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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버타리아트 1

# 『싸이버타리아트』(어슐러 휴즈 지음, 신기섭 옮김, 갈무리, 2004) #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지만, 자본주의 경제시스템과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것들이 가부장제와 가사노동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분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1장. 신기술과 가사노동 @

 

 

--> 이 장에서는 새로운 기술 진보가 가사노동의 사회화(상품화)를 불러오고, 남성들의 임금노동과 여성들의 무보수 가사노동의 분업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가장 값싼 새로운 일자리를 가난한 여성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가난한 여성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 새로운 기술의 진보가 서비스 업종의 노동의 규격화를 시도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함으로써 규격화되지 않는 부분의 노동을 소비자에게 떠넘긴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은행의 자동 입출금 기계 앞에서 기다리면서 과거에 은행원들이 했던 입출금 일 등을 고객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사노동의 사회화에서 거의 똑같이 일어난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이 도입되어도 가사노동은 거의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조금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상품의 규격화와 생산성 증대는 남성 노동의 일을 더욱 지루한 것으로 만들고, 그럼으로써 남성들로 하여금 가정을 보다 편안한 곳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결국 가정을 이전보다 더욱 편안하고 안락한 곳으로 만들 책임이 여성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결국 여성에 대한 이중 착취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과 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새로운 암시를 우리에게 줄 수 있다고 말한다.

 

 

- “상품 생산의 사회화는 몇 가지 영향을 끼쳤다. 먼저 공장에서 상품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생산 방법과 기술 개발의 합리화가 가능해졌고 이는 물건 값 하락을 불렀다. 그래서 집에서 직접 물건을 만드는 것이 더 이상 경제적이지 못하게 됐다.” (40쪽)

 

“두 번째로 가정에서는 창조적인 ‘생산’ 활동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창조적이지 못한 소비 활동이 대체했다. 장보기가 살림살이의 일부분이 됐고, 이와 동시에 살림살이는 임금에 의존하게 됐으며 소매업이 발전할 길이 열렸다.” (40쪽)

 

“세 번째로 (예를 들어 섬유업처럼) 여성이나 어린이를 위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기는 했지만, 제조업 발전은 ‘남성의 일’(집 밖의 임금노동)과 ‘여성의 일’(무보수 가사노동)의 분화를 재촉했고 ‘가족임금’과 같은 개념을 만들어냈다.” (41쪽)

 

 

- “살림살이의 사회화에서 아주 흥미 있는 측면 하나는, 논리적으로 당연히 예상되는 것과 달리 살림살이에 들이는 전체 시간이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밖에 나가 일거리를 얻을 기회가 생기긴 했지만 집안에서 하는 무보수(가사) 노동량은 약간 늘었으면 늘었지, 별 변화가 없다. …… 가사노동은, 변변한 기술이 없는 생산라인 노동자의 단조롭고 파편적이며 스트레스 심한 일에 가까워 보인다.” (43쪽)

 

 

- “어찌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됐을까? “일거리를 덜어주는” 장치들이 왜 제 구실을 못하나? 이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 다른 몇 가지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 첫째로, 서비스 업종 노동자의 일을 규격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소비자에게 몰래 전가되는 “소비 노동”의 양을 계속 늘게 만든다. …… 소비자들이 슈퍼마켓의 상품 진열대에서 직접 물건을 담고, 채소를 직접 봉지에 넣고, 주유소에서 직접 주유하고 은행의 자동 입출금 기계 앞에 줄서고, 그래서 시간을 들이는 사람은 서비스업 노동자가 아니라 소비자인 것이다.” (43~44쪽)

 

“한쪽에서 일을 줄인다는 건 단지 그 일을 다른 쪽에 떠넘긴다는 걸 뜻한다는 지적은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 (44쪽)

 

“두 번째로, 서비스의 중앙 집중화는 시간, 에너지, 운송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한다. …… 골목 귀퉁이의 가게가 아니라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슈퍼마켓, 의사가 집으로 왕진을 오는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 진찰실을 찾아가야 하는 것 등이 그렇다.” (44~45쪽)

