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심기 2

from 09년 만천리 2009/05/16 12:25

고추 심기 - 셋째 날(5월 13일/맑음 10-24도)

 

어제, 그제 내린 비로 간만에 쉴 수 있었다. 겨울 내 빈둥거리다 닥쳐서 준비한 봄 농사로 몸이 파김치가 됐는데 이틀을 그렇게 쉬니 다시 활력이 생긴다.

 

그렇다고 이틀 내내 집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밭을 갈아 주었던 아저씨도, 위에 밭 아저씨도, 밭 한 쪽이 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기에 배수로를 볼 겸 잠시 밭에 나갔다 오긴 했다. 이틀 내 비가 오긴 했지만 양이 많지 않아서인지 다행히 물이 고이거나 이랑이 무너진 곳은 없었다. 마음이 놓이기는 하지만 장마가 오기 전에 배수로 정비를 하긴 해야겠다.

 

토요일에 또 비소식이다. 오늘과 내일, 못 다 심은 고추 모종도 심고 열무며 근대며 채소들 씨앗, 어제 도착한 옥수수 씨앗들을 심어야한다. 해서 오늘은 또 신동농협까지 가서 고추 모종을 사다 선선한 아침나절에 심는다. 그리고 근대, 열무, 치커리도 함께.

 

* 고추 모종 40개 - 4,800원

 

고추 심기 - 마지막 날(5월 14일/맑음 9-27도)

 

고추 심기는 오늘로 끝이다. 겨우 300주도 되지 않은 고추를 심는데 근 일주일 가까이 걸렸으니 꽤나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셈이다. 혼자 일하는 것도 일하는 거지만 자전거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심어야 할 고추가 많지 않아 피망이며 가지며 맷돌호박 모종도 함께 샀다. 하지만 계획했던 수량만큼 사지는 못했는데 이마저 내일부터는 아예 사지를 못한다. 값도 값이지만 품질도 나아 보여 그 동안 농협에서 사왔는데 이젠 중앙시장에서 구해야 한다. 물론 내일 아침 한번 정도면 거의 웬만한 건 다 심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녁 해질녘엔 들깨, 참깨, 고구마, 옥수수 심을 곳에 남겨 둔 퇴비도 뿌려주고 먼저 심은 곳에 듬성듬성 자라난 잡초도 뽑아주니 얼추 밭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돌아오는 길에 토마토, 오이, 호박에 세워줄 지주대로 쓰기 위해 각목 몇 개 주어왔다.

 

* 고추 모종 20개 - 2,400원

* 피망(노랑) 4개 - 2,000원

* 늙은 호박 4개 - ·1,000원

* 참외 2개 - 5,00원

* 가지 4개 - 1,000원

 

괭이질(5월 15일/흐림 14-22도)

 

밭농사에는 괭이와 호미, 이 둘이면 웬만한 건 다 된다. 이랑을 만들 땐 괭이가 모종을 심거나 잡초를 제거할 땐 호미가, 즉 허리를 굽혀야 할 일엔 호미를, 허리를 펴서 일을 해야 할 땐 괭이를 쓰는 것이다. 그러니 따로 경운을 하지 않는다면 괭이와 호미, 이걸로 일은 끝이다.

 

오늘은 아침에 잠깐 모종 심은 거 빼곤 하루 종일 괭이질이다. 대충 급한 것들은 다 심었으니 이제 콩 밭과 들깨, 참깨 밭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서 밭갈이 때 트랙터가 만들어 놓은 이랑을 허물기도 하고 이쪽저쪽 이랑들을 하나로 합쳐 새 이랑을 만들기도 하고 일이 많다. 그래도 내일 비 소식 때문인지 해가 들지도 않고 덥지 않아 다행이다. 내일과 모래 이틀 또 쉬고 한 사나흘 괭이질이면 얼추 다 될 듯도 하다.

 

* 피망, 아삭이 고추 모종 각 4개, 8개 - 4,000원(종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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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6 12:25 2009/05/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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