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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의 대학살에 맞서
민족주의를 넘어 지배계급에 맞선 계급전쟁을!
10월 7일 하마스가 수천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했고, 100명 이상 인질이 납치되었다. 이에 네타냐후 정부는 “길고 어려운 전쟁”을 선언하며 가자지구에 공습을 시작했고, 팔레스타인 사망자도 2,300명을 넘어섰다. 10월 14일까지 가자지구 내 난민은 전체 인구(약 220만명)의 절반인 100만 명에 달한다. 이 학살에서 대부분의 희생자는 민간인이었다.
네타냐후는 2백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기, 연료, 각종 생필품 공급을 차단했고,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지구를 “잔해더미”로 만들어 버릴 거라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자지구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 군은 새로운 공격 단계에는 더 치명적인 새로운 공격이 포함될 것이라며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하려 하고 있다. 이에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등 ‘시아파 벨트’는 일제히 이스라엘을 향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전쟁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과시해 온 이스라엘에 추가로 군사 지원을 하기로 했다.
하마스의 전례 없는 공격은 자국뿐 아니라 중동 지배계급 사이, 세계 제국주의 세력 사이의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의 행동은 이스라엘에 억압받는 자국 프롤레타리아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국내적으로는 이스라엘 정부와의 분쟁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로부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자신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냉전 시대에 이스라엘은 급진적 성격을 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이슬람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하마스의 창설을 도왔었다. 1987년 팔레스타인에서 인티파타(민중봉기)가 일어나자, 1993년 가자와 서안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운다는 오슬로 협정이 체결되었으나 휴지 조각이 되었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는 서안에서 허울뿐인 자치정부를 구성했으며, 이스라엘을 부정했던 하마스는 가자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부패와 관료주의로 인해, 급진적인 문구를 사용하는 하마스가 성장하게 되었다. 현재 마흐무드 압바스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도 부패와 무능으로 오랫동안 위기에 처해 있었고, 이스라엘 점령군과의 협력으로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에 하마스는 다른 저항 단체들과 함께 이스라엘 정부의 탄압과 도발 강화에 대한 반발을 구실로 자기 영향력 확대를 위해 무장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저항 세력의 지지를 받았을지라도, 얼마 전까지 하마스 정권에 맞서 단전, 식량 부족과 정권의 극심한 탄압에 항의하던 가자지구 프롤레타리아트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대외적으로는 제국주의 사이 분쟁 논리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를 중심으로 중동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아브라함 협정을 흔들고, 자신을 지원하거나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세력과의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동 조상이라는 아브라함의 이름을 딴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과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시켜, 중동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미제국주의의 시도였다. 이것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아야톨라(ayatollahs) 이란 제국주의를 고립시키는 정책이기도 하다.
이에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후 방송에서 “저항자들 앞에서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실체는 어떤 안전 보장도 해줄 수 없다. 당신들(아랍 국가들)이 이들과 서명한 모든 관계 정상화 합의는 (팔레스타인)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비판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로 인해 이스라엘과 사우디 왕정과의 합의는 크게 복잡해졌다. 이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 맞서는 주요 강국인 이란은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하마스의 최근 작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헤즈볼라 와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에 속하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왔다. 이란은 숙적인 이스라엘을 약화시키기 위해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중동 국가들과의 연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에 따른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와 중동 지역 분쟁의 확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전 세계적인 제국주의, 군사적 긴장의 고조를 의미한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일반화된 전쟁으로 향하는 길을 보여 준다.
이 모든 참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자본주의 지배계급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분쟁의 결과이며, 양측 노동자들과 가난한 프롤레타리아트에 가혹한 고통과 희생만을 안겨주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자행한 비인간적인 억압과 차별, 폭력으로 인해 대중의 저항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하마스의 행동과 같이 노동계급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자국 지배계급을 위해 벌이는 테러와 살인은 부르주아 전쟁 논리이며 범죄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의 저항과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무자비한 탄압과 대학살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 정부의 야만적 보복은 반동적이고 폭력적인 지배계급의 전쟁 논리이며 인류에 대한 중대한 범죄이다.
양측에서 수십 년간 민족주의 선전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지배계급은 모두 이 문제를 끊임없이 부추겨 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선과 악' 사이의 '성전'으로 묘사되는 전쟁을 지지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는 이제 지배계급뿐 아니라 노동계급 안에도 넓게 퍼져있다. 이러한 민족주의는 가장 해로운 부르주아 이데올로기 중 하나이며, 민족/인종적 증오는 자본주의 사회 체제의 산물이다. 세계의 부르주아지는 이러한 야만적인 분쟁에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항상 한쪽 편을 선택하라면서 '자국' 지배계급을 위해 같은 프롤레타리아 계급끼리 공격하고 죽이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든 팔레스타인에서든 노동계급은 자신을 착취하는 지배계급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치러서는 안 된다.
올여름 가자 지역에서는 수천 명이 생활 수준에 대한 항의로 시위를 벌였고, 그전에도 하마스 정부에 맞선 파업을 벌였다. 이스라엘에서도 올해 공항 파업으로 공항을 중단시켰고, 그전에도 공공부문 파업으로 공항, 항구, 정부 기관이 폐쇄되었다. 비록 지금은 양측의 노동계급이 민족주의, 자본주의, 제국주의 논리에 갇혀 ’자국‘ 지배계급에 대한 투쟁을 전면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더 큰 학살을 막기 위해서라도 계급적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노동계급은 지배계급의 전쟁에 동원되는 것을 거부하고 양측의 착취자들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노동계급이 전쟁의 고통과 대학살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민족주의를 비롯한 양측의 모든 지배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노동계급 공동의 이해관계를 위해 민족과 국경을 넘어 투쟁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위기와 전쟁이 강요하는 노동자 희생을 거부하고 지배계급에 대한 계급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향한 국제적인 계급투쟁만이 대량학살과 전쟁을 끝장낼 수 있다.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
민족주의 반대! 대량학살 체제 타도!
노동자 희생을 거부하고 계급전쟁으로!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향한 국제적 계급투쟁으로 전쟁을 멈추자!
2023년 10월 16일
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으로(NWBCW) 한국위원회
국제주의코뮤니스트전망(I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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