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크리터리

from the movie 2009/09/12 01:43

나는 어떻게 고통을 피해갈 수 있는지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어찌되었든 삶에서의 고통은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이 극복되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도

터득해야 한다.

 

고통을 수용하는 방식도 가지가지인데다가,

사람마다 자기가 정의하는 '극단'이 다른데

왜 매번 '극단'까지 치닫지는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더 아파해야 위로를 받을 수 있듯이

더 차가워져야 따뜻함이 배로 느껴지듯이

사랑과 고통도 동전의 양면이고

행복과 자멸도 동전의 양면이다.

 

가학과 피학이라는 걸 '명제화'하는 것은 싫다.

헌데 묘하게 이해되는 게 있다.

 

세크리터리(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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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2 01:43 2009/09/12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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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것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시간 동안,

고인과 자신을 되돌아 보는 60대 남성 노인의 여행,

좀 전처럼 없던 소재의 영화다. 그래서 기대했는데, 기대 만큼 충족시켜준 영화였다.

마침 내가 좋아했던 배우, 장진영의 죽음까지 겹쳐서인지...눈물만 계속 흐르더라.

근데 서구 핵가족들의 모습이 어찌 그리 이 곳과도 닮아있누...

자식들 키워놔봐야 다 소용없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는...ㅎㅎ

 

깊이 자신에게 몰두하며 내 안의 다른 내가 추는 춤,

흰 얼굴의 부토 댄서가 마치 전작 파니 핑크에서 보여줬던 무도의 이미지와 흡사했던 것처럼...도리스 되리의 영화에는 치유의 춤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아울러 서구 백인들은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이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일본에 가서 안개가 걷힌 후지산의 풍경을 보고 싶게 할 정도로...영화 속 일본 땅은 어쩜 그리 멋졌는지...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 무엇이 되어야 할 지,

그것이 뜨거웠던 사랑 뒤로 오는 어떤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 내 스스로를 추스르고 정돈해야 할 지...

새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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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4 00:00 2009/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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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생각...

from monologue 2009/05/25 03:55

소위 '한 국가의 수장'이라는, 한국 사회의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었던 사람의 당혹스러운 자살 소식. "더 부정 부패한 사람들도 사는데 왜...."하며 다들 믿겨하지 않는 눈치,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 많은 열사들의 죽음을 품고서도, 왜 이들의 죽음은 지 스스로 재수 없이 죽거나, 그저 안타까운 사고가 되어야 하는 건가 했었다. 유독 내가 목격한 열사들은 '개혁정권'이었다는 노무현 시기에 많았다는 아이러니. 그럼에도 그의 죽음이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노무현이라는 사람, 아무런 지위도 권력도 없었던 그가 그 위치까지 올랐다는 건 얼마나 많은 타협과 거래를 해왔다는 걸까.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악몽과도 같은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겠다고 나선 사람, 결국 부르조아의 편에 있었고 그 편에 섰지만 부르조아들은 자기 편에 안 선다고 노발대발을 하며 탄핵까지 시켰더랬지.

 

난 그가, 지금에서야, 진보 운동을 모르는 이들 혹은 진보 운동 건너 편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의 유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더욱 더 치열하게 두 진영들은 각축을 벌인 건 아닌가 한다는 것. 물론 지금은 후자의 분파에 눌려, 찍소리도 못 내고 있지만...탄핵 국면도, 인민전선이란 것도...생이 재가 되는 지금 같은 시점에들어서야 새로운 느낌으로 와 닿는다.

 

자리나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 고로 일개인의 죽음조차도, 그를 둘러싼 사회적 권력 관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무현의 죽음이기에 주목을 받지만, 그래서 강조되기도 하고 애써 잊혀지기도 하는 개인의 고통이 나에게는, 솔직히 느껴지는 것 같다. 영화평론가 유지나가 예술에서 가장 위대한 가치는 말 그대로 '위대한 종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였는데, 노무현의 죽음이 바로 그렇다고 하였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노무현의 죽음을 떠올리며 건배를 외치던 그녀의 모습, 다소 과장도 섞여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를 그토록 증오했으면서도

때로는 염두에 두지 않고 적으로 상정했으면서도

안타깝다. 눈물도 난다.

 

하...무언가를 주절주절 풀어야만

잠이 올 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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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03:55 2009/05/25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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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from monologue 2009/01/16 01:28

며칠 째 은신 중이다.

 

내가 깊은 상처를 받은 사람인가, 그래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하고서

 

생각해본다.

 

숨소리에 놀란다. 어떨 땐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일어난다. 온 몸으로 열이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이윽고 눈과 코와 입과 열려져 있는 모든 몸의 구멍에서 물이 나온다.

 

그리고 다시 잠을 청한다.  하루 중엔 눈을 감는 시간이 제일 고통스럽다.

 

잠이 들기 위해선, 종종 웃음짓게 만드는 기억들에 천착해야만 한다.

 

저무는 가을녘, 당신과 함께 찾았던 운문사에서 마당을 쓸어보고 싶기도 하고

 

북적대는 서울 거리를 걷고 싶기도 하다.

 

눈 오는 날 얼어붙은 인사동 골목을 슬라이딩하면서

 

그리웠던 당신들과 소주 몇 잔을 기울이고프다.

 

행복했던, 그래서 마지막일 수밖에 없는 기억들,

 

주마등처럼 스쳐가면 어느 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얼마나 더 멀리 내 아픔을 알려야만

 

이 소리없는 전쟁이 끝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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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01:28 2009/01/1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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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반,

from monologue 2009/01/16 01:17

새벽 2시 반

어제는 11시 반

자꾸 모르는 번호에게서 전화가...

