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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2
    태종대(3)
    풀소리
  2. 2008/05/06
    가장 중요한 건(2)
    풀소리
  3. 2008/05/06
    5월 4일 부로농원(6)
    풀소리

태종대

태종대

오랫동안 그곳을 잊어버리고 살아왔던 것 같다.

부산에서 몇 시간 동안 짬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태종대에 가보고 싶었다.

 

태종대에 다시 가는 계기가 됐던 5월 10일 화물연대본부 총력투쟁결의대회

 

서투름과 열정이 동시에 지나치게 넘쳐나던 20대 시절

태종대는 나에게 일종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 지 모르지만

결정을 못해 크게 망설이거나 마음을 정리 못해 혼란스러울 때면

나는 늘 태종대를 찾았다.

 

물론 지금은 새로운 역사가 들어섰지만, 부산역은 생각만 하여도 설레는 곳이기도 했었다.

 

태종대를 혼자 거닐고

속까지 비치는 푸른 물결을 보고

촛대바위 옆 커다란 바위에 앉아서 먼 바다를 한 없이 바라보다 보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정리되곤 했었다.

 

산책로 시작지점의 철쭉

 

인적이 드문 산책로/ 전체 길이가 약 4Km쯤 되는 것 같다.

 

막 피어나는 아카시아꽃/ 찬 바닷바람 때문인지 꽃이 피는 건 서울보다 늦은 것 같다.

 

당시 무궁화호를 타고도 5시간 쯤 걸렸던 것 같다.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30분쯤 더 가니

차타는 시간만 해도 11시간이 넘는 길이었다.

 

시간도, 돈도 내 처지에선 만만치 않은 것이었지만,

꽤 여러번 들렀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산책길을 접어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바다./ 난 바다가 너무 좋다.

 

영도 섬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해서 그런지 이곳에는 많은 배들이 입항을 기다리며 쉬고 있다.

 

태종대 입구에선 바람이 무척 쎘었는데, 이곳은 고요하기만 하다.

 

등대섬과 컨테이너선/ 몇 모퉁이를 도니 바람이 불고, 파도기 높다.

 

이번에 태종대를 한바퀴 돌면서 가만히 옛 기억을 더듬어봤다.

나는 왜 태종대까지 와서 마음을 정리하곤 했을까 하고...

 

무엇보다 먼저 부산에선 자유의 냄새가 났던 것 같다.

그곳에 살아보지 않았으므로 부산이 실제로도 자유로운 곳인지는 알지 못했었다.

다만, 항구라는 외부로 열린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관념에는 '부산' = '자유'라는 등식이 성립되었었다.

 

오붓한 산책길/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끼리열차 비슷한 열차를 타고가니 이 좋은 산책길이 텅 비어있다.

 

사람들은 거의 모두 요거를 타 산책길이 한가롭다./ 물론 나는 텅 빈 길이 더 좋으니 땡큐다.

 

숲도 참으로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굳이 태종대가 아니어도 기차를 타고 오는 긴 시간이

마음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불어로 바다는 엄마와 발음이 같다.

어쩜 엄마처럼 안기고 싶은 심정이 발동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이후에는 엄마에게 기댄 기억이 없으니 이것도 순전히 관념일 뿐이다.)

 

자살바위 앞의 모자상/ 일설에는 자살하려고 이곳에 온 사람들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세웠졌다고 한다.

 

자살바위에서 내려다본 바다/ 자살바위 위엔 지금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정말 이곳에서 떨어지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다.

 

자살바위 옆 단애/ 파도가 거세 해안 옆 바다는 완전 뒤집어져 혼탁하게 보인다. 내가 여러번 이곳에 왔었어도 오늘처럼 파도가 거센 적이 없었다.

 

그리고 태종대 바다는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풍부한 여행을 하지 못했던 내게 태종대 바다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동해바다는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하기는 한데 시선이 수평선과 너무 가까워 그 맑은 물결이 오히려 흐리게 보인다.

서해바다는 물론 탁하게만 보이고...

(물론 지금은 서해바다도 참 좋아한다.)

