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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지친 이들이 쉬어갈만한 작은 얘기들입니다.

20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2/04
    친구
    풀소리
  2. 2006/02/02
    망사귤(4)
    풀소리
  3. 2006/01/03
    릴리 마를렌(6)
    풀소리

친구

요즈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우진교통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지난 2월 2일 토지 매각 관행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부동산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인데, 3-4년 전에 회사를 퇴직하고 내가 사는 고양시로 이사왔다. 어떻게 된 게 이웃으로 이사 온 후 더 못 만난 것 같다. 곁에 있어 만나고 싶으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안심 때문인가?



전화를 한 것도 1년이 넘은 것 같다. 미안한 마음에 '언제 만나 소주라도 한잔하자'고 했더니 '그럼 오늘 만나자'고 해 서울 신촌에 사는 친구 한명을 더하여서 당일 저녁에 만났다.

 

친구란 게 그런 건가. 잊혀졌던 고향사투리도 고향에 가면 저절로 튀어나오듯이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도 만나면 어제 만난 듯하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받고 옛날 얘기에 요즘 사는 얘기까지 쉬임없이 쏟아진다. 가장 곤혹스러우면서도 통과의례처럼 기필코 하고 넘어가는 얘기는 정치에 관한 얘기다.

 

   ▶ 오랫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났다. 내 곁에 있는 친구가 고양시 탄현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다.

 

40이 넘은 아저씨들. 처음 입사했던 직장(대기업)에서 나와 또 다른 직업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가장으로써 그들은 이미 갑남을녀가 되어 있다. 정치의식도 사회의 보편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도 친구가 민주노동당에 있다고 자기들 딴엔 애정을 갖고 말한다는 게 시종일관 시비조다. 마치 개그맨을 앞에 두고 '너 개그만이야? 한번 제대로 웃겨봐!' 하면서 냉소적인 얼굴로 쳐다보는 심통맞은 영감탱이들처럼 말이다. 자연 내 말투도 점점 높아가고, 마침내 '대학까지 나왔다는 놈들이 겨우 그 정도의 정치의식밖에 없냐!'고 일갈한다. 그렇다고 기죽을(?) 놈들도 아니지만.

 

그러나 친구란 게 그런 건가. 주고받는 말투는 남이 들으면 주먹다짐 직전인데, 한잔 더 들이키고는 한바탕 웃음으로 넘어간다.

 

그나저나 선거 때 이놈들한테 돈을 얼마나 뜯어낼 수 있을까? 미리 엄포는 놔놨는데, 내가 실전에 약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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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귤

망사귤을 선물 받았다.
열차에서 또는 시골 버스 대합실에서 파는 그 망사귤 말이다.
선물 이전에 너무나 정겹다.




경북 영양 오지에서 어렵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지부 조합원들이 고용승계 등 어려운 문제로 꼭 내려와 달라고 했다. 시간은 없었지만 너무나 가슴이 아려 주저 없이 '예'하고 답변을 하고 약속한 날인 어제(2월 1일) 내려갔다.

 

안동에 들려 민주노총 경북본부 북부지구협의회 성홍기 전 의장, 홍진령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영양으로 갔다.

 

조합원이라야 달랑 9명이다. 고용승계 싸움을 2달 째 하고 있다. 어려울 것이다. 지역에서 노동조합 활동하는 것이. 더욱이 민주노총 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나도 안다. 지역은 토호들이 장악하고 있고, 이리 저리 인연을 대면 연결이 안 되는 이가 없다. 자연 '싸가지 없다'는 등 부차적인 문제로 코너에 몰리기도 한다. 그런 이들이 2달 동안 거리에서 투쟁을 했고, 내가 갔을 땐 전 조합원들이 모였다.

 

임기가 막 끝나가는 지부장은 한사코 더 이상 자리를 맡지 않겠다고 하고, 조합원들은 지부장이나 비대위원장이 없이 어떻게 싸우냐고 항변한다.

 

기탄없는 토론 끝에 지부장이 한 달 더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하고, 조합원들은 투쟁방침을 정했다. 흡족하지는 못했지만 힘찬 박수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다시 안동으로 나왔고, 터미널에 내렸을 때 홍진령 비대위원장이 굳이 배웅을 하겠다고 했다. 내심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표를 사는 나를 밀치고 자기가 표를 끊어준다. 자기 일인데 와줘서 고맙다면서. 사실 영양지부의 문제는 나의 일인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난 홍 선생(전교조 선생님이다)의 배려를 강력히 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즐겼다고나 할까.