전화를 걸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술집인걸까

TV를 켜놓은 걸까

아예 없는 번호라 뜨기도 한다....

 

전화 너머의 당신은, 잊혀졌던 당신은

어쩌면 당신과 관계되었을지도 모를 어떤 문제들로

내가 심각하게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맛있는 화이트 초콜릿 케이크가 완성될 뻔한 찰나였다.

다들 맛있게 잘라 먹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망쳤다.

 

만들어놓아도 난 아무 맛을 느끼지 못한다.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한다.

정신은 결박되어 있고, 몸은 꿈틀댄다.

 

당신의 하루, 혹은 잘못된 그리움들, 

나에게도 영향을 끼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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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01:17 2009/01/16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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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감.;

from monologue 2008/11/02 19:36

상태가 최악이다.

 

즐겁게 한 때를 보내면 늘

그에 뒤따르는 무기력과 회한이 찾아오나...

 

극복도 지겹고, 직면이나 대면이라는 말도 지겹다.

내가 대체 왜 그래야 하나.

내가 대체 왜 이래야 하나.

나는 늘 '왜'라는 것이 꼬리를 문다.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 너무도 많다.

여전히 어깨가 무겁다.

 

뭘까...

철 늦은 모기 떼가 괴롭히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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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2 19:36 2008/11/0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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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숙면

from monologue 2008/10/14 02:02

쇳가루가 귀에 들어가 염증이 나서

일찍 조퇴한 남편과 함께

이곳저곳 들르고나서

4시간 숙면을 취했다.

 

꼭 껴안고 4시간을 자고나니

오랜만에 숙면을...

 

약에 수면제가 들어 있어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자고도

또 자는 남편..

 

깨면 싸우고

잠들면 화해하는 일상,

 

나는 또 잠이 오지 않아

이곳저곳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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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4 02:02 2008/10/1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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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from the movie 2008/10/04 01:25

 

혼자 영화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 모던보이.

 

티켓 판매소를 앞두고 서성이는데 왠지 허전한 것이다.

오늘도 늦게 들어가면 며칠 째 1-2시 오바인데,

매일 같이 밤 늦게 들어가는 나를 두고도

단 한 마디 뭐라 하지 않는 남편이 측은했던 것,

 

그를 부르고,

성남동 데이트도 함께 했는데

함께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의 화신 모던보이는 그야말로,

자신의 사랑에 '목숨'을 건다.

 

유치하고 가볍고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외모와 이미지에서 풍기는 여성에게는 뻑이 가고,

사람에 대한 애정은 지극히 높아 자신의 연인은 지키고자 하는

'한심한' 모던보이

 

위대한 정치나 사상에 목숨을 걸기 보다,

사랑에 목숨을 거는 모던보이가 얼마나 될런가!

 

그래서 그 연인이 죽음을 불사하고 지키고 싶어했던 것을,

자기 스스로 지키려 하는 모던 보이의 안쓰러운 노력이

진부했지만 가슴 아프기도 했다.

 

헌데 뭐랄까....일제 시대상을 그린 영화치고는

말투, 분위기 등이 너무 맞지 않았다. 진짜 '모던'했던 것이다.

나처럼 고리타분한 관객들에겐

익숙지 않은 불편함도 있는 영화,

 

모던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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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4 01:25 2008/10/0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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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쓰는...

from monologue 2008/09/30 23:58

부산

누군가,

차디찬 고공에서 목을 매 숨진 어떤 열사를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

서울보다도 높은 고층 빌딩숲 사이 사이에 펼쳐진

남해바다를 상상하겠지요.

 

피곤함과 무력감과

긴장의 순간들로 하루를 채우니

저는 그저, 그런 도시의 모습이

멋져 보이기만 합니다.

 

매력적인 도시?부산에 들렀다 울산으로 오는 길은

사색에 잠기기 딱 좋은 길이지요.

 

칠흑같은 어둠이 낯설지 않은,

간혹가다 불이 켜진 오두막 같은 집들이

반가운 마을들,

문득, 그리움에 빠집니다.

 

길을 달리면 어느 새

아스팔트 멋드러지게 정리된

공업도시 울산이 나옵니다.

이제 2시간 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여정은 한 큐에 익숙해지고  있으니,

제법 저도 이 곳 사람이 다 되었나봅니다.

 

바람에 스스스 흔들리는 나무를 보면

불빛에 비친 가지와 잎들이 참 화려해요.

꽃이 피었나 되새겨 보기도 합니다.

 

곧 잎은 지겠지만,

쌀쌀함이 아직 기분좋은,

그런 계절입니다.

 

힘들 때 힘이 되어 주어 감사하다는 말,

그리고 나 역시 당신의 힘듦을 이해하기 위해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말,

 

불혹의 생일이 가까이에 온

당신에게

그래도, '행복하자'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행복하이소~!

 

0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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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30 23:58 2008/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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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항에서..

from monologue 2008/09/19 01:39

 

"외롭지 않니?"

"외롭지. 그러나 내 외로움도 내 것이잖아.

그렇지만 네 외로움은 네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 것이야.

다른 사람이 만들어서 너에게 넘겨준 거야.

그것도 괜찮은 거 아냐?

중고품이긴 하지만, 외로움은 외로움이니까."

 

지독히도 외로운 일상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

고향에 와서 가족을 만나는 시간,

어떨 땐 설익은 섬 사람, 

우리 여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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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9 01:39 2008/09/19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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