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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6_강산제 심청가 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정오표.pdf (151.57 KB) 다운받기]
http://blog.jinbo.net/jayul/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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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4_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pdf (238.45 KB) 다운받기]
http://blog.jinbo.net/jayul/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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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_강산제 심청가 사설.pdf (902.20 KB) 다운받기]
강산제 심청가 사설 dolmin98@hanmail.net 돌민
[아니리]
송나라 원풍(元豐) 말년에 황주(黃州) 도화동(桃花洞) 사는 봉사 한 사람이 있난디, 성은 심이오, 이름은 학규였다. 누대명문거족(累代名門巨族)으로 명성이 자자터니, 가운이 불행하여 삼십 전 안맹이라, 낙수청운(落水淸雲)에 발자취 끊어지고 일가친척 멀어져 뉘라서 받드리오? 그러나, 그의 아내 곽씨 부인이 있난디, 주남(周南) 소남(召南) 관저시(關雎詩)를 모르난 것 전혀 없고, 백집사가감(百執事可堪)이라 곽씨 부인이 몸을 버려 품을 팔 제,
[단중모리]
삯바느질 관대(冠帶) 도복(道服) 행의(行衣) 창의(氅衣) 직령(直領)이며, 협수(夾袖) 쾌자(快子) 중치막과, 남녀의복(男女衣服)의 잔누비질 상침(上針)질 꺽음질과 외올뜨기 꾓담이며 고두 누비 솔 올리기 망건 꾸미기 갓끈 접기 배자(褙子) 토시 버선 행전(行纏) 포대(布帶) 허리띠 다님 줌치 쌈지 약낭(藥囊) 필낭(筆囊) 휘양 볼끼 복건(幅巾) 풍차(風遮)이며, 천의(薦衣) 주의(周衣) 갖은 금침(衾枕) 베갯모 쌍원앙(雙鴛鴦) 수(繡)도 놓고, 오색(五色) 모사(毛絲) 각대(角帶) 흉배(胸背) 학(鶴) 기리기, 궁초(宮綃 공단(貢緞) 수주(水紬) 선주(線紬) 낭릉(浪綾) 갑사(甲紗) 운문(雲紋) 토주(吐紬) 갑주(甲紬) 분주(盆紬) 표주(表紬) 명주(明紬) 생초(生綃 통견(通絹) 조포(造布) 북포(北布) 황저포(黃苧布) 춘포(春布) 문포(門布) 계추리며 삼베 백저(白苧) 극상(極上) 세목(細木) 삯을 받고 맡아 짜기, 청황(靑黃) 적백(赤白) 침향(沈香) 오색(五色) 각색(各色)으로 다 염색(染色)허기, 초상(初喪)난 집 원삼(圓衫) 제복(祭服), 혼장대사(婚葬大事) 음식(飮食) 숙정(熟正), 갖은 제(祭)편 중계(中桂) 약과(藥果), 박산(薄饊 과잘 다식(茶食) 정과(正果) 냉면(冷麪) 화채(花菜) 신선로(神仙爐)며, 각각 찬수(饌需) 약주(藥酒)빚기 수파련(水波蓮) 봉오림과 배상(排床)허기 고임질을 잠시도 놓지 않고 수족(手足)이 다 진(盡)토록, 품 팔아 모일 적에 푼 모아 돈 짓고 돈 모아 냥(兩) 만들어 냥을 지어 관(貫)돈 되니, 일수(日收) 체계(遞計) 장리변(長利邊)에 이웃집 사람들께 착실한 곳 빚을 주어 실수 없이 받아들여 춘추시향(春秋時享)에 봉제사(奉祭祀), 앞 못 보는 가장(家長) 공경 시종(始終)이 여일(如一)허니, 상하 인리(鄰里)의 사람들,
[아니리]
곽씨 부인 어진 마음, 뉘 아니 칭찬허리. 하로난 심 봉사 먼눈을 뻔덕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는 전생에 무삼 죄로 이생에 나를 만나 날 이렇게 공대(恭待)허니 나는 편타 할지라도 마누라 고생살이 도리어 불안하오. 그러나 어쩔 것이오. 사는 대로 살아가되 오늘은 지원(至願) 할 일이 있소. 우리 연장 사십이나 슬하 일점혈육(一點血肉) 없어 조상 향화(香火) 끊게 되고, 우리 내외 사후라도 초종장사(初終葬事) 소대기(小大朞)며, 연년이 오난 기일, 어느 뉘라서 받들리까. 우리가 사십이 지났으나, 명산대찰(名山大刹) 신공(申供)이라도 드려, 남녀 간에 낳어 보면 평생 한(恨)을 풀겠구만.” 곽씨 부인 이 말 듣고 공손히 대답허되
[창조]
“가군(家君)의 정대(正大)하신 마음 몰라 발설치 못하였더니,
[아니리]
지금 말씀 그리허오니 지극 신공(申供)하오리다.”
[창조]
“옛글에 허였으되 불효삼천(不孝三千) 무후위대(無後爲大)라 하였으니
[아니리]
품을 팔고 뼈를 간들 무슨 일을 못 하오리까. 거 정성껏 빌어 보오.”
[중모리]
곽씨 부인 그날부터 품 팔아 모인 제물 왼갖 공을 다 드릴 제, 명산대찰 영신당(靈神堂)과 고묘(古廟) 총사(叢祠) 석왕사(釋王寺)며, 석불(石佛) 미륵(彌勒) 서 계신 디 허유허유 다니시며, 가사시주(袈裟施主) 인등시주(引燈施主), 창호시주(窓糊施主) 십왕(十王) 불공(佛供), 칠성불공(七星佛供) 나한(羅漢) 불공(佛供), 가지가지 다 하오니, 공(功)든 탑(塔)이 무너지며, 심든 남기 꺾어지랴?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初八日夜), 한 꿈을 얻은지라. 서기반공(瑞氣蟠空) 하고 오색(五色) 채운(彩雲) 영롱터니, 하날의 선녀(仙女) 하나 옥경(玉京)으로 내려올 제, 머리 위에 화관(花冠)이요 몸에난 원삼(圓衫)이라. 계화(桂花) 가지 손에 들고 부인(夫人) 전(前) 배례(拜禮)허고, 곁에 와 앉는 거동 뚜렷한 달 정신(情神)이 산상(山上)에 솟아난 듯, 남해관음(南海觀音)이 해중(海中)에 다시 온 듯 심신(心身)이 황홀(恍惚)하여, 진정키 어렵더니 선녀(仙女)의 고운 태도(態度), 호치(皓齒)를 반개(半開)허고 쇄옥성(碎玉聲)으로 말을 헌다. “소녀는 서왕모(西王母) 딸이려니 반도(蟠桃) 진상(進上) 가는 길에, 옥진(玉眞) 비자(妃子) 잠깐 만나 수어(數語) 수작(酬酌)을 허옵다가, 시가 조끔 늦은 고로 상제(上帝)께 득죄(得罪)허여, 인간(人間)에 내치심에 갈 바를 몰랐더니, 태상노군(太上老君) 후토부인(后土夫人), 제불(諸佛) 보살(菩薩) 석가(釋迦)님이 댁(宅)으로 지시(指示)허여 이리 찾아 왔사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품 안에 달려들어 놀래어 깨달으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
[아니리]
양주(兩主) 몽사(夢事) 의논(議論)허니, 내외(內外) 꿈이 꼭 같은지라. 그달부터 태기(胎氣)가 있난디,
[단중모리]
석부정부좌(席不正不坐), 할부정불식(割不正不食), 이불청음성(耳不聽淫聲) 목불시악색(目不視惡色) 좌불중석(坐不中席) 십 삭일(朔日)이 찬 연후(然後)에
[중중모리]
하루난 해복(解腹) 기미(幾微)가 있구나.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심 봉사 좋아라고, 일변(一邊)은 반갑고 일변은 겁(怯)을 내어 밖으로 우르르 나가더니, 짚 한 줌 쑥쑥 추려 정화수(淨華水) 새 소반(小盤)에 받쳐 놓고, 좌불안석(坐不安席) 급(急)한 마음, 순산(順産) 허기를 기다릴 제, 향취(香臭)가 진동(震動)허고, 채운(彩雲)이 두르더니 혼미(昏迷) 중 탄생(誕生)하니, 선인(仙人) 옥녀(玉女) 딸이라.
[아니리]
곽씨 부인 정신 차려, 순산(順産)은 하였으나, “남녀 간에 무엇이오?” 심 봉사가 눈 밝은 사람 같고 보면, 아이를 낳을 때 분간(分揀)을 하련만은 앞 못 보는 맹성(盲姓)이라 거 보아 알 수가 있나, 아이를 만져보려 헐 제, 꼭 유장꾼 종장(終張) 조려 내려가듯 허겄다. “자 어디 보자, 어디, 어이쿠.” 거침새 없이 미끈덕 넘어가니, “아마도 마누라 같은 사람 났는가 보오.”
[창조]
“만득(晩得)으로 낳은 자식(子息), 딸이라니 원통(冤痛)하오.”
[아니리]
“여보 마누라, 그런 말 마오. 아들도 잘못 두면, 욕급선영(辱及先塋) 하는 것이고 딸도 잘만 두면 아들 주고 바꾸리까? 우리 이 딸 고이 길러, 예절(禮節) 범절(凡節) 잘 가르치고 침선(針線) 방적(紡績) 잘 시켜, 요조숙녀(窈窕淑女) 군자호구(君子好逑) 좋은 배필, 부귀다남(富貴多男)하고 보면 외손봉사(外孫奉祀)는 못하리까? 그런 말 마오.” 심 봉사 좋아라고 첫국밥 얼른 지어, 삼신상(三神床)에 받쳐놓고 비난디, 이런 사람 같으면 오죽 조용히 빌련마는, 앞 못 보는 맹인이라, 팩성질이 있든가 보더라. 삼신제왕(三神帝王)님이 깜짝 놀라 삼 천 구만리(九萬里)나 도망가게 빌어 보는디,
[중중모리]
“삼십삼천(三十三天) 도솔천(兜率天) 삼불(三佛) 제석(帝釋) 삼신제왕(三神帝王)님네 화위동심(化爲動心) 하여, 다 굽어보옵소서. 사십(四十) 후(後)에 낳은 자식, 한 달 두 달 이슬 맺어, 석 달의 피 어리고, 넉 달의 인형(人形) 삼겨, 다섯 달 오포(五胞) 나고, 여섯 달 육정(六精) 삼겨, 일곱 달 칠규(七竅) 열려, 여덟 달에 팔 만 사 천 털이 나고, 아홉 달에 구규(九竅) 열려, 열 달 만의 찬김 받어, 금강문(金剛門) 해탈문(解脫門) 고이 열어 순산(順産)허니, 삼신(三神)님 넓으신 덕택 백골난망(白骨難忘) 잊으리까? 다만 독녀(獨女) 딸이오나, 동방삭(東方朔)의 명(命)을 주고 태임(太任)의 덕행(德行)이며 대순(大舜) 증자(曾子) 효행(孝行)이며, 기량(杞梁)의 처(妻) 절행(節行)이며, 반희(班姬)의 재질(才質)이며, 곽분양(郭汾陽)의 복(福)을 주어, 외 붇듯 달 붇듯 잔병 없이 잘 가꾸어 일취월장(日就月將)허게 하옵소서.”
[아니리]
그때의 곽씨 부인은 산후 손데 없이 찬물에 빨래를 하였드니, 뜻밖에 산후별증(産後別症)이 일어나는디, 전신을 꼼짝달싹 못하고,
[창조]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머리야, 사대삭신 육 천 마디 아니 아픈 데가 전혀 없네.”
[아니리]
곽씨 부인 생각허니, 아무리 허여도 살길이 없는지라.
[진양조]
가군(家君)의 손길 잡고, 유언(遺言)허고 죽더니라. “아이고 여보, 가장님, 내 평생(平生)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님을, 해로백년(偕老百年) 봉양(奉養)타가, 불행만세(不幸晩歲) 당하오면, 초종장사(初終葬事) 마친 후에 뒤를 좇아 죽자 터니, 천명(天命)이 이뿐인지 인연(因緣)이 끊쳤는지 하릴없이 죽게 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家長) 헌옷 뉘라 지어주며, 조석공대(朝夕恭待) 뉘라 하리. 사고무친(四顧無親) 혈혈단신(孑孑單身) 의탁(依託)할 곳 바이없어 지팽막대 흩어 짚고 더듬더듬 다니시다, 구렁에도 떨어지고 돌에 채여 넘어져서, 신세자탄 우는 모양 내 눈으로 본 듯허고, 기한(飢寒)을 못 이기어 가가문전(家家門前) 다니시며, 밥 좀 주오, 슬픈 소리 귀에 쟁쟁 들리난 듯, 나 죽은 혼백(魂魄)인들 차마 어이 듣고 보리, 명산대찰(名山大刹) 신공(申供)드려, 사십 후에 낳은 자식, 젖 한 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죽단 말이 웬 말이오. 이 일 저 일을 생각하니, 멀고 먼 황천(黃泉)길을 눈물 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혀 어이 가리. 여보시오, 가장님. 뒷마을 귀덕 어미, 정친(情親)하게 지냈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허면, 괄세 아니 허오리다. 이 자식이 죽지 않고, 제 발로 걸커들랑 앞을 세고 길을 물어 내 묘(墓) 앞에 찾아와겨 아가, 이 무덤이 너의 모친 분묘로다, 가르쳐, 모녀(母女) 상면(相面)을 허게 허오. 할 말은 무궁(無窮)허나 숨이 가퍼 못 하겄소.”
[아니리]
앞 어둔 가장에게 어린 자식 제쳐두고 유언하고 돌아눈다.
[중모리]
“아차, 아차, 내 잊었소. 저 아이 이름일랑 청(淸)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랴 지은 굴레, 오색비단(五色緋緞) 금자(金字) 박어, 진옥판(眞玉板) 홍사(紅絲) 수실, 진주(眞珠) 느림 부전 달아 신행(新行) 함(函)에 넣었으니, 그것도 씌어주고, 나라에서 하사(下賜)하신, 크나큰 은(銀)돈 한 푼, 수복강녕(壽福康寧) 태평안락(泰平安樂) 양편에 새겼기로, 고운 홍전(紅氈) 괴불줌치, 끈을 달아 두었으니, 그것도 채여주고, 나 찌던 옥지환(玉指環)이 손에 적어 못 찌기로 농 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찌여주오.” 한숨 쉬고 돌아누워 어린아이를 끌어다 낯을 한테 문지르며, “아이고, 내 새끼야. 천지도 무심(無心)허고 귀신(鬼神)도 야속허지, 네가 진작 삼기거나, 내가 조끔 더 살거나, 너 낳자 나 죽으니, 가이없는 궁천지통(窮天之痛)을 널로 허여 품게 되니, 죽난 어미 산 자식이, 생사(生死) 간(間)의 무슨 죄냐. 내 젖 망종(亡終) 많이 먹어라.” 손길을 스르르 놓고, 한숨 기워 부는 바람 삽삽비풍(颯颯悲風) 되어 불고, 눈물 맺어 오는 비는 소소세우(蕭蕭細雨) 되었어라. 포깍질 두세 번에, 숨이 덜컥 지는구나.
[아니리]
그때의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사람이 병(病)든다고 다 죽을 리가 있겠소. 나 의가(醫家)에 가서 약(藥)지어 올 터이니, 부디 안심허오.” 심 봉사 급한 마음에 의가에 가서 약을 지어 돌아와, 수일승전반(水一升煎半)에 얼른 짜들고 방으로 들어가서 “여보 마누라, 일어나 약 자시오. 이 약 자시면 즉효(卽效)허리라 허옵디다.” 아무리 부른들 죽은 사람이 대답이 있으리오. “어! 식음을 전폐(全廢)터니 기허(氣虛)허여 이러는가?” 양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려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하고 수족은 늘어져 콧궁기 찬김 나니, 그제야 죽은 줄 알고 심 봉사가 뛰고 미치는디, 서럼이라는 게 어지간해야 울음도 울고 눈물도 나는 것이지, 사뭇 아람이 차노면 울도 못허고 뛰고 미치는 법이었다.
[중중모리]
심 봉사 기가 막혀 섰다 절컥 주잕지며 들었던 약그릇을 방바닥에다 내던지고, “아이고, 마누라. 허허, 이것이 웬일이요? 약 지러 갔다 오니 그새에 죽었네. 약능활인(藥能活人)이요, 병불능살인(病不能殺人)이라더니, 약이 도리어 원수로다. 죽을 줄 알았으면 약 지러도 가지 말고 마누라 곁에 앉어, 서천서역(西天西域) 연화세계(蓮花世界) 환생차(環生次)로 진언(眞言) 외고 염불(念佛)이나 허여 줄걸 절통(切痛)하고 분하여라.” 가삼 쾅쾅 뚜다려, 목제비질을 떨컥, 내리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 동지(冬至)섣달 설한풍(雪寒風)에 무얼 입혀 길러내며 뉘 젖 먹여 길러낼거나. 꽃도 졌다 다시 피고, 해도 졌다 돋건마는, 마누라 한번 가면 어느 년(年) 어느 때 어느 시절에 오랴나. 삼천벽도(三千碧桃) 요지연(瑤池宴)의 서왕모(西王母)를 따라가, 황릉묘(黃陵廟) 이비(二妃) 함께 회포(懷抱) 말을 허러가, 천상(天上)에 죄(罪)를 짓고, 공(功)을 닦고 올라가. 나는 뉘를 따라 갈거나.”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려지더니, “아이고, 동네사람들! 차소위(此所謂) 계집 추는 놈은 미친놈이라 허였으되, 현철(賢哲)하고 얌전한 우리 각시가 죽었소!” 방으로 더듬더듬 더듬더듬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덥석 안고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才談)으로 이러나, 농담(弄談)으로 이러나. 실담(失談)으로 이러는가. 이 지경이 웬일이여. 내 신세는 어쩌라고 이 죽엄이 웬일이오!”
[아니리]
동리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보시오, 봉사님, 사자(死者)는 불가부생(不可復生)이라, 죽은 사람 따라 가면 어린 자식 어쩌시랴오?” 곽씨 부인 어진 마음 동리 남녀노소 모아들어 초종지례(初終之禮)를 마치난디, 곽씨 시체 소방상(小方牀) 대뜰 위에 덩그렇게 올려놓고, 명정(銘旌) 공포(功布) 삽선(翣扇) 등물(等物) 좌우로 갈라 세우고 거리제를 지내는디,
[창조]
영이기가(靈輀旣駕) 왕즉유택(往卽幽宅) 재진견례(載陳遣禮) 영결종천(永訣終天) 관음보살(觀音菩薩). 춘초(春草)는 연년이 푸르건만 왕손(王孫)도 귀불귀(歸不歸)라. 관음보살.
[중모리]
요령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허 넘차 너화너. 어너 어허 너엄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북망산천(北邙山川)이 멀다더니 저 건너 안산(案山)이 북망이로구나. 어 넘차 너화너. 새벽 종다리 쉰 길 떠 서천(西天) 명월(明月)이 다 밝아온다. 어 넘차 너화너, 인제 가면 언제나 올라요 오시난 날을 일러 주오. 어너 어허 너엄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물가 가재는 뒷걸음치고 다람쥐 앉아서 밤을 줍는디, 원산(遠山) 호랑이 술주정을 허네. 어 넘차 너화너. 인경 치고 파루(罷漏)를 치니 각댁(各宅) 하님이 개문(開門)을 헌다. 어 넘차 너화너. 어너 어너 어허너 어허너 어너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그때의 심 봉사는 어린 아이를 강보(襁褓)에 싸 귀덕 어미에게 맡겨두고, 곧 죽어도 굴관제복(屈冠祭服) 지어 입고, 상부 뒤채를 검쳐 잡고, “아이고 마누라,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나허고 가세, 나허고 가세! 산첩첩(山疊疊) 노망망(路茫茫)에 다리가 아퍼서 어이 가며, 일침침(日沈沈) 운명명(雲冥冥)에 주점(酒店)이 없어서 어이 가리. 부창부수(夫唱婦隨) 우리 정분(情分) 날과 함께 가사이다.” 상여(喪輿)는 그대로 나가며 어허 넘차 너화너.
[중중모리]
어너 어너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여보소 친구네들, 세상사가 허망허네. 자네가 죽어도 이 길이요 내가 죽어도 이 팔자로다. 어넘차 너화너. 현철허신 곽씨 부인 불쌍허게 떠나셨네. 어넘차 너화너. 어너 어허 너어,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아니리]
산천에 올라가 깊이 파고 안장(安葬) 후에 평토제(平土祭)를 지낼 적에, 심 봉사가 이십 후 안맹(眼盲)이라 배운 것이 있어 그전 글이 문장(文章)이었든가 보더라. 축문(祝文)을 지어 신세 자탄으로 독축(讀祝)을 허는디.
[창조]
“차호부인(嗟乎夫人), 차호부인, 요차요조숙녀혜(邀此窈窕淑女兮)여, 상불고이고인(尙不孤而故人)이라, 기백년이해로(期百年而偕老)터니 홀연몰혜언귀(忽然沒兮焉歸)오. 유치자이영서(有稚子而永逝)허니, 이걸 어이 길러 내며, 누삼삼이첨금혜(淚滲滲而沾襟兮)여, 지는 눈물 피가 되고, 심경경이소혼혜(心耿耿而消魂兮)여, 살길이 전이 없네.
[진양조]
주과포혜(酒果脯醯) 박전(薄奠) 허나, 만사(萬事)를 모두 잊고 많이 먹고 돌아가오.” 무덤을 검쳐 안고, “아이고, 여보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마누라는 나를 잊고 북망산천 들어가 송죽(松竹)으로 울을 삼고 두견이 벗이 되어 나를 잊고 누웠으나, 내 신세를 어이허리. 노이무처(老而無妻) 환부(鰥夫)라니, 사궁(四窮) 중에 첫머리요, 아들 없고 눈 못 보니, 몇 가지 궁(窮)이 되단 말가?” 무덤을 검쳐 안고 내리둥굴 치둥굴며, 함께 죽기로만 작정을 헌다.
[아니리]
동네사람들이 만류하며, “죽은 사람 따라가면, 어린 자식 어쩌랴오. 어서어서 가옵시다.”
[창조]
심 봉사 하릴없어, 동인(洞人)들께 붙들리어
[중모리]
집이라고 들어오니, 부엌은 적막허고, 방안은 텅 비었난디. 심 봉사 실성발광(失性發狂) 미치는디, 얼싸덜싸 춤도 추고, 허허, 웃어도 보며, 지팽막대 흩어 짚고 이웃집 찾어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혹 우리 마누라 여기 안 왔소?”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종적(蹤迹)이 바이없네. 집으로 돌아와서 부엌을 굽어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 마누라!” 방으로 들어가서 쑥내 향내 피워 놓고 마누라를 부르면서 통곡으로 울음 울 제. 그때의 귀덕 어미 아이를 안고 돌아와서, “여보시오, 봉사님. 이 아이를 보시드래도, 그만 진정 하시오.” “허허, 귀덕 이넨가? 이리 주소 어디 보세. 종종 와서 젖 좀 주소.” 귀덕 어미는 건너가고, 아이 안고 자탄할 제. 강보(襁褓)에 싸인 자식은 배가 고파 울음을 우니, 심 봉사 기가 막혀, “아이고 내 새끼야, 너의 모친 먼 디 갔다. 낙양동촌이화정(洛陽東村梨花亭)에 숙(淑) 낭자(娘子)를 보러 갔다. 죽상체루(竹上涕淚) 오신 혼백(魂魄) 이비(二妃) 부인(夫人) 보러 갔다. 가는 날은 안다마는 오마는 날은 모르겠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너도 너의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 고파 울음을 우느냐? 강목수생(剛木水生)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 안 주느냐, 그저 응아, 응아, 응아!” 심 봉사 화가 나서 안었던 아이를 방바닥에다 밀어 놓고 “죽거라, 썩 죽어라! 네 팔자가 얼마나 좋으면, 아 그 초칠(初七) 안에 어미를 잃어야? 너 죽으면 나도 죽고, 나 죽으면 너도 못 살리라.” 아이를 도로 안고, “아가 우지마라, 어서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 먹여주마. 우지마라 내 새끼야.”
