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춘천이 시끌시끌하다. 오는 7월 10일 개통 예정인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때문이다. 어머님이 의정부에 계시고 아버지가 서울에 사시니 고속도로가 생긴다는 소식은 우리들에게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시끄러움이 영 거슬리는 건 왜일까. 통장, 반장까지 나서서 서명지를 돌리고, 연일 지역 뉴스에 보도가 되더니 급기야 며칠 전에는 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까지 열리는 게 마땅치가 않으니 말이다.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플랭카드며, 반장이 들고 온 서명용지를 보면 고속도로 문제와 관련해 요란해 질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적혀있다, 한다. 그런데 이 이유들이란 게 꽤 그럴싸해 자칫 너도나도 휩쓸릴 법도 하다. 그리고 선거철, 신문과 방송이 경마 중계에 빠지듯 지역 여론 전체가 이런 이유들만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어 이런 저런 찬성 목소리 외에는 전혀 다른 얘기들을 들을 수가 없다. 아마 그래서인지 더 신경질적 반응이 생긴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렇게 영 마땅치 않고 신경질적이게 만든 그 이유들이란 게 무얼까. 한마디로 도로가 생기는 건 좋은데 책정된 통행료 6,240원이 너무 비싸다는 거다. 즉,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건설되었는데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는 얘기다. 그래서 제2영동고속도로 경기 광주-강원 원주 구간과 비슷한 4,000원 대로 요금을 낮추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혹여 요금이 낮아진 이유로 회사에 적자가 발생하면 그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길이 좋지 않아 불편을 겪다 이제야 고속도로가 생겨 좀 편해질까 하는데 비싼 통행료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면 있으나 마나한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산허리를 뭉턱뭉턱 잘라내야 길이 열린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서종IC부근(서울-춘천 고속도로(주)>

 

얼핏 형평성만 따지고 들으면 수긍이 갈 법한 얘기다. 정부 예산으로 지어진 도로와의 통행료 비교는 제쳐놓고서라도 같은 방식으로 지어진 도로의 통행료하고도 많은 차이가 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그동안 늘 막히는 길 때문에 불편함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이제 와서 비싼 길 값 내고 다니라 하면 어찌 속는 느낌이 아닐까. 한편으론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턱대고 통행료를 내리라는 건 영 아니올시다, 이다.

 

우선 비싼 통행료 문제를 보자. 사실 통행료가 이렇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데에는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건설이 민자방식으로 결정되면서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무슨 말인즉, 고속도로 건설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민간사업장에게 이 일을 맡겨버린 이상 통행료와 관련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즉, 통행료를 다소 비싸게 받든 싸게 받든 그건 전적으로 사업자가 결정할 부분이고 정부로서는 여론에 기대는 것 말고는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다. 또 민간사업자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입장인데, 통행료를 비싸게 한다 하더라도 당분간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대체할 다른 도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므로 일정한 반대 여론이 있어도 밀어붙일 수 있는 입장이다. 게다가 정부로부터 고속도로 개통 후 15년 간 매년 실제 통행료 수입이 보장 기준 통행료 수입에 미달할 경우 그 손실분을 보전 받는다는 약속까지 받았기 때문에 비싼 통행료로 통행량이 적어져 수입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황이 이러한데도 막무가내 식으로 통행료만 낮추면 어찌될까. 물론 통행료 인하의 효과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이용 차량이 예측 통행량에 근접하거나 초과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늘어난 통행량에 따른 수익 증가는 고스란히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통행료를 낮추었다고 해서 반드시 고속도로 이용자가 늘어난다고만 할 수 없다. 실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경우 춘천 도심으로의 원활한 진입을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한다. 이밖에 다른 변수도 많다.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인구 유입이라든가 기업 이전 효과가 예측했던 것보다 크지 않을 경우, 춘천-양양 구간의 개통 지연 등등. 이런 상황은 최악의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통행료는 낮아진 상태에 통행량까지 예측 통행량보다 낮아짐으로써 결국 정부가 보전해줘야 할 손실만 더 커질 뿐인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하든 이용하지 않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민간사업자에게 바치는 셈이다.

 

결국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수혜자는 정부도, 춘천시민, 도로를 이용하는 이용자도 아니라 손실에 대한 걱정은 처음부터 하지 않아도 됐을 거대 건설 자본에게 있는 것이다. 그것이 비싼 통행료로 인한 수익 증대가 됐든 아니 비싼 통행료로 인해 적자가 생기든 말이다.

