 차원의 ICC 대립 구도는 앞으로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다섯째, 팬데믹 위기가 자본주의 위기, 제국주의 전쟁의 가능성, 프롤레타리아트 투쟁의 전망, 맑스주의와 코뮤니즘 원칙에 굳건히 서 있는 젊은 코뮤니스트들의 성장과 발전, 계급 정체성을 회복하는 혁명적 노동계급의 복원은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그 과정을 통해 프롤레타리아트와 코뮤니스트들의 연대, 단결, 통일을 위한 자기반성, 상호비판이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2021년, 「A Free Retriever’s Digest」 5호부터) 자본주의의 쇠퇴에 대한 또 다른 논쟁이 시작되면서 위에 언급한 ‘역사의 경로’ 논쟁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계기를 만나게 되었다. ICC의 「자본주의의 쇠퇴」를 번역하고(2009년) <혁명적 맑스주의자 국제대회(2006년)>에서 「자본주의의 쇠퇴」를 둘러싼 코뮤니스트 좌파 내의 논쟁을 정리한 글을 발표한 나로서는 「자본주의의 쇠퇴이론」의 역사를 회고하면서 코뮤니스트 좌파의 미래를 전망하는 글을 준비해야만 했다.
2. 자본주의 쇠퇴 이론에 대한 회고
2-1. 2006년 <혁명적 맑스주의자 국제대회>
「좌익 공산주의 : 혁명적 맑스주의 역사와 논쟁」(빛나는 전망, 2008년 9월)의 편집자인 나는 편집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3]
“2006년 10월 23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혁명적 맑스주의자 국제대회’가 열렸다. 그 대회에 참가한 조직은 [국제코뮤니스트흐름](International Communist Current)과 [국제주의자전망](Internationalist Perspective), (초청받은 [혁명당국제서기국](International Bureau for Revolutionary Party)은 참여하지 않았다)이며, 한국에서는 주체자로서 [사회주의정치연합], [노동해방당건설투쟁단], [노동해방연대], [울산노동자배움터]가 대회 발제자로 참여하였다. 나는 주최 측을 대표하여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세계 여러 곳에서 정기적으로 맑스주의자 대회(모임)가 열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강단의 추상적 논리나 자본주의의 좌파에 속한 정치적 세력들의 연대를 위한 행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 쇠퇴 시대의 객관적이고 주체적 조건이 야만과 전쟁을 넘어서서 진정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더욱더 깊이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계급은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혁명적 정치 세력은 전망을 분명하게 열어젖히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 혁명운동이 국제주의 원칙을 저버리면서 참담한 패배를 경험했던 역사를 뿌리로부터 반성하면서 우리는 하나의 현장,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을 넘어서는 세계 프롤레타리아의 단결을 이루어내야만 한다.
이번 혁명적 맑스주의자 국제대회는 한국의 혁명적 맑스주의자들과 세계의 좌익공산주의자들과의 소중한 만남과 토론의 마당이며 혁명적 맑스주의 진영 내의 입장과 노선 차이를 드러내고 소통하는 첫 번째 경험이 될 것이다.
대회의 주제를 이론, 실천, 전망으로 구분하고 이를 꿰뚫는 인식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 것이 이번 대회의 주요 목표이다. 우리는 이번 국제대회를 시작으로 세계의 혁명적 맑스주의 세력이 연대하고 단결하여 세계혁명을 향한 힘을 축적하고 세계의 프롤레타리아트와 함께 그 역사적 과업을 완수하기를 바란다.”
이 대회에서 내가 발표한 글은 「자본주의의 쇠퇴에 관한 논쟁에 대하여」이다.[4] 코뮤니스트 좌파 내부에서의 자본주의 쇠퇴에 관한 논쟁은 주로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논쟁은 주로 ICC와 IBRP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IP는 자신의 입장을 ICC/IBRP와 구별하면서 제출하고 있다. 이번 호는 이들 세 흐름의 최근 글들을 기초로 하고 있다.[5] 자본주의 쇠퇴이론은 맑스 역사적 유물론의 중심 이론으로 앞으로 프롤레타리아 혁명 전략의 기초가 되며 코뮤니즘의 전망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다. 이번 호는 논쟁의 지점을 정리하고 각 세력의 입장을 대비하여 그 차이를 드러내려고 하였고, 주로 직접 인용문을 대상으로 하였다.