[아니리]
그날 밤을 새노라니, 어린아이는 기진(氣盡)허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하여 날 새기를 기다릴 제,
[중중모리]
우물가 두레박 소리 얼른 듣고 나설 적에, 한 품에 아이를 안고 한손에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더듬 더듬더듬 우물가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초칠 안에 어미 잃고 기허(氣虛)허여 죽게 되니,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우물가에 오신 부인 철석(鐵石)인들 아니 주며, 도척(盜跖 인들 아니 주랴. 젖을 많이 먹여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예.” “이 집에도 아기가 있고, 저 집에도 아기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 말고 자주자주 다니시면 내 자식 못 먹인들 차마 그 애 굶기리까?” 심 봉사 좋아라고, “허허, 고맙소, 수복강녕(壽福康寧)허옵소서.” 이 집 저 집 다닐 적에 삼베길쌈 허노라고 흐히 하히 웃음소리 얼른 듣고 들어 가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오뉴월 뙤약볕에 기음 매는 부인들께 더듬더듬 찾아가서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백석청탄(白石淸灘) 시냇가에 빨래하는 부인들께 더듬더듬 찾아가서,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젖 없는 부인들은 돈 돈씩 채워주고, 돈 없는 부인들은 쌀 되씩 떠 주며 “맘 쌀이나 허여주오.” 심 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 수복강녕(壽福康寧)허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 올 제, 어덕 밑에 쭈푸려 앉어 아이를 어룬다. “아이고, 내 딸 배부르다. 배가 뺑뺑하구나! 이 덕이 뉘 덕이냐 동네 부인의 덕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富貴多男)을 한다더라. 너도 어서어서 자라나서, 너의 모친 닮아 현철허고, 얌전허여 애비 귀염을 보이어라.
[단중모리]
둥둥둥, 내 딸이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을 준들 너를 사랴. 백미(白米) 닷 섬에 뉘 하나, 열 소경 한 막대로구나. 둥둥 내 딸이야. 어덕 밑에 귀남(貴男)이 아니냐. 슬슬 기어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자진모리]
둥둥둥, 내 딸, 어허, 둥둥 내 딸. 어허 둥둥 내 딸. 이리 보아도 내 딸, 저리 보아도 내 딸. 엄마 아빠 도리도리, 쥐엄쥐엄, 자깡자깡 섬마 둥둥 내 딸. 서울 가 서울 가 밤 하나 얻어다, 두룸박 속에 넣었더니, 머리감은 새앙쥐가 들랑날랑 다 까먹고 다만 한쪽이 남았기에 한쪽은 내가 먹고 한쪽은 너를 주마, 우루루루루루 둥둥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아니리]
아이 안고 집으로 돌아와 보단 덮어 뉘어 놓고, 동냥 차로 나갈 적에,
[단중모리]
삼베 전대(纏帶) 외동 지어 왼 어깨 들어 메고, 동냥 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동냥, 가을이면 나락동냥, 어린아이 맘죽 차로 쌀 얻고 감을 사, 허유허유 돌아올 제. 그때의 심청이난, 하늘의 도움이라 일취월장(日就月將) 자라날 제, 십여 세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忌祭祀)를 아니 잊고 헐 줄 알고, 부친(父親)의 공양사(供養事)를 의법(依法)이 허여가니, 무정세월(無情歲月)이 아니냐.
[아니리]
하로난 심청이 부친 전에 단정(端正)히 앉아, “아버지!” “왜야?” “아버지 오날부터는 아무 데도 가지 마옵시고 집에 가만히 계시오면, 제가 나가 밥을 빌어 조석공양(朝夕供養)하오리다.” “여보아라, 청아. 내 아무리 곤궁헌들 무남독녀 너 하나를 밥을 빈단 말이 될 말이냐? 워라 워라, 그런 말 마라.”
[중모리]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子路)난 현인(賢人)으로, 백리(百里)에 부미(負米) 허고, 순우의(淳于意) 딸 제영(緹縈 이난 낙양옥(洛陽獄)에 갇힌 아비, 몸을 팔아 속죄(贖罪)허고, 말 못하는 까마귀도 공림(空林) 저문 날에 반포보은(反哺報恩) 헐 줄 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微物)만 못하리까. 다 큰 자식 집에 두고 아버지가 밥을 빌면 남이 욕도 할 것이요, 바람 불고 날 치운디 행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여봐라, 청아. 너 이제 허는 말은 어디서 들었느냐? 너의 어머니 뱃속에서 배워가지고 나왔느냐, 네 성의가 그럴진대, 한 두어 집만 다녀오너라.”
[늦은 중모리]
심청이 거동 봐라. 밥 빌러 나갈 적에, 헌 베 중의(中衣) 다님 매고 말만 남은 헌 초마에, 깃 없난 헌 저고리, 목만 남은 질 보선에, 청목(靑木) 휘양 눌러 쓰고, 바가지 옆에 끼고 바람맞은 병신처럼 옆걸음 쳐 나갈 적에, 원산(遠山)의 해 비치고, 건너 마을 연기(煙氣) 일 제, 주적주적 건너가 부엌문전 다다르며 애근이 비는 말이 “우리 모친 나를 낳고 초칠 안에 죽은 후에, 앞 못 보는 우리 부친 저를 안고 다니시며, 동냥젖 얻어 먹여, 요만큼이나 자랐으나, 앞 못 보는 우리 부친 구완헐 길 전혀 없어 밥 빌러 왔사오니 한 술씩만 덜 잡숫고, 십시일반(十匙一飯) 주옵시면, 치운 방 우리 부친 구완을 허겄네다.” 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 아니 슬퍼허리. 그릇 밥 김치, 장을 애끼잖고 후히 주며, 혹은 먹고 가라 허니, 심청이 여짜오되, “치운 방 우리 부친 날 오기만 기다리니 저 혼자만 먹사리까, 부친 전에 가 먹겄내다.” 한두 집이 족헌지라, 밥 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 올 제, 심청이 허는 말이 “아까 내가 나올 때는 원산(遠山)의 해가 조금 비쳤더니 벌써 해가 둥실 떠 그새 반일(半日)이 되었구나.”
[자진모리]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칩긴들 아니 허며 시장킨들 안 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 밥이요, 저것은 팥밥이요, 미역튀각 갈치자반, 어머니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 드리라 허기로, 가지고 왔사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오.” 심 봉사 기가 막혀 딸의 손을 부여다 입에 대고 훅, 훅, 훅 불며 “아이고, 내 딸 칩다. 불 쬐어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일이냐. 너의 모친이 살았으면, 이런 일이 있겠느냐?”
[아니리]
부친을 위로허여 진지를 잡수시게 한 후,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허여, 심청 나이 벌써 십오 세가 되었구나. 효행(孝行)이 출천(出天)하고 얼굴이 일색(一色)이라, 이렇단 소문이 원근(遠近)에 낭자(狼藉)허니, 하로난 무릉촌(武陵村) 장 승상(丞相) 댁 부인이 시비(侍婢)를 보내어 심청을 청(請)하였구나. 심청이 부친 전 여짜오되, “아버지.” “왜야?” “무릉촌, 장 승상 댁 부인이 시비를 보내어 저를 청하였사오니 어찌 하오리까?” 심 봉사 좋아라고 “이 애 청아, 그 댁 부인과 너의 모친과는 별친(別親)하게 지내었다. 네가 진즉(趁卽) 가서 뵈올 것을 이제 청하도록 있었구나. 어서 건너가되, 아미(蛾眉)를 단정히 숙이고 묻는 말이나 대답허고 수이 다녀오너라.” 부친의 허락을 받고,
[진양조]
시비 따라 건너간다. 무릉촌을 당도허여, 승상 댁을 찾어가니, 좌편(左便)은 청송(靑松)이요, 우편(右便)은 녹죽(綠竹)이라. 정하(庭下)의 섰난 반송(盤松) 광풍(狂風)이 건듯 불면, 노룡(老龍)이 굼니난 듯. 뜰 지키는 백두루미 사람 자취 일어나서 나래를 땅의다 지르르르르 끌며, 뚜루루루 낄룩 징검징검 알연성(戛然聲)이 거이허구나.
[중중모리]
계상(階上)의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허여 심청 손을 부여잡고 방으로 들어가 좌(座)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은지라, “무릉에 내가 있고 도화동(桃花洞)에 네가 나니, 무릉에 봄이 들어 도화동 개화(開化)로다. 니 내 말을 들어봐라. 승상 일찍 기세(棄世)허고, 아들이 삼형제나 황성(皇城) 가 미환(未還) 허고 어린 자식 손자 없어, 적적(寂寂)한 빈 방안에 대하나니 촛불이요, 보는 것 고서(古書)로다. 네 신세를 생각허면 양반의 후예(後裔)로 저렇듯 곤궁(困窮)허니, 나의 수양딸이 되어 여공(女功)도 숭상(崇尙)허고, 문필(文筆)도 학습허여 말년(末年) 재미를 볼까 허니 너의 뜻이 어떠허뇨?”
[아니리]
심청이 여짜오되, “모친 별세한 후, 앞 못 보는 아버지는 저를 아들 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 겸 믿사오니, 분명 대답 못하겠내다.” “기특타, 내 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아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아다오.” 심청이 여짜오되,
[창조]
“치운 방 우리 부친 저 오기만 기다리니, 어서 건너 가겼네다.”
[아니리]
부인이 허락허고, 비단과 양식을 후히 주어 시비 함께 보내겄다. 그때의 심 봉사는 딸 오기만 기다릴 제,
[진양조]
배는 고파 등에 붙고, 방은 추워 한기(寒氣) 들 제, 먼 데 절 쇠북 소리, 날 저문 줄 짐작하고, 딸 오기만 기다릴 제, “어찌하여 못 오느냐, 부인이 잡고 만류(挽留)허느냐, 길에 오다 욕(辱)을 보나? 백설은 펼펄 흩날린디, 후후 불고 앉었느냐?” 새만 푸루루루, 날아들어도 “내 딸 청이 네 오느냐?” 낙엽만 버썩, 떨어져도 “내 딸 청이 네 오느냐?” 아무리 부르고 기다려도 적막공산(寂寞空山)에 인적이 끊쳤으니, “내가 분명 속았구나.” 이놈의 노릇을 어찌를 할거나, 신세(身世) 자탄(自歎)으로 울음을 운다.
[자진모리]
“이래서는 못 쓰겄다.” 닫은 방문 펄쩍 열고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더듬 더듬더듬, 더듬더듬 나가면서 심청을 부르난디 “청아, 오느냐? 어찌허여 못 오느냐?” 그때의 심 봉사는 딸의 덕에 몇 해를 가만히 앉아 먹어노니, 도랑 출입이 서툴구나. 지팽이 흩어 짚고 이리 더듬 저리 더듬 더듬더듬 나가다가, 길 넘어 개천 물에 한 발 자칫 미끄러져 거꾸로 물에가 풍! “아이고, 사람 살려! 어푸, 도화동 사람들 심학규 죽네!” 나오랴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랴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그저 점점 들어가니, “아이고 잘 죽는다. 정신도 말끔허고 숨도 잘 쉬고 아픈 데 없이 잘 죽는다.”
[아니리]
한참 이리 요란헐 제.
[엇모리]
중 하나 올라간다. 중 하나 올라간다. 다른 중은 내려온디, 이 중은 올라간다. 이 중이 어디 중인고,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이라. 절을 중창(重創)허랴 하고 시주(施主) 집 내려왔다, 날이 우연히 저물어져 흔들흔들 흔들거리고 올라갈 제, 저 중의 맵시 보소. 굴갓 쓰고, 장삼(長衫) 입고, 백팔염주(百八念珠) 목에 걸고, 단주(短珠) 팔에 걸어, 용두(龍頭) 새긴 육환장(六環杖), 쇠고리 많이 달아, 처절철 툭탁 짚고, 흔들흔들, 흔들거리고 올라갈 제. 중이라 허는 게 속가(俗家)에 가도 염불, 절에서도 염불. 염불을 많이 허면 극락세계(極樂世界) 간다더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원산(遠山)은 암암(暗暗)허고 설월(雪月)이 돋아오는디, 백저포(白紵布) 장삼은 바람결에 펄렁펄렁 염불을 허는디, “아, 어허, 아, 아. 상래소수불공덕(上來所修佛功德) 회향삼처실원만(回向三處悉圓滿) 원왕생(願往生) 원왕생 제궁종실각안녕(諸宮宗室各安寧)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허고 올라갈 제, 한곳 당도하니, 어떠한 울음소리 귀에 얼른 들리거늘. 저 중이 깜짝 놀래 “이 울음이 웬 울음, 이 울음이 웬 울음? 마외역(馬嵬驛) 저문 날의 하소대로 울고 가는 양태진(陽太眞)의 울음이냐, 이 울음이 웬 울음, 여호가 변화하여 날 홀리는 울음인거나, 이 울음이 웬 울음?” 죽장(竹杖)을 들어 메고 이리 끼웃, 저리 끼웃 끼웃거리고 올라갈 제 한곳을 바라보니, 어떠한 사람이 개천물에 풍덩 빠져 거의 죽게 되었구나.
[자진엇모리]
저 중의 급한 마음, 저 중의 급한 마음, 굴갓, 장삼 훨훨 벗어 되는 대로 내던지고, 버선, 행전, 다님 끄르고, 고두 누비바지 가래 따달 딸딸 걷어 자개미 딱 붙여, 무논의 백로(白鷺) 격으로, 징검징검 징검거리고 들어가 심 봉사 꼬드래 상투를 에뚜루미 쳐 건져 놓고 보니 전에 보던 심 봉사라.
[아니리]
심 봉사 정신 차려, “죽을 사람을 살려주니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이오. 거 뉘가 날 살렸소?” “소승은 몽은사 화주승(化主僧)이온데, 시주 집 내려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다행히 봉사님을 구하였소.” “허허, 활인지불(活人之佛)이라더니 대사가 나를 살렸소그려.” “그 중이 허는 말이 여보 봉사님. 꼭 내 말을 들으면 두 눈을 뜰 것이오마는······.” 심 봉사가 눈 뜬다는 말을 듣더니 “아니 그 어쩐 말이오?” “공양미(供養米) 삼백 석만 우리 절에 시주하면 삼 년 내로 눈을 뜨오리다.” 심 봉사가 눈 뜬단 말에 후사(後事)는 생각지 않고 대번 일을 저지르난디, “여, 대사, 자네 말이 그러할진대, 공양미 삼백 석을 권선문(勸善文)에 적소 적어.” 저 중이 어이없어 “봉사님 세력을 헤아리면 삼백 석은 말고 삼백 주먹이 없는 이가 함부로 그런 말을 하오?” 심 봉사 화를 내어 “자네가 내 수단을 어찌 아는가, 잔말 말고 적게 적어!” 저 중이 권선에 적은 후에 “여보시오 봉사님, 부처님을 속이면 앉은뱅이가 될 것이니 부디 명심(銘心)하오.”
[창조]
중은 올라가고 심 봉사는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허니 이런 실(實)없는 일이 없든가 보드라.
[중모리]
“허허, 내가 미쳤구나. 정녕 내가 사(邪) 들렸네. 공양미 삼백 석을 내가 어찌 구하리오. 살림을 팔자 허니 단돈 열 냥을 누가 주며, 내 몸을 팔자 허니, 앞 못 보는 병신 몸을 단돈 서푼을 누가 주리. 부처님을 속이면은 앉은뱅이가 된다는디, 앞 못 보는 봉사 놈이 앉은뱅이가 되거드면, 꼼짝없이 내가 죽었구나. 수중고혼(水中孤魂)이 될지라도 차라리 죽을 것을 공연한 중을 만나 도리어 내가 후회로구나, 저기 가는 대사, 권선의 쌀 삼백 석 에우고 가소, 대사!” 실성발광(失性發狂) 기가 막혀 혼자 앉어 탄식헌다.
[자진모리]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저의 부친 모양 보고 깜짝 놀라 발 구르며 “이것이 웬일이오? 살 없는 두 귀 밑에 눈물 흔적 웬일이며, 솜 없는 헌 의복에 물 흔적이 웬일이오. 나를 찾아 나오시다, 개천에 넘어져서 이 지경을 당하였소. 승상 댁 노부인(老婦人)이 굳이 잡고 만류허여 어언간(於焉間) 더디었소. 말을 허오 말을 허오 말을 허여, 답답허여 못 살겄소.”
[아니리]
심 봉사 하릴없어 “여보아라, 청아. 너를 기다리다 못하여 더듬더듬 나가다가 이 앞 개천 물에 빠져 거의 죽게 되었난디, 뜻밖에 몽은사 화주승이 올라가다 나를 구해주고, 날더러 공양미 삼백 석만 몽은사 불전(佛前)에 시주(施主)하면 삼 년 내로 눈을 뜬다 허더구나. 그리하여 후사는 생각지 않고 공양미 삼백 석을 권선에 적어 주었으니 이를 어쩔거나. 아무리 생각허여도 백계무책(百計無策)이로구나.”
[중모리]
“아버지 듣조시오. 왕상(王祥)은 고빙(叩氷) 허여 얼음 궁기 잉어 얻고, 맹종(孟宗)은 읍죽(泣竹) 허여 눈 속에 죽순 얻어 양친(兩親) 성효(誠孝)를 하였으며, 곽거(郭巨)라는 옛 사람은 부모 반찬허여 놓으면, 제 자식이 먹는다고 산 자식을 묻으랴고 땅을 파다 금을 얻어 부모봉양을 허였으니, 사친지효도(事親之孝道)가 옛사람만 못하여도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부친을 위로하고 그날부터 목욕재계(沐浴齋戒) 정(淨)히 허고 지극정성(至極精誠)을 드리난디,
[진양조]
후원(後園)에 단을 뭇고 북두칠성횡야반(北斗七星橫夜半)에 촛불을 돋워 켜고, 정화수를 받쳐 놓고, 두 손 합장 무릎을 꿇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느님 전 비나이다. 천지지신(天地之神) 일월성신(日月星辰) 화의동심(和議動心) 하옵소서. 무자(戊子) 생(生) 소녀 아비, 삼십 전 안맹(眼盲)허여 오십이 장근(將近)토록 시물(視物)을 못하오니, 아비의 허물은 심청 몸으로 대신허고, 아비 눈을 밝히소서. 인간의 충효지심(忠孝之心) 천신(天神) 어이 모르리까. 칠 일 안에 어미 잃고 앞 어둔 부친에게 겨우겨우 자라나서 십오 세가 되었으나, 욕보지덕(慾報之德)인데 호천망극(昊天罔極)이라, 공양미 삼백 석만 불전에 시주허면 부친 눈을 뜬다허니, 명천(明天)이 감동허여 공양미 삼백 석을 지급(支給)허여 주옵소서.”
[아니리]
이렇다시 빌어갈 제,
[중중모리]
하루난 문전의 웨난 소리 “우리는 남경(南京) 장사 선인으로 인당수(印塘水) 인(人) 제수(祭需)를 드리고저, 십오 세나 십육 세나 먹은 처녀(處女)를 사려허니, 몸 팔 일이 뉘 있습나? 있으면 있다 대답을 허시오. 아 아”
[아니리]
심청이 이 말을 듣더니 천재일시(千載一時)의 좋은 기회(機會)로구나, 이웃사람 알지 않게 몸을 은신(隱身)하고, 선인 한 사람을 청(請)하여 여짜오되,
[창조]
“소녀난 당년(當年) 십오 세인데 부친을 위하여 몸을 팔려 하오니
[아니리]
나를 사 가심이 어떠하오?” 선인이 좋아라고, “출천지대효(出天之大孝)로고, 값은 얼마나 주오리까?”
[창조]
“더도 덜도 말고 공양미 삼백 석만 내월(來月) 십오일 내로 몽은사로 올려주오.”
[아니리]
“참으로 효녀로고, 그리하오, 염려 마오. 그러나 우리도 내월 십오일이 행선(行船) 날이오니 어찌 하오리까?”
[창조]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 뜻대로 하오리까?”
[아니리]
피차(彼此) 약속을 정하고 방으로 들어와 생각허니, 아무리 허여도 부친을 아니 속일 수가 없는지라, 심청 같은 효녀가 부친을 속일 리가 있으리오마는, 속인 것도 또한 효성이라, 부친을 속이는디, “아버지, 오늘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올리게 되었으니 아무 염려 마옵소서.” 심 봉사 깜짝 놀라 “아가, 거 웬 말이냐?” “아버지, 전일에 승상 댁 부인께서 저를 수양딸로 말씀한 걸 분명 대답 못 했지요.” “그래서?” “오날 제가 건너가 아버지 사정을 여쭈오니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올리시고 저를 수양딸로 데려간다 하옵디다.” “아가, 그 일 참 잘되었다. 그러면 언제 가기로 하였느냐?” “내월 십오 일에 가기로 하였네다.” “그러면 나는 어쩌고?” “아버지도 모시고 가기로 하였네다.” “그렇지, 눈먼 놈 나 혼자만 둘 것이냐, 잘되었다. 아따, 야야, 그 일 참 잘되었다.” 부친의 맺힌 근심을 위로하고 행선 날을 기다릴 제,
[진양조]
눈 어둔 백발(白髮) 부친 생존 시에 죽을 일과 사람이 세상에 나 십오 세의 죽을 일을 생각허니, 정신이 막막허고 흉중(胸中)이 답답허여 하염없는 서름이 간장(肝腸)으로 솟아난다. 부친의 사시(四時) 의복 빨래허여 농 안에 담어두고, 갓 망건 다시 꾸며 쓰기 쉽게 걸어놓고, 행선 일을 생각허니, 하룻밤이 격(隔)한지라, 모친 분묘(墳墓) 찾어가서, 주과포혜 차려놓고, “아이고, 어머니. 불효(不孝) 여식(女息) 심청이난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 석 몸이 팔려 제수로 가게 되니, 불쌍헌 아버지를 차마 어이 잊고 가며, 분묘의 돋난 풀을 뉘 손으로 벌초(伐草)하며, 연년(年年)이 오난 기일(忌日) 뉘라서 받들리까? 내 손으로 부은 술을 망종(亡終) 흠향(歆饗)허옵소서.” 사배하직(四拜下直)허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을 위로하고 밤 적적(寂寂) 삼경이 되니, 부친이 잠든지라 후원으로 돌아가서 사당 문을 가만히 열고 분향사배 우난 말이 “불효여식 청이는 선영향화(先塋香火)를 끊게 되니 불승영모(不勝永慕) 허옵니다.” 방으로 들어오니, 부친이 잠들어 아무런 줄 모르거날 심청이 기가 막혀 크게 울든 못허고 속으로 느끼난디 “아이고 아버지, 아버지를 어찌허고 가리. 이내 한 몸 없어지면 동네 걸인이 또 될 것이니, 어찌 잊고 돌아가리, 아이고, 아버지, 날 볼 밤이 몇 밤이며, 날 볼 날이 몇 날이오.” 얼굴도 대어보고 수족(手足)도 만지면서 “아버지, 오늘밤 오경(五更) 시를 함지(咸池)에 머무르고, 내일 아침 돋는 해를 부상(扶桑)에다 맬 양이면, 불쌍허신 아부지를 일시라도 더 뵈련마는 인력(人力)으로 어이 허리.” 천지가 사정이 없어 벌써 닭이 “꼬끼오.” “닭아 우지마라. 반야(半夜) 진관(秦關)의 맹상군(孟嘗君)이 아니어든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의지 없는 우리 부친을 차마 어이 잊고 가리.”