태종대 바다는 수평선이 훤하게 보이면서도 높다란 단애 위에서 보아서 그런지 속깊이까지 보일정도로 푸른빛이 맑았다.

 

촛대바위/ 20대 시절 앞에 있는 넓은 바위에 앉아 먼 바다를 한없이 보기도 했었다.

 

촛대바위 옆엔 등대가 새로 생겼고, 저런 조형물도 생겼다. 바다를 향해 달려가자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내 살을 뚫고 박힌 가시처럼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담 태종대에서 마음을 정리한 결과는 어땠을까?

글쎄...

기로에 놓였던 여러 갈래의 삶과

지금 내 삶이 어떤지 가치판단이 잘 안 된다.

 

 

촛대바위 근처는 날아갈듯 바람이 거세다./ 거센 바람에 활엽수 잎이 뒤집어져 흰빛이 넘쳐난다.

 

멀리 오륙도가 보인다.

 

다만, 물론 대학을 졸업한 후에 뒤늦게 알았지만, 그 예쁜 얼굴에 대학시절 내내 연애 한번 하지 못할 정도로 한 친구에게 깊은 상처를 준 일도 있었으니

태종대에서 한 결정이 모두 잘 됐던 건 아니었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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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언제 어느 때 건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에요.'

 

- 어제 호수공원에서 상영된 애니메이션 <아주르와 아스마르>에 나오는 대사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만큼 가슴에 와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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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부로농원

prologue

 

결국 또 다시 포스팅하다 글을 날려먹었다.

꽤 많이 썼는데, 컴터가 갑자기 다운됐다.

...

인생이 뭐 그렇지...

고함을 지르려다 참았다...

 

 

1. 농사시작

 

사실 4월 5일 농사를 시작했으니 농사시작이라고 제목을 붙이기엔 부적합하다.

그래도 붙인 건 모종을 심고, 또 다른 씨앗을 심고,

무엇보다 화창한 날씩가 농사에 적당하기 때문이리라.

 

모종을 사다 심는데, 그래도 여러명이 모였다.

 

한 달 전에 뿌린 씨앗은 제법 튼실하게 자라있었다.

특히 열무와 쑥갓, 상추, 파 등은 너무나도 예쁘게 싹이 났고, 잘 자라줬다.

다만, 유통기한이 지난 씨앗 일부는 아예 싹을 틔우지 않았고, 늦게 심은 감자도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었다.

 

강낭콩 심기

 

강낭콩심기 2

이번에는 여러 가지 모종을 사왔다.

풋고추, 매운고추, 피망, 노랑 파프리카, 빨강 파프리카, 호박, 수박 등등...

그래도 토란은 잊어버리고 못 사왔다...

 

수박밭 일구기...

 


우리 지주(?) ㅋ/ 카메라만 들이대면 일하는 척 하지만 사실 평소 모습은 이렇다는... ㅋ/ 지주 모습 다 그렇지 뭐~ ㅎ

 

오늘 처음으로 민주애비가 우리 농사일에 합류했다.

민주애비는 참으로 다른 차원의 삽질을 보여줬다.

놀라웠다.

그러나 좋아할 게 아니다.

그의 출현으로 그의 능률은 우리 노동의 기준이 되었고, 그만큼 노동강도는 쎄졌다.

 

지극히 다른 차원의 삽질을 보여준 대표 머슴 민주애비

 

어쨌든 지주는 행복한 웃음을 감추지 못 했고,

민주애비는 순식간에 대표 머슴으로 등극(?)했다.

 

정리된 밭 모습

 

점심에 먹으려고 수확한 농산물

 


우리들이 일할 때 모여서 놀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은 참 쉽게 친해진다.



 

2. 꽃

 

부로농원은 봄, 여름, 가을 할 것 없이 꽃이 넘친다.

물론 봄에 가장 많은 꽃들이 핀다.

 



올 봄 기온이 높아 이미 여름 가까이 가버렸지만,

부로농원에는 꽃들이 많다.

 

작약/ 꽃봉우리가 잔뜩 부풀어 있다.

