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솔직히 축구공이 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지금도 의문입니다. 왜 축구 좀 한다는 사람들이라면 으레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쪽에서 자선 행사니 축구 교실 따위를 하는 것 말이지요. 얼마 전 박지성 선수도 베트남에서 같은 걸 했지만. 눈꼴사납게 ‘한류’ 따위를 내걸지 말고 연예인들도 안 갔으면 그나마 좀 좋게 봤으려나.
 
아무튼 행사가 어린이들 데려다 놓고 하루 공차고 논 걸로 끝나지는 않았겠지만. 잘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 ‘성공’한 삶, ‘부’와 ‘인기’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희망’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게다가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축구라는 것이 스포츠민족주의의 중심에 있는데다 경쟁이데올로기와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 ‘희망’이란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아할 뿐이었지요.  
 
그래서 일까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세계에 알려 경종을 울린 책’이라는 표지 문구 때문만은 아니었고. 또 ‘이스라엘 압력 단체들이 인쇄 중지를 요청해 논란을 빚은 문제의 소설’이라는 요란한 소개가 아니었어도.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라는 것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책을 집어 들었음에도.
 
주인공 카림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꿈, 내 인생 10가지 목표 중 1순위로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를 올려놓았다는 것. 또 오래된 친구 조니와 새로 사귄 친구 메뚜기가 모두 축구공으로 엮여있다는 것. 그 세 친구들이 애써 만든 축구장을 탱크로 밀어버린 이스라엘과 그렇게 된 축구장에 갇혀버린 카림이 집으로 돌아오게 되기까지가 주된 줄거리라는 것에서. 조금은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축구였을 뿐. 통행금지가 일상화되고, ‘순교자’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에서 '한 뙈기의 땅’이란 단순한 축구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현실이란 점에서. 이스라엘 탱크 포신에 매달리는 메뚜기와 무장군인의 총질로부터 피난을 떠나는 조니 그리고 ‘9. 살아남기. 혹시 총에 맞더라도 치료가 가능한 부위여야 함. 절대 머리나 척추가 아니기를, 인샬라’를 내 인생의 10가지 목표에 넣어야 하는 카림, 그들 모두에게 ‘한 뙈기의 땅’이란 현실이자 미래를 담아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괜한 선입견에 소중한 책 한 권을 허투루 넘길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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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1 17:46 2011/11/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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