[중모리]
하량낙일수운기(河梁落日愁雲起)는 소통국(蘇通國)의 모자 이별, 용산(龍山)의 형제 이별, 서출양관무고인(西出陽關無故人)이라. 상봉(相逢)헐 날이 있건마는 우리 부친 이별이야 어느 때나 다시 보리.
[아니리]
벌써 동방(東方)이 밝아지니, 심청이 하릴없어 정신을 다시 차려 “이래서는, 못쓰겠다. 부친 망종이나 지으리라.” 부엌으로 나오니 벌써 문밖에 선인들이 늘어섰거늘, 심청이 빨리 나가 “여보시오 선인네들, 부친 진지나 잡수시게 허고 떠나는 게 어떠하오.” 선인이 허락허니 아침밥을 얼른 지어 소반(小盤) 위에 받쳐 들고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 일어나 진지 잡수세요.” “얘, 오늘 아침밥은 매우 일구나. 그런데 청아 간밤에 내가 묘한 꿈을 꾸었느니라. 니가 수레를 타고 끝없는 바다로 한없이 가 보이드구나. 그래서 내가 뛰고 궁글고 야단(惹端)법석을 쳤는디, 수레라 허는 것은 귀인이 타는 것이여. 내가 꿈 해몽을 허여 보았지. 꿈에 눈물은 생시에 술이라. 오늘 장 승상 댁 부인이 너를 다려 가려고 가마를 보내실란가 보다. 오늘 장 승상 댁에서 술에다 고기에다 떡에다 잘 먹을 꿈인가부다.” 심청이 저 죽을 꿈인 줄 짐작허고, “아버지 그 꿈이 장(壯)히 좋습니다. 진지 잡수세요.” “아가, 오늘 아침 반찬이 매우 걸구나, 뉘댁에 제사 지냈더냐?” 진지 상을 물리치고, 담배 붙여 올린 후에,
[창조]
심청이 아무 말도 못하고 우두머니 앉었다가,
[아니리]
아무리 생각하여도 이제는 부친을 더 속일 수가 없는지라.
[자진모리]
심청이 거동 봐라. 부친 앞으로 우르르르 “아이고, 아버지!” 한 번 부르더니 말 못 허고 기절한다. 심 봉사 깜짝 놀라 “아이고, 이거 웬일이냐. 어허, 이거 웬 일이여. 아니 얘가 급체(急滯)하였는가, 아가 정신 차려라, 누가 봉사 딸이라고 정가하드냐.”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은 아버지를 속였소.” “아, 이놈아, 속였으면 무슨 큰일을 속였난디 이렇게 아비를 놀라게 한단 말이냐? 말하여라, 답답허다.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공양미 삼백 석을 누가 저를 주오리까. 남경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의 제수로 오늘이 행선 날이요. 어느 때나 뵈오리까.”
[아니리]
그때의 심 봉사는 눈 뜨기는커녕, 눈 빠질 말을 들었으니, 이 일이 어찌 되겄느냐? 심 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고 “에이”
[휘중중모리]
“허허 이것 웬 말이냐? 못 허지야 못 하여 아이고 청아! 애비보고 묻도 않고, 너 이것이 웬일, 못 허지야 못 하여, 눈을 팔아 너를 살디 너 팔아 눈을 뜬들 무엇 보자 눈을 뜨랴. 철모르는 이 자식아, 애비 설움을 너 들어라. 너의 모친 너를 낳고 칠 일 안에 죽은 후에 앞 못 본 늙은 애비가 품안에 너를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며 동냥젖 얻어 먹여 이만큼이나 장성(長成) 묵은 근심 햇근심을 널로 하여 잊었더니, 이것이 웬일이냐. 나를 죽여 묻고 가면 갔지, 살려두고는 못 가리라.” 그때의 선인들이 문밖에 늘어서 “심 낭자 물때 늦어 가오.” 성화같이 재촉허니 심 봉사 이 말 듣고 밖으로 우루루 “에이, 무지한 놈들아! 장사도 좋거니와 사람사서 제지낸 디 어디서 보았느냐? 옛글을 모르느냐? 칠년대한(七年大旱) 가물 적에 탕 임군 어진 마음 사람 잡아 빌랴허니 내 몸으로 대신 가리라, 몸으로 희생되어 전조단발(剪爪斷髮) 신영백모(身嬰白茅) 상림(桑林) 뜰에 빌었더니 대우방수천리(大雨方數千里)에 풍년이 들었단다. 나도 오늘 내 몸으로 대신 가리라. 아이고, 동네 사람들, 저런 놈들을 그저 둬, 내 딸 심청 어린 것을 꼬염 꼬염 꼬여다가 인당수 제수 허면 네 이놈들 잘될쏘냐?” 목제비질을 떨컥 내리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이게 웬일이여?” 심청이 기가 막혀 부친을 부여안고 “아이고 아버지, 지중한 부녀(父女) 천륜(天倫) 끊고 싶어 끊사오며 죽고 싶어 죽사리까? 아버지는 눈을 떠서 대명천지(大明天地) 다시 보고 좋은 디 장가들어 칠십 생남(生男) 하옵소서.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아버지!”
[아니리]
선인들이 이 정상(情狀)을 보고, 전곡(錢穀)을 따로 내여 동인들께 부탁허되, 심 봉사 평생 먹고 입을 것을 내어 주었구나. 그때에 무릉촌 장 승상 댁 부인이 이 소식을 듣고 시비를 보내어 심청을 청하였거날 심청이 부친 전 여짜오되 “아버지 장 승상 댁 부인이 청하였사오니 어찌하오리까?”
[창조]
“어따, 그 댁에난 열 번이라도 가고 백 번이라도 가거라.”
[아니리]
선인들께도 말허고 무릉촌을 건너갈 제,
[세마치]
시비 따라 건너간다. 울며불며 건너갈 제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양친(兩親)이 구존(俱存)허여 부귀영화로 잘사는디, 내 신세는 어이허여 십오 세의 이 세상을 떠나는고.” 그렁저렁 길을 걸어 무릉촌을 당도허니, 부인이 영접하여 “예이 천하 무정한 사람아! 나는 너를 딸로 여기는디 너는 나를 속였느냐? 효성은 지극허나 앞 못 본 너의 부친 뉘게 의탁(依託)허랴느냐? 공양미 삼백 석을 지금 내가 줄 터이니, 선인들과 해약(解約)하라.” 심청이 여짜오되, “장사하는 선인들께 수삭(數朔) 만의 해약허면 선인들도 낭패오니, 이제 후회 쓸데 있소.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이제 두말 허오리까?” 부인이 심청의 기색을 보고 다시 두말 못허시고 “니 진정 그럴진대, 너의 화상이나 그려 널 본 듯이 보겠노라.” 화공을 즉시 불러 심 낭자 생긴 형용 역력(歷歷)히 잘 그려라. 화공이 영을 듣고 오색단청 풀어놓고 화용월태(花容月態) 고운 얼굴 모란화 한 송이가 세우 중에 젖인 듯이, 난초 같은 푸른 머리 두 귀밑에 따인 것과 녹의홍상 입은 태도 낱낱이 그려내어 족자(簇子) 떨어 걸어 놓으니, 심청이가 둘이로다. 부인이 화제(畵題)를 쓰시난디, 생기사귀일몽간(生奇死歸一夢間)허여 연장하필누삼삼(姸粧何必淚滲滲 고 세간(世間)의 최유단장처(最有斷腸處)에 초록강남인미환(草綠江南人未歸)이라. 부인이 심청을 부여안고 “인제 가면 언제나 올거나 오는 날이나 일러다오.”
[아니리]
심청이 일어서며
[창조]
“물때가 늦어가니 어서 건너가겄네다.”
[아니리]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선인들은 재촉하고 부친은 뛰고 우니, 심청이 하릴없이 동네 어른들께 부친을 의탁허고 길을 떠나는디.
[중모리]
따라간다.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치마 자락을 거듬거듬 걷어안고 비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에 모두 다 사무친다. 엎더지며 넘어지며 천방지축(天方地軸) 따라갈 제, 건넛마을 바라보며 “이진사댁 작은 아가 작년 오월 단오야(端午夜)의 앵두 따고 노던 일을 니가 행여 잊었느냐. 금년 칠월 칠석야(七夕夜)의 함께 걸교(乞巧)하잤드니 이제는 하릴없다. 상침질 수놓기를 뉠과 함께 허랴느냐. 너희는 양친이 구존허니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날 우리 부친 슬하(膝下)를 떠나 죽으러 가는 길이로다.” 동네 남녀노소(男女老少) 없이 눈이 붓게 모도 울고 하느님이 아옵신지 백일(白日)은 어디 가고 음운(陰雲)이 자욱허여 청산(靑山)도 찡그난 듯 초목(草木)도 눈물진 듯 휘늘어져 곱던 꽃이 이울고저 빛을 잃고 춘조(春鳥)는 다정(多情)허여 백반제송(百般啼送) 허는 중에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허였간디 환우성(喚友聲) 지어 울고, 뜻밖의 두견(杜鵑)이난 귀촉도(歸蜀道) 귀촉도 불여귀(不如歸)라. 가지 위에 앉어 울겄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가 어이 돌아오리. 한곳을 당도허니, 광풍이 일어나며 해당화(海棠花) 한 송이가 떨어져 심청 얼굴에 부딪치니 꽃을 들고 하는 말이 “약도춘풍불해의(若道春風不解意)면 하인취송낙화래(何因吹送落花來)라, 송(宋) 무제(武帝) 수양공주(壽陽公主) 매화장(梅花粧)은 있건마는 죽으러 가는 몸이 언제 다시 돌아오리. 죽고 싶어 죽으랴마는 수원수구(誰怨誰咎) 어이허리.” 걷는 줄을 모르고 울며불며 길을 걸어 강변을 당도허니, 선두(船頭)에다 도판(渡板)을 놓고 심청을 인도허는구나.
[아니리]
이때의 심청이는 세상사(世上事)를 하직허고 공선(供船)의 몸을 싣고 동서남북 지향 없이 만경창파(萬頃蒼波) 높이 떠서 영원히 돌아가는구나.
[진양조]
범피중류(泛彼中流)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茫茫)한 창해(滄海)이며, 탕탕(蕩蕩)헌 물결이라.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료안(紅蓼岸)으로 날아들고 삼강(三江)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만 돌아든다. 요량(嘹喨)한 남은 소리 어적(魚笛)이언마는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의 수봉(數峰)만 푸르렀다. 관내성중만고심(欵乃聲中萬古心)은 날로 두고 이름인가, 장사(長沙)를 지내가니 가태부(賈太傅) 간 곳 없고 멱라수(泊羅水)를 바라보니 굴삼려(屈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 무양(無恙)도 허시든가. 황학루(黃鶴樓)를 당도(當到)하니 일모향관하처시(日暮鄉關何處是)요 연파강상사인수(煙波江上使人愁)는 최호(崔顥) 유적(遺跡)인가. 봉황대(鳳凰台)를 돌아드니 삼산반락청천외(三山半落青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는 태백(太白)이 노던데요. 심양강(潯陽江)을 당도허니 백낙천(白樂天) 일거(一去) 후(後)에 비파성(琵琶聲)도 끊어지고 적벽강(赤壁江)을 돌아드니 소동파(蘇東坡) 노던 풍월(風月) 의구(依舊)허여 있다마는 조맹덕(曹孟德) 일세지웅(一世之雄) 이금(而今)에 안재재(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帝) 깊은 밤에 고소성외(姑蘇城外)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쇠북소리 객선(客船)에 뎅 뎅 들리거늘, 진회수(秦淮水)를 바라보니 격강(隔江)의 상녀(商女)들은 망국한(亡國恨)을 모르고서 연롱한수(煙籠寒水) 월롱사(月籠沙)에 후정화(後庭花)만 부르더라. 악양루(岳陽樓) 높은 집이 호상에 솟아난 듯 무산(巫山)의 돋는 달은 동정호(洞庭湖)로 비쳐오니 상하천광(上下天光)이 거울 속에 푸르렀다. 창오산(蒼梧山)이 아득허니 황릉묘 잠겼어라. 삼협(三峽)의 잔나비는 자식 찾는 슬픈 소리 천객(遷客) 소인(騷人)이 눈물을 몇몇이나 뿌렸든고. 팔경(八景)을 다 본 후에,
[중모리]
한곳을 당도허니 향풍(香風)이 일어나며, 죽림(竹林) 사이로 옥패(玉佩) 소리 들리더니 어떠한 두 부인(婦人)이 선관(仙冠)을 높이 쓰고 신음(呻吟) 거려 나오면서 “저기 가는 심 소저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창오산붕상수절(蒼梧山崩湘水絕) 허여 죽상지루내가멸(竹上之淚乃可滅)이라. 천추(千秋)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오늘날 출천대효(出天大孝) 너를 보니 오죽이나 흠전(欽傳)허랴. 요순(堯舜) 후(後) 기천(幾千) 년(年)의 지금의 천자(天子) 어느 뉘며 오현금(五絃琴) 남풍시(南風詩)를 이제까지 전하더냐. 수로(水路) 먼먼 길을 조심허여 잘 가거라.” 이는 뉜고 허니, 요녀순처(堯女舜妻) 만고열녀(萬古烈女) 이비(二妃)로다. 소상강을 바삐 건너 오강(烏江)을 당도허니 한사람이 나오난디, 키는 구 척(尺)이나 되고 면여거륜(面如車輪)허여 미간이(眉間) 광활(廣闊)허고 두 눈을 감고 가죽을 무릅쓰고 우루루루 나오더니 “저기 가는 심 소저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슬프다. 우리 오왕(吳王)! 백비(伯嚭) 의 참소(讒訴) 듣고 촉루검(屬鏤劍) 나를 주어 목 찔러 죽은 후에 가죽으로 몸을 싸서 이 물에 던졌더니, 장부의 원통함이 월(越) 범려(范蠡) 멸오(滅吳) 함을 내 일찍 눈을 빼어 동문 상에 걸고 왔네. 세상에 나가거든 내 눈 찾어 전해다오, 천추에 원통함이 눈 없는 것이 한이로세.” 이는 뉜고 허니 오(吳)나라 충신 오자서(伍子胥)로다. 오강을 바삐 건너 멱라수를 당도허니 어떠한 두 사람이 택반(澤畔)으로 나오드니 슬피 탄식 우는 말이 진(秦)나라 속임 입어 삼 년 무관(武關)에 고국을 바라보며 미귀혼(未歸魂)이 되었더니 박랑퇴성(博浪槌聲) 반기 듣고 속절없는 동정(洞庭) 달에 헛춤만 추었노라. 뒤에 오난 한 사람은 안색(顔色)이 초췌(憔悴)하고 형용(形容)이 고고(枯槁)허니 이난 초(楚)나라 굴원이라. 죽은 지 수천 년의 정백(精魄)이 남아 있어, 사람의 눈에 와 보이니 이도 또한 귀신이라 나 죽을 징조로다.
[진양조]
배의 밤이 몇 밤이며 물의 날이 몇 날이나 되든고, 무정한 사오(四五) 삭(朔)을 물과 같이 흘러가니, 추풍삽이석기(秋風颯以夕起)하고 옥우곽기쟁영(玉宇廓其崢嶸)이라. 낙하(落霞)는 여고목제비(與孤鶩齊飛)허고 추수(秋水)는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이라. 강한(江漢)에 귤농(橘濃) 황금(黃金)이 천편(千片) 노화(蘆花)의 풍기(風起)허니 백설(白雪)이 만점(滿點)(萬霑)이라. 신포세류(新蒲細柳) 지는 잎은 만강추풍(滿江秋風) 흐날리고 옥로청풍(玉露靑楓)은 불었난디, 외로울사 어선(漁船)들은 등불을 돋워 켜고 어가(漁歌)로 화답(和答)허니 돋우난이 수심(愁心)이요, 해반청산(海畔靑山)은 봉봉(峰峰)이 칼날되어 베이나니 간장(肝腸)이라. 일락장사추색원(日落長沙秋色遠)하니, 부지하처조상군(不知何處吊湘君)고 송옥(宋玉)의 비추부(悲秋賦)가 이에서 슬프리요. 동녀(童女)를 실었으니 진시황(秦始皇)의 채약(採藥) 밴가, 방사(方士)는 없었으나 한(漢) 무제(武帝)의 구선(求仙) 밴가. 지레 내가 죽자 허니 선인들이 수직(守直)하고, 살아 실려 가자하니 고국(故國)이 창망(蒼茫)이라. 죽도 살도 못 허는 신세야, 아이고 이 일 어찌허리.
[엇모리]
한곳 당도허니 이는 곧 인당수(印塘水)라. 대천(大川)바다 한 가운데 바람 불고 물결쳐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 갈 길은 천리만리(千里萬里)나 남고 사면(四面)이 검어 어둑 점글어져 천지(天地) 적막(寂寞)헌디 간치뉘 떠 들어와 뱃전 머리 탕탕 물결은 와르르르 출렁출렁. 도사공(都沙工) 영좌(領座) 이하 황황급급(遑遑急急)허여 고사(告祀) 기계(器械)를 차릴 제, 섬쌀로 밥 짓고 온 소 잡고 동우 술 오색탕수(五色湯水) 삼색실과(三色實果)를 방위(方位) 찾어 갈라놓고 산 돝 잡어 큰칼 꽂아 기는 듯이 바쳐 놓고 도사공 거동(擧動)봐라.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허고 북채를 양손에 쥐고
[자진모리]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헌원씨(軒轅氏) 배를 모아 이제불통(以濟不通)한 연후에 후생(後生)이 본을 받어 다 각기 위업(爲業)하니 막대(莫大)한 공이 아니냐. 하우씨(夏禹氏) 구년지수(九年之水) 배를 타고 다스릴 제 오복(五服)에 정한 공수(貢輸) 구주(九州)로 돌아들고 오자서(吳子胥) 분오(奔吳) 헐 제 노가(蘆歌)로 건네주고, 해성(垓城)에 패(敗)한 장수(將帥) 오강으로 돌아들어 의선대위(檥船待謂) 건네주고 공명(孔明)의 탈조화(奪造化)는 동남풍(東南風) 빌어 내어 조조(曹操)의 백만(百萬) 대병(大兵) 주유(周瑜)로 화공(火攻)허니 배 아니면 어이하리.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주요요이경양(舟遙遙以輕颺 허니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歸去來) 해활(海闊) 허니 고범지(孤帆遲)난 장한(張翰)의 강동거(江東去)요, 임술지추(壬戌之秋) 칠월(七月)의 소동파 놀아 있고 지국총 총 어사와 허니 고예승류무정거(鼓枻乘流無定居)난 어부(漁父) 질검 계도란요하장포(桂棹蘭橈下長浦)는 오희월녀(吳姬越女) 채련주(採蓮舟)요 타고발선하군랑(打鼓發船何郡郞)의 상고선(商賈船)이 이 아니냐. 우리 선인 스물네 명 상고(商賈)로 위업(爲業)허여 경세우경년(經歲又經年)의 표박서남(漂泊西南)을 다니더니 오늘날 인당수(印塘水)에 인 제수를 드리고저 동해신(東海神) 아명(阿明)이며 서해신(西海神) 축량(祝良)이며 남해신(南海神) 축융(祝融)이며 북해신(北海神) 옹강(禺强)이며 강한지장(江漢之將)과 천택지군(川澤之君)이 하감(下瞰)허여 보옵소서.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비렴(飛廉)으로 바람 주고 해약(海若)으로 인도허여 환난(患難)없이 도우시고 백천만금(百千萬金) 퇴(退)를 내어 돛대 위에 봉기(鳳旗) 꽂고 봉기 우에 연화(蓮花) 받게 점지허여 주옵소서. 고사를 다 지낸 후에 “심 낭자 물에 들라.” 심청이 죽으란 말을 듣더니마는 “여보시오 선인님네, 도화동이 어디쯤이나 있소?” 도사공이 나서더니 손을 들어서 가르키난디 “도화동이 저기 운애(雲靉 만 자욱한 디가 도화동일세.” 심청이 기가 막혀 사배(四拜)하고 엎드려지더니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은 요만끔도 생각마옵시고 사시는 대로 사시다가 어서어서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 보고 좋은데 장가들어 칠십(七十) 생남(生男)허옵소서. 여보시요 선인님네 억십만금(億十萬金) 퇴(退)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돌아가시거든 불쌍헌 우리 부친 위로허여 주옵소서.” “글랑은 염려 말고 어서 급히 물에 들라.” 성화같이 재촉허니 심청이 거동봐라. 샛별 같은 눈을 감고 초마폭을 무릅쓰고 뱃전으로 우루루루 만경창파(萬頃蒼波) 갈매기 격(格)으로 떴다 물에가 풍!
[진양조]
해당(海棠)은 광풍(光風)의 날리고 명월(明月)은 해문(海門)에 잠겼도다. 영좌도 울고 사공(沙工)도 울고, 격군(格軍) 화장(火匠)이 모두 운다. 장사도 좋거니와, 우리가 연년(年年)이 사람을 사다가 이 물에다 넣고 가니 후사(後事)가 어이 좋을 리가 있겠느냐. 닻 감어라 어기야, 어기야, 어기어. 어기야, 어허기야, 우후청강(雨後淸江) 좋은 흥(興)을 묻노라 저 백구(白鷗)야 홍료월색(紅蓼月色)이 어느 곳고, 일강소우노평생(一江疎雨鷺平生)의 너는 어이 한가허드냐, 범피창파(泛彼蒼波) 높이 떠서 도용도용(滔溶滔溶) 떠나간다.
[아니리]
그때에 이러한 출천지대효녀(出天之大孝女)를 하늘이 그저 둘 리 있겠느냐? 옥황상제(玉皇上帝)께서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불러 하교(下敎)하시되 “오늘 묘시(卯時)에 유리국(琉璃國) 심 소저가 인당수에 들 터이니 착실히 뫼셨다가 인당수로 환송하라.” 용왕이 수명(受命)하고 내려와 용궁(龍宮) 시녀(侍女)들을 불러 “너 이제 백옥교(白玉轎)를 가지고 인당수 빨리 나가 묘시를 기다리면 인간의 심 소저가 들 터이니 착실히 모셔 오너라.” 각궁(各宮) 선녀(仙女)들이 수명허고 인당수를 당도허니 때마침 묘시 초라. 그때의 심 소저는 물에 들듯 말듯 천지 명랑(明朗)허고 일월이 조림(照臨)커날 뜻밖에 팔선녀(八仙女)들이 백옥교를 앞에 놓고 예(禮)하며 여짜오되 “저희들은 용궁(龍宮) 시녀로서 부왕(父王)의 분부(分付) 듣고 소저를 뫼시고자 왔사오니 옥교를 타옵소서.” 심청이 여짜오되 “인간의 미천한 사람으로 어찌 옥교를 타오리까?” “만일 아니 타면 상제께서 수궁(水宮) 대죄(大罪)를 내릴 테니 사양치 마옵소서.” 심 소저 마지 못허여 옥교에 앉으니 수궁 풍류(風流)가 낭자(狼藉)헐 제
[엇모리]
위의(威儀)도 장할시구, 천상(天上) 선관(仙官) 선녀들이 심 소저를 보려 허고 태을진(太乙眞) 학(鶴)을 타고 안기생(安期生) 난(鸞) 타고 고래 탄 이적선(李謫仙) 청의동자(靑衣童子) 황의동자(黃衣童子) 쌍쌍(雙雙)이 모였네. 월궁항아(月宮姮娥) 마고선녀(麻姑仙女) 남악부인(南岳夫人) 팔선녀들이 좌우로 벌렸는듸, 풍악(風樂)을 갖추울 제 왕자진(王子晋)의 봉(鳳) 피리 니나니나 니나누, 곽(郭) 처사(處士) 죽장구 찌지렁 쿵 쩡 쿵, 장자방(張子房)의 옥(玉)퉁소 띳띠루 띠루, 성련자(成連子) 거문고 슬기덩지 둥덩덩, 혜강(嵆康)의 혜금(嵆康)이며 수궁이 진동헌다. 괘룡골이위량(挂龍骨以爲梁)허니 영광(靈光)이 요일(耀日)이요, 집어린이작와(緝魚鱗而作瓦)허니 서기반공(瑞氣蟠空)이라. 주궁패궐(珠宮貝闕)은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이요, 곤의수상(袞衣繡裳)은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이라. 산호(珊瑚) 주렴(珠簾) 백옥 안상(白玉案床) 광채(光彩)도 찬란허구나. 주찬(酒饌)을 드릴 적에 세상 음식이 아니라 유리잔(琉璃盞) 호박병(琥珀甁)의 천일주(千日酒) 가득 담고 한가운데 삼천벽도(三千碧桃)를 덩그렇게 괴었으니 세상의 못 본 바라, 삼일(三日)의 소연(小宴)허고, 오일(五日)에 대연(大宴)허여 극진히 봉공(奉供) 헌다.
