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만화영화책 - 2004/07/22 21:20

아직도 미친 시간중.
- 다큐 [미친시간] 을 보다

 

둘러앉은 할아버지들이 이야기 한다.
지난 전쟁에 잃어버린 당신의 가족은?
8명, 10명, 16명...
어머니, 아내, 동생, 자식들...

 

우리가 "베트남 패망"이라 배웠던 그 전쟁,
그들이 "민족 해방"이라 부르는 그 전쟁,
복받치는 눈물을 겨우 참으며 이야기하는 베트남인들의 모습이 무척 낯익다.

 

그렇구나.
고래고래 소리지르거나 울부짖는 것이 아니라 한으로 똘똘 뭉친 그 모습,
안으로 삭히고 삭히지만 분노는 감소할 줄 모르는 그 모습은,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낸 일군의 동양인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정제되어보이는 슬픔,
그러나 가슴에 납덩이를 달게 만드는 바로 그 슬픔이다.

 

화면에서 발견하게 되는 또다른 슬픔의 모습은 바로 베트남 파병에서 살아온 군인들.
자신의 모습을 장난감병정처럼 서술하는 그들과의 인터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었던 그날의 기억들이 담겨져있다.
그들에게 남은건 아마도 너무나도 긴 시간 지속되었던 미친 시간속에서 파괴되어버린 자아와,
별로 남기고 싶지 않았지만 깊게 자리매김해버린 죽어간 자들의 영혼의 무게일 것이다.

보면 볼수록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답답함의 굴레는 과연 해소될 수 있는가?

인간이란 전쟁을 멈출 수 있는가?

인간이란 타인을 파괴하는 자신의 권력욕을 멈출 수 있는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시간속에 내던져지는 것, 전쟁은 정말 미친 짓이다.


* 미친 시간(mad minutes)이란?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하여 2개월에 한 번 정도 2-3분의 시간을 주어 부대 안의 목표물을 제외한 어떠한 것에도 자유로이 총격을 하도록 허용하는 시간”라는군요.

 

 

다큐 [미친시간] 감독:이마리오

♪ 미친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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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2 21:20 2004/07/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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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이마리오 - 심히 불편한 감독

    Tracked from 2004/07/23 18:32  삭제

    온라인 상영을 기획한 혜리(toiless)가 지루할 지도 모르겠다고 한 사전 코멘트는 거짓이었다. 보는 내내, 그리고 본 후에도 심히 불편한 영화, '미친시간' "전쟁이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경험을

  1. yyjoo 2004/07/23 1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의 주소는 http://blog.jinbo.net/jineeya/?pid=43과
    트랙백(0)을 클릭하면 나오는 주소가 다름. 클릭해서 나오는 주소는 트랙백되지만 위에 꺼는 안됨

  2. jineeya 2004/07/25 0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헷갈리겠구나... '이글의 주소'는 트랙백주소는 아니예여.
    그냥 누군가 이글을 나의 블로그 첫화면을 거치지 않고 direct 로 찾아오게 하고 싶을때 사용하기 위해 제공하는 정보.

  3. yyjoo 2004/07/25 0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헷갈려. 온라인은 너무 어려워...
    술 한 잔 하면서 쥐어박으(히)면 끝나는 문제도
    '글자(기호)'를 통하지 않고는 해결이 안 되는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