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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5
    눈 내리는 문경새재
    풀소리
  2. 2008/02/28
    비오는 겨울바다
    풀소리
  3. 2008/02/26
    진보신당(10)
    풀소리

눈 내리는 문경새재

연일 수련회다.

이번 3일-4일 운수노조 사무처 수련회 장소는 문경에 있는 문경새재유스호스텔이다.

유스호스텔은 이름 그대로 새재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주최측(?)에선 둘째날 오전에 산책 프로그램을 잡아놨다.

나로선 환영이다.

 

숙소 앞 풍경/ 주흘산이 눈발에 묻혀있다.

 

아침을 먹고 나오니 눈이 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어쩜 이번 겨울 마지막 눈일지도 모른다며 즐거워했다.

 

우리들은 일단 문경새재를 오르기로 했다.

어디까지 다녀올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약 1시간 30분이 주어졌다.

 

문경새재 제1관 앞

 

웃고 떠들며 가볍고 즐겁게 길을 나섰다.

가볍게 내리는 눈은 황량한 겨울산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일상에서 탈출한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산길에 눈까지 오니 너무나 좋다.

 

현감 홍로영 영세불망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서 그랬는지 쇠로 비석을 만들었다.

무엇을 영원히 잊지 않고자 했는지 뻔히 보이니 주는 이나 받는 이나 흐뭇해 하였을 것 같다.

 

문득 새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이름 모를 새 두 마리가 안절부절 못하며 서로 파닥거린다.

 

맞다.

저 새들에게 눈은 얼마나 가혹한 걸까?

가뜩이나 먹이가 부족한 겨울인데,

그것마져 눈으로 덮일 터이니...

그 작은 뱃속에

채워진 먹이로 얼마나 버틸까...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으로 안전하게 사는 존재 같다.

사회가 아니라 같은 동물로 보아도 몸집부터 크지 않은가.

 

교구정/ 관찰사가 바뀔 때 전임 관찰사가 이곳에 와서 신임 관찰사를 맞이하고 인수인계 하였다고 한다. 1999년 중수된 것으로 가까이서 보면 성의없이 지어졌음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제법 근사하다.

 

교구정 옆모습

 

상념도 잠시다.

눈내리는 멋진 풍경은 또 다시 현실을 잊게 한다.

 

나는 서울쪽 그러니까 새재 맨 위에 있는 관문이 제1관일 거라고 생각했다.

항상 서울이 중심이었으니까...

자신 있게 그렇게 말했는데, 안내 표지판을 보니 그게 아니다.

 


계곡/ 오염원이 없는지라 사철 맑고 수량이 많다.

 

길 옆 노송

 

문경새재 하면 대부분 영남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를 보러 서울로 오는 과거길로 불리운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은 이 길을 안 넘어다녔을까?

 

물론 일반 백성들이 과거보는 선비들보다 훨씬 많이 넘어다녔을 것이다.

영남의 세곡이 이 고개를 통해 충주 포구로 반출되었다.

새재가 다른 고개에 비해 비교적 평탄하다고는 하지만 옛길을 보면 힘쎈 황소가 끌어도 우마차가 넘기 힘든 구간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세곡을 등짐을 져서 날랐을 터인데, 누가 져서 날랐겠는가...

 

물론 과거를 보로 오는 선비들은 이 길을 넘나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식자층이니 기록을 많이 남겼을 것이고...



옛날 국립 여관인 원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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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겨울바다

지난 월요일(25일) 운수노조 버스본부 중상집수련회가 울산 정자해수욕장에서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바다를 좋아하는 난 짬을 내 바다로 갔다.

 

바람없는 바닷가/ 그러나 파도는 유난히 높았다.

 

잔잔히 그러나 꾸준하게 내리는 겨울비는 자연스럽게 안개장막을 쳤고,

바람없는 바다는 왠일인지 높은 파도를 해변에 쓸어내고 있었다.

 

감포 쪽을 바라본 해변모습

 

텅빈 바다라 더욱 좋은데, 오래 있을 시간이 없다.

위기의식 때문인지 점점 빡세지는 수련회는 쉬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 쪽을 바라본 해변풍경

 

봄이 일찍 오는 울산은 마른 풀 사이로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시간이 되면 들로 나가 새생명들을 실컷 보고오려고 했는데, 끝내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아쉽다.



수련원 건물/ 방에서 베란다 문을 열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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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지난 일요일

진보신당 창당을 위한 토론회가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있었다.

300여명이 참석한, 근래 보기 드물게 성황을 이룬 토론회였다.

 

토론자들/ 조돈문 교수, 정태인 교수, 홍세화 선생, 이덕우 변호사, 정종권 민주노동당 전 서울시당 위원장(왼쪽부터)

 

아마 진보블로거들 중에도 참석한 분들이 꽤 있을 것 같다.

뉴스에도 제법 나왔으니 소식들도 대충 알고들 계실 거다.

진보신당을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딱히 다른 평가를 할 것은 없다.

그러나 나에겐 좀 색다른 느낌의 토론회였음은 분명하다.

 

나는 토론회를 싫어하는 편인데도 중간 쉬는 시간을 빼고 4시간 토론 내내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리고 나오는 얘기들도 제법 재밌었다.

내가 집중하고, 색다르게 느꼈던 것은 민주노동당 언저리에서 보지 못했던 '소통'이 있는 토론회였기 때문이리다.

 

평등과 연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선도 따뜻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적들과의 싸움에서는 치열할지라도 대개 온화한 성품을 가지고 있고...

오랜만에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레디앙에 난 참석자들 사진/ 나도 들어있다. ㅎ

 

나는 지난 4년 동안 꼬박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으로 활동해왔었다.

민주노총 대의원은 하다말다를 반복했고...

 

양대 조직의 핵심이라면 핵심이랄 수 있는 대의기구에 참석하면서 느꼈던 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정의'는 없고 '힘'만 있다.'로 정리하겠다.

그래서 망한 것이겠지만...

 

중앙위원회고, 대의원대회고 새로 선출된 후 처음 열린 회의에 가보면 1년 상황이 점쳐진다. 그리고 안건이 제출되면 '통과' 또는 '부결'이 예측된다. 그것도 몇대 몇으로 될 것이라는, 오차범위 내의 대략적인 예측도 가능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논리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웅변도 고정된 숫자의 벽을 넘지 못한다.

세월이 갈수록 발언은 줄어들고, 줄어드는 발언에 비례해서 발언의 질 또한 떨어져갔다.

 

예를 들면 비대위 구성을 위한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당이 서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민주노총 모연맹 부위원장의 발언처럼 말이다.

 

휴~

 

실패할 것인가? 아님 성공할 것인가?

분열인가? 아님 새로운 모색인가?

 

난 다른 어떤 것 보다 그런 숨막히는 곳으로부터 나왔다는 게,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왔다는 게 우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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