[아니리]
하루는 천상에서 옥진부인(玉眞夫人) 내려오난디, 이는 뉜고 하니 심 봉사 아내 곽씨 부인이 죽어 천상의 광한전(廣寒殿) 옥진부인이 되었난디, 심청이가 수궁에 왔단 말을 듣고 모녀 상봉 차로 하강하시것다.
[진양조]
오색(五色) 채단(彩緞)을 기린(麒麟)의 가득 싣고 벽도화(碧桃花) 단계화(丹桂花)를 사면에 내려 꼽고 청학(靑鶴) 백학(白鶴)은 전배(前倍) 서고 수궁에 내려오니 용왕도 황겁(惶怯)하여 문전(門前)에 배회(徘徊)할 제, 옥진부인이 들어와 심청 손을 부여잡고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에서 너를 낳은 곽씨로다. 너의 부친 많이 늙었으리라. 나는 죽어 귀인(貴人) 되어 광한전 옥진부인이 되었으나 너는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이곳으로 들어왔다 허기로 너를 보러 내 왔노라. 세상에서 못 먹던 젖 이제 많이 먹어 보아라.” 심청 얼굴 끌어다 가슴에다 문지르며 “아이고 내 자식아, 꿈이면 깰까 염려로다.” 심청이 그제야 모친인 줄 짐작(斟酌)허고 부인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이것이 꿈이요 생시요. 불효여식 심청이는 앞 어둔 백발 부친 홀로 두고 나왔는디, 외로우신 아버지는 뉘를 의지허오리까?” 부인이 만류(挽留)허며 “내 딸 청아 우지마라. 너는 일후(日後)에 너의 부친 다시 만나 즐길 날이 있으리라.” 광한전 맡은 일이 직분(職分)이 허다(許多)하여 오래 지체(遲滯) 어려워라. 요령(鐃鈴) 소리가 쟁쟁(錚錚) 나더니 오색(五色) 채운(彩雲)으로 올라가니 심청이 하릴없어 따라 갈 수도 없고 가는 모친을 우두머니 바라보며 모녀 작별이 또 되는구나.
[아니리]
하루는 옥황상제께서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불러 하교(下敎)하시되, 심 소저 방연(芳緣)이 가까오니 인당수로 환송(還送)허여 인간의 좋은 배필(配匹)을 정해 주라. 용왕이 수명(受命)하고 심청을 환송헐 제, 꽃 한 봉을 조화(調和)있게 만들어 그 가운데 뫼시고 양대 선녀로 시위(侍衛)하고, 조석지공(朝夕之供)과 찬수(饌需) 범절(凡節), 금주보패(金珠寶貝)를 많이 넣고 용왕과 각궁 선녀 모두를 나와 작별허고 돌아서니 이는 곧 인당수라. 용왕의 조화인지라 꿈같이 번뜻 떠서 바람이 분들 흔들리며 비가 온들 젖을소냐. 주야로 덩실 떠 있을 때, 그때의 남경(南京) 갔던 선인들이 억십만금 퇴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돌아 올 제, 인당수를 당도하니 심 소저의 효행이 홀연히 감동(感動)되는지라. 제물을 정히 차려놓고, 심 소저의 넋을 위로(慰勞)하는디,
[중모리]
북을 두리둥 둥 울리면서 슬픈 말로 제(祭) 지낸다.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 넋이냐. 오장원(五丈原)의 낙성(落星)허던 공명(孔明)의 넋도 아니요, 삼 년 무관의 초 회왕의 넋도 아니요, 부친 눈을 띄우라고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 되신 심 낭자의 넋이로다. 넋이라도 오셨거던 많이 흠향(歆饗)하옵소서.” 제물(祭物)을 물에 풀고 눈물 씻고 바라보니 무엇이 떠 있는디, 세상의 못 본 바라. 도사공이 허는 말이 “저것이 무엇이냐, 금(金)이냐?” “금이란 말씀 당치 않소. 옛날 진평(陳平)이가 범아부(范亞夫)를 잡으랴고 황금 사만 근(斤)을 흩었으니 금 한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옥(玉)이냐?” “옥이란 말이 당치 않소. 옥출곤강(玉出崑崗) 아니어든 옥 한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해당화(海棠花)냐?” “해당화란 말씀 당치 않소. 명사십리(明沙十里)가 아니거든 해당화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저게 무엇이냐? 가까이 가서 보자. 저어라 저어라, 어기여 어기여 어기여 차.” 가까이 가서 보니 향기(香氣) 진동(振動)허고 오색(五色) 채운(彩雲)이 어렸거날,
[아니리]
배에 건져 싣고 보니 크기가 수레 같고 향기가 진동커날 본국으로 돌아와 허다히 남은 재물(財物) 각기 저 쓸 만큼 나눌 제 도선주 무슨 마음인지 재물은 마다허고 꽃봉만 차지하였구나. 그때는 어느 땐고 허니, 송(宋) 천자(天子)께서 황후(皇后) 홀연(忽然) 붕(崩)하신 후 납비(納妃)를 아니 허시고 세상의 기화요초(琪花瑤草)를 구하여 황극전(皇極殿) 넓은 뜰에 가득히 심어 두고 조석(朝夕)으로 화초를 구경허실 제,
[중중모리]
화초(花草)도 많고 많다. 팔월 부용(芙蓉)의 군자용(君子容), 만당추수(滿塘秋水)에 홍련화(紅蓮華),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 소식(消息) 전(傳)튼 한매화(寒梅花), 진시유랑거후재(儘是劉郎去後栽)는 붉어 있다고 복성꽃, 구월구일용산음(九月九日龍山飮) 소축신(笑逐臣) 국화꽃, 삼천제자(三千弟子)를 강론(講論)하니 행단춘풍(杏壇春風)의 은행(銀杏)꽃. 이화만지불개문(梨花滿地不開門)허니 장신궁(長信宮) 중(中) 배꽃이요, 천태산(天台山) 들어가니 양변개(兩邊開) 작약(芍藥)이요, 원정(怨情) 부지(不知) 이별(離別)허니 옥창오견(玉窓五見)의 앵도화(櫻桃花). 촉국한(蜀國恨)을 못 이기어 제혈(啼血)허던 두견화(杜鵑花), 이화(李花) 도화(桃花) 계관화(鷄冠花) 홍국(紅菊) 백국(白菊) 사계화(四季花) 동원도리편시춘(東園桃李片時春) 목동요지행화촌(牧童遙指杏花村), 월중단계(月中丹桂) 무삼경(無三更) 달 가운데 계수(桂樹)나무 백일홍(百日紅) 영산홍(映山紅) 왜(倭)철쭉 진달화 난초(蘭草) 파초(芭蕉) 오미자(五味子) 치자(梔子) 감자(柑子) 유자(柚子) 석류(石榴) 능낭 능금 포도 머루 어름 대추 각색(各色) 화초 갖은 향과(香果) 좌우(左右)로 심었난디 향풍(香風)이 건듯 불며 벌 나비 새 짐생들이 지지 울며 노닌다.
[아니리]
이때의 도선주는 천자께서 화초를 구하신단 소문을 듣고 인당수에 떴던 꽃을 어전(御前)에 진상(進上)허니 천자(天子) 보시고 세상(世上)에는 없는 꽃이라 선인을 입시하여 치하(致賀)하시고 무릉 태수(太守)를 봉하였구나. 그 꽃을 후궁(後宮) 화계(花階) 상(上)에 심어 놓고 조석(朝夕)으로 화초를 구경하실 제,
[중모리]
천자 보시고 반기허여 요지(瑤池) 벽도화(碧桃花)를 동방삭(東方朔)이 따온 지가 삼천 년이 못 다되니 벽도화(碧桃花)도 아니요, 극락세계(極樂世界) 연화(蓮花) 꽃이 떨어져 해상의 떠왔던지 그 꽃 이름은 강선화(降仙花)라 지으시고 조석으로 화초를 구경할 제 일야(一夜)는 천자 심신(心身)이 황홀하야 화계 상을 거니난디 뜻밖에 강선화 벌어지며 선녀들이 서 있거날 천자 괴이 여겨 “너희가 귀신이냐 사람이냐?” 선녀 예하고 여짜오되 “남해용궁(南海龍宮) 시녀로서 심 소저를 모시고 세상(世上)에 나왔다가 불의(不意)에 천안(天顔)을 범(犯)하였사오니 황공무지(惶恐無地)하오이다.” 인홀불견(因忽不見) 간 곳 없고 한 선녀 서 있거날
[아니리]
황제 반신반의(半信半疑) 하야 대강 연유(緣由)를 탐문(探問)한 바 세상의 심 소저라. 궁녀로 시위(侍衛)하여 별궁(別宮)으로 모셔놓고 이튿날 조회(朝會) 끝에 만조백관(滿朝百官)에게 간밤 꽃봉 사연(事緣)을 말씀하니 만조제신(滿朝諸臣)이 여짜오되 “국모(國母) 없음을 하느님이 아옵시고 배필을 인도하심이니 천여불취(天與不取)면 반수기구(反受其咎)이라. 인연으로 정하소서.” 그 말이 옳다 허고 그 날로 택일(擇日)허여 놓으니 오월(五月) 오일(五日) 갑자(甲子) 시(時)라. 심 황후 입궁 후에 연년(年年)이 풍년이요, 가가(家家)이 태평(太平)이라.
[창조]
그때여 심 황후 부귀 무쌍(無雙)허나 다만 부친 생각뿐이로다.
[아니리]
하루는 옥난간(玉欄干)에 높이 앉어,
[진양조]
추월(秋月)은 만정(滿庭)허여 산호(珊瑚) 주렴(珠簾) 비쳐들 제, 청천(靑天)의 외기러기는 월하(月下)에 높이 떠서 뚜루루 낄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 황후 반기 듣고 기러기 불러 말을 헌다.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 북해상(北海上)에 편지 전턴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헌 우리 부친 전에 편지 일 장(張) 전하여라.” 편지를 쓰랴 헐 제. 한 자(字) 쓰고 눈물짓고 두 자 쓰고 한숨 쉬니 눈물이 먼저 떨어져서 글자가 수묵(水墨)이 되니 언어(言語)가 도착(倒錯)이로구나. 편지 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나서보니 기럭은 간 곳 없고 창망(滄茫)헌 구름 밖에 별과 달만 뚜렷이 밝았구나.
[아니리]
이때에 황제 내궁(內宮)에 들어와 황후(皇后)를 살피시니 수심이 띄었거늘 황제 물으시되 “무슨 근심이 있나이까?” 심 황후 여짜오되 “솔토지빈(率土之濱)이 막비왕신(莫非王臣)라, 이 세상에 불쌍한 게 맹인이라 천지일월(天地日月)을 못 보니 적포지한(積抱之恨)을 한때라도 풀어 주심이 신첩(臣妾)의 평생 원(願)이로소이다.” 황제 칭찬하시고, 맹인 잔치를 여시는디 “각도각읍(各道各邑)으로 행관(行關)하되 대소(大小) 인민(人民) 간의 맹인 잔치에 참여하게 하라, 만일 빠진 맹인(盲人)이 있으면 그 고을 수령(守令)은 봉고파직(封庫罷職) 하리라”하고 각처(各處)로 전하였구나.
[진양조]
그때의 심 봉사는 모진 목숨 죽지도 않고 근근도생(僅僅圖生) 지내갈 제 무릉촌 승상 부인이 심 소저를 보내시고 강두(江頭)에 망사대(望思臺)를 지어 놓고 춘추로 제향헐 제, 도화동 사람들도 심 소저의 효성이 감동되어 망사대 곁에 타루비(墮淚碑)를 세워놓니 비문(碑文)에 허였으되 “지위노친평생한(至爲老親平生恨)허여 살신성효행선거(殺身成孝行船去)라, 연파만리상심벽(煙波萬里傷心碧)허니 방초년년환불귀(芳草年年還不歸)라.” 이렇다 비를 허여 세워놓니, 오고가는 행인들도 뉘 아니 슬퍼하리. 심 봉사도 딸 생각이 나거드면 지팡막대 흩어 짚고 더듬더듬 찾아가서 비문을 안고 우드니라. 일일(一日)은 심 봉사 마음이 산란하여 딸의 비를 찾아가서 “후유 후유 아이고 내 자식아, 내가 왔다. 너는 아비 눈을 띄우랴고 수중고혼(水中孤魂)이 되고 나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일이란 말이냐. 날 다려 가거라, 나를 다려 가거라. 산신(山神) 부락귀(部落鬼)야, 날 잡어 가거라 살기도 나는 귀찬허고, 눈 뜨기도 내사 싫다.” 비문 앞에 가 엎더져 내려둥글 치둥굴며 머리도 찧고 가삼 꽝꽝 두발을 굴러 남지서지(南之西之)를 가리키는구나.
[창조]
낮이면 강두(江頭)에 가 울고, 밤이면 집에 와 울고
[아니리]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적에 심 봉사가 의식은 겨우 견디나 사고무친 수족(手足) 없어 사람하나를 구하랴 헐 제 마침 본촌에 뺑덕이라는 여자가 있어 심 봉사가 전곡(錢穀) 있단 말을 듣고 동네사람도 모르게 살짝 자원(自願) 출가(出嫁)하였난디 이 뺑덕이네가 심 봉사 재산을 꼭 먹성질로 망허겄다.
[자진모리]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양식 주고, 술 사먹고, 벼 퍼주고, 고기 사먹고, 동인 잡고 욕 잘 허고, 행인 잡고 패악(悖惡)허고 이웃집에 밥 붙이기 잠자면 이 갈기와 배 끓고 발목 떨고, 한밤중 울음 울고, 오고가는 행인들께 담배 달라 실랑허고, 정자 밑에 낮잠 자고, 남이 혼인허랴 허고, 단단히 믿었는디 해담(害談)을 잘 허기와 신부 신랑 잠자는디 가만가만 가만가만 뒤로 살짝 돌아가 봉창(封窓)에 입을 대고 “불이여!”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하고,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하면 삐쭉허고, 이년의 행실이 이러허여도 심 봉사는 아무런 줄을 모르고 아조 뺑파에게 콱 미쳤겄다.
[아니리]
하로난 관가에서 심 봉사를 불러 들어가니, 사또 허신 말씀 “지금 황성서 맹인 잔치가 있는디 잔치 참여 아니 하면 그 고을 수령을 봉고파직한다고 관자(關子)가 내렸으니 즉시 올라가라.” 노자(路資)까지 후이 주겄다. 심 봉사 대답허고 집으로 돌아와 “여보 뺑덕이네, 오늘 관가에 가니 황성 맹인 잔치를 가라허니 나 혼자 어찌 갈게.”
[창조]
“아이고 여보 영감, 황성 천리 먼먼 길을
[아니리]
영감 혼자 어찌 가신단 말이요.
[창조]
여필종부(女必從夫)라니 천리라도 가고 만 리라도 같이 가지요.”
[아니리]
“열, 열, 열녀로다. 그렇지, 아 다 보아도 우리 뺑파 같은 사람은 못 보았고, 그러면 돈 냥이나 있는 것 뉘게다 맡기고 갈꼬?” “아이고 저러기에 외정(外丁)은 살림 속을 몰라. 낳도 못허는 아이 선다고 살구 값, 팥죽 값, 떡 값, 그리저리 제하면 무슨 돈 있겄소?” “그래 잘 먹었다. 계집 먹은 것 쥐 먹은 것이라니 그만두고 황성길이나 떠나세.” 심 봉사가 뺑덕이네 앞세우고 길을 떠나는디,
[중모리]
“도화동아 잘 있거라. 이제 내가 떠나가면 어느 년 어느 때 오라느냐.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오날은 가다가 어디가 자며 내일은 가다가 어데 가 잘고. 유황숙(劉皇叔)의 단계(檀溪) 뛰던 적로마(的盧馬)나 있거드면 이날 이 시(時)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병신 몸이 몇 날을 걸어 황성을 가리.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자룡(子龍) 타고 월강(越江)허던 청총마(靑驄馬)나 있거드면 이날 이 시로 가련마는 몇 날 걸어 황성 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예.” “길소리나 좀 메겨 주소. 다리 아퍼 못 가겄네.” 뺑덕이네가 길소리를 메기난디 어디서 들었다던지 전라도 김매기 반 경상도 메나리조(調)로 한번 메겨 보난디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날개 돋친 학이나 되면 펄 펄 수루루 날아 이날 이 시로 가련마는 몇 날 걸어 황성 가리. 어이 가리너 어이를 가리.”
[아니리]
한곳을 당도허니 봉사 수십 명이 모였거늘 “자, 우리가 이렇게 모였으니 벽돌림 시조나 한 장씩 불러 봅시다.” 심 봉사가 시조를 시주로 잘못 알아듣고 “아이고 내 앞에서 시주 말 내도 마시오. 내 딸 심청이가 시주 속으로 죽었소.” 여러 봉사 대소(大笑)허고 길을 떠나 갈 제,
[중모리]
이렇다시 길을 가다 주막에 들어서 잠을 잘 제, 근처 사는 황 봉사라는 봉사가 주인과 약속을 하고 뺑덕이네를 꼬여 밤중에 도망을 하였난디, 심 봉사는 아무 물색을 모르고 첫 새벽에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아니리]
심 봉사가 깜짝 놀라 방 네 구석을 더듬어 보니 뺑덕이네가 가고 없네. “여보 주인, 혹 우리 마누라 안에 들어갔소?” “밤중쯤 되어서 새파란 봉사 한 사람하고 새벽질 떠난다고 벌써 갔소.”
[창조]
심 봉사가 그제야 뺑덕이네가 도망친 줄 짐작허고
[진양조]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 그려. 덕이네,덕이네, 덕이네, 뺑덕이네. 뺑덕이네가 도망을 갔네. 당초에 니가 버릴 테면 있던 곳에서 마다허지, 수백 리 타향에다가 나를 두고 니가 무엇이 잘 되겠느냐.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요년아, 너 그런 줄 내몰랐다. 아서라, 니까짓 것 생각하는 놈이 시러베아들 놈이제. 현철허신 곽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 내 딸 청이도 생이별을 하였는디, 너까짓 년 생각하는 내가 미친놈이로구나.”
[중모리]
날이 차차 밝아지니 황성 길을 올라간다. 주막 밖을 나서더니 그래도 생각나서 “뺑덕이네 덕이네,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눈뜬 가장 배반키도 사람치고는 못 할 터인데, 눈 어둔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 되겠느냐. 새서방 따라서 잘 가거라.” 새만 푸르르르 날아가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허고 바람만 우루루루 불어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허네. 그렁저렁 올라갈 제, 이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三伏) 성염(盛炎)이라. 태양은 불볕 같고 더운 땀을 휘뿌릴 제, 한곳을 점점 내려가니
[중중모리]
시내 유수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쭈르르르 저 골 물이 꽐꽐, 열에 열두 골물이 한데로 합수(合水)쳐 천방(天方)자 지방(地方)자 월턱져 구부져 방울이 버끔져 건넌 병풍석(屛風石)에다 마주 쾅쾅 마주 쌔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이런 경치(景致)가 또 있나. 심 봉사 좋아라고 물소리 듣고 반긴다. 더듬더듬 더듬더듬 더듬더듬 내려가서 의복을 훨훨 벗어 놓고 물에 가 풍덩 들어앉으며 “에이, 시원하고 장히 좋다.” 물 한주먹을 덥석 쥐어 양치질도 퀄퀄하고 또 한주먹을 덥석 집어 겨드랑도 문지르며 “에이 시원하고 장히 좋다. 삼각산(三角山)을 올라선들 이어서 시원하며 동해(東海) 유수(流水)를 다 마신들 이어서 시원허리.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툼벙툼벙 좋을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아니리]
목욕허고 나와 보니 의관(衣冠) 행장(行裝)이 없거날
[창조]
심 봉사 기가 막혀 “아 이 좀도둑놈들아 내 옷 가져 오너라. 내 옷 갖다 입은 놈들은 열두 대 떼 봉사 날 것이다.
[중모리]
허허 이제는 영 죽었네. 허허 이게 웬일이여,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백수(白首) 풍신(風神) 늙은 몸이 의복이 없었으니 황성길을 어이 가리.” 위아래를 훨씬 벗고 더듬더듬 올라갈 제, 체면 있는 양반이라 두 손으로 앞가리고 “내 앞에 부인네 오시거든 돌아서서 가시오, 나 벗었소.”
[아니리]
한곳을 당도허니
[창조]
에이찌루 에이찌루 어라.
[아니리]
심 봉사 반기 여겨 “옳다 어디서 관장이 오나부다 관(官)은 민지부모(民之父母)라니, 억지나 좀 써보리라.” 두 손으로 앞을 가리고 기엄기엄 들어가며 “아뢰어라, 아뢰어라 급창(及唱) 아뢰어라. 황성 가는 봉사로써 배알(拜謁) 차로 아뢰어라.” 행차가 머물드니 “어데 사는 소경이며 어찌하여 옷을 벗었으며 무슨 말을 하랴는고?”
[창조]
“예, 소맹은 황주 도화동 사옵는디 황성 잔치 가는 길에 날이 하 더웁기로 이곳에서 목욕을 허다 의관의복을 잃었으니
[아니리]
찾아주고 가옵거나 별반(別般) 처분(處分)을 하옵소서.”
[중모리]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 하였으니 태수장(太守丈) 덕택의 살려주오.”
[아니리]
이 행차는 무릉 태수라 수배(隨陪) 불러 의복 한 벌 내어주라, 급창 불러 갓 망근 내어주라. 노비(路費)까지 후이 주며 잘 가라 하니, “황송한 말씀이오나, 그 무지한 놈들이 담뱃대까지 가져갔사오니 어찌 하오리까.” 태수 허허 웃고 담뱃대까지 내어 주었것다. 심 봉사가 좋아라고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이오.” 백배사례(百拜謝禮) 하직허고 황성 길을 올라갈 제, 녹수경(綠樹京)을 지내어 낙수교(洛水橋)를 건너, 한곳을 다다르니 방아집이 있거늘 여인들이 모여 방아를 찧는디 심 봉사를 보고 조롱을 허겄다. “근래 봉사들 한 시기 좋더구. 저 봉사도 황성 잔치에 가는 봉사인가부지. 거기 앉어 있지 말고 이리 와서 방아나 좀 찧어주고 가시오.” 심 봉사가 그 말 듣고 “점심만 줄 테면 방아 찧어주지요.” “아, 드리고말고요. 술도 주고 밥도 주고 고기도 줄 터이니 방아나 좀 찧어 주시오.” “허, 실없이 여러 가지 것 많이 준다.” 심 봉사가 점심을 얻어먹을 양으로 방아를 한번 찧어 보는디,
[중중모리]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떨크렁 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태고(太古)라 천황씨(天皇氏)는 이목덕(以木德)으로 왕하였으니 남기 아니 중헐소냐 어유화 방아요. 유소씨(有巢氏) 구목위소(構木爲巢) 이 남기로 집지셨나. 어유화 방아요. 신농씨(神農氏) 만든 쟁기 이 남기로 따부 했나. 어유화 방아요. 이 방아가 뉘 방아냐 강태공(姜太公)의 조작(造作)이로다 어유화 방아요. 방아 만든 태도를 보니 사람을 비양(比樣)튼가 이상하고도 맹랑하다 어유화 방아요. 옥빈홍안(玉鬢紅顔) 태도(態度)런가 가는 허리에 잠(簪)이 질렸구나 어유화 방아요. 길고 가는 허리를 보니 초왕(楚王) 궁인(宮人) 허리런가 어유화 방아요. 덜크덩 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머리 들어 오르는 양 창해(滄海) 노룡(老龍)이 성을 낸듯 어유화 방아요. 머리 숙여 내리는 양 주(周) 난왕(赧王)의 돈수(頓首)런가 어유화 방아요. 오고대부(五羖大夫) 죽은 후에 방아 소리를 끊쳤더니, 우리 성상(聖上) 즉위(卽位)허사 국태민안(國泰民安) 하옵시니 하물며 맹인 잔치 고금(古今)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 방아소리나 하여보자. 어유화 방아요.”