 

“세 번째로 이데올로기적 압력도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20세기 초에 나타난 가정학(domestic science) 운동, 미생물 병원설(病源說), ‘과학적 모성’ 이념의 발전이 살림살이의 기준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봄철에 연례 대청소를 하며 살던 이들이, 이제 청소를 일주일에 한 번도 하지 않는 건 부도덕하다고 믿게 강요했다. 가을에 겨울철 속옷을 짓고 봄이 되어서야 풀어 빨던 이들은 매일 속옷을 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손자들을 낳고 말았다.” (45쪽)

 

“네 번째로, 임금노동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결과물의 하나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일터의 ‘공적인’ 세계와 가정의 ‘사적인’ 세계가 나뉘었다는 것이다. 가정은 소외되고 짜증나며 긴장되는 노동 환경의 피난처가 되고 오락과 휴식, 정서적 지원, 성적 자극과 기쁨을 제공하는 장소가 되기를 사람들은 기대한다. 이런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은 그 요구 자체가 사회화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주부에게 떠넘겨졌다.” (45쪽)

 

 

- “정서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이제는 금전적 관계의 일부가 됐음에도, 여전히 이 욕구의 충족을 돌보는 책임은 주부들 몫이다. 가정이 행복하지 못하면 주부 잘못이고,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가사노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임금노동이 더 따분해지고 더욱 단순 반복적인 작업이 되고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이런 욕구 또한 커진다. 그런데 임금노동이 이렇게 힘들어지는 추세는 새로운 기술 도입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46쪽)

 

 

-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것들은 가사노동의 또 다른 부분을 사회화해 대체할 것이며 가사노동의 단순 노동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기존 서비스업과 제조 공정에 대한 투자는 노동력 착취와 중앙집중화를 더 강화할 것이며, 이는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노동력 집약적인 일들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임금노동이 날로 힘들고 불쾌해지면서, 여성에게 정서적 뒷받침과 평화, 행복, 기쁨을 제공하라는 요구가 훨씬 거세질 것이다. 소비 압력도 커지고, 새로운 저임금 일자리가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질 것이다.” (46쪽)

 

 

- “이런 분석을 근거로 몇 가지 잠정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가사노동의 사회화 자체가 여성을 해방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 여성들도 억압적이고 소외를 유발하는 가사노동 상황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소비수단과 서비스에 대한 어떤 방식이든 통제권을 요구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자본이 우리의 생활 영역을 점점 더 자신의 통제 번위 안으로 포섭하는 도구이다. 단지 생산 지점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지점에서 통제권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억압이 계속 강화되기만 할 것이다.” (52~53쪽)

 

“두 번째로, 우리의 조직화 방안에 대해 암시하는 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은 단지 임금노동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지역 공동체 생활의 본성을 극적으로 바꾼다. 기술은 또 여성운동 조직과 지역사회 조직이 새 기술의 가장 나쁜 영향에 대응할 필요성을 유발한다. 새 기술이 불러온 발전상 자체가 새로운 공동체 조직화 방안이 마련될 전제조건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고도로 자동화된 산업에서 새 기술의 도입이 노동자들을 원자화하고 개인을 고립시켰지만, 새 기술의 도입은 소비자와 서비스 이용자들을 대기실에 모이거나 줄서서 기다리는 식으로 무리 짓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의 운동과 조직화가 나타날 수 있다. 노동자 조직과 지역 사회 기반 조직들의 연대 행위도 가능할 것이다.” (53쪽)

 

“마지막으로, 신규 산업의 저임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무보수 가사 노동자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초과 착취를 당하는 임금 노동자로서, 신기술이 끼치는 최악의 영향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모든 여성, 한걸음 더 나아가서 모든 임금 노동자의 조건도 따라서 악화될 것이다.”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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