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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조선 건국 과정을 그리는 역사소설 <<혁명>>(김탁환 지음,  민음사, 2014) 중 제2권에서 나온 내용 중에서 발췌함(109~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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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쌓는 중이다. 외로운가? 너는 쌓는 중이다. 슬픈가? 너는 쌓는 중이다. 아픈가? 너는 쌓는 중이다. 분노가 치미는가? 너는 쌓는 중이다. 바람을 쌓은 후에야 원하는 곳으로 날아갈 수 있다. 

 

너는 제자리걸음을 익혀라. 나아가진 않지만 너는 여전히 걷고 있다. 

 

너는 봉우리를 탐내지 말라. 봉우리에선 평지보다 더 먼 곳을 본다. 네 눈이 좋아서가 아니라 네가 선 곳이 봉우리인 탓이다. 사람들이 봉우리를 오를 때 너는 차라리 물을 따라 내려가라. 때로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흐르는 물에 입을 맞추고 목을 축여라. 그리고 깨달아라. 봉우리에 오르는 이들만큼 강가를 거니는 이들이 낯설다는 것을. 강가의 사람들은 먼 곳의 소식에 밝다. 네가 태어난 곳, 네가 걸어온 곳의 풍경을 훤히 읊어댄다. 낮은 강가에선 발뒤꿈치를 들거나 두 발을 힘껏 차고 뛰어오르지 않는다. 신령스러운 기린이 목을 길게 뽑는다 한들 야트막한 언덕 너머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낮은 강가의 사람들은 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배들이 전하는 말을 듣는다. 봉우리의 사람들은 눈이 크고 강가의 사람들은 귀가 길다. 

 

너는 신나게 울어라. 사람들이 기뻐할 것이다. 너는 신나게 소곤거려라. 사람들이 귀 기울일 것이다. 너는 신나게 굶어라. 사람들이 음식을 가져다줄 것이다. 너는 신나게 걸어라. 사람들이 너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자처럼 길 위에 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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