[자진모리]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한 다리 치어 들고, 한 다리 내려딛고, 오리락내리락 허는 모양 사람보기 이상허구나. 어유화 방아요. 황성천리 가는 길에 이 방아를 만들었나. 어유화 방아요. 고소하구나 깨방아, 찐득찐득 찰떡 방아. 어유화 방아요. 재채기난다 고추 방아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보리쌀 뜨물에 풋호박 국 끓여라. 우리 방애꾼 배 충분허자 어유화 방아요. 떨크덩 떵떵 자주 찧어라. 점심때가 늦어간다. 어유화 방아요.
[아니리]
이렇다 방아를 찧고 점심밥 얻어먹은 후에 그렁저렁 길을 걸어 한곳을 당도허니 어떠한 여인이 문밖에 섰다. 심 봉사를 청하거늘 심 봉사 내념(內念)의 이곳은 나 알 이가 없겄마는 이상한 일이로다. 여인을 따라가니 외당(外堂)에 앉히고 저녁밥을 드리거날 석반(夕飯) 먹고 있노라니 여인이 다시 나와 “봉사님 내당(內堂)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심 봉사 깜짝 놀래 “댁이 무슨 의단(疑團) 있소. 나는 독경(讀經) 못하는 봉사요.” “다른 걱정 말으시고, 내당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여인을 따라 내당으로 들어가니 어떠한 부인이 좌를 주어 앉히면서 그 부인 하는 말이 “당신이 심 봉사요?” “어찌 아시니까?” “아는 도리가 있나이다.”
[중모리]
이 부인이 말씀허되 “저는 안 가(家)로써 황성에 사옵더니 부모 일찍 기세(棄世)허고 저도 또한 맹인이 되어 복술(卜術)을 배워 평생을 아자지(我自知)라. 이십오 세에 길연(吉緣)이 있는디, 지금 제가 이십오 세일 뿐더러 간밤에 꿈을 꾸니 하늘에 일월(日月)이 떨어져 물에 잠겨 보이니 심 씨 맹인 만날 줄을 짐작허고 지내는 맹인을 차례로 물어 가옵더니 천우신조하여(天佑神助) 이제야 만났으니 인연(因緣)인가 하옵니다.”
[아니리]
심 봉사 좋아라고 맘이야 좋건마는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허는 소리 내게는 하나도 불관(不關)이오. 어찌되었든 간에 그날 밤 동방화촉(洞房華燭)에 호접몽(蝴蝶夢)을 이뤘것다.
[진양조]
그때여 심 황후는 부친 생각 간절허여 자탄(自歎)으로 울음을 울 제, "이 잔치를 배설(排設)키는 부친을 위함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고? 내가 영영 인당수에 죽은 줄 알으시고 애통(哀痛)허시다, 세상을 버리셨나? 부처님의 영험(靈驗)으로 완연(宛然)히 눈을 떠 맹인 축에 빠지신가? 당년(當年) 칠십 노환(老患)으로 병이 들어 못 오신거나? 오시다가 노변(路邊)에서 무슨 낭패(狼狽) 당허신가? 오늘 잔치 망종(亡終)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거나?" 신세 자탄으로 울음을 운다.
[아니리]
이렇다시 자탄을 하시다 예부상서(禮部尙書) 불러 분부하시되, “오늘도 오는 소경이 있거든 성명을 낱낱이 받아 올리되 황주 도화동 사는 심학규라 하는 이 있거든 별전으로 모셔 드려라.” 그때에 심 봉사는 안 씨 부인과 인연을 정한 후에 잠을 자고 일어나드니 수심이 가득 하였거늘 안 씨 부인 물어 허는 말이, “무슨 근심이 있나이까?”
[창조]
간밤에 꿈을 꾸니 내가 불 속에 들어가 보이고 가죽을 베껴 북을 메어 보이고, 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를 덮어 보이니
[아니리]
그 아니 흉몽이오?” 안 씨 부인 듣고 꿈 해몽을 하는디,
[창조]
“신입화(身入火)하니 화락(和樂)할 꿈이요, 거피작고(去皮作鼓)허니 큰소리 날 꿈이요, 낙엽(落葉)이 귀근(歸根)하니, 자녀를 상봉이라.
[아니리]
그 꿈 대단히 좋사오니, 오날 궐문 안을 들어가면 좋은 일 있으오리다.” “천부당만부당한 소리 내게난 하나도 불관이요.” 아침밥을 먹고 궐내에 들어가는디,
[중중모리]
정원사령(政院使令)이 나온다. 정원사령(政院使令)이 나온다. “각도각읍(各道各邑) 소경님네, 오늘 맹인 잔치 망종이니 잔치 참례(參禮)하옵소서.” 골목골목 다니면서 이렇다 외난 소리, 원근산천(遠近山川)이 떠드렇게 들린다. “한 맹인도 빠짐없이 다 참례 하옵소서.”
[아니리]
그때여 수백 명 봉사들이 궐문 안에 들어가 앉었을 제 심 봉사는 제일 말석(末席)에 참례(參禮)하였것다. 봉사의 성명을 차례로 물어 갈 제, 심 봉사 앞에 당도하야 "이 봉사 성명이 무엇이요?" "예, 나는 심학규요." "심맹인 여기 계시다!" 심 봉사를 뫼시고 별궁(別宮) 으로 들어가니 심 봉사가 일향 죄가 있난지라. "아이고 어쩌려고 이러시오. 허허 이놈 용케 죽을 데 잘 찾어 들어왔다." 내궁에 들으니 그때 심 황후는 언간 용궁에 삼 년이 되었고 심 봉사는 딸 생각에 어찌 울고 세월을 보냈던지 더욱 백수(白首) 되었구나! 심 황후 물으시되
[창조]
"거주성명(居住姓名)이 무엇이며 처자 있는가를 물어 보아라." 심 봉사가 처자(妻子) 말을 듣더니 먼눈에서 눈물이 뚝뚝 뚝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 예, 아뢰리다. 예, 소맹(小盲)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故土)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 년 삼월 달에 산후탈로 상처(喪妻)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襁褓)에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동냥젖 얻어 먹여 겨우 겨우 길러내어 십오 세가 되었으되 이름은 심청이요, 효성이 출천하야 그 애가 밥을 빌어 근근도생(僅僅圖生) 지내 갈 제, 우연히 중이 찾어와서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시주허면 소맹이 눈을 뜬다 허니 효성 있는 딸자식이 남경 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은 지가 삼 년이요, 눈도 뜨지 못 하옵고 자식 팔아먹은 놈을 살려 두어 쓸 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아니리]
심 황후가 부친을 모를 리가 없지마는 소리를 허자니 자연즉 늦게 알었든가 부드라.
[자진모리]
심 황후 거동 봐라. 이말이 지듯 마듯 산호 주렴 걷혀버리고 부친 앞으로 우루루루루루루루루 "아이고 아버지!" 심 봉사 이 말을 듣고 먼눈을 희번덕거리며 “누가 날더러 아버지라 하여,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아버지라니 누구여,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에 빠져 죽은 지가 우금(于今) 삼 년인디, 아버지라니 이거 웬 말이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저를 보옵소서. 인당수 빠져 죽은 불효(不孝) 여식(女息) 심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청이를 보옵소서." 심 봉사 이 말을 듣고 먼눈을 희번덕거리며 ”예이 이것 웬 말이냐? 내가 죽어 수궁을 들어 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참말이냐, 죽고 없난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아이고 갑갑허여라! 내가 눈이 있어야 보지,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 눈을 끔적끔적 끔적거리더니 두 눈을 번쩍 떴구나.
[아니리]
눈을 뜨고 보니 세상이 해작해작허구나! 심 봉사 눈 뜬 바람에 만좌(滿座) 맹인이 모도 일시에 눈을 뜨는디, 눈 뜨는 데도 장단이 있든가 보더라.
[자진모리]
만자 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 갈모 띄는 소리라, 쫙쫙 쫙 허더니마는 모다 눈을 떠 버리난디 석 달 안에 큰 잔치에 먼저 와서 참례허고 내려가던 봉사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 당도 못한 맹인 중로(中路)에서 눈을 뜨고 천하 맹인이 모도 일시에 눈을 뜨는디,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울다 웃다 뜨고, 헤매다 뜨고 떠보느라고 뜨고, 앉어 뜨고, 서서 뜨고, 무단히 뜨고, 실없이 뜨고, 어이없이 뜨고, 졸다 번듯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가 뜨고, 눈을 부벼 보느라고 뜨고, 지어비금주수(至於飛禽走獸)라도 눈먼 짐승도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光明天地)가 되었구나.
[아니리]
심 봉사가 그제야 정신차려 딸을 자세히 살펴보니, 칠보금관(七寶金冠) 황홀허여 딸이라니 딸인 줄 알지 전후불견(前後不見) 초면(初面)이로구나.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마는
[중모리]
옳제, 인제 알겄구나. 내가 분명 알겄구나.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初八日夜) 꿈 속에 보던 얼굴 분명헌 내 딸이라. 죽은 딸을 다시 보니, 인도환생(人道還生)을 허였는가 내가 죽어 따라 왔나, 이것이 꿈이냐 이것이 생시(生時)냐. 꿈과 생시 분별(分別)을 못 허겠네.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좋을씨구. 어제까지도 내가 맹인이 되어 지팽이를 짚고 나서면 어데로 갈 줄을 아느냐 올 줄을 아느냐. 오날부터 새 세상이 되었으니 지팽이 너도 고생 많이 허였다. 피루루루루루 내던지고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자자자 좋을씨구.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어둡던 눈을 뜨고 보니 황성궁궐(皇城宮闕)이 웬 일이며, 궁안을 살펴보니 창해만리(滄海萬里) 먼 먼 길, 인당수 죽은 몸이 환세상(還世上) 황후(皇后) 되어 천천만만(千千萬萬) 뜻밖이라. 얼씨구나 절씨구. 어둠침침 빈방 안에 불킨 듯이 반갑고, 산양수(山陽水) 큰 싸움에 자룡(子龍) 본 듯이 반갑네.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 날로 두고 이름인가. 여러 봉사들도 좋아라고 춤을 추며 노닌다.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태곳적 시절 이래로 봉사 눈 떴단 말 처음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일월이 밝아 중복허니 요순천지(堯舜天地)가 되었네. 송천자(宋天子) 폐하(陛下)도 만만세(萬萬歲). 심 황후 폐하도 만만세(萬萬歲). 천천만만세(千千萬萬歲) 태평(太平)으로만 누리소서,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아니리]
여러 봉사들도 심 부원군과 함께 춤을 추고 노는디, 그 중의 눈 못 뜬 봉사 하나가 아무 물색도 모르고 함부로 뛰놀다가 여러 봉사 눈 뜬 것을 듣더니마는 한편에 가 울고 있구나. 심 황후 보시고 분부 허시되, “지어비금주수까지도 눈을 떴난디, 저 봉사는 무슨 죄가 지중(至重)허여 홀로 눈을 못 뜨는고? 사실을 알아 들여라.”
[창조]
황 봉사가 아뢰난디
[중모리]
“예, 예 아뢰리다. 소맹의 죄를 아뢰리다. 심 부원군 행차 시에 뺑덕이네라 하는 여인을 앞세우고 오시다가 주막에 숙소할 제, 한밤중에 유인하여 함께 도망을 허였는디, 그날 밤 오경시(五更時)에 심부원군(沈府院君) 우는 소리, 구천(九泉)에 사무쳐서 명천(明天)이 아신 바라. 눈도 뜨지 못하옵고 이런 천하 못 쓸 놈을 살려 두어 쓸데 있소? 비수검 드는 칼로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아니리]
심 황후 들으시고 “네 죄를 생각허면 죽여 마땅허나 네 죄를 네가 알고 말하기로 특히 살리노라.” 어명허여 노니 황 봉사는 눈을 하나 밖에 못 뜬 것이 마치 총 놓기 좋게 되었구나. 이런 일을 보드래도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요, 적악지가(積惡之家)에 필유여앙(必有餘殃)이라. 어찌 천도(天道)가 없다 하리요.
[엇중모리]
그때의 심 생원은 부원군(府院君)을 봉허시고 안 씨 부인 교지(敎旨)를 내려 정렬부인(貞烈夫人)을 봉허시고, 무릉촌 승상 부인은 별급상사(別給賞賜) 시키시고 그 아들을 직품(職品)을 돋우어 예부상서 시키시고 화주승은 불러 올려 당상(堂上)을 시키시고, 젖먹이던 부인들과 귀덕 어미는 천금상을 내리시고 무릉 태수 형주 자사는 내직으로 입시허고, 도화동 백성들은 세역(稅役)을 없앴으니 천천만만세(千千萬萬歲)를 누리더라. 어화 여러 벗님네들 이 소리를 허망이 듣지 말고 심청 같은 효성으로 천추유전(千秋遺傳) 허옵시다. 그 뒤야 뉘가 알랴? 호가(好歌)도 장창불락(長唱不樂)이라. 그만 더질더질.
반간진수(半間眞水, 반쯤의 진 국물) : 반간지술. 반간자(가늘고 얇은) 숟가락. 참고로, ‘간지숟가락’은 ‘간자숟가락(곱고 두껍게 만든 숟가락)’의 제주 방언. 제주 지역에서는 ‘지숟가락’으로도 적는다.
「백성환 창본 춘향가」에서 “강응 ᄇᆡᆨ청을 쥬루류 부어 은동걸 반간지로 씰랑 저바리고”(김진영·김현주 외 편, 『춘향전 전집』 1, 박이정출판사, 1997, 197쪽)로, 「원문 춘향전」에서는 “강능(江陵) 빅청(白淸)을 두루 부어 은(銀)수졔 반간지[반-숟가락]로 불근 점(點)”(심경호 옮김, 『춘향가·춘향전』, 문학동네, 2022, 298쪽)으로 이 부분을 쓰고 있다.
석민 편, "주해(註解) 김세종제 춘향가", 부크크, 2024, 82~83쪽, 각주 695번 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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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도련님은 어찌 불길(不吉)하게 사후(死後) 말씀만 허시나이까?” “오 그럼 우리 정담(情談)도 허고 우리 업고도 한번 놀아 보자.” 도련님이 춘향을 업고 한번 놀아 보는디,
[중중모리]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지. 이이 이 이 내 사랑이로다. 아매도(아마) 내 사랑아. 니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위 봉지, 위 꼭지) 떼뜨리고, 강릉 백청(白淸, 빛깔이 희고 품질이 좋은 꿀)을 따르르르 부어, 씨는 발라 버리고, 붉은 점 움푹 떠 반간진수[반간지술, 가늘고 얇은 숟가락]로 먹으려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느냐? 앵도(櫻桃/鶯桃/鸎桃)를 주랴, 포도를 주랴? 귤병(橘餠, 귤을 잘라 설탕이나 꿀에 졸인 귤), 사탕의 혜화당(醯化糖, 엿)을 주랴?”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지 지루지(기르지) 허니 외가지 단 참외 먹으려느냐?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 도령 스는 디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저리 가거라, 뒤태(態)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態)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매도 내 사랑아.”
[아니리]
“이 애, 춘향아.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날 좀 업어다오.” “도련님은 나를 가벼워 업었지만, 나는 도련님이 무거워서 어찌 업는단 말씀이오?” “얘야. 내가 널다려 날 무겁게 업어 달라더냐? 내 양팔만 네 어깨 우에 얹고 징검징검 걸어 다니면 그 속에 천지(天地) 우락(憂樂) 장막(帳幕)이 다 들었느니라[그 속이 천지위낭장만물(天地爲囊藏萬物, 하늘과 땅이 주머니처럼 모든 사물을 담다) 속이니라].” 춘향이가 도련님을 업고 노는디 파겁(破怯)이 되어 마구 낭군(郎君) 자(字)로 업고 놀것다,
[중중모리]
“둥둥둥 내 낭군, 오호 둥둥 내 낭군. 둥둥 둥둥 오호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을 업고 보니 좋을 ‘호’ 자가 절로 나. 부용 작약(芍藥)의 모란화 탐화봉접(探花蜂蝶)이 좋을시고. 소상(瀟湘) 동정(洞庭) 칠백(七百) 리(里)(대단히 광활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일생(一生) 보아도 좋을 ‘호(好)’로구나. 둥둥 둥둥 오호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애, 춘향아, 말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有情)허니 ‘정(情)’ 자(字) 노래를 들어라. 담담장강수(澹澹長江水, 장강의 맑디맑은 물줄기, 위승경의 '남행별제') 유유원객정(悠悠遠客情, 먼 나그네의 아득한 마음), 하교불상송(河橋不相送, 황허의 다리로 나가 보내지 못하지만, 송지문의 '별두심언') 허니 강수(江樹, 강가의 나무들이)의 원함정(遠含情, 멀리까지 내 마음 전해주리), 송군남포불승정(送君南浦不勝情,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려니 나의 정 가눌 기링 없구나, 무원형의 '악저송우'), 무인불견송아정(無人不見送我情, 나를 보내는 정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하남[河洛, 중국의 황허강 중하류 지역] 태수(太守)의 희우정(喜雨亭), 삼태육경(三台六卿)의 백관(百官) 조정(朝庭), 주어 인정(人情) 복 없어 방정, 일정실정을 논정(論情) 허면, 네 마음 일편단정(一片丹情), 내 마음 원형이정(元亨利貞), 양인(兩人) 심정(心情)이 탁정(託情)타가 만일 파정(破精)이 되거드면 복통(腹痛) 절정 걱정되니, 진정(眞情)으로 완정(玩情) 허잔 그 ‘정’ 자 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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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도서관은 희망 도서 신청이 안 되겠지만, 혹시 대학 도서관에 가능하시다면 희망 도서 신청을 부탁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돌민 올림
https://bookk.co.kr/bookStore/674d6bb26c54c4dd9621686c
서문
이 책은 김세종 - 김찬업 - 정응민 - 성우향으로 이어진 춘향가(春香歌)를 주해(註解)한 것이다. 이 책의 주해는, 『춘향전 전집』 1~17권(김진영·김현주 외 편저, 박이정출판사, 1997~2004)에서 150여 년 전부터의 사설을 두루 발췌독 하며 그 문맥에 기초해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100여 년 전 유성기 음반의 복각 녹음에 실증적으로 기초하기도 했다. 끝으로, 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 누리집(ctext.org)과 한국 고전종합 DB 누리집(db.itkc.or.kr)과 각종 백과사전과 어학 사전 등에서 총체적으로 용례를 검증하기도 했다. 물론, 사설 자체는 성우향의 ‘창본(소리책)’과 녹음과 영상에 기초했다. 특히, 『성우향이 전하는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허성도 대표 집필, 고우회 편, 희성출판사, 1987)에 기댔다.
벗의 우정에 대해, 손태도 교수님의 가르침에 대해, 대학 동아리 시절 배일동 선생님과 원진주 박사님의 가르침에 대해, 『당시별재집』 1~6권(심덕잠 엮음, 서성 옮김, 소명출판, 2013)과 『조선 사람이 좋아한 당시』(이종묵 평역, 민음사, 2022)와 『춘향가 심청가 소리책』(배연형 엮음, 동국대학교출판부, 2008)과 『춘향전·춘향가』(심경호 옮김, 문학동네, 2022) 등의 논저에 대해 감사한 마음뿐이다. 보석함에 담아만 놓고 수강을 완료하지 못한 고전번역교육원의 비대면 방학 특강과 유튜브 ‘조동일 문화대학’의 창조주권론 강의에는, 미리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초고를 집필해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김경아 편저, 범우사, 2019년 7월·10월)라는 책에 무상으로 제공했었으나, 대폭 개고해 이 책으로 냄을 밝힌다. 끝으로, 참고 문헌을 각주로 대신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2024년 12월 2일 월요일에 인천시 동구 화도진 도서관에서
박록주 명창의 '백발가'
http://blog.jinbo.net/jayul/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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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오비취 명창의 '금수강산'에 대하여
조금 듣기 오비취 명창 단가 금수강산
(작성 중입니다.)
김초향 명창의 단가 '운담풍경'
https://www.youtube.com/watch?v=pvHd6KICOfc
운담풍경(雲淡風輕)
이 단가를 운담풍경이라 함은 첫머리에 송나라 정명도(程明道)의 시에서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近午天) 방화수류과전천(傍花隨柳過前川)” 구절을 인용한 때문이다. 이 단가는 근래 명창 김초향(金楚香)과 강태홍(姜太弘)의 합작이라는 설이 있는 만큼, 그리 오래된 단가는 아닌 것 같다. 장단은 중모리이고, 평우조로 부른다. 담담하고 화창한 단가이다.
운담풍경(雲淡風輕)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近午天) 소거(小車)에 술을 싣고
방화수류과전천(傍花隨柳過前川) 십리사정(十里沙汀) 내려가니
넘노나니 황봉백접(黃蜂白蝶) 쭈루루 풍덩 옥파창랑(玉波滄浪)
떠오나니 도화(桃花)로다.
붉은 꽃 푸른 잎은 산용수세(山容水勢)를 그림하고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 춘흥(春光春興)을 자랑한다.
어디메로 가잤어라. 한곳을 점점(漸漸) 내려가니
언덕위에 초동(樵童)이요 석벽하(石壁下)에 어옹(漁翁)이라.
새벽별 가을 달빛 강심(江心)에 거꾸러져 수중산천(水中山川)을 그렸는데
편편(翩翩) 나는 저 백구(白鷗)는 한가(閑暇)함을 자랑한다.
은린옥척(銀鱗玉尺) 펄펄뛰고 쌍쌍원앙(雙雙鴛鴦)이 높이 떠
청풍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종일위지소여(縱一葦之所如)하여 능만경지망연(凌萬頃之茫然)이라.
살과 같이 가는 배는 양진(陽津) 포진(浦津) 배회(徘徊)로다.
남해팔경(南海八景) 소상동정(瀟湘洞庭) 청풍적벽(淸風赤壁)이 이 아니냐.
풍월강산(風月江山) 구경하고 동해로 건너갈 제
아동방(我東方) 금수강산 동금강(東金剛) 서구월(西九月) 남지리(南智異)
북향산(北香山) 가야산(伽倻山) 속리산(俗離山)을 편답(遍踏)하고,
삼각산(三角山)을 올라가니 금부용(金芙蓉) 만장봉에 서색(瑞色)은 반공(蟠空)이요
남산송백(南山松柏)은 울울창창(鬱鬱蒼蒼) 한강유수(漢江流水) 호호양양(浩浩洋洋)
춘대일월(春臺日月) 태평기색(太平氣色) 만만세지금탕(萬萬歲之金湯)이로구나.