 

없던 길이 새로 생기면 아무래도 사람도, 돈도 어느 정도는 몰리게 되고, 그러면 집값도 오르고 땅값도 오르는 게 이 나라 현실이다. 그래서 더 있던 길도 넓히고, 없던 길은 만들고 필요 없는 길도 새로 내고, 다리 놓고, 터널 파고 그러는 거 아닌가. 그리고 거기에 덩달아 다들 대출이라도 껴서 집 사고 땅 사서 이제나 저제나 집값, 땅값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 아닌가. 고속도로가 민자방식으로 생기는 지, 정부 예산이든 만들어지는 지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말이다. 자 이제 좀 솔직해지자.

 

애당초 민자방식으로 고속도로 만든다고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 와서야 통행료만을 문제 삼는 건, 그리고 이제 와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외치는 건,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비싼 통행료 때문에 돈도, 사람도 오지 않으면 어쩔까, 그래서 집값, 땅값 오르지 않으면 어쩔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차 없는 사람들, 그래서 고속버스 타는 것 말고는 그 비싼 고속도로 이용할 일 없는 사람들, 길이 생겼다고 뭐라 이득 될 만한 게 없는 사람들, 에게 통행료를 함께 부담하자는 말이 영 마땅치 않고 신경질 나는 거다. 비싼 통행료.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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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0 13:10 2009/05/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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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나나 2009/06/07 02:42

    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고 처음으로 답변을 써 봅니다. 저는 우선 춘천시민이라는 것을 밝히겠습니다. 저도 글쓴 분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견이기 때문에 일치하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 고작 61.4km에 위치한 교량과 터널의 수 만도 엄청나기 때문에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정부가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거는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지금까지는 대충 "아, 이 정도면 꽤나 많은 돈이 들었겠구나." 하는 식으로 받아 들였었죠. 그래서 저는 민자사업자가 들인 돈을 다시 회수하기 위해서는 높은 통행료가 불가피 하다는 것도 어느정도는 수긍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님께서 춘천 등 개발지대에서 소외된 곳 주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아시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어느 곳이나 자신의 지역이 발전되지 않는 것을 바라는 곳은 없습니다. 그런 마음에 춘천시민들이 이제와서 매체적으로 보도가 될 정도의 시위를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라고 왜 그런 얘기가 없었겠습니까? 예전부터 그런 얘기들이 오갔지만, 시민들이 무관심했죠... 지금 이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그런 것들을 쭉 알고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왜 이제서야 문제를 삼느냐? 라고 하시는 것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집값, 땅값 오르지 않으면 어찌할까? 돈이나 사람도 오지 않으면 어찌할까? 라고 생각하는 것은 수도권이든 낙후된 지방이던지 사람사는 곳에서는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치만 수도권과 춘천의 다른 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수도권은 이미 충분히 발전되어 있고, 지금도 쾌속전진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제일의 지역입니다. 그치만 춘천은 그런 곳과 가까우면서도 인구가 10년이상 25만과 26만대를 왔다갔다 하는 정체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 사는 시민분들이 얼마나 도시 발전에 목말라 있겠습니까? 그리고 강원도 사시는 분들에게 일부 외지 분들이 얘기하길 "강원도 하면 무조건 시골이다 산골이다"라고 얘기를 하실 때마다 기분이 상하는 분들이 춘천시민들이며 이들이 이럴때 느끼는 것이 소외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러한 소외감을 님께서도 느끼신다면 춘천시민들이 왜 저러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이해되실 겁니다. 이는 투기세력의 목적과는 다른 순수한 춘천시민의 생각입니다. 우리동네에 이거라고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 이 바램 하나로 유일하게 서울과의 고속도로가 없던 춘천이 겨우겨우 고속도로, 복선전철등을 이끌어 냈습니다. 춘천시민들 전체를 모욕되게 하시는 것 같아 차분히 글을 써 보았습니다. 부족하시더라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게으른 농부 2009/06/07 19:02

    글쎄요... 시민들 전체를 모욕되게 하려고 쓴 글은 아니라는 걸 우선 말씀드리구요.. 혹여나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건 개발이나 발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또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를 춘천이란 곳으로 삶의 보금자리를 옮기게 한 매력이 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신 분들이 가지는 소외감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도 이런 차이를 낳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차이는 아마도 엊그제 발표된 홍천-양양간 고속도로 건설에도 그대로 투영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민자사업에 대해 문제점들을 지적해오셨던 분들이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계신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무관심했던 시민'들이 문제일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비판의식을 가지신 분들이 지역에 많이 계신다면 저로써는 무척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길때엔 만만치 않을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문제와 관련해서 이해당사자 혹은 님께서 말씀하신 투기세력과 순수한 시민과의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봐야 되겠습니다.  

