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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22/08/25
    뭇국
    곰탱이
  2. 2022/08/04
    베로니카-이산하 시
    곰탱이
  3. 2022/08/04
    대나무처럼-이산하 시
    곰탱이

뭇국

시인 안도현은 <무생채와 들기름으로 볶은 뭇국을 좋아헀다>(안도현의 시 [안동](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에서)고 했다. 

나도 이 뭇국을 좋아한다. 

 

물과 기름은 서로 섞일 수 없는, 

서로 대립 모순되는 상극이다. 

그러나 물이 무우채로 새롭게 생산되고 

기름이 들기름으로 새롭게 생산되면, 

서로 잘 섞여서, 종합 통일돼서 

뭇국이라는 고차적인 새로운 것이 생산된다. 

물과 기름이 무우생채와 들기름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이 되면, 

무우생채와 들기름의 생산관계는

다시 뭇국이라는 보다 고차적인 생산력이 된다. 

 

이것이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증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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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이산하 시

베로니카 

 

-이산하 

 

모든 게 그렇겠지. 

이제 패색이 짙은 낙엽처럼 다른 길은 없겠지. 

홀로 핀다는 게 얼마나 속절없이 아픈 일인데 

아름답기 전에는 아프고 아름다운 뒤에는 슬퍼지겠지. 

그대 뒤에서 그대를 은은하게 물들이거나 

세상 뒤에서 세상을 은은하게 물들이거나 

이기지 않고 짐으로써 세계를 물들이는 

그런 저녁노을 같은 것이겠지. 

어차피 질 줄 알면서도 좀더 잘 지기 위해 

잘 지기 위해 잘 써야지, 거듭 나를 치다가도 

이 난공불락의 외로움은 어쩔 수 없어 혼자 중얼거리겠지. 

낙, 낙, 나킨온 헤븐스 도어...... 

낙, 낙, 나킨스 헤븐스 도어...... 

 

모든 게 그렇겠지. 

아직 다른 길이 없으니 왔던 길 계속 가야겠지. 

케테 콜비츠 판화 같은 세상도 여전하고 

틀판에 하얀 목화꽃이 팡팡 터지는 꿈도 사라지고 

이젠 너무 멀리 이송되어 돌아갈 곳도 잊어버리고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아무 소용도 없어지겠지. 

어느날 내가 심해어처럼 베니스에 홀로 누워 

마지막 별빛의 조문이 끝날 때마다 

속눈섭 같은 물안개로 피어오르던 그대의 가슴에 묻혀 

폐사지의 바람처럼 다시 중얼거리겠지. 

낙, 낙, 나킨온 헤븐스 도어...... 

낙, 낙, 나킨온 헤븐스 도어...... 

 

- 이산하 시집 <악의 평범성>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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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처럼-이산하 시

대나무처럼 

 

-이산하 

 

끝을 뾰족하게 깎으면 

날카로운 창이 되고 

끝을 살짝 구부리면 

밭을 매는 호미가 되고 

몸통에 구멍을 뚫으면 

아름다운 피리가 되고 

바람 불어 흔들리면 

안을 비워 더욱 단단해지고 

그리하여 

60년 만에 처음으로 

단 한 번 꽃을 피운 다음 

숨을 딱 끊어버리는 

그런 대나무가 되고 싶다. 

 

-이산하 시집 <악의 평범성>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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