논쟁의 쟁점들은 1) 쇠퇴 이론(개념)을 포기했는가의 문제, 2) 쇠퇴 기원에 대한 논쟁, 3) 경제 결정론인가의 문제, 4) 쇠퇴의 양적 기준과 질적 기준 문제, 5) 전통적 맑스주의 문제이며 더 공개적 논쟁을 위하여 잠정 결론을 짓고 있다.[6]
첫째, 자본주의 쇠퇴이론과 개념은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코뮤니스트 사회 건설의 핵심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둘째, 자본주의 위기에 대해 경제 이론의 양적 기준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따라서 유물론에 철저하게 기초하면서 총체성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셋째, 경제 메커니즘과 계급투쟁의 변증법적 통합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넷째, 부르주아지의 저항 능력이나 기술발전의 힘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는 부적절하다.
다섯째, 쇠퇴와 자본의 실질적 지배와의 관계가 철저하게 분석되어야 한다.
여섯째, 주체로서 노동계급에 대한 인류학적, 문화적 연구가 쇠퇴와 관련되어 폭넓게 연구되어야 한다.
일곱째, 자본축적에서 포드주의, 포스트포드주의의 이분법을 넘어 쇠퇴 시대의 울트라 포드주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여덟째, 맑스주의 핵심과 그의 이론적 간극과 빈틈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2-2. 「자본주의의 쇠퇴」 (ICC 지음, 오세철 번역, 빛나는 전망, 2009년)의 출간
코뮤니스트 좌파 정치조직 가운데 자본주의의 쇠퇴이론을 앞장서서 주창하고 책으로 출간한 조직은 ICC(국제코뮤니스트흐름)이다. 2006년 <혁명적 맑스주의자 국제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고 그 대회의 중심이론이 자본주의 쇠퇴이론이었음을 앞서 밝힌 바 있다.
나는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기면서 다음과 같이 옮긴 이의 글을 썼다.[7]
“생산관계의 근본적 모순의 심화가 생산력 발전의 족쇄가 되어 결국 그 족쇄를 깨뜨리는 생산양식의 단절이 필연적이라는 맑스의 역사유물론은 인류 역사의 발전에 대한 탁월한 과학적 사상이론이다. 봉건제 이후의 자본주의가 상승기를 경험하다가 1차 세계대전 이후 쇠퇴기에 접어들어 그 자생적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체계적 몰락의 길로 나가고 있음은 지금 세계자본주의가 겪고 있는 공황과 자구적 처방의 속절없음을 보아도 자명하다.
1919년 코민테른 창립대회에서 자본주의 선택의 길을 ‘전쟁이냐 혁명이냐’고 단언한 이래 자본주의의 쇠퇴에 대한 이론적 입장은 혁명적 맑스주의 진영의 중심적 화두였고 논증의 대상이었다. (...)
이 소책자는 1970년대에 발간되었으나 최근에 ICC가 수정 보완한 수정판이다. (...)
자본주의의 위기를 잉여가치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이윤율저하 경향법칙과 잉여가치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는 자본주의 시장 포화론 사이에서 ICC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입장인 후자에 기반하고 있고 이는 현재 세계자본주의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 쇠퇴이론의 몇 가지 핵심을 말하고 있다.
“임노동 관계의 본질로 인해서 자본주의는 그것이 추출한 모든 잉여가치를 그 자신의 사회적 경계 내에서 실현할 수 없다는 맑스의 주장에 기초하여, 룩셈부르크는 자본주의 역사적 하강은 자본주의적 총생산에 따라 창출된 잉여가치의 양에 비해 자본주의 외부의 시장들이 모두 소진되는 그 시점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룩셈부르크에게 자본주의는 “자체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그래서 매개나 토양으로 다른 경제체제가 필요한 최초의 경제 양식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세계적 보편 체제가 되려는 경향이 있지만, 그러한 체제가 될 수 없어서 파괴되고 마는 것이었다.”(『자본축적론』). 요약하면, 자본주의는 지구 전체를 지배하게 된 그 시점에 과잉생산의 영원한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8]
“룩셈부르크의 인터내셔널 그룹, 레닌의 볼셰비키 분파, 브레멘의 좌익급진파 등 이들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원칙을 고수한 세력들로서,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맑스가 예측한 ‘전쟁과 혁명’의 시기의 시작을 나타냄을 확인하고, 프롤레타리아트가 자신의 혁명적 투쟁으로써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할 것을 요구했다.”[9]