  3. 창우 2009/06/10 17:32

    저는 솔직히 고속도로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사람이지만... 이글을 읽어보니 의문점이 하나 생기네요. 정부가 돈이 없어서(지방에 투자할 돈은 없겠죠)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사업입니다. 또 시민들은 고속도로가 생기길 무척 바라고 있었지요. 근데 여기서 의문은 춘천 시민들이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고속도로를 반대하고 열띤 시위를 했다면... 고속도로 사업이 진행되었을까요. 지방에 관심도 없는 정부가 정부돈 들여서 만들어 주었을까요? 저는 사업이 진행이 안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진행이 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5년은 더 걸렸을 거구요. 차가 매우 필요한 사람이 기름값이 오를걸 알고 있다면 차를 사지 말고 기름값 내릴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겁니까? 가만히 있어도 개발해주는 대도시에 사시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요. 우리에게 개발이란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고 실현되기는 또 얼마나 먼 얘기인지.  

  4. 게으른 농부 2009/06/11 14:07

    우선 정부가 돈이 없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작년에만 해도 부채가 자그마치 300조를 넘었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정부는 이 핑계로 각종 SOC사업을 민자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정부가 돈이 없으니 돈 많은 민간사업자에게 도로며, 다리를 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민자사업이란 게 알고 보면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고, 우선 당장은 돈이 들어가지 않아 좋긴 한데 결국은 민간사업자에게 발목 잡히는 일만 생긴다는 겁니다. 가령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만 하더라도 당장 통행료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비싼 통행료에 대해 고작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통행료 좀 낮춰주면 부족분 채워줄께’입니다. 왜 그런지는 윗글에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부는 돈 한 푼 안들이고 고속도로를 지었으니 된 거 아니냐, 그리고 그 고속도로는 언젠간 정부가 갖게 되니 결국은 공짜로 도로를 지은 거 아니냐, 이겁니다. 얼핏 맞는 말입니다. 가뜩이나 재정적자 폭이 커서 문제가 심각한데, 돈 한 푼 안들이고 고속도로를 지었으니 말입니다. 정부는 공짜로 도로 짓고 민간사업자는 돈 벌고, 속된 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라고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봅시다. 이게 정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지요.
    우선 없던 고속도로가 생겼으니, 게다가 그동안 고속도로가 없어 불편했던 곳에 생겼으니 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헌데 서울-춘천 고속도로처럼 통행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면 어찌됩니까?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돈 내고 다니던가, 예전처럼 불편하게 국도로 다니던가, 해야 합니다. 허참, 도로가 생기긴 생겼는데 어떤 사람은 비싼 요금 내고 씽씽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어떤 사람은 속 태우며 국도를 기어 다니고. 비싼 요금 낸 사람들은 비싸다고 투덜대고, 국도로 가는 사람은 느리다고 투덜대면서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세금으로 통행료를 내주고.
    한편 누이인 정부는 어떻습니까. 좋은 일만 생길까요. 글쎄요. 벌써부터 들리는 소리. ‘아니, 고까짓 요금문제 하나 해결 못하나.’ 결국 욕을 있는 대로 먹거나 아니면 국민들 호주머니 털어 민간사업자에게 갖다 바치거나 해야 합니다.
    이제 그간 없었던 새로운 고속도로가 생기는 문제를 살펴봅시다. 민자방식으로 건설되는 도로나 교량의 경우는 정부가 사업시행자에게 사업 소요에 따른 자본 회수를 위해 통행료 수입을 일정 기간 보장해줍니다. 다시 말해 투자한 돈의 회수를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사용기간’이라는 이름으로 도로나 교량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겁니다. 도로나 다리를 짓는 데 돈은 들어갔는데 돈 나올 곳은 통행료로 뿐이니 어쩔 수 없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이 일정 기간이란 게 대개의 경우 최소 30년 정도를 보장한다는 겁니다. 10년, 20년도 아니고 무려 30년씩이나요. 당장 비싼 통행료 문제만 봐도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이 자그마치 30년이나 간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이 민자사업이란 거, 결국 매부 좋은 일만 된 꼴 아닙니까?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욕 좀 들어 먹고 통행료 비싸게 해서 이 통행료 수입으로 돈을 회수하든 아님 정부가 보증해준 최소수입보장금으로 충당하든 밑질 게 하나도 없는 겁니다. 게다가 30년 후엔 이 도로, 그냥 정부에게 ‘옛다 가져가라’며 던져 주고 나면 끝입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이냐구요. 막말로 통행료 수입으로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것도 예측하기 힘든 민간사업자가 가욋돈까지 들여가며 유지보수에 신경이나 쓰겠냐, 이겁니다. 30년 후엔 내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30년이면 그 동안 무슨 일들이 벌어질 지 누가 장담합니까. 지금도 고유가라고는 하는데 지금보다 유가가 한 20%만 상승해도 아마 차 가지고 다니는 사람 많이 줄 겁니다. 또 개발이라면 새로 다리 놓고, 도로 내고, 터널 뚫는 걸로만 이해하는 나라에서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터널을 뚫고, 도로를 내고, 다리를 놓겠습니까. 당체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자, 이제 돌아가는 모양새가 이쯤 되면 차라리 빚을 내서라도 정부 나서는 게 맞는 말 아닐까요.
    이제 하나만 더 살펴봅시다. 글 처음에 정부가 돈이 없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헌데 이 말은 정확히 하자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적자 폭이 300조가 넘는다는 사실은 맞는 말입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더 불어나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 됩니다. 하지만 적자가 크다고 해서 정부에게 돈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예컨대 작년에도 돈 없다던 정부는 10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올해는 규모를 더 늘려서 무려 28조원을 쓴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확정된 ‘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22조원이 조금 넘는 돈을 책정했습니다. 도대체 돈 없다는 정부가 어디서 돈이 나와 이런 일에 이 막대한 돈을 쓸까요. 궁금하기 그지없습니다. 작년에 종부세, 소득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등을 감세까지 했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국방예산은 또 얼마나 늘어났습니까.
    마지막입니다. [난나나]님께서 올리신 글에 대한 댓글에서도 얘기했습니다만 대체 발전이나 개발이란 걸 어떻게 봐야 하는 지 더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웬만해서 반나절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이 비좁은 나라에서 춘천과 같은 작은 도시까지도 서울이나 수도권마냥 여기저기 길 내놓고 팔리지도 않는 아파트 지어놔야 하는지. 그도 아니면 서울이나 수도권하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갈 수 있고, 또 올 수 있어야만 개발이고 발전인지를요.  