 


시들기 시작하는 상사화 이파리/ 이른봄 가장 먼저 이파리를 내미는 상사화다. 왕성한 광합성을 하면서 양분을 구근에 모으지만, 그 영양분을 먹고 자라는 꽃대는 결코 보지 못하는 운명을 지녔다...

 

화사한 꽃초롱이 줄지어 피어나는 금낭화

 

무리지어 피어나는 괴불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지고 있는 모란

 

연못 수초도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민들레/ 꽃은 지고 바람에 날릴 홀씨만...
 


추억의 모과꽃

 

 

3. 낚시

 

부로농원 연못은 그야말로 물반고기반이다.

특히 참붕어가 많다.

이집 주인장은 금잉어를 특히 아끼는데,

그러다보니 붕어들은 찬밥이다.

 

몇년전에 연못 물을 푸고 붕어들을 모두 잡았다고 하는데,

용케 살아남은 녀석들이 새끼를 쳐서

지금은 연못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낚시를 좋아하는 성연이를 위해

지난 4월 5일 낚시대 2개를 사줬다.

 

'성연아 우리 올해 부로농원 붕어 모두 다 잡아먹자!'

 

제법 큰 붕어를 잡은 동현이

 

낚시줄을 매주고, 지렁이 미끼를 끼워주는 민주애비

 

낚시하는 수영이

 


낚시하는 성연과 나

 


진정한 낚시꾼 유진/ 낚시를 넣으면 붕어를 올리는 유진이는 제일 큰 붕어를 낚기도 했다.

 


붕어를 낚은 풀소리/ 붕어가 어디 있느냐고? 겨드랑이를 잘 보시라... 사실 이건 성연이가 잡은 거라는 -_-;

 


4. 물놀이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물놀이는 모두 좋아하는 것 같다.

 

부로농원 연못은 주변 마루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구실도 하지만,

그 자체로 봄, 여름, 가을에는 고무보트를 타기도 하고, 겨울에는 얼음 위에서 놀기도 할 수 있다.
 


고무보트의 진정한 달인 오수영

 

섬세한 오동식은 우리들이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위해 창고에 쳐박혀 있던 고무보트를 꺼내 물위에 띄웠다.

 


고무보트를 타면서 즐거워하는 차인명

 

고무보트를 타면서 즐거워하는 민주애비

 


고무보트를 타는 최유진/ 잘 안 나왔지만 사진이 없어서...

 


5. 뒤풀이

 



술 한잔 하는 지주와 대표머슴/ 아랫것들인 나와 아내는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다. ㅎ

 


아이들도 고기와 채소를 맛있게 먹었다.

 

캬~ 맛있고~

 

이집 진정한 주인장 경숙씨가 오시고, 그 아들 힘찬군이 후배들을 데리고 왔다.

 


모처럼 술이 남는 모임이었다고 하면 믿어주려나... ㅋ

 


불고기를 가지고 달려온 차대협

 


아이들이 잡아온 붕어로 어죽을...

 


어죽을 맛있게 먹고있는 오수영/ 잔인하다고 할 줄 모르지만, 붕어 어죽은 인기 만점이었다는...

 

 

페이소스 또는 epilogue

 

포스팅이 너무 길어진 감이 있다.

사실 진보신당 당원들이 부러워하게 사진을 올려달라고 했는데,

그것이 많은 부담이 됐다.

 

어쨌든 질로 승부하지 못하는 한계를 양으로 때웠다고나 할까... ㅋ

 

박태하와 오동식

 


김양희와 동현맘

 

비내리는 연못

 


병곤이가 왔을 땐 주인장과 난 이미 술에 취해있고... ㅎ

 

땅거미가 지면서 부로농원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가고 있었다.



땅거미 질 무렵 부로농원 입구

 


땅거미 질 무렵 부로농원 주변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부로농원이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였는지 모르겠다.

한번 놀아볼 유혹이 생기걸랑 주저없이 댓글을 다시길...

부로농원의 무공해 유기농 작물은 공짜로 드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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