“쇠퇴론은 ICC가 고안한 것이 아니라 맑스주의 전통 전체로부터의 진정한 유산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관된 혁명적 활동의 필수 불가결한 기초이다. 그것이 작동하는 시대에 대한 이해 없이는 프롤레타리아 정치조직의 강령은 그 분석과 계급 내 개입을 위한 물질적 기초를, 지향성을 가질 수 없다. 자본주의 쇠퇴에 대한 이해 없이는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캠프를 구별하는 계급 경계가 확고하게 방어될 수 없다.”[10]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11]
제1장_ 계급사회의 번영과 몰락(43~85쪽)
제2장_ 위기와 쇠퇴(89~98쪽)
쇠퇴의 징표들 (경제적 수준에서, 상부구조의 수준에서, 이데올로기 영역에서, 사회적 관계의 영역에서, 정치적 영역에서)
제3장_ 자본주의에서의 쇠퇴(101~120쪽)
제4장_ 쇠퇴: 생산력의 총체적 정지?(123~134쪽)
제5장_ 1914년 전쟁이라는 전환점(137~159쪽)
제6장_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163~177쪽)
제7장_ 쇠퇴의 위기들(181~188쪽)
제8장_ 총체자본의 개념(191~216쪽)
그리고 “자본주의 쇠퇴 문제가 이것으로 모두 다루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중에서 조사되지 않은 문제들도 많이 있다”라고 한계를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고 있다.[12]
“우리의 주요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1차 세계대전 이후 의제라는 우리 확신의 기반을 설명하는 것, 둘째, 자본주의 사회가 거쳐 온 심각한 변화를 다루는 것. 이러한 변화는 혁명가의 전통적 입장을 낡은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즉 19세기에 유효했던 전술들(의회주의, 노동조합에서의 활동, 민족투쟁에의 참여)이 오늘날 반(反)혁명적으로 되었다.”
2-3. 역사유물론 , 자본주의 쇠퇴론 그리고 코뮤니스트 혁명
맑스는 「요강」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13]
“임금노동과 자본을 양측 면으로 가진, 인간 활동이 취한 노예체제의 마지막 형태는 그리하여 마치 허물이 벗겨지듯 사라진다. 이것이야말로 자본에 대응하는 생산양식의 귀결점이다. (스스로 이미 부자유한 사회적 생산의 이전 형태들에 대한 부정인) 임금노동과 자본의 부정을 위한 정신적, 물질적 조건들은 자본의 생산과정 자체의 산물이다. 사회의 생산력 발전과 현존하는 생산관계 사이에 점증하는 부조화는 모순, 위기, 변동으로 표현된다.”
맑스의 이 대표적 언명은 자본주의 쇠퇴론을 말하는 축약된 표현이며, 역사유물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여기서 쇠퇴 의미는 사회주의 기초 형성과 파국을 향한 모순을 포함한다. 자본주의 쇠퇴론의 쟁점들 속에는 위기, 자동붕괴, 상승기와 쇠퇴기의 구분, 이행의 의미, 주체와 객체에 대한 존재론적 문제가 담겨있다.
한편 엥겔스가 확립한 에르푸르트 강령은 당 강령의 중심에서 자본주의 쇠퇴론과 자본주의의 붕괴를 지지한다.
“이러한 (사유) 재산체제를 지키려는 노력은 더는 사회발전을 불가능하게 하고 사회가 정체와 쇠퇴로 가게 한다. (...) 새로운 사회질서의 수립은 단순히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것이 되었다. 오늘날 모든 것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자본주의 문명은 지속할 수 없다. 우리는 사회주의로 나아가든지 야만으로 전락하든지 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관념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누구의 바람이나 변덕이 아닌 특정한 기본법칙에 복종하면서 저항할 수 없이 진보하는 경제발전으로 결정된다.”[14]
에르푸르트 강령은 내부모순에 의한 자본주의의 불가피한 몰락을 주장할 뿐만 아니라 개량주의적 목표와 전술도 담고 있다. 그리고 사회주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자유로운 창조물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트가 상속받은 경제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보았다. 이처럼 제2 인터내셔널이 맑스의 “경제학”만을 채택해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형식 비판으로서가 아니라 경제학으로서 정치경제비판을 한 것은 맑스의 공헌이 경제학이 아닌 정치와 경제의 분리에 대한 비판, 즉 경제학 비판임을 인식하지 못한 데 있다.
1916년 이후 부하린과 레닌의 이론은 제국주의와 전쟁을 금융자본의 피할 수 없는 정책으로 보았고, 이러한 금융자본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나아가는 자본주의 쇠퇴로 보았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다른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 몰락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반면 코뮤니스트 좌파는 프롤레타리아트 패배와 투쟁의 고립에 직면하여 자본주의가 쇠퇴한다는 객관적 분석에 몰두하게 된다.