거드렁거리고 놀아 보자.
【解 說】
이 단가는 첫머리에 운담풍경(雲淡風輕)을 붙이고 다음부터는 다른 사설(辭說)을 부른다. 단가의 대부분은 중국의 풍경이나 인물 등을 나열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것은 우리 나라 풍경을 노래하였고, 중국의 지명은 약간 들어갔다. 다른 단가처럼 인생의 허무함을 한탄하는 것은 전혀 없고 오직 풍경에만 치중한 서경시(敍景詩)라고 할 수 있다.
https://cp.news.search.daum.net/p/85247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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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위반 의혹, 무용분야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 취소해야
이은영·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0.16 16:39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형문화재 위원회 의결 자체가 무효“
국정감사에서 ‘태평무 의결정족수 미달 문제, 불공정 문제’ 도마 올라
한영숙류 태평무, 미지정종목 「조사보고서」 없이 보유자 지정해 법령위반도 불거져
문화재청이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인정예고를 발표한 후, 태평무 분야의 의결 절차문제· 사전심사보고서 없는 보유자 선정 등 불공정 논란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9월 6일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승무’(제27호), ‘태평무’(제92호), ‘살풀이춤’(제97호) 종목의 보유자 인정 예고 여부를 검토해, 종목별로 각각 1명, 4명, 4명 총 9명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고 밝히고, 9월 16일 관보에 게재했다. 이달 31일(관보 게재일로부터 30일 이상)까지 이의신청을 받아 최종 보유자 결정을 매듭지을 예정이다.
▲문화재청 누리집에 게재된 문화유산헌장(사진=문화재청 누리집 캡처)
▲문화재청 누리집에 게재된 문화유산헌장(사진=문화재청 누리집 캡처)
9월 6일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 졸속 진행
이번에 보유자로 인정 예고된 대상자는 ▲승무 채상묵(이매방류) ▲태평무 양성옥, 이명자, 이현자(이상 강선영류), 박재희(한영숙류) ▲살풀이춤 김정수, 정명숙(이상 이매방류), 김운선, 양길순(이상 김숙자류) 등 9명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9월 6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의결 회의에는 무형문화재위원 11명 중 10명이 참석했다. ▲서연호 위원장(고려대 명예교수, 연희) ▲김영운(국악방송 사장, 국악) ▲심승구(한체대 교수, 기예·무예) ▲유영대 고려대 교수(놀이·축제) ▲정종수(전 국립고궁박물관장, 생활·관습) ▲정해임(경북대 교수, 국악) ▲정형호(무형문화연구원 연구위원, 연희) ▲한경자(강원대 교수, 무용) ▲한상일(동국대 교수, 국악) ▲허순선(광주대 교수, 무용)가 참석했으며, ▲양종승(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종교·의례) 위원은 불참했다.
이 가운데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안건 심의에 있어 태평무 심의 시엔 총 11명의 무형문화재위원 중에서 서연호 위원장, 양종승, 한경자, 허순선 등 4명의 위원이 심의에 불참했다(일부는 회피, 일부는 제척 당했다고 알려진다). 양종승 위원은 당일 회의에 불출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밖에 “위임”했다고 하는 정해임 위원은 승무 한 종목만 의결에 참여하고 살풀이춤과 태평무는 의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회의는 오후 8시 30분 경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운 국악방송 사장은 당일 회의에 참석했으나 오후 8시에 열리는 국립국악원 주최 『제례악』 공연해설자였기에 적어도 오후 6~7시경에는 회의장을 빠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태평무 의결 시, 당일 출석위원 10명 중 5명 만이 심의에 참석했기에 의결정족수 미달이라는 주장에 힘을 얻는다.
무용계에서는 “9월 6일 개최된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는 의결절차의 부적절 및 의결정족수 미달 등 법령위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의결정족수 미달, 국정감사 김재원 의원 문제제기
이 문제는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일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의원은 먼저 “무용분야 보유자인정 과정 불공정 문제를 일부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고 언론보도도 있었다”는 점을 짚으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따졌다.
김 의원은 “9월 6일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에 11명 중 10명이 출석했고, 태평무 보유자 인정 의결 당시 과반수가 되지 않는 5명(정형호 위원장 직무대행, 심승구, 유영대, 정종수, 한상일)이 참여한 가운데 의결됐다” 며 “이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태평무 무형문화재 보유자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지적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당시 정해임 위원이 자리를 비우면서 위원들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사인을 하고 떠났다” 며 “판례에 따르면 위임 사인을 하고 떠날 경우 의견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위임장에 사인을 하고 갔기 때문에 의결정족수가 성립된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정재숙 청장은 김 의원이 위임의 효력 근거를 묻자, 판례라고 대답했다. 김 의원이 “대법원 판례인가”라고 묻자 “판례가 아닌 문화재청 규정과 지침”이라고 정정했다가, 다시 또 “규정과 지침에도 없다”고 김 의원이 지적하자 “통상적 관례”라고 말을 바꿔 논란을 낳았다. 결국 김 의원은 속기록 제출을 요구하고 오전 감사를 마무리했다.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조에 의하면, “위원회 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開議)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되어있다. 관련 법령에 보유자 인정에 대한 의결 시 “위임”조항은 없다.
이날 오후에 재개된 감사에서는 속기록을 두고 김 의원의 지적이 이어졌다. 김 의원은 “제92호 태평무 보유자 인정 의결 과정에서 (위임)무형문화재 선정 판례를 가져오라고 했더니 판례를 가져왔는데, 도시정비법 관련 판례를 가져왔다. 그 내용조차도 (정 청장이 주장하는 내용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의결장에 없었던 조합원의 위임장은 무효라는 판례를 사례로 제시했다”며 어처구니없어 했다.
김 의원은 이어 “회의록 있다는데, 직원은 속기(회의)록은 개인정보라 가져올 수 없다 했다. 어떻게 회의(속기)록이 개인정보인가? 뭐가 겁이 나서 이런 짓을 하고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청장은 “속기록을 푸는 과정이고 정리하는 대로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회의가 열린지 한 달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아직도 속기록을 풀고 있다는 정 청장의 답변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한 회의록을 개인정보라서 보여줄 수 없다고 하는 직원의 대응도 납득하기 어렵다. 청장과 직원 사이의 답변과 자료제출도 엇박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연장절차 백지화, 맞춤형 재설계 하라! 불공정 문화재 행정사례 즉각 시정 이행하라!” 김숙자류 도살풀이 이수자인 최윤희씨 등 30 여명 문화재청이 지난 7월 26일 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위원들과 무용학과 교수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장서 이같이 요구하며 ‘근조 謹弔’시위를 펼쳤다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연장절차 백지화, 맞춤형 재설계 하라! 불공정 문화재 행정사례 즉각 시정 이행하라!” 김숙자류 도살풀이 이수자인 최윤희씨 등 30 여명 문화재청이 지난 7월 26일 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위원들과 무용학과 교수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장서 이같이 요구하며 ‘근조 謹弔’시위를 펼쳤다
한영숙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 법령위반 소지 높아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의결절차 부적절 및 법령위반 의혹제기” 입장문을 발표했다.
비대위는 “문화재청은 2015년 12월 승무·태평무·살풀이춤 3종목에 대한 보유자 인정심사 후 태평무 1종목에서 단 1명만을 보유자로 인정예고 했으나 심사위원 편파구성, 특정 학맥의 영향력 행사, 콩쿠르 심사방식 등 불공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후 2019년 3월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11명의 보유자후보’를 선정했으며, 지난 9월 6일 동(同) 회의를 통해 총 9명의 보유자를 인정예고했다”라며 몇 가지 법령위반 의혹 사항에 문제 제기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특히 이번에 처음 보유자를 인정예고한 한영숙류 태평무의 경우, 신규종목으로 사전 「조사보고서」 없이 보유자를 인정예고해 절차적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무형문화재는 종목과 그 하위 유파에 있어 보유자를 지정할 경우 사전 타당성 조사를 통해 「조사보고서」를 채택한 후 지정해 왔다.
한영숙류 태평무는 국가무형문화재 미지정 종목으로서, 「조사보고서」가 작성된 바 없고, 또 관보에 30일간 예고된 바도 없으며, 위원회 심의를 통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여부가 결정된 바도 없다. 따라서 한영숙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 과정은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조, 제34조 등 법령위반으로 보인다는 의혹이 대두됐다.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4조에 의하면, “무형문화재 조사를 한 관계전문가는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문화재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 제14조에 의하면, “문화재청장은 조사보고서를 검토한 후 해당 무형문화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위원회에서 심의할 내용을 관보에 30일 이상 예고하여야 하며, 예고가 끝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의 지정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무형법 제14조는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 지정에 관한 사항이며, 한영숙류 태평무는 기 지정 종목의 한 유파에 해당돼 위의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제92호 태평무는 강선영류 태평무를 말하는 것이며, 한영숙류 태평무는 미지정 종목이다. 기 기정종목 승무, 살풀이춤 역시 모두 유파별로 전문가에 의한 지정조사를 통한 「조사보고서」 제출이후 고유한 독자성과 특성이 인정되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다.
한영숙류 태평무가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에 포함된 기존 문화재 종목이라는 문화재청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무용계의 주장이다. 한영숙류 태평무가 제92호 태평무에 포함된 것으로 간주되어 한영숙류 태평무 보유자를 인정예고하기까지 2명의 무용분야 무형문화재위원들은 무엇을 했는지 무용계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유파 구분없이 한데묶어 지정한 것에 대해 무용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태도 전 판소리학회장은 “보유자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종목이 있더라도 각 유파별로 지정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조사한 다음에 지정을 해야 한다. 조사보고서 없이 지정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것은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그렇게 얘기할 것”이라면서 “보유자 지정을 위한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를 할 때 무용쪽에 있는 사람은 한영숙류에 대한 이해를 하겠지만, 다른 분야사람들은 이 춤이 문화재로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모른다. 명확한 고증 조사를 한 「조사보고서」 없이 심의를 하고 보유자를 인정예고 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것은 무효가 돼야 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소위원회 구성의 불공정·부적절성 지적
“태평무 보유자인정 의결 시, 서연호 위원장을 비롯 무용분야 2명의 위원이 기피한 것으로 보이는 바, 실제 의결에 참여한 5명은 무용과는 전혀 무관한 위원들로서 보유자 인정과정의 공정성·객관성 나아가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비대위 의견에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재위원회는 심의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무용계 전문가가 참여한 소위원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의결에 참여한 위원들은 소위원회 의견 및 무용계 전문가 간담회 결과, 비대위 측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심의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위원회 구성의 부적절성이 지적된다. 2019년 4월, 5월 두 차례 소위원회가 개최됐고 무용계에서는 이**, 국** 2명의 원로 무용인이 소위원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소위원회 위원 구성은 위원장 권한이므로 서연호 위원장이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원으로 참여한 이**, 국** 위원은 무형문화재 전수조교, 이수자, 특정 학회 활동 등에 있어서 ‘11명의 보유자후보’와 이해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기피/제척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서연호 위원장, 허순선, 한경자, 양종승 무형문화재위원이 태평무 심의 시, 기피/제척됐다면 같은 잣대에서 볼 때 소위원으로 참여한 이**, 국** 역시 기피/제척 대상이어야 한다. 한편 이들 소위원 2명에 대한 미투 관련 언론보도도 있었던 터라,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를 검토하는 소위원회 위원 구성에 있어 공정성 및 적절성에 대한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비위측은 문화재청이 비대위의 의견을 반영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비대위측이 불공정 보유자 인정절차에 대해 수차례 문제점을 제기했으나 문화재청은 일체 수용하지 않았다고 성토하고 있다.
강선영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 ‘심의 횟수 초과’ 법령위반 의혹제기
한편 “강선영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자(양성옥)의 경우도 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문화재위원회(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특정 태평무 전승자에 대해서만 총 4차례 보유자로 인정심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무형문화재 역사상 한 사람을 대상으로 4차례나 심의를 하고 보유자로 인정예고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총 4차례 반복된 특정인에 대한 강선영류 태평무 보유자 인정심의는 “재심의는 1회에 한 한다”라고 명시된 <무형문화재위원회 운영지침> 제5조 법령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보유자 인정예고는 문화재청장이 공고하는 사항이다. 2016년 이후 <태평무> 종목의 보유자 인정예고는 2회(’16.2월, ’19.9월) 이루어졌으며, 이는 문화재청 홈페이지 및 관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정예고”란 행정 행위를 말하는 것이며, 보유자 인정예고를 위해서는 반드시 심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형문화재위원회 운영지침> 제5조 “재심의는 1회에 한한다”는 조항은 보유자를 인정(예고)하기 위한 절차로서 심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양성옥에 대한 태평무 보유자 심의는 총 4회(2016년 3회, 2019년 1회) 이뤄졌다. 이는 법령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무용계 여론 최악, 법정 공방 예측
비대위측 한 원로무용가는 “2019년 8월 28일, 비대위 측과 문화재청 차장과의 면담자리에서 보유자 선정 이전, 先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결과를 보니 실망스럽다. 문화재청의 위선적 태도에 허탈한 심정이다. 수년간 특정인을 보유자로 선정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법령위반 의혹까지 받는 상황이 됐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문화재를 다 없애버리는게 낫다”고 일갈했다.
한 서울시 문화재위원은 “의결정족수가 안 되면 회의 진행을 멈추고 다음으로 회의를 넘긴다”며, ‘위임’에 의해 출석자로 인정하여 진행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의결정족수 문제는 이미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도 논란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참석 위원들 간에도 정족수 문제로 잠시 논란이 됐지만, 그냥 밀어부쳤다는 것이다.
비대위에 참여하는 있는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무형문화재 위원 총 11명 중 5명만이 심의에 참여해 태평무 보유자를 인정예고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법령에는 ‘출석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 것이기에, 태평무의 경우 단 3명 찬성으로도 보유자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무용전공 위원 2명이 모두 빠진 채, 비전공자들에 의해 국가권위의 상징이자 종신제로 지원되는 보유자 선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통탄스럽다”면서, “이번 결과는 무용계를 능멸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보편적 상식을 넘어선 이번 결과는 문화재청과 무형문화재위원들이 연대책임을 져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2016년 2월, 불공정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무산된 바 있는 국가무형문화재 무용분야 인정예고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무용계에서는 문화재청의 인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이해 당사자인 도살풀이춤 최윤희씨와 김묘선씨 측은 문화재청을 민형사상 고발하는 법적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계의 여론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태평무 보유자 선정의 의결정족수 미달 문제가 확연히 드러난 현재 상황에서 문화재청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41202_보성소리 수궁가 사설.pdf (918.79 KB) 다운받기]
https://blog.jinbo.net/jayul/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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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jinbo.net/jayul/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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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jinbo.net/jayul/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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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_강산제 심청가 사설.pdf (902.20 KB) 다운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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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m_no=1&sq=51119&thread=001001000&sec=2
판소리에 담긴 '억압에 맞선 여성', 눈으로 읽다
김경아 명창, '심청가', '춘향가', '유관순 열사가' 사설 담긴 도서 출판
19-11-01 09:20ㅣ 윤종환 기자 (un24102@nate.com)
인천의 대표적 소리꾼 '김경아' 명창이 판소리 세 바탕을 담은 두 권의 도서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김경아, 범우사, 2019)', '강산제 심청가·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김경아 외 편저, 범우사, 2019)'를 출간했다.
출간된 책에는 3·1운동 100주기를 맞아 '억압에 맞선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세 인물(유관순 열사, 성춘향, 심청)에 대한 판소리 사설이 담겼다.
오는 2020년이 유관순 열사의 순국 100주기이며, 최근 사회적으로 뜨겁게 진행중인 여성운동 등과 시기를 맞춰 출간했다.
도서엔 판소리 '심청가', '춘향가', '유관순 열사가'의 사설이 담겼다. 차용된 한시는 부록으로 묶어서 해설했으며 장단에 따라 소리 마디를 나누어, 책을 통해서도 판소리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김경아 명창은 지난 1998년 인천에 정착하여 인천지역 판소리 보급과 제자 양성에 매진해왔다. 200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로 선정됐고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인천지부'와 '사)우리소리'를 설립하여 인천의 독자적인 판소리 활동 발판을 마련했다.
김경아 명창이 직접 기획·참여한 대표적 인천 판소리 공연으론 지난 2016년에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아 진행한 <청어람 - 판소리 다섯바탕 공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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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isanewsjournal.com/news/articleList.html?sc_area=I&sc_word=sisa2018
소리꾼 김경아, 판소리 세 바탕을 출간
민하늘 기자 sisa2018@daum.net
| 승인 2019.11.01 07:30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김경아 편저, 범우사)
'강산제 심청가·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김경아 외 편저, 범우사)
[시사뉴스저널] 민하늘 기자 =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고 유관순 열사 순국 99주기이다. 열사 순국 100주기가 되는 2020년을 앞두고, 김경아 명창이 유관순 열사가와 심청가와 춘향가 사설을 두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성춘향과 심청과 유관순이 82년생은 아니고 ‘유관순’은 실존 인물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82년생 김지영과 마찬가지로 억압에 맞선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더구나 춘향가, 심청가, 유관순 열사가에 공통적인 판소리라는 형식 또한 조선의 천만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대중성과 사회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이 세 바탕의 판소리에서 억압에 맞서는 슬기를 새삼 배워보자!
이를 위해 이 책은 자세한 주석을 달았고, 차용된 한시를 부록으로 묶어서 해설했다. 그리고 장단에 따라 소리 마디를 나누어 판소리의 맛을 살렸다.
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2016년 촛불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1987년 6월 투사들이 광주민중항쟁 희생자들에게 그랬을 것처럼, 1919년 3·1운동가들은 1894년의 동학농민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유관순 열사를 추모한다는 것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착한 사람들을, 3·1운동가들과 6월 투사들과 촛불들을 기억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유관순 열사가’는 박동실 –> 장월중선 –> 정순임 명창을 거쳐 소리꾼 김경아에게 이어진 것으로, 해방 직후에 창작된 유관순 열사에 대한 추모곡이다.
“[진양조 장단] 사후 영결허신 우리 부모님 초상장례를 뉘 했으며 철모르는 어린 동생들은 뉘 집에서 자라날꼬. 분하고 내가 원통한 사정을 어느 누게다가 하소를 허리”(“강산제 심청가·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217쪽)
강산제 심청가
심청가의 마지막 눈대목(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심 봉사가 용서를 구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동시에 시각 장애인인 심 봉사가 개안(開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바로, 심 봉사가 황후가 된 심청을 만나 ‘눈 뜨는 대목’이다.
“[중머리 장단] 눈도 뜨지 못 하옵고 자식 팔아먹은 놈을 살려 두어 쓸 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
[자진모리 장단]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저를 보옵소서. ······ 아이고 갑갑하여라! 내가 눈이 있어야 보지,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 눈을 끔적끔적 끔적거리더니 두 눈을 번쩍 떴구나!”(“강산제 심청가·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176~178쪽)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단중머리 장단] 충신은 불사이군이요, 열녀불경이부절을 본받고자 허옵난디 사또도 난시를 당하면 적하에 무릎을 꿇고 두 임금을 섬기리잇가? 마오 마오 그리 마오, 천기 자식이라 그리 마오. 어서 급히 죽여주옵소서.”(“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110~111쪽)
“[중머리 장단] 선악을 구별허로 다니시는 어사옵지, 한 낭군 섬기랴는 춘향 잡으러 오신 사또시오? 마음은 본관과 동심허여, 똑같이 먹은 명관들이오. 죽여주오 죽여주오.”(“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184쪽)
앞에 인용한 것은 변학도에 대한 춘향의 ‘까칠한’ 지적이다. 뒤의 것은 자신이 아닌 척하며 어사또 수청이니 들라고 춘향을 시험하는 이몽룡에 대한 춘향의 ‘지적질’이다. 변학도나 어사또나 천한 기생을 차별하려는 마음을 ‘똑같이 먹은’ 자들이라며, 그들과 달리 성춘향 자신은 ‘한 낭군 섬기려는’ 사랑꾼임을 커밍아웃하고 있다!
그러면서 말끝마다 춘향은 차라리 죽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이 반복될 때마다 살고 싶다고 같이 살자고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은 얼마나 ‘슬기'로운 환청인가? 청각 장애인가?
김경아는 제24회 임방울 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 수상자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이다. 고 성우향 명창을 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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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625339
[신간]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김종혁 기자
| 승인 2019.07.29 08:43
시조가 국민 가요였다면 판소리는 천만 영화였다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판소리는 한사람의 천재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지면서 만들어 온 민족문화의 정수이자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중견 소리꾼인 김경아 명창이 이를 다시 다듬어 책으로 내놓았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크게 보아 대마디, 대장단의 선이 굵은 동편제에 속하는 소리로, 조선 후기 8대 명창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세종에 의해 시작된 소리이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김찬업, 정응민을 거쳐 김경아 명창의 스승인 성우향으로 이어져 왔다.
중견 소리꾼 김경아 명창은 '김세종제 춘향가'를 쉽게 소개하기 위해 두 가지의 타임캡슐을 이용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춘향가가 생기던 300여 년 전으로 갈 수는 없지만, 150여 년 전 광대들의 사설이 책으로 남아 있고(‘춘향전 전집’ 1~17, 김진영 외 편저, 박이정출판사, 1997~2004) 100여 년 전 광대들의 소리가 유성기 음반으로 남아 있다.
이 두 가지 나침반을 들고 김경아 명창은 '판소리 춘향가'를 다시 한번 다듬었다. 이번에 발간된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는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춘향가 사설을 정성들여 정리했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한자어와 고사성어에 주석을 달아 그 맥락을 문학적으로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이 창본(소리책)으로 쓸 수 있도록 장단에 따른 소리 마디를 구분하여 편집한 부분이다. 정간보나 오선지로도 표현할 수 없는 판소리의 음률을 자신만의 악보로 만들어 직접 소리꾼이 되어 춘향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마지막으로 사설에 인용된 한시에 대한 해석과 해설을 달아, 춘향가에 차용된 한시 원문을 부록으로 실었다. 동양 인문학의 보고라 할 수 있는 판소리에 나오는 수많은 한시는 그것을 음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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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0_"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범우사, 2019) 정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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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6_“강산제 심청가 · 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김경아 외 편, 범우사, 2019) 정오표
dolmin98@hanmail.net 석민
11쪽 각주
2 황주(黃州) 도화동(桃花洞) : 심청이 태어나서 자란 황해도 황주. 국문학자 장지영은, “중국 호북성에 속한 부(府)인데, 황주부의 황안현에 도화진(桃花鎭)이란 마을이 있고, 황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남성 상덕부 무릉현이 있으므로, 중국의 지명이다”라고 했다.(정병욱 외 감수, “판소리 다섯 마당”, 한국 브리태니커 회사, 1982, 87쪽 각주 3) 여기서 상덕부 무릉현은 작품의 중반부에 나오는 배경인 무릉촌(武陵村)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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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주(黃州) 도화동(桃花洞) : 국문학자 장지영은, “중국 호북성에 속한 부(府)인데, 황주부의 황안현에 도화진(桃花鎭)이란 마을이 있고, 황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남성 상덕부 무릉현이 있으므로, 중국의 지명이다”라고 했다.(정병욱 외 감수, “판소리 다섯 마당”, 한국 브리태니커 회사, 1982, 87쪽 각주 3) 여기서 상덕부 무릉현은 작품의 중반부에 나오는 배경인 무릉촌(武陵村)을 이른다. 한편 황해도 황주라는 주장도 있다.
