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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1
    진주의 봄
    풀소리
  2. 2008/02/04
    일루미나타(2)
    풀소리
  3. 2008/02/01
    하루만 더 생각하자...(3)
    풀소리

진주의 봄

길었던 연휴 끝이다.

설날 진주 처갓집에 내려가서 3박 4일 동안 머무르다 오늘 올라왔다.

 

처갓집 담장 옆에 자라는 모란/ 벌써 꽃눈이 통통하게 부풀고 있다.

 

덕유산이든지 고속도로 주변 높은 산들은 여전히 흰눈에 덮여있고,

강물에는 군데군데 얼음이 얼어 있어도

햇살은 밝고 따뜻하다.

 

실제 그런지 아님 내 바램이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어찌돼었든 난 봄으로 느낀다.

 

옥상 텃밭 비닐 덮개 옆에서 돋아나는 강낭콩/ 밤이면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데 어떻게 얼어죽지 않고 자라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강낭콩이 밤이면 아마 비닐 속으로 머리를 디밀 거라고 한다. ㅎ

 

진주에 있으면서 할머니 산소에 다녀왔다.

2006년 12월에 돌아가셨으니 약 1년 만이다.

 

물론 할머니와 정이 들었기 때문에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할머니 산소 주변 산에서 난(蘭)을 캐고 싶기도 했다.

 

이번에 캔 꽃대가 8개나 올라오고 있는 난/ 뒤에 있는 난은 2006년 12월에 캔 것들이다.

 

산소에 들렸다가 주변 산으로 가니 기대한 대로 난이 지천이었다.

나는 그 중에 꽃대가 돋은 것 몇 포기를 캐왔다.

그 중에는 꽃대가 8개나 올라오는 커다란 포기도 있었고,

대부분은 하나 또는 2개가 올라오는 것들이었다.

 

집에 오면서 화분과 재료를 사다가 8개 꽃대가 올라오는 것을 심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주변 사람들 중에 난을 키우겠다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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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나타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는데, 어제 당대회의 후유증이 있었나보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기도 힘들고, 출근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계속 미뤄왔던 '일루미나타'를 보고왔다.

 

 

--------

재능은 있지만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극작가 투치오는 자신의 희곡 ‘일루미나타’ 공연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극장주는 ‘루스티카나’를 무대에 올린다.

그러나 ‘루스티카나’ 초연에서 주인공 삐에르가 기절을 하면서 공연은 위기를 맞는다. 이때 투치오가 닫힌 막 앞으로 나와 ‘루스티카나’는 종영하고 자기의 희곡 ‘일루미나타’가 다음 공연작임을 일방적으로 선전한다.

 

한 남자가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내게 어떤 사랑을 원해?”

그는 바람을 피우게 됐죠.

“고통 없는 사랑을 원해?”

그는 정부를 집에 초대해 아내를 모욕했습니다.

“잔인하지 않은 사랑을 원해?”

그가 저녁 내내 정부와 꼭 붙어있는 동안 아내는 창 밖만 바라봅니다.

그러다 정부가 뛰쳐나가자 남자는 그녀를 뒤 쫓아 가지만

결국 찾지 못한 채 돌아와서 음독한 아내를 발견합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난 어쩌라고?”

“난 당신 없인 살 수 없어”

아내는 약을 토해내죠.

“내가 얼마나…아름다운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지 알아?”

아내는 계속 토합니다.

“내 맘을 그렇게 모르겠어?”


삶이 논리적이며 질서 정연하리라는 믿음은 망상이죠.

여러분은 오늘 영화를 보러 오셨습니다.

방금 예기한 러브스토리는 그 예고편이죠.

제목은 ‘일루미나타’

 


주인공 투치오/ John Turturro

 

관객들은 일루미나타를 즉각 공연할 것을 요구하고, 배우들은 일루미나타 공연에 들어간다.


그러나 공연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특히 영향력 있는 비평가 베발라콰는 가혹하게 혹평했고, 관객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바람피고 돌아온 남편을 더욱 더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이 엔딩인데, 세상에 그런 여자가 어디에 있느냐고들 하였다. 이에 극장주는 ‘일루미나타’를 즉각 내리고 입센의 ‘인형의 집’을 공연하고자 한다.


투치오는 거의 포기상태인데, 배우들은 일루미나타를 공연할 수 있도록 모두 합심하여 방법을 찾는다. 투치오의 연인인 중심배우 레이첼은 극장주를 설득하고, 다른 배우들은 비평가이면서 호모인 베발라콰가 좋아하는 남자배우를 그에게 보낸다.

