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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2/22
    민주노총이 공공의 적인가?
    풀소리
  2. 2005/12/15
    아내 생일상 차리기(3)
    풀소리
  3. 2005/12/15
    아빠. 회사 그만 둬라.(1)
    풀소리

민주노총이 공공의 적인가?

민주노동당 부문할당 조정(안), 정확하게는 당헌 당규 개정(안)이 반려되었다.
민주노동당 비대위에서 안건을 제출하고, 또 반려(안)을 제출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은 부문할당 조정문제 때문이다.

 

현재 부문할당 중앙위원 또는 대의원은 지역 선출직의 50%이고, 그 중 노동부문이 56%, 농민부문이 28%이다. 나머지 장애인, 빈민, 학생 등이 16%이다. 당연히 노동, 농민을 제외한 부문에서는 부문할당을 늘리려했고, 그 방법으로는 전체 할당을 늘리지 않는 한 노동, 농민 할당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부문할당 문제를 전면 개편하지 않는 한 노동, 농민을 제외한 9개 부문이 16%만을 가지고 할당을 정해야 하는, 그래서 이쪽을 배려하면 저쪽이 소외되는 구조다. 답답하다. 노동이 양보를 하면 될 텐데...

 

그렇다. 노동이 양보하면 된다.
그러나 동지들. 부문할당을 양보의 문제로 접근할 것인가?

 

지난 6차 중앙위원회에서 부문할당을 단순한 누군가의 양보의 문제로 보지 않고 근본적으로 재조정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시군구당 개편 때처럼 특위를 구성하고, 지역 및 부문 토론회를 거쳐 성안을 하여 중앙위에 안건을 제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번 제7차 중앙위원회에 안건이 제출되기 전에 지역 및 부문 토론회는 일체 잡히지 않았다. 실제로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몇몇이 토론하여 성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난 근본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부문할당 문제를 몇몇이 조정할 문제인가? 나아가 비대위에서 결정할 문제인가?
당장 중앙위원, 대의원을 다시 선출해야 하니 급하긴 급하다. 그러나 급하다고 하여 바늘에 실을 동여서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많은 동지들이 부문할당 문제를 민주노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문할당의 문제는 정확히는 '당'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당'이 제 역할을 안 하니 '민주노총'이 욕을 먹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노총 정치담당자들이 억울해 하고, 나아가 화를 내는 것이다. 배타적 지지를 하고, 자금을 대고,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욕은 욕대로 먹는다고 말이다.

 

부문할당 문제는 당의 문제다. 당이 미래를 내다보고, 부문할당 정신을 살려 최선의 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런 안을 위해서 토론해야 한다. 당이 그동안 그런 역할을 해왔는가? 민주노총이 무서워서 그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왜 중앙위원회마다 노동과 여타 부문이 대립하도록 만드는가!

 

무산된 지난 7차 중앙위원회(연대에서 개최 예정이던)가 열리기 전에 민주노총 정치담당자들이 모여 이 안건에 대하여 토론한 적이 있다. 난 정치담당자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번에 올라온 안건처럼 노동할당을 줄이는 문제에는 동의하는가 하고. 참석한 모두는 안건대로 할당을 줄이는 문제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다만 확실하게 토론하고, 원칙을 정하여 논란의 소지를 없애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당이 자꾸만 노동과 여타 부문을 대립시켜 결국은 민주노총이 '공공의 적'으로 내몰리는 데 대하여, '노동자 중심성'이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데 대하여 우려들을 하였다.

 

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부문할당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토론하자. 6개월이고 1년이고 시한을 정하여 지역과 부문에서 토론하자. 의견을 모아보자.

 

논의를 위해 부문할당에 대한 안을 내 보면
① 부문할당은 지역 선출의 50%로 한다.
② 부문 배정은 2원화 하여 할당의 50%는 계급과 부문에 할당 정신에 맞게 할당하고, 나머지 50%는 계급과 부문의 당원 수에 비례하여 배정한다.

 

현재 농민 당원은 총 당원의 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14%의 할당을 받고 있다. 분명 과대대표다. 그렇다고 3%만 할당하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계급 대표성이 있기 때문이다. 계급 대표성도 가지면서 과대 대표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할당 안이 합당하지 않을까 해서이다.

 

위와 같이 할당을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계급과 부문 할당의 비율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할당을 민주노총으로 할 것인가 또는 노동 전체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다. 노동할당도 지역에서 할당을 하자는 안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어찌됐던 열어놓고 논의해보자.

 

당원들이 볼 때 민주노총이 하는 것도 없으면서 우대만 받는 것처럼 비춰지나보다. 세액공제나 정치자금을 무기화한다고 분개한다. 나도 그것을 무기화한다면 분개하고, 내부투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많은 당원의 분개는 사실에 기반하기 보다는 오해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배타적'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노동이 뭇매를 맞는 데 대하여 일부에서는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철회하라는 말이냐?'는 항변이 있었고, 그것이 오해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동지들. 근거 없이 민주노총을 매도하지 말자. 오히려 당을 채근하자. 연구하고, 토론을 조직하고, 보다 합리적인 안을 만들라고 말이다.

 

참고로 난 노동부문 중앙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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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생일상 차리기

오늘은 아내 생일이다.

난 기념일에 대해 매우 무심한 편이다.

아내도 그런 편이었는데, 올핸 웬일인지 미역국이라도 끓여 달라고 하였다.

‘그까이꺼’ 하며 난 흔쾌히 ‘그러마’했다.



어제 저녁 회의 끝나고, 함께 저녁만 먹고, 지역의 술자리에서 연락이 오는데도 거절하고 집으로 갔다. 가는 도중 화정에서 내려 마트에서 장을 봤다.