13쪽 각주
22 꾓담 : 불명. “ᄭᅪᄯᅡᆷ”이나 “ᄭᆡㅅ담누비”와 같은 형태가 많고 「심청가 소장본」에는 “외올딋기 잔누비질 고누비”(배연형 엮음, 『춘향가 심43장정명기 청가 소리책』, 동국대학교출판부, 2008, 365쪽)의 형태가, 「이선유 창본 심청가」에는 “돌드기 ᄶᅩᆨᄶᅩᆨ누비 양누비”(김진영·김현주 외 편저, 『심청전 전집』 1, 박이정출판사, 1997, 53쪽)의 형태가 있는 정도이다. 또는 전주의 무지내(巫知唻, 큰무당)였던 성화춘(1891~1979)의 무가(巫歌) 가운데 『완자문 괴단염낭용모셰양경명주사』(「전라도 무가」, 경북대 김문기 교수와 함께하는 한국고전의 세계 누리집 gojun.knu.ac.kr, 전라도 손님굿 무가 게시물 첨부파일, 22쪽, 2019년 4월 16일 검색)에서 볼 수 있는 괴단두루주머니(염낭)가 변형된 것이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몇몇 춘향가 사설에서도 ‘괴단쥼치(주머니)’의 형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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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꾓담 : 불명. “ᄭᅪᄯᅡᆷ”이나 “ᄭᆡㅅ담누비”와 같은 형태가 많고 「심청가 43장(정명기 소장본)」에는 “외올딋기 잔누비질 고누비”(배연형 엮음, 『춘향가 심청가 소리책』, 동국대학교출판부, 2008, 365쪽)의 형태가, 「이선유 창본 심청가」에는 “돌드기 ᄶᅩᆨᄶᅩᆨ누비 양누비”(김진영·김현주 외 편저, 『심청전 전집』 1, 박이정출판사, 1997, 53쪽)의 형태가 있는 정도이다. 또는 전주의 무지내(巫知唻, 큰무당)였던 성화춘(1891~1979)의 무가(巫歌) 가운데 “완자문 괴단염낭용모셰양경명주사”(「전라도 무가」, 경북대 김문기 교수와 함께하는 한국고전의 세계 누리집 gojun.knu.ac.kr, 전라도 손님굿 무가 게시물 첨부파일, 22쪽, 2019년 4월 16일 검색)에서 볼 수 있는 괴단두루주머니(염낭)가 변형된 것이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몇몇 춘향가 사설에서도 ‘괴단쥼치(주머니)’의 형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4쪽 1줄 ······ 접기배자 ······ -> ······ 접기 배자 ······
18쪽 각주 75 ······ 산자(饊子/饊子) ······ -> ······ 산자(饊子/糤子) ······
23쪽 각주 129 정신(正身) : 생신(生身). 의생신(意生身). 부처나 보살이 중생(衆生)을 제도(濟度)하기 위해 변화한 신체. 사설에 따라 전신(全身, 몸 전체)으로 바꾸어 부르기도 한다. -> 달 정신(情神) : 월정신(月情神, 달처럼 밝은 정신세계). 정신(正身,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부모에 의탁하여 태어나는 육신)이나 전신(全身) 또는 “유수금일(流水今日) 명월전신(明月前身)”에서 따온 전신(前身)일 수도 있다.
30쪽 1줄 ······ 승불 ······ -> ······ 삼불 ······
30쪽 각주
182 승불(勝佛) : ‘보승불(寶勝佛)’의 변형인 듯하다. 금강계(金剛界) 만다라(曼茶羅) 팔엽연대(八葉蓮臺)의 남방월륜(南方月輪) 중앙에 위치해 있는 부처를 말한다. 일체의 재물과 보배를 맡은 부처이다. ‘보생불(寶生佛)’이라고도 한다.
또는 ‘생불(生佛)’이나 ‘살불(薩佛)’의 변형일 수 있다. 여기서, 생불은 생불대왕(生佛大王)을 뜻한다. 열다섯 살이 되기 전 어려서 죽은 영혼들을 다스리며 인간 세상에서 아이를 못 낳은 사람에게 아이를 점지해 준다. 그리고 살불은 ‘보살과 부처’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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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삼불(三佛) : 삼불 제석(帝釋)은, 무당이 모시는 삼위(三位)의 불신(佛神). 무당의 신당에 무신도로 그려져 있거나 무당이 굿할 때 쓰는 부채에 그려진 세 부처의 그림이다. 삼불의 뜻은 다음과 같다. 극락에 있는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통틀어 이르는 말. 둘째, 부처의 신체를 그 성품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눈 것. 법신불, 보신불, 응신불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을 이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선종의 전통을 따라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을 이른다.
31쪽 각주 187 ······ 일포(一胞)요. 두 팔꿈치를 합해 삼포요. 두 ······ -> ······ 일포(一胞)요, 두 팔꿈치를 합해 삼포요, 두 ······
43쪽 2~3줄 ······ 곽 씨 ······ -> ······ 곽씨 ······
44쪽 각주 287 영이기가 ······ -> 영이기가(靈輀旣駕) ······
44쪽 각주 289 ······ ‘송별(送別)’의 구절. “춘초연년록(春草明年綠) 왕손귀불귀(王孫歸不歸, 떠나간 그대는 돌아올지 못 돌아올지).” (한시 – 13. 2. 참고) -> ······ ‘송별(送別)’에서 ”춘초명년록(春草明年綠, 저 풀들은 내년 봄에도 다시 푸르겠지만) 왕손귀불귀(떠나간 그대는 돌아올지 못 돌아올지)”를 차용했다. (한시 – 13. 2. 참고)
48쪽 5줄 ······ 박전허나 ······ -> ······ 박전 허나 ······
51쪽 각주 327 ······ “죽상지루내가멸(竹上之淚乃可滅, 대나무 위의 눈물 사라지리라)을 차용한 ······ -> 327 ······ “죽상지루내가멸(竹上之淚乃可滅, 대나무 위의 눈물 사라지리라)”을 차용한 ······
63쪽 4줄 ······ 시비따라 ······ -> ······ 시비 따라 ······
78쪽 각주 461 ······ 蓼莪(육아) ······ -> ······ 육아(蓼莪) ······
97쪽 각주 551 ······ 33. 1. ······ -> ······ 24. 1. ······
97쪽 각주 552 ······ 전남 방언. -> ······ 전북 방언.
97쪽 각주 557 ······ 유유의 ······ -> ······ 유유가 ······
98쪽 각주 561 ······ 도판도판 ······ -> ······ 도판 ······
100쪽 각주 575 ······ 22. 1. 참고)“애내성중만고심 ······ -> ······ 22. 1. 참고) “애내성중만고심 ······
각주 575 ······ 애내일성산수록(烟銷日出不見人, 삐걱 노 젓는 소리에 산과 물이 온통 파랗기만 하네) ······ -> ······ 애내일성산수록(欸乃一聲山水錄, 삐걱 노 젓는 소리에 산과 물이 온통 파랗기만 하네) ······
100쪽 각주 576 장사 ······ -> 장사(長沙) ······
101쪽 각주 583 ······ 31. 1. ······ -> ······ 23. 1. ······
101쪽 각주 586 ······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는 ······ -> ······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 ······
109쪽 각주 638 ······ ‘어부사(漁夫)’에 ······ -> ······ ‘어부(漁夫)’에 ······
118쪽 각주 706 ······ 아래 노닐세)” ······ -> ······ 아래 노닐새)” ······
119쪽 각주 708 ······ 어부가(漁夫歌)의 ······ -> ······ 어부가(漁父歌)의 ······
119쪽 각주 709 ······ 이현보의 ‘어부가(漁夫歌)’에는 ······ 흘러가다)라는 ······ -> ······ 이현보의 ‘어부가(漁父歌)’에는 ······ 흘러가다)”라는 ······
120쪽 각주 719 ······ 玄冥,西海之 ······ -> ······ 玄冥, 西海之 ······
123쪽 각주 743 ······ 24. 1. ······ -> ······ 25. 1. ······
130쪽 3줄 ······ 옥진 부인 ······ -> ······ 옥진부인 ······
137쪽 각주 838 기화요(琪花瑤草)초 ······ -> 기화요초(琪花瑤草) ······
139쪽 각주 852 ······ 부용작약량변개 ······ -> ······ 부용작약양변개 ······
147쪽 8줄 ······ 하라 만일 ······ -> ······ 하라, 만일 ······
147쪽 9줄 ······ 봉직파직 ······ -> ······ 봉고파직 ······
164쪽 4~5줄 ······ 녹수경를 지내여 낙수교을 건너 ······ -> ······ 녹수경을 지내어 낙수교를 건너 ······
164쪽 각주 980 ······ ‘조발조수(早發韶州)’ ······ -> ······ ‘조발소주(早發韶州)’ ······
167쪽 각주 1001 ······ 목공(穆公 진나라 9대 왕) ······ -> ······ 목공(穆公, 진나라 9대 왕) ······
173쪽 6줄 ······ 흉몽이요?” ······ -> ······ 흉몽이오?” ······
174쪽 2줄 ······ 불관이요.” ······ -> ······ 불관이오.” ······
176쪽 11줄 ······ 못 하옵고 ······ -> ······ 못하옵고 ······
182쪽 3줄 ······ 태고 적 ······ -> ······ 태곳적 ······
182쪽 10줄 ······ 심부원군······ -> ······ 심 부원군······
183쪽 5줄 ······ 심부원군······ -> ······ 심 부원군······
184쪽 9줄 ······ 심생원······ -> ······ 심 생원······
185쪽 6줄 ······ 장창부락 ······ -> ······ 장창불락 ······
185쪽 각주 1076 ······ 장창부락(長唱不樂) ······ -> ······ 장창불락(長唱不樂) ······
187쪽 각주 1079 ······ 서양음악과 전통음악을 통틀어 유관순 열사에 관한 최초의 추모곡이다. -> ······ 유관순 열사에 관한 추모곡이다.
189쪽 각주 1080 일제는 러 · 일전쟁(1904년)을 발발하고 -> 일제는 1904년 러일전쟁을 일으키고 ······
196쪽 1줄 ······ 언중유순 ······ -> ······ 언정이순 ······
196쪽 각주 1115 언중유순 ······ 순하다. -> 언정이순(言正理順) : 말이나 이치가 바르고 옳다.
196쪽 각주 1119 ······ 제 26대 ······ -> ······ 제26대 ······
200쪽 1줄 ······ 선언를 ······ -> ······ 선언서를 ······
209쪽 7줄 ······ 범람한 ······ -> ······ 범란한 ······
209쪽 9줄 ······ 이말을 ······ -> ······ 이 말을 ······
214쪽 2줄 ······ 판결 언도1158 ······ -> ······ 체형1158 언도 ······
각주 1158 언도(言渡) : ······ 한다. -> 체형(體刑) : 징역이나 금고 따위, 신체의 자유를 속박하는 형벌. 다른 뜻은, 사람의 신체에 직접 형벌을 가하다. 또는 그렇게 하는 형벌.
216쪽 2줄 ······ 추연1160히 ······ -> ······ 추연히1160 ······
217쪽 1줄 ······ 임명허"니 ······ -> ······ 임명허니 ······
220쪽 12줄 ······ 육장이 ······ -> ······ 죽탕이 ······
225쪽 13줄 ······ 小旻之什(소민지십) 蓼莪(육아) ······ -> ······ 소민지십(小旻之什) 육아(蓼莪) ······
226쪽 18줄~227쪽 1줄 안색초췌 형용고고 -> 안색초췌 형용고고
230쪽 4~5줄 한 줄 띄어야 합니다.
241쪽 14~15줄 한 줄 띄어야 합니다.
243쪽 5~6줄 한 줄 띄어야 합니다.
246쪽 12~13줄 ······ 노닐세, ······ -> ······ 노낼새, ······
258쪽 17~18줄 한 줄 띄어야 합니다.
272쪽 7줄 춘초연년록(春草明年綠) ······ -> 춘초명년록(春草明年綠) ······
276쪽 13~14줄 15. 1. 원화십일년자랑주소지경(元和十一年自朗州召至京), 희증간화제군자(戲贈看花諸君子) -> 15. 1. 원화십일년자랑주소지경(元和十一年自朗州召至京), 희증간화제군자(戲贈看花諸君子)
279쪽 10~11줄
待來竟不來 기다려도 기다려도 끝내 오지 않고
落花寂寂委靑苔 낙화만 조용하게 이끼 우에 시드네.
->
待來竟不來(대래경불래) 기다려도 기다려도 끝내 오지 않고
落花寂寂委靑苔(낙화적적위청태) 낙화만 조용하게 이끼 우에 시드네.
283쪽 9줄 ······ (부지하처적상군) ······ -> ······ (부지하처조상군) ······
288쪽 11줄 17. 7. 원정 -> 17. 7. 원정(怨情)
296쪽 9~10줄 ······ 제 1곡부터 제 9곡까지 ······ -> ······ 제1곡부터 제9곡까지 ······
297쪽 1줄 누락 -> 23. 최호(崔顥, 704?~754)
23. 1. 황학루(黃鶴樓)
昔人已乘白雲去(석인이승백운거) 옛 선인 이미 황학 타고 가버리고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이 땅에는 그저 황학루만 남아 있다.
黃鶴一去不復返(황학일거불부반) 황학은 한번 떠난 후로 다시 오지 아니하고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흰 구름만 천년토록 여전히 떠 있다.
晴川歷歷漢陽樹(청천력력한양수) 맑은 날 강에는 한양의 나무들이 뚜렷하고
春草萋萋鸚鵡洲(춘초처처앵무주) 향기로운 풀들은 앵무주에 무성하다.
日暮鄉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해는 저무는데 고향은 어디메뇨
煙波江上使人愁(연파강상사인수) 강 위의 안개가 시름겹게 하노라
황학루에는 여러 전설이 있다. 황자안(黃子安) 또는 비문위(費文褘)란 신선이 황학(黃鶴)을 타고 이곳을 왔었기 때문에 황학루라고 했다는 설이다. 이 시는 천고의 절창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297쪽 2~3줄 한 줄 붙여야 합니다.
297쪽 3줄 23. 1. ······ -> 24. 1. ······
297쪽 10줄 ······ 자자히 ······ -> ······ 자자이 ······
298쪽 3줄 24. 1. ······ -> 25. 1. ······
298쪽 15~16줄 ······ 해석하기도 있다. -> ······ 해석하기도 한다.
뒤표지 날개 4줄 공연등 -> 공연 등
뒤표지 5줄 ······ 100주년이 ······ -> ······ 100주년을 ······
반간진수(半間眞水, 반쯤의 진 국물) : 반간지술. 반간자(가늘고 얇은) 숟가락. 참고로, ‘간지숟가락’은 ‘간자숟가락(곱고 두껍게 만든 숟가락)’의 제주 방언. 제주 지역에서는 ‘지숟가락’으로도 적는다.
「백성환 창본 춘향가」에서 “강응 ᄇᆡᆨ청을 쥬루류 부어 은동걸 반간지로 씰랑 저바리고”(김진영·김현주 외 편, 『춘향전 전집』 1, 박이정출판사, 1997, 197쪽)로, 「원문 춘향전」에서는 “강능(江陵) 빅청(白淸)을 두루 부어 은(銀)수졔 반간지[반-숟가락]로 불근 점(點)”(심경호 옮김, 『춘향가·춘향전』, 문학동네, 2022, 298쪽)으로 이 부분을 쓰고 있다.
석민 편, "주해(註解) 김세종제 춘향가", 부크크, 2024, 82~83쪽, 각주 695번 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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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도서관은 희망 도서 신청이 안 되겠지만, 혹시 대학 도서관에 가능하시다면 희망 도서 신청을 부탁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돌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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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0_"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김경아 편, 범우사, 2019) 정오표
dolmin98@hanmail.net 돌민
13쪽 5줄 ······ 되었으니라 ······ -> ······ 되었느니라 ······
14쪽 2줄 ······ 추야월 의 ······ -> ······ 추야월의 ······
16쪽 2줄 ······ 제 일루로소이다. ······ -> ······ 제일루로소이다 ······
18쪽 2줄 ······ 청중추막을 바쳐, 분홍띠 눌러 ······ -> ······ 청중추막을 받쳐, 분합띠 눌러 ······
22~23쪽 각주
138 ······ 비치다) 봄ᄇᆞ,,에 황봉백접(黃蜂白蝶) ······ -> ······ 비치다) 봄ᄇᆞᄅᆞᆷ에 황봉백접(黃蜂白蝶) ······
31쪽 각주 213 쫄쫄이 글 : ······ -> 쫄쫄이 문자 : ······
51쪽 각주 420 장비(張飛) : 중국의 삼국시대에 유비(劉備)를 도왔던 장수. -> 관우(關羽), 장비(張飛) : 정사(正史)를 참고해 '관흥(關興), 장포(張苞)'를 바꾼 것이다.
57쪽 각주 488 ······ 유주의 골짜기 ······ -> ······ 깊은 산골짜기 ······
······ 들리니라)를 참고하여 ······ -> ······ 들리니라)”를 참고하여 ······
61쪽 5줄 ······ 절로나 ······ -> ······ 절로 나 ······
61쪽 각주 528 하남(河南) 태수(太守)의 희우정(喜雨情) : ······ -> 하남 태수(太守)의 희우정(喜雨亭) : ······
65쪽 3~4줄 ······ 하서러히 ······ -> ······ 하 서러이 ······
65쪽 각주 563 하서러히 울어 볼까 ······ -> 하 서러이 울어 볼까 ······
79쪽 10줄 ······ 행장687을 수습허여 부디 평안이 행차허오.” -> 행장을 수습허여 부디 평안이687 행차허오.”
각주 687 행장(行裝) : 여행할 때의 짐. -> 평안(平安)이 : 평안(平安)히.
86쪽 각주 740 모란새긴 만자창 : 모란을 새긴 만자창(卍字窓) . ······ -> 모란 새긴 만자창(卍字窓) : 모란 무늬를 뚫어새긴 만자창. ······
87쪽 3줄 ······ 진남항라자락 ······ -> ······ 진남항라 자락 ······
87쪽 4줄 ······ 진자주대762 곧 띠어, ······ -> ······ 진자주 대고 띠어,762 ······
87쪽 각주 762 진자주대(眞紫朱帶) : 짙은 자주색의 띠. -> 진자주(眞紫朱) 대고 띠어 : 짙은 자주색의, 대구(帶鉤, 허리띠 장식) 팔사(八絲) 띠에.
88쪽 1줄 ······ 태고 적 ······ -> ······ 태곳적 ······
각주 771 ······ ‘박기홍 창본 춘향가’ ······ -> ······ 「박기홍 창본 춘향가」 ······
88쪽 각주 776 ······ ‘춘향가 말책 42장본’ ······ -> ······ 「춘향가 말책 42장본(이용우 필사본)」 ······
771 ······ ‘백성환 창본 춘향가’ ······ -> ······ 「백성환 창본 춘향가」 ······
93쪽 각주 852 ······ ‘권마성고’ ······ -> ······ 「권마성고」 ······
852 ······ ‘별춘향젼이라 73장’ ······ -> ······ 「별춘향젼이라 73장(박순호 소장본)」 ······
93쪽 3줄 ······ “예이!”, ······ -> ······ “예이!” ······
108쪽 각주 980 넌 내가 : ······ -> 나에게는 : ······
109쪽 각주 983 ······ 예양은 진나라 ······ -> ······ 예양은 진나라 ······
111쪽 7줄 ······ 내려라!”, ······ -> ······ 내려라!” ······
111쪽 12줄 ······ “예이!”, ······ -> ······ “예이!” ······
115쪽 3줄 ······ 조심하라” ······ -> ······ 조심하라.” ······
117쪽 각주 1063 ······ ‘박순호 소장 91장본’ ······ -> ······ 「박순호 소장 91장본」 ······
1063 ······ 「별춘향젼이라 73장」 ······ -> ······ 「별춘향젼이라 73장(박순호 소장본)」 ······
131쪽 각주 1201 ······ 성우향 창본 ‘춘향가 김세종제’ ······ -> ······ 성우향 창본 「춘향가 김세종제」 ······
1201 ······ 『박동진 창본 춘향가』 ······ -> ······ 「박동진 창본 춘향가」 ······
1201 ······ 『정광수 창본 춘향가』 ······ -> ······ 「정광수 창본 춘향가」 ······
1201 ······ 신학균 소장 39장본 「별춘향가」 ······ -> ······ 「신학균 소장 39장본 <별춘향가>」 ······
135쪽 9줄 ······ “서리!”, ······ -> ······ “서리!” ······
166쪽 각주 1453 천붕우출혈(天崩又出穴) : 하늘이 무너져도 또한 솟아날 구멍이 있다. -> 천붕우출혈(天崩牛出穴)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동언해(東言解)』 참고.
190쪽 4줄 ······ 장창부락 ······ -> ······ 장창불락 ······
각주 1656 ······ 장창부락(長唱不樂) ······ -> ······ 장창불락(長唱不樂) ······
195쪽 1줄 ······ 시경(詩經)” 소아(小雅) ······ -> ······ 시경(詩經) 소아(小雅) ······
195쪽 5줄 ······ 있으니라. -> ······ 있느니라.
203쪽 10줄 시성(詩聖)으로 추앙받는 두보와 쌍벽을 이루는 ······ -> 이상은(李商隱)과 함께 소이두(小李杜)로 불리는, ······
217쪽 7줄 ······ 노닐세, ······ -> ······ 노낼새, ······
227쪽 6줄 ······ 대가로서 ······ -> ······ 대가로서, ······
231쪽 14줄 ······ 爲吾安寶髻(위오안보계) ······ -> ······ 爲君安寶髻(위군안보계) ······
232쪽 15~16줄 ······ 올라 떠나가는 님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고 ······ -> ······ 올랐으되 도성의 풍경을 화려하게 묘사하고 ······
236쪽 17줄 ······ 연작시 중 제(第) 1수(首)이다. ······ -> ······ 연작시 중 제1수(首)이다. ······
260쪽 11줄 ······ 자자히 ······ -> ······ 자자이 ······
뒤표지 날개 4줄 공연등 -> 공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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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가 2019년 10월 30일에 재출간되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7월에 출간되었던 책에 대한 정오표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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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라는 책의 내용 가운데 소리 마디(박자 악보)를 제외한 사설 정리 과정은 1. 본문과 각주 초안 2. 차용 한시 부록 3. 한시의 내용을 반영한 본문과 각주 개정안의 순서였습니다.
2. 차용 한시 부록과 3. 본문과 각주 개정안으로 책의 내용이 정리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1. 본문과 각주 초안과 2. 차용 한시 부록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그 결과 차용 한시 부록을 작성하며 알게 되어 고친 많은 내용을 본문과 각주에 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차용 한시 부록을 작성하기 전의 1. 본문과 각주 초안과, 작성한 후의 2. 차용 한시 부록을 후주로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각주에서 차용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한시가 다소 불쑥 한시 부록에 나타나는 식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뒷부분 차용 한시 부록은 개정판인데 앞부분 본문과 각주 초안은 초판인 것처럼 뒤와 앞이 다소 어긋납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정오표의 형태로 아래에 덧붙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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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조선 8대 -> 조선 후기 8대
16쪽 본문 각주 번호 46과 17쪽 각주 46번이 맞지 않기 시작하여
17쪽 본문 각주 번호 55와 18쪽 각주 55번까지 맞지 않아 수정해야 합니다.
17쪽 각주
46) 적벽강(赤壁江) : 중국 호북성(湖北省) 황강현(黃岡縣)에 있는 강. 송(宋)의 문인 소식(蘇軾)이 신종(神宗) 원풍(元豊) 5년(서기 1082년) 가을 달밤에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옛날 삼국 시대의 조조(曹操)가 대패(大敗)한 적벽대전(赤壁大戰)을 회상하며 적벽부(赤壁賦)를 지었다.
->
46) 적벽강(赤壁江) 추야월(秋夜月) : 중국 호북성(湖北省) 황강현(黃岡縣)에 있는 강. 송(宋)의 문인 소식(蘇軾)이 신종(神宗) 원풍(元豊) 5년(서기 1082년) 가을 달밤에 적벽강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옛날 삼국 시대의 조조(曹操)가 대패(大敗)한 적벽대전(赤壁大戰)을 회상한 ‘적벽부(赤壁賦)’를 지었다.
