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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축구 아시안 게임 우승을 바라며...

어제 여자 친구와 늦게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여자 친구가 아시안 게임 축구 준결승이 있다고 하면서

그걸 보면서 저녁을 먹자고 하였다.

그런데 사실 나는 우리나라 국대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요즘 우리나라 국대 축구는 꼭 동네축구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혹시나 해서 봤는데, 역시나였다.

초반에 뭐 좀 하는 것 같았는데, 한 골 먹고 나서는 상대방 골대 쪽으로 공을 차 올리는 단순한 경기를 운영하였다, 아동복(아드보카드) 감독 이후 방빼(베어백) 감독의 지금까지.

전략이나 전술 개념 자체가 없는 경기처럼 보였다.

 

지금 이라크가 연기를 잘 해서 이겼느니 어쨌느니 하는데,

사실 이라크의 전술의 승리였다고 볼 수 있다.

이라크는 한국의 단순한 전술을 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라크 골 문전에 수비를 집중시켜서 철저하게 한국의 공격을 무위로 만들었다.

이라크 수비가 밀집돼 있는 골문 중앙에 공을 차 올린들 골리 날 리 만무하다.

하여간 전술적 측면에서도, 경기 내용 면에서도 거의 패배한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그 경기를 보면서, 아니 우리가 한 골 먹은 이후로 이라크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여자 친구에게 말했더니 곧바로 가자미 눈이더라.

<넌 같은 한국 사람이 돼서 상대방 이기라고 하는 게 잘하는 일이냐, 왜 삐딱선 타냐>,

뭐 그런 말을 눈빛으로 하고 있었다.

처음엔 한국 축구가 괘씸(?)해서 그랬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미 제국주의 침략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라크 민중들이 이 경기를 통해 시원한 단비를 맞은 것 같은 기쁨을 누린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친 김에 아시안 게임 우승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금도 그런 바람이다.

 

그럼 여자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 같다.

<네가 말하는 것처럼 고통 받고 있는 우리나라 민중들이 또 그런 기쁨을 누리지 말라는 얘기냐!>

생존권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민중을 생각해 보면 여자 친구의 말이 백번 지당하며,

나의 생각은 뽀대나는 위선일 수 있다.

비정규직 개악법이 통과 전이나 후에 얼마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으로 투쟁해 왔는가를, 또한 지금도 투쟁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그들에게 한국 축구의 아시안 게임 우승은 또 하나의 단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다른 한편, <지금 이러한 마당에 한국 축구가 이기냐 지냐가 우리 생존권 사수 투쟁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라는 얘기가 있을 수 있다.

한국 축구가 이기냐 지냐에 대한 관심은 당면 투쟁을 물타기하는 것과 같지 않냐는 얘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이 이야기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여자 친구처럼 생각하는 쪽과 지금처럼 생각하는 쪽 둘 다 맞는 이야기이다.

둘 다 맞는데,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아직 철이 덜 들었나보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암시랑도 않게 생각하는데, 혼자 쌩쑈를 하는 건 아닌지...

 

에라,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라크가 우리를 이겼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라크가 우승해서 이라크 민중이 잠깐이라도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라크 축구 선수들에게, 또한 이라크 민중들에게 축하와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

 

여자 친구에게도 잘 이야기해야겠다*^^*...

 

뱀다리> 글을 썼는데, 무쟈게 횡설수설이다.

에이, 모르겠다.

내 능력이 이것뿐인데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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