그로스만(Gossman)과 그 추종자들은, 첫째 자본주의가 파국으로 가면서 쇠퇴하고 있음을 보이는 경제학을 이해하였고, 둘째 새로운 경제 질서를 도입하는 정치혁명의 필요성을 보았다. 그들은 맑스의 《자본》을 자본주의 몰락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완전한 경제학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와 경제의 연결 관계가 내부적이 아니라 외부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고 《자본》의 완결이 자본주의 정치경제가 아니라 노동계급의 정치경제라는 맑스의 총체적 이해 부족이었다.
이러한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는 그로스만의 입장을 비판한 판네쿡은 혁명적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마지막 위기를 믿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위기에서 위기로 이어지고 프롤레타리아트는 투쟁을 통해서 배우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 파괴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프롤레타리아트 자기해방이야말로 자본주의 몰락이라고 주장하면서 (자본주의 입장이 아닌) 노동계급 입장에서 자본주의 쇠퇴와 몰락을 이해하고 있다.
21세기 오늘날 코뮤니즘의 역사적 필요성을 주장하는 코뮤니스트 좌파는 다음과 같이 결론 맺고 있다.[15]
“맑스주의 혁명적 기초는 자본주의가 위기 체제일 뿐만 아니라 자기 확장의 객관적 한계에 직면한 생산양식임을 증명하는 능력에 있다. 이 견해는 코뮤니즘이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절대적 필요성이라는 것이다. 쇠퇴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이러한 필요성은 21세기 오늘날 자본주의가 그 위기를 (전쟁이라는) 가치의 물질적 파괴를 통해 해결하려는 방법이 인류 전체를 절멸시키려고 위협하고 있기에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맑스주의 핵심이론인 역사유물론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쇠퇴이론에 대해 정통 맑스주의 입장을 역사적으로 검토하였다. 자본주의 쇠퇴론에서 이탈과 포기는 사실상 맑스주의 포기일 수밖에 없고,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폐절이 아닌 수정주의나 개량주의로의 노선 전환임을 인식할 수 있었고, 2차 세계대전 후 호황과 되풀이되는 위기를 경험하면서 단기적 국면의 주체성 이론들의 등장과 소멸을 지켜보았다.
198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모순과 계급투쟁을 뒤섞은 조류인 사회민주주의와 스탈린주의 동반 몰락은 자본주의 쇠퇴론이라는 정통 맑스주의 입장을 다시 한번 힘차게 부여잡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자본주의 쇠퇴라는 객관적 자본 법칙과 이를 폐절하려는 능동적 주체로서의 노동계급의 투쟁이 상호작용하면서 21세기의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코뮤니즘의 객관적 물질적 기초를 마련해 줄 뿐만 아니라 생산력으로서의 혁명 세력을 강력하게 형성시키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코뮤니즘 본질에 대해 체계적으로 종합하고 최대강령의 원칙을 찾아내야 한다. <계속>
국제코뮤니스트전망 ㅣ 오세철
<주>
[1] 「코뮤니스트」 12호, 2020년 11월, 국제코뮤니스트전망, 172~173쪽
[2] 「코뮤니스트」 12호, 2020년 11월, 국제코뮤니스트전망, 189쪽
[3] 「좌익공산주의 : 혁명적 맑스주의 역사와 논쟁」, 오세철 편저, 빛나는 전망, 2008년, 5~6쪽
[4] 위 책, 262~278쪽
[5] ICC의 경우, 「International Review」 no.96, 97, 105, 115, 117, 118, 119, 121
IBRP의 경우, 「Prometeo」 no.8, 「Revolutionary Perspectives」 no.32, 「Internationalist Communist」 no.21
IP의 경우, 「INTERNATIONALIST PERSPECTIVE」 no.30, 31, 34, 35, 44 그리고 이번 대회 발제문
[6] 위 책, 277~278쪽
[7] 「자본주의의 쇠퇴」, 국제코뮤니스트흐름 지음/오세철 번역, 빛나는 전망, 2009년 1월, 1~2쪽
[8] 위 책, 19쪽
[9] 위 책, 20쪽
[10] 위 책, 36쪽
[11] 위 책, 41~218쪽
[12] 위 책, 221쪽
[13] 칼 맑스 「요강」 <전집> 29권, 133~134쪽
[14] 에르푸르트 강령, 117~119쪽
[15] “모순의 축적인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경제적 결과인가”, 「Revolutionary Perspectives」 43호, 2007년 8월
▶ 더 자세한 내용과 토론은 「국제주의 코뮤니스트 포럼」에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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