  5. 춘천댁 2009/06/12 15:05

    글 잘읽었습니다. 저는30여년간을 서울에서 나고 자라다가 작년부터 춘천에서 거주하게 되었지요. 서울을떠나온 제게 춘천은 정말 작은도시였습니다.
    춘천이란 도시가 이렇게 작은지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서울도심에서 80여키로밖에 떨어지진 않은곳이 춘천이지만 수원이나 천안보다도 작은곳이 춘천이니까요. 마지막에 춘천과같은 작은도시까지도 여기저기 길내놓고 팔리지도 않는 아파트 지어놔야하냐고 하셨나요? 춘천은 강원도 도청소재지이며 거리상으로나 생활권으로 따지고본다면 경기도권이나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주변에 호수로 둘러쌓이 지형특성과 함께 도시가 확장되지 못하기도 하였고 경춘가도는 주말마다 강촌 가평등지도 향하는 서울시민들로 너무 밀리고 있지요. 저도 춘천이 서울의 위성도시인 일산이나 분당처럼 변하기를 바라는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충분이 춘천이란곳은 매력있는곳이지만 춘천의 지리적위치에비해 여러가지 낙후된것은 분명합니다. 예를들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려고해도 인제나 화천에서는 춘천까지 나오시고 또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나가야하는 상황에서 여러가지 인프라가 부족한것이 많습니다. 이런상황에 놓인 춘천시민이 고속도로 통행료를 인하하는 요구를 하는것이 지역이기주의 인가요? 지역이기주라고 해도 할말없습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걸., 저도 춘천에 와서 알았습니다. 지역주민이 지역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것이 이런식으로 비판받고 너네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라는식의 저런생각은 아닌것 같네요.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춘천에대한 애정을 갖고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폄하하지 말아주세요 

