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투쟁, 자본주의 폐지로 향할 수 있는가?
그리스에서 온 편지 (News from the streets in Greece)
지난 주 그리스 전역에 걸쳐 매일같이 진행된 거대한 시위가 있었다. IMF 관리에 접어든지 1년가량 지나자 사람들은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
그리스의 모든 곳, 60여개 도시에서 매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어제 아테네에서는 20만 명이 의회를 둘러싸고 정치인들에게 “강도들!!”이라고 외쳤다. 그들은 정치인을 상징하는 인형을 목매달기도했다. 계층, 나이를 막론하고 금속 식기류를 들고 나섰다.
지금의 운동은 “분노”라고 불리며, 웹사이트와 페이스북을 이용하여 소통하고 조직화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요구사항은 직접민주주의, IMF 대출에 대한 상환 중지, 부패 정치인들의 구속, 헌법 개정, 그리고 정권 퇴진이다. 그리고 EU 탈퇴 및 그리스 자국 통화 체제인 드라크마로 복귀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IMF 대출 상황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예금인출을 통해 은행시스템 자체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예금자들이 집단적으로 은행예금을 인출하여 “뱅크런”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정부로 하여금 디폴트 선언, 혹은 은행 파산 둘 중에 무엇이든 간에 양단간 결정이 날 때까지 참가자들에게 매일 100-200유로를 계좌에서 인출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매일 밤 각 도시들마다 광장에서는 집회가 벌어지고, 사람들은 함께 모여 직접민주주의를 적용한 새로운 체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어떠한 정당도 원하지 않으며, 깃발이나 정당 상징하는 표시를 지닌 사람이 시위에 접근하려하거나 집회에 참가하려고 하면, 일체의 정치적 표식이나 소속 없이 참여하라며 그 사람들을 쫓아낸다.
지금까지 시위는 매우 평화롭다. 시위 과정에서 질서를 유지할 별도의 보안 그룹(사수대)이 형성됐다. 이로 인해 프락치가 숨어들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일부는 의회 밖에서 진을 치고 있고, 보급팀, 법률지원팀, 의료지원팀 등등도 생겨났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조직하는지를 배워가고 있으며, 운동은 빛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어제만 하더라도 아테네 페이스북 접속이 9만이었는데 오늘은 11만을 넘고 있다.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방송국들과 그 웹사이트들을 폐쇄하고 있다. 왜냐하면 방송이 현재의 폭발적인 상황을 보도하지 않고, 여론을 호도하기 때문이다.
어젯밤 정치인들은 보안요원들이 불을 비추는 동안 공원을 거쳐 의회 뒷문으로 도망쳐 나가야 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정문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약 2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서 경찰들도 제지할 수가 없었다.
현재 우리를 가로막는 것은 없다. 모든 사람들이 변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치에 대해서 전혀 말하지 않던 사람들이 지금은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뛰쳐나오고 있다. 정부는 깜짝 놀란 상태며,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다. 총리는 최근 며칠간 전혀 나타나지 않은 채, 아무런 발표도 없는 상태다.
IMF와의 거래가 엄청난 스캔들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IMF와의 합의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있어왔다. 그런데 지금 온라인에 공개된 상태에서 많은 헌법학자, 법률가들이 거리로 나서서 사람들에게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려나가려 한다. IMF와 정부는 우리에게 국제법이나 유럽 법에 비춰도 불법인 사항을 강요해왔다. 그들은 우리가 투표하러 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IMF 합의는 그리스 정부가 합의 파기 문제를 그리스 법원에서 다룰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리스 정부가 자기 부채를 갚기 위해 부채를 채권으로 되파는 것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그리스 법원이 아니라 10-15개의 유럽 국가들이 채권국으로 있는 유럽 법정으로 가야하며, 거기서도 또 채권국 법원 각각에 위법성을 따져 물어야 한다. 채권국들은 반면에 부채를 다른 나라들에 마음대로 팔 수가 있다.
채권국들은 그리스의 모든 정당들이 IMF와 EU의 대출을 합법적이라고 인정하고, 서명까지 같이 하라고 요구했다. 만약에 그렇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것이 바로 채권국들이 그리스인들의 투표권 허용을 거부하는 이유다. 그들이 어떻게 우리 스스로 우리나라의 대표를 뽑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 물론 대출합의에 그렇게 쓰여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불법이며, 유럽이나 세계 법원 어디에도 그러한 조항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멍청한 파산 정부는 속이 비었다.
우리의 체제의 의회주의 체제이다. 따라서 민주적인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의회에 있는 모든 정당들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정치 체제 하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일조한다. 만약 대통력이 사임하면 우리 헌법과 마찬가지로 정부 역시 끝장난다. 지난주에 대통령은 그리스 의회와 정부에 의해 표결된 사항들에 대해 일절 서명을 거부했다. 우리는 대통령이 올바른 것을 행하고, 사임하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의회에서 통과된 합의나 법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효력을 발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어떻게 능동화 되는가를 보면 놀랍다. 심지어 교회조차 – 비록 사람들로부터 동정과 인정을 얻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겠지만 – 시위자들에 동조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조만간 곧 새 소식을 전하겠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런 일들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그리스와 똑같은 상황이 포르투칼에서도 지난 3주간 벌어지고 있고, 스페인에서는 2주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그리스는 이제 한 주가 지났을 뿐이다. 지금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그리고 다른 나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일요일 유럽 전역의 수십 개의 도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고, 전 유럽 차원으로 조직되고 있다.
이번 일요일에 그리스 의회 밖에 그리스 전역에서 집결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처럼 정부가 헬기를 타고 빠져나오거나 도망가는 것을 지켜봐라.
정치적 방향성 : 자본주의 폐지를 향해
사회당 정부, 대형 은행, 그리고 IMF에 의해 강요된 긴축에 대항하여 분출하는 대중적 행동에 어느 누구인들 흥분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제 거리에서, 집회에서, 그리고 대중들의 “분노” 속에서 제대로 된 정치토론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위의 편지는“지금 우리를 멈출 것은 없다. 모든 사람이 변혁을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변혁의 실내용, 실체, 그리고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자본주의 폐지인가 아니면 “내각의 변화와 기존 정부의 퇴진”, 혹은 “자국 통화 드라크마로의 복귀”인가?
이 양자의 선택은 지금의 격변을 바라보는 전혀 상반된 정치적 관점의 표현이다. 후자의 선택은 비록 급진적인 것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자본주의의 작동원리를 전혀 훼손하지 않은 채를 지금의 상태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선거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받아들이는 정도...). 또한 그 선택은 민족주의적 환상을 부치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환상은 자본주의의 본질인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거나, 청년층에 특히 극심한 실업률 급증을 경감시키는 데 있어서도 아무런 역할을 못한다.
물론 지금의 격변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성과는 명확한 정치적 방향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 정치적 방향성이 현재 이 운동에 절실한 상황이다.
직접민주주의를 넘어 자본주의 폐지로 !!!
<번역 : 사노위 해산선언자 모임 김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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