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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 단지 사건과 노동조합의 독자성

  • 분류
    잡기장
  • 등록일
    2011/08/22 11:02
  • 수정일
    2011/08/22 11:02
  • 글쓴이
    자유로운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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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 단지 사건과 노동조합의 독자성

 

[16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잔디밭에서 열린 조합원보고대회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경훈 지부장이 연설도중 "함께 가겠다…조합원 여러분에게 단지(斷指)로 맹세하겠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왼손 새끼손가락 일부를 절단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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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의 단지 사건은 주간연속2교대제, 타임오프, 비정규직 철폐 등 계급적 현안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과 노동자계급에 대한 협박 - "입을 다물라" -임과 동시에 집행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내부 권력투쟁의 일환이다.

 

미국의 국가부채와 유럽국가들의 부도위기, 세계대공황은 자본가들로 하여금 개량의 떡고물을 줄 수 없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계급투쟁의 공간으로 내몰고 있다. 자동차산업 재편과 자본의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한 투쟁에서 현대자본은 더욱 더 계급적으로 단호하다.

 

"독점자본주의는 시간이 갈수록 노동조합의 독자성을 허용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독점자본은 자신으로부터 떡고물을 받아먹는 개량주의 관료와 노동귀족에게 이렇게 요구한다. 노동자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위한 정치경찰이 되어라, 이러한 요구가 거부될 경우 독점자본은 노동관료집단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파시스트들로 채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제국주의 하수인이 되려는 노력을 아무리 해도 노동귀족은 결국 제국주의의 눈 밖에 날수밖에 없다"(트로츠키, [노동조합투쟁론], 풀무질, p.30)

 

노동조합허가제인 타임오프와 자동차산업재편과 자본의 현장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주간연속2교대제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계급적 현안문제이다.

 

현대자본은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노동강도강화, 전환배치 자유화,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통해 노동유연화를 완성시키고 자본의 현장통제권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곧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을 노예노동으로,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게 될 것이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해고의 문을 활짝 열어놓게 될 것이다.

 

제조업 생산라인에 수백명, 수천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투입될 수 있는 유연화의 완성을 위해 이명박 정부와 자본가들은 이미 직업안정법을 개악했고 파견법을 재개악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자본은 이경훈에게 자본가의 개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모양새 좋게 노사상생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이경훈은 조합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합법적인 집행권력이고 조합원들의 운명이 걸려 있는 현안문제를 자본가들의 입맛대로 막 퍼 줄 수 없는 조건이다.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이 아무리 보수화됐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들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게도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자본은 이경훈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자신의 파트너를 물색하고 선을 넣고 있다. 이경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개가 될 수 있는 자들은 다양하고도 많다. 어용세력 내부의 권력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경훈의 단지 사건은 조합원들 내부의 불만을 통제하고 어용세력과 제조직들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손가락 자를 용기가 없는 놈들은 꼬리를 내려라, 회사는 내가 통 크게 결단할 수 있도록 개량의 떡고물을 던져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계급투쟁의 무장해제, 자본가계급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 그리고 이 배신의 댓가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권력투쟁의 산물이 이경훈의 단지사건이다.

 

이경훈의 단지 사건은 노사상생, 노사협력, 노사정 협약의 모델이 이미 과거지사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회사와 노조의 통합.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노동조합 정책이고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시기 노조의 독자성 문제는  노동자계급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주요한 문제다. 이미 대공장 정규직 남성 중심의 민주노총운동은 이미 부르주아지배질서의 일부분이 됐다.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을 통제 파괴한 기초 위에 세워진 개량화되고 관료화된 민주노총운동은 자본가계급에 대한 협력, 부르주아 지배질서의 유지와 연장 이상의 의미를 담기 힘들다.

 

따라서 노조의 독자성 문제는 개량화되고 관료화된 민주노총운동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일 수밖에 없으며 자본가계급이 노동운동 내에 도입된 수직적인 신분제도를 뿌리로부터 파괴할 수 있는 수평적인 연대(조합주의,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투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의 초창기의 성격이었던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 연대성, 전투성을 복원하는 것, 영국의 직장위원회 운동, 이탈리아의 공장평의회운동 등 공장위원회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는 개량이 아니라 혁명의 문제, 국가권력을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공황기 노조의 독자성 문제는 노조가 혁명의 지렛대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만 온전하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  

 

이경훈의 단지 사건은 또 다른 측면에서 이경훈과 집행권력을 다투는 제조직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지고 있다.

 

즉 이경훈처럼 손가락을 자를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집행권력을 잡을 생각을 말라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입으로, 문자로 내거는 슬로건으로는 더이상 이경훈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고 이경훈과 다를 바 없는 현대자본의 파트너일 뿐이라는 것을 드러내 줄 뿐이다. 참으로 비참한 현실이다.

 

이경훈의 단지 사건은 타임오프 분쇄, 주간연속2교대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독자적인 실천투쟁, 집행권력과 대당하는 비공인 현장파업을 요구하고 있다. 이경훈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여전히 혁명적 주체는 새롭게 조직되고 재구성돼야 한다. 

 

-조성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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