 


투치오를 유혹하는 셀레멘느/ Susan Sarandon

 

유명 여배우이지만 이제는 한물간 셀리멘느는 일루미나타를 내려서 낙담한 투치오에게 빠리로 함께 가자고 유혹한다. 그녀는 성공을 위해 어떤 행동이라도 불사하며 누구든 이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레이첼의 설득으로 극장주는 일루미나타를 좀 더 공연하기로 결정하였고, 비평가 베발라콰는 사랑을 위해 다시 한 번 공연장으로 찾아온다.


그러나 투치오가 셀리멘느를 만나러 간 것이 ‘투치오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셀리멘느와 빠리로 가기로 결심했다’고 소문이 나면서 레이첼은 투치오를 의심하고, 실망한다. 레이첼은 투치오와 다투다가 - 그녀는 결코 기대하지 않았던 - 그가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를 소상히 기억하는 걸 보면서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투치오의 연인 레이첼/ Katherine Borowitz

 

...

“사랑해.”

“...뭐라고?”

“...사랑해.”

“사랑이 단절됐었다는 듯이 들리는데.”

“단 한번도 단절된 적 없었어.”


물론 내 기억으로 옮겨놓은 거라 실제 대사와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느낌은 비슷할 것이다.


레이첼은 이어 투치오에게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은…

병들어 있었어.

보다시피

난 불완전한 존재야.

불완전하게 태어나, 불완전하게 교육받고

불완전한 손에 크며, 내 감정은 병들어 갔지.

이런 내가… 뭘 해줄 수 있겠어?

하지만 당신이 찾고 있는 게

불완전한 사랑이라면…

멀리 갈 것 없어.

나 여기 있어.

아직 날 사랑한다면,

나 여기 있어.”


라고 한다.

 

다시 공연은 시작되었다. 극중극 일루미나타에서는 유부남인 남자 주인공이 젊은 여배우와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는 남자와 함께 멀리 떠날 것을 요구한다. 남자는 그녀의 요구를 거부하고, 여자는 떠난다.

위에 있는 레이첼의 대사는 다시 돌아온 남자가 자기 부인에게 하는 극중 감동적인 엔딩대사로 살아난다.

 


극중극에서 유부남 주인공을 사랑하는 젊은 여배우로 나온 도미니크/ Rufus Sewell

 

영화는 참 감각적이고 시적이다. 불완전한 소통구조를 가진 인간. 더욱이 존재 자체가 불완전한 인간.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지순한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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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더 생각하자...

서른즈음에님의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단상]에 관련된 글.

전선이 아닌 정당이 정치적 사상의 실천체라면, 정치적 사상과 지향과 출발점이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당 속에서 동거한다는 자체가 맞지 않은 얘기다. 바로 그 점에서 심상정 비대위는 어떤 해결책을 강구하더라도, 그것이 민족주의자들과의 결별을 배제한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모순의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 끝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반 민족파와 민족파의 순수하지 못한 타협적 동거로 그 동안의 희극을 지겹게 반복할 것을 의미한다.

- 서른즈음에

 

당 혁신안을 2월 3일 당대회에 제출하고, 수정이나 부결 또는 당대회가 무산되면 비상대책위 불심임으로 간주하겠다던 심상정은 오늘 결국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 타협안이라는 게 자주파, 아니 정확하게는 주사파의 수장인 김창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다.

 

결국 서른즈음에님의 예언처럼, 순수하지 못한 타협적 동거로 비대위도, 민주노동당도 그 동안에도 지겹게 봐왔던 '희극'을 되풀이하려고 하고 있다.

 

난 심상정에게 개인적으로 기대를 크게 걸지 않았기 때문에 심상정 개인에 대하여 실망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민주노동당 혁신을 밀어붙이는 것이 그의 현재 위치나 그의 현재 정치적 전망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만약 그가 처음 제시한 혁신안이라도 과감하게 밀어붙이면, 당대회에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민주노동당에 애정을 가진 다수 당원들을 움직여서 지난 17대 총선에서 유시민이 그러했듯이 수많은 성원을 받을 것으로 봤다.

 

어찌됐든 나는 심상정이 혁신안을 밀어붙이는 것이 민주노동당이 회생하든 안 하든, 신당이 출범을 하든 안 하든 우리 사회 진보정당 운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렇기 때문에 난 심상정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어야겠다고 판단했고, 탈당을 미뤘었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 같다.

 

다만, 내 결심이 혹시 잘못이 없는지 하루만 더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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