  6. 게으른 농부 2009/06/12 18:05

    예. 춘천댁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우선 춘천댁님과 마찬가지로 40여년을 서울에서 나고 자라다 춘천으로 이사한 게 작년입니다. 그래서 무척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마운 건.....
    춘천. 춘천댁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정말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서 춘천시내 웬만한 곳은 자전거로 20분이면 닿으니까요.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그래서 이 작은 도시에 적응하느라 조금은 시간이 걸렸답니다. 지금이야 몇몇 정류장에 버스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니 조금 낫기는 하지만 처음에 와서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30분을 넘게 기다린 적도 있었으니까요. 이것 역시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 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버스를 기다리기 보다는 아예 걷거나, 혹은 조금 먼 곳이라면 당연 자전거를 끌고 나옵니다. 그게 훨씬 빠르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곳에서 이렇게 걷거나 혹은 자전거를 이동 수단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또한 아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답니다. 바로 아파트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차들, 아침, 저녁으로 곧잘 막히는 길들을 보면서요. 사실 이 작은 도시, 춘천으로 오면서 이제 ‘교통체증’이라는 말과 차 사이를 곡예 하듯 걷기 등은 없겠거니,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인구 25만의, 전에 살던 서울 구로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곳에도 차들은 사람 수하고는 상관없이 이리도 많다니. 그래도 서울만큼은 아니니 아직은 걷거나 자전거 타기가 힘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차들이 많은 게 이해도 됩니다. 조금 전 말씀드렸듯이 이곳 대중교통, 대중교통이라고 해야 버스밖에 없으니 정확히 말하면 버스, 이거 참 난감합니다. 시내 주요 곳곳을 운행하는, 아마도 춘천에서 가장 운행횟수가 많은 7번 버스를 한번 볼까요. 만약 서울에서 온 누군가에게 7번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재수 없게도 앞 차를 바로 놓치셨다면 최소 2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걸 말해야 할 때의 난감함이란. 그러니 이곳 사람들 버스타기보다는 택시를, 아니 따지고 보면 택시보다는 손수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게 오히려 나으니 차가 많은 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어찌 잘못 생각한 걸까요.
    춘천댁님 고맙습니다.
    춘천은 춘천댁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춘천의 지리적 위치에 비해 여러 가지로 낙후된 것이 분명합니다.’. 그건 님께서 지적하신대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느끼는 불편함도 있을 것이고, 주말마다 나들이 나온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로 인해 늘 밀리는 도로들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류장에서 하루에 4번 운행하는, 아니 최소 20분은 기다려야 겨우 탈 수 있는 대중교통, 비평준화에, 고입선발고사에, 지원자 수가 정원을 초과하는 고등학교를 가진 교육환경, 가뜩이나 재정자립도도 낮은데 감세정책으로 지방교부세까지 줄어든 열악한 재정환경까지 솔직히 어디 하나 서울 혹은 수도권의 어느 도시보다도 나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맞습니다. 춘천댁님께서 지적하신대로 춘천은 ‘낙후’돼 있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춘천 시민보다, 강원도민보다 더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이용할 게 뻔한 고속도로를 짓는 게, 그래서 더 많은 서울 사람들과 수도권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낙후’된 춘천이 ‘발전’, ‘개발’ 될까요. 물론 사람과 돈이 많이 왕래되면 자연스레 ‘개발’도 되고 그러다 보면 ‘발전’도 되겠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작은 도시 춘천에 사는 사람들마저 교육환경에, 대중교통에, 의료서비스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어느 누가 이 도시로 와 살고자 하겠습니까. 팔리지도 않는 아파트 잔뜩 지어놓고 세금으로 사주고, 지역민보다 외지인이 더 많이 이용할 고속도로 짓는다고 이 불편함들이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 되려 춘천댁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서울로, 수도권으로 집중되면 더 집중될 터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글을 차분히 읽으니 춘천댁님께서 불편함을 느끼셨을만한 표현을 과도하게 했다는 게 여기저기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글도 있어야 이렇게 소통도 해가며 나름의 춘천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제 1년 조금 지난 새내기 춘천 시민이 쓴 글이 조금은 과격하고,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거북스러웠다면 이처럼 춘천에 대한 사랑이 조금은 지나쳐서 그랬다,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