차용한 부분은 “임술지추 칠월기망 소자여객범주유어적벽지하(壬戌之秋 七月既望 蘇子與客泛舟遊於赤壁之下, 임술 가을 7월 기망에 소자가 손과 배를 띄워 적벽 아래 노닐새)”이다. (한시 - 12. 1. 참고)
18쪽 각주 55번에 추가된 각주 65번을 삭제해야 합니다.
21쪽 각주
108) 위절도적표마(魏節度赤驃馬)······ : 위절도(魏節度)······ 위백옥(魏伯玉) -> 108) 위절도적표마(衛節度赤驃馬)······ : 위절도(衛節度)······ 위백옥(衛伯玉)
22쪽 각주
113) 요헌기구하최외(瑤軒綺構何崔巍) -> 113) 요헌기구하최외(瑤軒綺構何崔嵬)
25쪽 각주
138) 황봉백접쌍쌍비(黃蜂白蝶雙雙飛) : 황봉은 꿀벌, 백접은 흰나비, 쌍쌍비는 쌍쌍이 날다. 즉 벌과 흰나비가 쌍쌍이 날다.
->
138) 황봉백접쌍쌍비(黃蜂白蝶雙雙飛) : 황봉은 꿀벌, 백접은 흰나비, 쌍쌍비는 쌍쌍이 날다. 즉 벌과 흰나비가 쌍쌍이 날다. 참고로 이 부분이 ‘춘향가 67장(張在伯 소리책)’에서는 “화쵸ᄇᆡᆨ졉쌍쌍비”(배연형 엮음, “춘향가 심청가 소리책”, 동국대학교출판부, 2008, 13쪽)로 되어 있다.
한편, 황봉백접이란 어구는 조선 후기의 가객 안민영의 시조에 등장하는 “영산홍록(暎山紅綠, 산에 붉고 푸른 것이 비치다) 봄에 황봉백접(黃蜂白蝶) 넘노는 듯”에서 차용한 것일 수 있다. 물론 17세기 말에 간행된, 문곡(文谷) 김수항(金壽恒)의 “문곡집(文谷集)” 제26권 ‘화왕전’에 가전체 등장인물로 황봉과 백접이 의인화되어 나온다. 셋째로 만당(晩唐)의 시인 이상은(李商隱)이 지은 시 ‘규정(閨情)’에 “황봉자접양참치(黃蜂紫蝶兩參差, 황봉과 자색 나비가 짝으로 들쭉날쭉하네)”란 비슷한 표현이 있다.
29쪽 각주
166) 화염곤강(火炎崑岡) : 곤강이 불에 타다. 곤강(崑岡)은 곤륜산(崑崙山). -> 166) 화염곤강(火炎崑岡) : 곤강에 불길이 번지다. 곤강(崑岡)은 곤륜산(崑崙山)으로, “서경(書經)” ‘윤정(胤征)’에 화염곤강(火炎崑岡, 곤강에 불길이 번짐에) 옥석구분(玉石俱焚, 옥석이 모두 탄다)이라는 말이 있다.
30쪽 각주
185) 아황(蛾黃)과 여영(女英) -> 아황(娥皇)과 여영(女英)
186) 아황(蛾黃)과 여영(女英)은 ->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은
36쪽 각주
258) 시직(時直) : 지금의. 번(番)을 든. -> 258) 시직(時直) : 지금의. 번(番)을 든. 현직(現職)의 ‘시직(時職)’으로도 본다.
40쪽 각주
280) 옥동도화만수춘(玉洞桃花滿樹春) : 옥동의 복숭아꽃과 모든 나무가 봄빛에 물들다. 옥동(玉洞)은 신선이 사는 동네. -> 옥동도화만수춘(玉洞桃花滿樹春) : 옥동의 복숭아꽃과 모든 나무가 봄빛에 물들었네. 옥동(玉洞)은 신선이 사는 동네. 당(唐) 시인 허혼(許渾)의 ‘증왕산인(贈王山人)’에서 마지막 구절을 따온 것이다. (한시 - 32. 1. 참고)
281) 유랑(劉郞)의 심은 것과 현도관(玄都關)이 분명허고 : 옥동의 복숭아꽃과 온갖 나무는 유랑이 심었던 나무인 듯하고, 이러한 경치는 유랑이 나무를 심었던 현도관(玄都關)의 경치와 비슷하구나. 유랑은 당(唐)의 시인 유우석(劉禹錫). 그는 모함을 받아 지방으로 갔다가 장안(長安)의 현도관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
281) 유랑(劉郞)의 심은 것과 현도관(玄都關)이 분명허고 : 유랑(劉郞)이 떠난 후에 심었던 나무인 듯하고, 이러한 복숭아나무의 경치는 현도관(玄都觀)의 경치와 비슷하구나. 유랑은 당의 시인 유우석(劉禹錫). 유우석의 시 ‘원화십일년자랑주소지경, 희증간화제군자(元和十一年自朗州召至京, 戲贈看花諸君子)’의 후반부 시구를 원용한 것이다.
차용 구절은 “현도관리도천수(玄都觀裏桃千樹, 현도관 안의 복숭아 천 그루는) 진시유랑거후재(儘是劉郎去後栽, 모두가 유랑이 떠난 뒤에 심은 것이다)”이다. 앞에서 차용한 ‘증왕선인’에 나오는 복숭아꽃과 ‘원화십일년자랑주소지경, 희증간화제군자’에 나오는 복숭아 천 그루가 연결되고 있다. (한시 - 20. 1. 참고)
42쪽
대학을 드려라. -> 대학을 들여라.
43쪽
천자를 드려라. -> 천자를 들여라.
44쪽
자시의 -> 자시에
축시의 -> 축시에
54쪽
드려놓으니-> 들여놓으니
61쪽
반간진수 -> 반간지술
61쪽 각주
508) 반간진수(半間眞水) : 반쯤의 진 국물. -> 508) 반간지술 : 반간자(가늘고 얇은) 숟가락. 참고로, 간지숟가락은 간자숟가락의 비표준어.
64쪽 각주
528) 하남(河南) 태수(太守)의 희유정(喜有情) : 하남 태수는 즐겁게도 예전의 정분을 간직하고 있었네. 중국 한(漢)의 문인이었던 가의(賈誼)는 하남 태수의 추천으로 높은 관직에 올랐으나 주변의 모함을 받아 지방으로 쫓겨났다. 그러나 그를 대단히 아꼈던 하남 태수 오정위(吳廷尉)는 여전히 그에 대한 좋은 감정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
528) 하남(河南) 태수(太守)의 희우정(喜雨亭) : 봉상(鳳翔, 현 섬서) 태수 진희량(陳希亮) 휘하 소식(蘇軾)이 지은, 비를 기뻐하는 정자(亭子). 1062년 소식이 봉상부(鳳翔府)의 첨서판관(簽書判官)으로 태수 진희량의 휘하에 있을 때, 오랜 가뭄으로 관민(官民)이 시름에 잠긴 끝에 비가 내렸다. 그 기쁨을 기리고자 정자의 이름을 희우정(喜雨亭)이라 짓고 ‘희우정기(喜雨亭記)’라는 글도 남겼다.
둘째, 하남(河南) 태수(太守)의 희우정(喜友情), 하남 태수의 즐거운 우정. 한(漢)의 문인 가의(賈誼)는 하남 태수로 와있던 정위(廷尉) 오공(吳公), 오정위(吳廷尉)의 천거로 높은 벼슬에 오른다. 이처럼 가의의 재능을 대단히 아꼈던 하남 태수의 마음을 표현했다고도 본다.
70쪽
581) 올체 : '옳지'의 사투리통인 '옳제'. -> 581) 올체 : '옳지'의 사투리인 '옳제'의 뜻.
78쪽 각주
648) 곽(槨) : 죽은 사람을 넣어 장사를 지내는 관. -> 648) 곽(槨) : 죽은 사람을 넣어 장사를 지내는 관. 각(角)에 ‘일의 매듭’이라는 뜻이 있다면, ‘곽’이라기보다 ‘각’이라고 볼 수도 있다.
79쪽
운종용 -> 운종룡
79쪽 각주
663) 운종용 -> 663) 운종룡
80쪽 각주
670) 공문한강천리외(共問寒江千里外)의 공문한강천리외(共問寒江千里外)는 -> 670) 공문한강천리외(共問寒江千裏外)의 "공문한강천리외(共問寒江千裏外)"는
83쪽
연후의 -> 연후에
94쪽 각주
837) 조현단 : 깃발을 따르던 사람들의 직책인 듯하나 불명.
->
837) 관원수(關元帥), 마원수(馬元帥), 왕령관(王靈官), 온원수(溫元帥), 조현단(趙玄壇) : 홍(紅)·남(藍)·황(黃)·백(白)·흑(黑)의 다섯 신기가 있어 이를 통틀어 중오방기(中五方旗)라 하였으며, 기마다 방(方)에 따라 군신(軍神)의 화상과 운기(雲旗)가 그려져 있다.
이 중 홍신기는 붉은 바탕에 가장자리와 화염(火焰)은 남빛으로 관원수라는 군신의 화상을 그려, 남방에 세우는 기이다. 백신기는 흰 바탕에 가장자리와 화염(火焰)은 황색이고, 마원수라는 군신의 화상이 그려져 있으며 서쪽에 세우는 기이다. 황신기는 누런 바탕에 가장자리와 화염은 붉은 빛이고 왕령관이라는 신상(神像)이 그려져 있고, 중앙에 세우는 기이다. 남신기는 남빛 바탕에 가장자리와 화염은 검은빛으로, 온원수라는 군신의 화상이 그려져 있으며, 동방에 세우는 기이다. 흑신기는 검은 바탕에 가장자리와 화염은 흰색이고, 조현단이라는 군신의 화상이 그려져 있고, 북방에 세우는 기이다.
98쪽 각주
886)······ "사군불견하투주(思君不見下渝州)" -> 886)······ "사군불견하유주(思君不見下渝州)"
107쪽
들고
돈타령을 허는디, -> 들고 돈타령을 허는디,
111쪽 각주
980)······ 재판에서는 -> 980······ 여기에서는
129쪽 각주
1134) 앵무서(鸚鵡書) : 앵무새처럼 서로 뜻과 정이 닿는 글. -> 1134) 앵무서(鸚鵡書) : 앵무새처럼 서로 뜻과 정이 닿는 글. 잠삼의 시 ‘부북정도농사가(赴北庭度隴思家)’의 “농산앵무능언어(隴山鸚鵡能言語, 농산의 앵무새는 말을 할 수 있으니) 위보가인삭기서(為報家人數寄書, 집안사람에게 자주 편지하라고 어서 말해주게)”에서 앵무서를 원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시 - 26. 2. 참고)
130쪽 각주
1140) 녹수부용채련녀(綠水芙蓉採蓮女) : 부용꽃이 피어 있는 푸른 물에서 연을 따는 여인. -> 1140) 녹수부용채련녀(綠水芙蓉採蓮女) : 부용꽃이 피어 있는 푸른 물에서 연을 따는 여인. 당 시인 왕발의 ‘채련곡’을 원용한 듯하다. (한시 - 17. 2. 참고)
1141) 제롱망채엽(提籠忘采葉) : 바구니를 들었으나 뽕을 따는 것을 잊다. 즉 임의 생각에 잠겨 뽕 따는 것을 잊다. -> 1141) 제롱망채엽(提籠忘采葉) : 바구니를 들었으나 뽕을 따는 것을 잊다. 출정나간 임을 본 어젯밤 꿈 생각에 뽕 따는 것을 잊는다는 시구를, 당나라 시인 장중소(張仲素)가 지은 ‘춘규사(春閨思)’에서 차용한 것이다. (한시 - 28. 1. 참고)
134쪽 각주
1200) 장원 : 장원봉(狀元峯)의 와전. - > 1200) 장원(狀元) : 장원봉(狀元峯)
140쪽 각주
1278) 뒤통 나잖게 : 두 토막이 나지 않게. -> 1278) 뒤통 나잖게 : 두 통 나잖게, 두 토막이 나지 않게. ‘두통(頭痛) 나게’로 보기도 한다.
143쪽 각주
1316)······ 방화수류(訪花隨柳)······ 방화수류과전천(訪花隨柳過前川) -> 1316)······ 방화수류(傍花隨柳)······ 방화수류과전천(傍花隨柳過前川)
149쪽 각주
1356) 망안(望眼) : 바라보는 눈. -> 1356) 망안(望眼) : 바라보는 눈. 백거이가 지은 ‘강루야음원구율시(江樓夜吟元九律詩), 성삼십운(成三十韻)’과 당나라 여류시인 장요조(張窈窕)가 지은 ‘증소사(贈所思)’에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150쪽 각주
1363) 정불지억(情不止抑) : -> 1363) 정불자억(情不自抑) :
154쪽
단을 묻고 -> 단을 뭇고
154쪽 각주
1396) 후원(後園)에 단을 묻고 : 후원(後園)의 단을 뭇고 : -> 1396) 후원(後園)의 단을 뭇고 :
167쪽 각주
1440) 옥문설주 : 옥문(獄門)의 양쪽 기둥. -> 1440) 옥문(獄門)설주 : 옥문의 양쪽 기둥.
180쪽 각주
1553) 연야(鰊冶) : -> 1553) 연야(鍊冶) :
183쪽
수박등 안았으며,1580) -> 수박 등1580)
183쪽 각주
1560) 수박등 안았으며: '수박 덩이 또는 수박통 안았으며'의 뜻인 듯하다. -> 1580) 수박 등 : 수박 덩이 또는 수박 통의 뜻인 듯하다, ‘신재효 남창 춘향가’에는 “슈박ᄯᅥᆼ”으로 나와 있다. 한편 수박등(燈), 대쪽이나 나무쪽으로 얽어 수박 모양의 입체형을 만들고 종이를 발라 속에 초를 켜게 한 등으로 보기도 한다.
193쪽 각주
1657) 어질더질 : -> 1657) 더질더질 :
209쪽
대학을 드려라. -> 대학을 들여라.
210쪽
천자를 드려라. -> 천자를 들여라.
자시의 -> 자시에
축시의 -> 축시에
214쪽
드려놓으니 -> 들여놓으니
218쪽
반간진수로 -> 반간지술로
219쪽
희유정 -> 희우정
228쪽
운종용 -> 운종룡
268쪽
단을 묻고 -> 단을 뭇고
286쪽
수박등 -> 수박 등
315쪽
봄 밤 -> 봄밤
327쪽
춤추치고 -> 춤 추이고
341쪽
난간이라 네 -> 난간이라네
359쪽
思君不見下渝州(사군부견하유주) -> 思君不見下渝州(사군불견하유주)
367쪽
성
안 누구라도 -> 성 안 누구라도
375쪽
두 선배를 -> 두 선생을
[연출 김강연 품바 이종환 사회 이주은 고수 돌민] 2018 평화홀씨마당 "총을 내려라 평화가 춤춘다 통일이다"(20180728, 백범기념관 컨벤션홀)
출처 : http://www.spark946.org/renew/prog/bbs/board.php?bo_table=peace_rule&wr_id=356
http://blog.jinbo.net/jayul/96
김초향 명창의 단가 '운담풍경'
https://www.youtube.com/watch?v=pvHd6KICO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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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춘미 박록주 명창] 단가 '백발가'
http://www.hearkorea.com/gododata/search.html?data_start=0&g_id=8&keyfield=title&key=박록주
고 춘미 박록주 명창은 판소리 5명창 시대와 판소리 인간문화재 시대를 연결하는 국창입니다. 판소리에 입문하며 배운 것이기는 하지만 가신 박기홍 명창의 소리를 밀도 있게 배운 큰 제자이기도 합니다, 고 조학진 명창도 박기홍 명창의 수제자이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박록주 명창이 5명창 시대의 후속 세대로서 인간문화재 시대를 이끈 공로만으로도 20세기 최고의 한국음악 작곡가인 송계 정응민 명창(강예원의 "판소리 작곡가 연구" 참고)과 비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고 박록주 명창의 의발을 이은 제자로는 고 박송희 명창, 고 한농선 명창, 이등우(이옥천) 명창, 조순애 명창 등이 있습니다.
뿌리깊은나무에서 발간했던 서적에 실린 글에서, 고 춘미 박록주 선생님은 연하남이었던 소설가 김유정이 연애를 걸어왔던 일화를 소개하며 화려했던 젊은 날을 추억하기도 했는데요. 인간문화재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으면 판소리와 같은 전통문화가 없어졌을지도 모를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던 1945년 광복과 1950년 한국전쟁 이후부터 60년대 인간문화재 시대까지를 살아내고야 만, 박록주 선생님은 당신의 후반기에 판소리에 앞에 부르는 단가를 '백발가'로 자주 불렀다고 합니다.
http://www.hearkorea.com/gododata/gododata.html?g_id=2&g_no=8876
아래에 인용한 음원은 여러 번 재판이 나온 "한국의 전통음악(27) 단가/범패·판염불·회심곡" 음반에 실린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가사에 금강산이 나오기 때문에 지구 레코드의 "국창 춘미 박록주 여사 단가집 음반"에는 '백발가(금강산 유람가)'로 제목이 된 음원이 실려 있다고 합니다.
감히 감상평을 하자면 천의무봉입니다. 또는 미상인 고수 분의 북반주도, 감히 감상평을 하자면, 흥미진진합니다. 예를 들어, 고 춘미 선생님께서 "백발이 섧고 섧다"라고 내드름을 하시며 고수님께서 다음 장단의 첫 박을 시작하시는 대목도 흥미롭습니다. 참고로, 이 음원의 박록주 선생님과 달리 연만하지 않으신 분께서 부득이하게 백발가를 부르셔야 할 때는, 예를 들어 "어화 세상 벗님네들(야) 이내 한 말 들어 보소"같은 말을 맨 앞에 넣어서 부르시는 게 예의입니다.
단가 '백발가(白髮歌)'
[중모리]
백발(白髮)이 섧고 섧다. 백발이 섧고 섧네. 나도 어제 청춘(靑春)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다. 우산(牛山)에 지는 해는 제(齊) 경공(景公)의 눈물이로구나. 분수추풍곡(汾水秋風曲)은 한무제(漢武帝)의 설움이라. 장(壯)하도다. 백이(伯夷) 숙제(叔齊) 수양산(首陽山) 깊은 곳에 채미(採薇)하다가 아사(餓死)를 한들 초로(草露) 같은 우리 인생들은 이를 어이 알겠느냐! 야야 친구들아 승지강산(勝地江山) 구경가자. 금강산 들어가니 처처(處處)에 경산(景山)이요 곳곳마다 경개(景槪)로구나. 계산파무울차아(稽山罷霧鬱嵯峨) 산은 층층 높아 있고 경수무풍야자파(鏡水無風也自波) 물은 술렁 깊었네. 그 산을 들어가니 조그마한 암자(庵子) 하나 있는데 여러 중들이 모여들어 재맞이 하느라고 어떤 중은 낙관 쓰고 어떤 중은 법관(法冠) 쓰고 또 어떤 중은 다래몽둥 큰 북채를 양손에다가 쥐고 북을 두리둥둥 목탁(木鐸) 따그락 뚝딱 죽비(竹箄)는 쫘르르르르 칠 적에 탁자(卓子) 우에 늙은 노승 하나 가사착복(袈裟着服)을 어스러지게 메고 꾸붓꾸붓 예불(禮佛)을 하니 연사모종(煙寺暮鍾)이라 허는 데로구나. 거드렁거리고 놀아 보세.
1) 우산(牛山) : 중국 산동성(山東省) 임치현(臨淄縣) 남쪽에 있는 산.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놀던 곳.
2) 제(齊) 경공(景公)의 눈물이로구나 : 제나라의 경공이 흘리던 눈물이 생각난다는 뜻. 제 경공의 이름은 저구(杵臼), 경(景)은 시호(諡號)로 강태공의 후손. 경공이 일찍이 우산에 올라, 지는 해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기를 ‘세월의 빠름이여, 어찌 인생으로 하여금 죽음의 길을 재촉하는고?’ 한즉, 수행하던 신하 3명 중 2명은 따라 울었지만, 안자(晏子)만은 웃으며 하는 말이, ‘삶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는 것은 천리(天理)의 정칙(定則)이온데, 역리(逆理)를 하려 함은 어진 처사가 아니며, 어질지 못한 임금을 따라 아첨하는 신하들이 운다는 것이 어찌 우습지 않으리오?’라고 하였다고 한다.
3) 분수추풍곡(汾水秋風曲) : 한무제(漢武帝)가 분수(汾水) 강가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추풍사(秋風辭)를 말한다.
4) 한무제(漢武帝) : 중국 전한의 7대 왕.
5) 백이(伯夷) 숙제(叔齊) : 중국 은(殷)나라의 선비들. 고죽군(孤竹君)의 아들로 백이가 형, 숙제가 동생. 무왕이 은을 치려는 것을 말리다가 듣지 않으므로 주나라의 곡식 먹기를 부끄럽게 여기어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으며 숨어 살다가 굶어 죽었다.
6) 수양산(首陽山) : 중국의 산서성(山西省)에 있는 산으로, 백이 숙제가 굶어 죽은 곳.
7) 채미(採薇) : 고사리를 캐다.
8) 아사(餓死) : 굶어 죽다.
9) 초로(草露) : 풀에 맺힌 이슬.
10) 승지강산(勝地江山) : 경치 좋은 산과 강.
11) 처처(處處)에 : 곳곳에.
12) 경산(景山) : 경치 좋은 산.
13) 경개(景槪) : 경치가 빼어나게 좋은 곳.
14) 계산파무울차아(稽山罷霧鬱嵯峨) : 자욱한 안개도 산이 높고 험하여 산에 머무른다는 뜻. 당(唐)나라 때 시인 하지장(賀知章)의 ‘채련곡(採蓮曲)’에 나온다.
15) 경수무풍야자파(鏡水無風也自波) : 거울과 같이 맑은 물에 바람은 없는데 물결은 스스로 일어난다. 하지장의 채련곡에 나온다.
16) 암자(庵子) : 큰 절에 딸린 작은 절.
17) 재맞이 :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드리는 불공.
18) 낙관 : ‘남관(藍冠)’의 잘못. 남빛 관.
19) 법관(法冠) : 도를 통한 법주대사가 쓰는 관.
20) 다래몽둥 : 다래나무 가지로 만든 뭉툭한 몽둥이.
21) 목탁(木鐸) : 절에서 불공을 할 때나 사람을 모익에 할 때 두드려 소리를 내는 기구. 둥글넓적하게 다듬은 나무토막 속을 파서 방울처럼 만든다.
22) 죽비(竹篦) : 두 개의 대쪽을 맞추어 만든 물건으로 불사(佛事) 때 승려가 바른 손으로 자루를 잡고, 갈라진 부분을 왼손 바닥에 쳐서 소리를 내어 대중을 지도한다.
23) 탁자(卓子) : 부처 앞에 붙박이로 있어 제물, 다기(茶器) 등을 차려 놓는 상.
24) 가사착복(袈裟着服) : 가사(袈裟)를 입다. ‘가사’는 중이 장삼 위에 왼쪽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치어 입는 법복(法服).
25) 어스러지게 : 으스러지게. 엇비슥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26) 꾸붓꾸붓 : ‘구붓구붓’의 센 말. 자꾸 여러 차례 허리를 굽히는 모양.
27) 예불(禮佛) : 부처님에게 경배하다.
28) 연사모종(煙寺暮鍾) : 안개가 낀 절에서 해질 무렵에 종소리가 들려오는 풍경으로, 소상팔경의 하나.
29) 거드렁거리고 : 거드럭거리고. 거들먹거리고. 신이 나서 버릇없이 굴고.
조순애 명창의 백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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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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