 

서글서글하면서도 선생님 특유의 섬세함이 엿보이기도 하는 사람 좋은 인상의 홍 선생이었기에, 그리고 옛날 막걸리 한잔이라도 더 권하려는 인심이 생각나, 난 황홀한 무기력함으로 사양하지 못했다.

 

나도 학교운영위원이니 노조 문제가 아니어도 공통의 대화 주제도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차 탈 시간이 되었다.

 

홍 선생은 다시 대합실 내 가게로 향했다. 그리고 망사귤을 하나 샀다. 그리고 '계란도 드시겠어요?' 한다. 이제는 웃음이 슬그머니 나온다.

 

'아니요. 됐어요.'

 

하면서도 손은 주책없이 그가 내미는 망사귤로 냉큼 나갔다. 인사를 하고 차량에 올랐다. 차가 터미널을 빠져나가는데 한쪽에서 홍 선생이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거품처럼 흔적없이 사라질지라도 순간은 너무나 행복했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하늘은 깜깜한데 얇은 초승달 조각이 차창가에 맴돈다. 초승달은 희망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그냥 근거없이 희망을 걸어봐도 될까? 세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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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마를렌

1.
까마득히 먼 옛날, 또는 먼 기억 속에서 들었던 이름이다.
노래 제목이고, 2차 대전 때 병사들의 향수병을 자극했던 노래였다고 한다.

 

* 릴리 마를렌/ 마리네 디트리히

- 출처 : joins 블로거 브라이트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obgylady&folder=6&list_id=4062673

 

전쟁. 전쟁에 내몰린, 죽음으로 내몰린 젊은 병사들.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전선의 병사들. 그들의 가슴을 부여잡았던 노래라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아련하다.

 

".....그 아래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릴리 마를렌, 그 가로등 아래 너는 누구와 함께 서 있을까....."

 

2.
어제 「릴리 마를렌」에 갔다. 대학로 통일문제연구소 쪽 뒷골목에 자리한 카페다.
대학로에 있지 않다면 어쩌면 초라한 카페로 보일지도 모를, 옛날 집들처럼 화장실도 밖에 있는 그런 카페다.
그러나 이곳은 대학로. 온갖 젊음과 지성과 낭만이 있는 곳이다. 이미 잎새를 다 떨궈버린 담쟁이와 능소화 넝클이 엉겨있고, 창문과 문틀은 모두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고, 벽은 흰 회벽이 그대로이지만 대학로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한번 와본 듯도 하다. 아마 그때는 건너편에 소극장이 있었지?

 

모인 명목은 birdizzy님의 블로그 「30003번째 방문자 이벤트」였는데, 어쩌다 보니 나도 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지 않으려고 했다. birdizzy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21살이라는 포스트를 보고 괜히 흰머리 날리며 참석해 분위기만 어색하게 할까봐 지레 겁먹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스머프의 문자가 왔다. 이런. 문자만 오지 않아도 가지 않으려 했는데...^^
사실 지난 연말에 송년회를 하기로 했고, 스머프가 주동하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적이 있다. 결론은 신년회로 바꾼 것이었는데, 스머프가 겸사겸사 자리를 합친 것 같았다. 스머프는 birdizzy의 이벤트 당첨자이기도 하니 말이다.

 

3.
릴리 마를렌의 음식 맛은 분위기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먹을만 했지만 말이다. 음식메뉴도 딱 3가지란다. '해물리조또',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뭐 이런 것 같다. 음식 이름이 꼭 맞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여간 또 가게 되면 셋 중 하나를 고르면 되니 꼭 외울 필요도 없겠다.

 

음식을 먹고, 맥주 한 잔씩 하고 나오는데, 계산은 birdizzy 혼자! 함께 내는 것에 익숙한데 혼자에게 내게 하려니 안쓰럽다. 가격도 만만치 않던데...

 

2차로 근처에 있는 전통(?)주점(통일문제연구소 맞은편)에 들렸다. 소주가 1,000원이다. 메뉴판을 보니 카드로 계산할 때하고, 현금으로 계산할 때하고 가격이 너무나 차이가 많았다. 예를 들면 현금으로 할 때 소주 1,000원, 복분자 4,000원 등인데, 카드로 하면 소주 3,000원, 복분자 7,000원 이런 식이다. 술만 그렇고, 안주는 카드나 현금이나 같다.

 

예의 장난기가 발동한 스머프.
'아저씨 술값만 현금으로 하고, 안주값은 카드로 하면 안 돼요?'
주인 아저씨는 남감해 하신다. 아저씨가 잠시 흔들리는 사이 주인 아줌마가 단호하게 말한다. '안 돼요!' ㅎ ㅎ
어찌 됐던 우리는 현금할인가격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

 

birdizzy, 현근, 스머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잘들 들어가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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