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찜찜한 자유(?)...

내일이면 우리 어머니와 같이 살던 집에서 독립한다.

이번 주에 방을 알아보고 그제 계약을 했다.

그리고 독립하겠다고 우리 어머님께 말씀 드린 것은 오늘 아침에서였다.

그런데 어머님의 반응이 의외로 담담하시더라.

내 예상대로라면 <왜 편한 집을 놔두고 나가서 사서 고생하려 하느냐!>,

<월세면 그 월세가 얼마나 아까운지 아느냐!>, <남의 집살이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너처럼 게으른 녀석이 집 나가면 몸이나 망치지 않겠느냐!> 등등 시시콜콜하게

뭐라 말씀하셨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그러냐, 좀 있다 나가면 돈 마련해서 전세라도 마련해 줄 수도 있을 텐데...>

이 말씀이 전부였다.

그러시곤 돌아누우셔서 짐짓 잠을 청하시는 듯하시는 거다.

많이 서운하셨던 것 가타는 생각이 들더라.

평생 도움 안 되는 남편, 자식 새끼 뼈빠지게 뒷바라지했더니

그렇게 지 갈길 가겠다고 하니...

이젠 혼자구나라는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닌지...

학교 오면서 마음이 참 아프고 안 좋았더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어머니께서 내가 태어날 때쯤 나셨다면

이런 삶을 살지 않고 훨씬 더 자유로운 삶을 살지 않으셨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우리 어머니 나이(68세)쯤 되신 어떤 어머니라도 마찬가지일 게다.)  

우리 어머니 젊으셨을 때(처녀였을 때) 인근 동네에서 소문난 글쟁이였단다.

동네 여인들의 제문은 어머니께서 도맡아 쓰셨다고 한다.

그 제문이 하도 구구절절하여 그 제문을 읽으면서 울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처녀 때 쓰신 제문 우리 큰 외숙모님께서 아직도 가지고 계시면서 울적할 때 커내서 읽어보신단다.

하긴 얼마 전에 핸폰 문자 보내는 법 가르쳐 주었더랬다.

그 이후에 가끔씩 문자를 보내시는데, 그 내용이 참 내 마음을 울렸더랬다.

 

<아들아오늘은어찌지냈느냐밤이깊어지니니가보고싶구나일찍왔으면좋겠구나엄마가>

 

뭐 이런 내용들이었다(물론 철자법도 틀린 글이긴 했지만 말이다).

언젠가 어머니께 살아오신 내용을 글로 쓰실 생각이 없으시냐고 여쭤 봤더니

그냥 웃으시기만 하더라.

 

<이 나이 들어서 글은 무신...>

 

참 쓸쓸한 웃음이었더랬다.

그때 공책, 펜 사 드리고 글을 쓰도록 하셨으면 살아오시면서 쌓인 한이 조금은 풀리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이 많이 들기도 한다.

오늘 드어가서 다시 권유해 보아야겠다.

(만일 글을 쓰시면 어머님께 동의를 구해서 블로그에 올려볼까나^^...)

 

 이렇게 우리 어머니가 보인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집을 나오려 하니 참 착잡하다.

이제 조금씩 서로 간에 물길이 트려고 할 때...

 

우리 어머니가 보이기 시작한 건 전적으로 내 여친 때문이다.

내 여친께 참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한다.

여친이 맛있는 거 사 줄 때 꼬옥 어머니가 생각나고,

그래서 안 먹고 어머님 갖다 드리곤 했는데...

이젠 가져다 드리기 쉽지 않게 됐다.

이젠 집에 별로 가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집을 나오는 거니까...

 

하여간 한켠 마음이 먹먹하고 아프고 답답하다.

 

오늘 집에 들어갈 때 우리 어머니 좋아하시는 초밥 사 가지고 들어가야겠다.

 

자꾸 눈물 나려 한다.

 

살면서 울 엄니께 많이도 참 못되게 굴었다.  

 

후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