‘밥만 해주는 건 뭔가 허전하지?’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래 조그만 선물이라도 하나 사자.’

뭘 살까 잠시 망설이다 목도리를 사기로 했다. 마침 아내는 목도리가 없다.

마트 옷 파는 코너를 가니 의외로 목도리를 파는 곳이 없다. 거리에는 목도리 두른 사람이 넘쳐나 목도리가 대 유행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닌가보다. 다행이 맘에 드는 목도리가 있었다.


이제는 식품코너. 아내가 생일인 오늘 저녁은 당 행사가 있어 아침만 함께 먹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미역국 말고 뭘 사지?’ 하고 고민하다 아내가 좋아하는 잡채를 하기로 했다. 당근을 사고, 노랑 피망(파브리카? 라고 써 있다.), 시금치는 할아버지 제사 때 썼던 것을 재활용하고, 버섯은 사려고 했는데 까먹고 못 샀다. 잡채용 고기를 사고, 미역국에는 고기 대신 아내가 좋아하는 바지락을 넣으려고 샀다. (케익은 이미 아내가 사다놨다고 문자가 왔다.)


이렇게만 사면 성연이가 삐지겠지. 뭘 살까 둘러보니 ‘치즈 안심 돈까스’를 늦은 시간이라 대폭 할인하여 판다. ‘옳거니’ 하고 난 그걸 골랐다.


집에 오니 성연이가 사 온 물건들을 모두 헤쳐 놓았다.


‘내 선물은 없어?’ 아내는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왜 없어!’ 자신 있게 대답하면서 난 목도리를 꺼내 주었다. 음~. 선물은 좋은 것 같다. 왜 지금껏 모르고 살았을까. 아내는 얼른 목도리를 목에 둘러본다. ‘돈이 어디서 났어?’ 밝게 물으면서 말이다.


아침을 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아내는 미덥지 못해서인지, 아님 꼭 해달라는 당부를 하고자 함인지 ‘정말 일어날 수 있겠어?’ 하고 거듭 묻는다. ‘난 할 수 있어’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간의 제약이 있다는 게 서두르게 되고, 익숙하지 못한 난 조금(?) 헤맸다.


미역국을 끓이는데, 별로 맛이 없다. 평소에 끓인 것보다도 더 맛이 없는 것 같다. ‘제길.’ 약한 불에 우려 바지락의 국물이 우러나오기만을 기다릴 뿐.


잡채를 하는데 도중에 아내가 나왔다. 막 볶으려고 후라이팬에 야채를 가득 담아놨는데, 아내는 야채도 순서대로 볶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야채보다 고기를 먼저 볶아야 하고. 이제 나는 주방장에서 조수로 전락했다. (이럴 땐 감비님의 선견지명이 부럽다.)


어쨌든 아침이 만들어졌다. 아내는 늦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준다. 특히 함께 만든 잡채는 굉장히 맛있다. 다행이다. 성연이 돈까스도 맛있다. 다행이다.


케익을 꺼내 촛불을 켜고, 드디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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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촐한 생일상과 생일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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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회사 그만 둬라.

우리 아들 성연이는 회사와 노조를 구분하지 못한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니 나도 굳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설명해줘 봐야 작은 머리에 혼란만 더 생기겠지 뭐.

어찌됐든 성연이는 아빠에게 회사를 그만들 것을 요청했다. 이 자식 점점 맘에 들어진다.



지난 토요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난 성연이에게 문제를 하나 냈다. ‘이 문제를 풀면 아빠가 일요일날 1시간 놀아줄게’ 하고서.


문제는 저울에 물 한잔을 올려놓고 물 무게를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저울 보는 법도 가르치고, 문제 풀면서 집중력도 길러주고, 또 아빠와 함께 한다는 공감대를 얻기 위해 내딴에는 잔머리를 좀 굴린 거였다.


난 엄마가 어쩌다 쓰시는 낡은 저울을 꺼내놓고


‘성연아. 저울 봐. 100g, 200, 300... 이렇게 해서 1000g이 1kg야’

‘나도 알어.’


정말 아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물컵을 올려놓으니 400g이다.


중앙위원회는 무산되었지만, 선배 개업식이 있어 늦게 퇴근하였더니 성연이가 내게로 달려왔다.


‘아빠. 나 문제 풀었어.’

‘몇 g이야.’

‘아마 250이었을 걸’


‘아마’를 붙이는 것은 성연이 특유의 말투다.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해 물었다.


‘응. 물을 다른 컵에다 담아. 그리고 빈 컵을 저울에 다는 거야. 빈 컵의 무게가 아마 150g이었을 껄. 그러니까 물의 무게는 250g이지.’

‘음~. 컵에 있는 물은 버려도 되지 않을까?

‘버려도 되겠지 뭐~’ ‘어쨌든 놀아줘!’


성연이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놀자고 조른다.

성연이가 좋아하는 결투도 하고 하다보니 아내는 당 행사에 가고, 엄마는 경로당에 가시고 성연이와 나, 단둘이서 남게 되었다.


마침 TV에서도 사람들이 막 날아다니는 애니메이션이 방송되었다.


‘아빠.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날아다닐 수 있을까?’

‘글쎄, 어떻게 하면 날 수 있을까?’

‘무게를 엄청 줄이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시답잖게 시작한 우리 대화는 점점 발전하여 ‘중력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고상한 담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한껏 고무된 성연이는 내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는


‘아빠. 회사 그만두면 안 돼?’

‘왜?’

‘나하고 매일 같이 놀게.’

‘ㅎㅎㅎ~’


아내가 이 글 보면 화내려나.

 


최근 놀이공원에서 성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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