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9월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9/01
    9월을 맞으며
    손을 내밀어 우리

9월을 맞으며

오늘 속보(생공투 속보 83호)에 쓴 글이다. 지면 관계로 내용도 중간을 잘라냈고 사진도 삭제했는데, 여기에서는 모두 살렸다.

------------------------------------------

단상: 9월을 맞으며

어느 덧 9월입니다. 새벽에 가는 비가 뿌리더니 하늘은 아침부터 찌뿌드드하여 초가을 날씨같지가 않습니다. 한가위가 불과 2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는데 말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여름은 참 길었습니다. 난데없는 강제통합 기도에 맞서, 불볕더위를 무릅쓰고 투쟁은 흔들림없이 계속되었지만, 정작 강제통합 논란을 야기한 사람들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말도 되지 않는 통합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정부가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데도, 출연(연)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냥 물러서겠느냐, 그러지 못할 것이다, 정부가 한번 말을 꺼낸 이상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없던 일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하고 정부 분위기를 지레 짐작하면서 목소리를 낮추었습니다. 말은 통합에 반대한다면서 행동으로는 정부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08년 6월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고, 7월 초에는 공식 발표를 통해 공론화하며, 각계 각층의 토론 결과를 반영하여 7월 말에는 고용승계, 처우보장, 상호 의무와 권리관계 등을 MOU로 체결하겠다고 했던 교과부의 계획서가 그것을 뒷받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투쟁은 소처럼 우직하게 계속되었습니다. 5월 21일 상경집회가 끝나고 비로소 교과부 장관이 우리가 반대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5월 27일에는 전임 원장이 통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6월에는 정치권에서도 통합반대의 목소리가 확인되었고, 6월 16일에는 전체 직원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2,907명이 참가한 69일의 출근투쟁이 있었습니다.

정부는 통합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으니 철회할 이유도 없다고 얘기합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5월 7일에 정부는 통합방침을 얘기했었고, 5월 23일에는 교과부 차관이 직접 구체적인 통합계획을 생명연과 KAIST에게 지시했었다는 것을, 그리고 청와대 과학비서관은 틈만 나면 생명연을 비난하면서 통합의 논리를 강변했다는 사실을.

따라서 이제 우리는, 모두가 함께 하는 투쟁으로 강제통합을 저지했다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연의 투쟁으로 말미암아 출연(연)에 대한 강압적 통폐합 기도들이 일단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다른 출연(연)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길고 힘들었던 여름이었지만, 우리는 출연(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자랑스럽게 썼습니다. 앞으로 감당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9월의 첫날을 맞아 실험실과 사무실에서라도 저 건너 가을이 오는 풍경을 잠시라도 맛보고 넘어가는 건 어떨까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