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춘천이 시끌시끌하다. 오는 7월 10일 개통 예정인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때문이다. 어머님이 의정부에 계시고 아버지가 서울에 사시니 고속도로가 생긴다는 소식은 우리들에게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시끄러움이 영 거슬리는 건 왜일까. 통장, 반장까지 나서서 서명지를 돌리고, 연일 지역 뉴스에 보도가 되더니 급기야 며칠 전에는 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까지 열리는 게 마땅치가 않으니 말이다.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플랭카드며, 반장이 들고 온 서명용지를 보면 고속도로 문제와 관련해 요란해 질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적혀있다, 한다. 그런데 이 이유들이란 게 꽤 그럴싸해 자칫 너도나도 휩쓸릴 법도 하다. 그리고 선거철, 신문과 방송이 경마 중계에 빠지듯 지역 여론 전체가 이런 이유들만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어 이런 저런 찬성 목소리 외에는 전혀 다른 얘기들을 들을 수가 없다. 아마 그래서인지 더 신경질적 반응이 생긴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렇게 영 마땅치 않고 신경질적이게 만든 그 이유들이란 게 무얼까. 한마디로 도로가 생기는 건 좋은데 책정된 통행료 6,240원이 너무 비싸다는 거다. 즉,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건설되었는데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는 얘기다. 그래서 제2영동고속도로 경기 광주-강원 원주 구간과 비슷한 4,000원 대로 요금을 낮추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혹여 요금이 낮아진 이유로 회사에 적자가 발생하면 그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길이 좋지 않아 불편을 겪다 이제야 고속도로가 생겨 좀 편해질까 하는데 비싼 통행료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면 있으나 마나한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산허리를 뭉턱뭉턱 잘라내야 길이 열린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서종IC부근(서울-춘천 고속도로(주)>

 

얼핏 형평성만 따지고 들으면 수긍이 갈 법한 얘기다. 정부 예산으로 지어진 도로와의 통행료 비교는 제쳐놓고서라도 같은 방식으로 지어진 도로의 통행료하고도 많은 차이가 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그동안 늘 막히는 길 때문에 불편함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이제 와서 비싼 길 값 내고 다니라 하면 어찌 속는 느낌이 아닐까. 한편으론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턱대고 통행료를 내리라는 건 영 아니올시다, 이다.

 

우선 비싼 통행료 문제를 보자. 사실 통행료가 이렇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데에는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건설이 민자방식으로 결정되면서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무슨 말인즉, 고속도로 건설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민간사업장에게 이 일을 맡겨버린 이상 통행료와 관련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즉, 통행료를 다소 비싸게 받든 싸게 받든 그건 전적으로 사업자가 결정할 부분이고 정부로서는 여론에 기대는 것 말고는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다. 또 민간사업자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입장인데, 통행료를 비싸게 한다 하더라도 당분간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대체할 다른 도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므로 일정한 반대 여론이 있어도 밀어붙일 수 있는 입장이다. 게다가 정부로부터 고속도로 개통 후 15년 간 매년 실제 통행료 수입이 보장 기준 통행료 수입에 미달할 경우 그 손실분을 보전 받는다는 약속까지 받았기 때문에 비싼 통행료로 통행량이 적어져 수입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황이 이러한데도 막무가내 식으로 통행료만 낮추면 어찌될까. 물론 통행료 인하의 효과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이용 차량이 예측 통행량에 근접하거나 초과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늘어난 통행량에 따른 수익 증가는 고스란히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통행료를 낮추었다고 해서 반드시 고속도로 이용자가 늘어난다고만 할 수 없다. 실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경우 춘천 도심으로의 원활한 진입을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한다. 이밖에 다른 변수도 많다.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인구 유입이라든가 기업 이전 효과가 예측했던 것보다 크지 않을 경우, 춘천-양양 구간의 개통 지연 등등. 이런 상황은 최악의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통행료는 낮아진 상태에 통행량까지 예측 통행량보다 낮아짐으로써 결국 정부가 보전해줘야 할 손실만 더 커질 뿐인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하든 이용하지 않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민간사업자에게 바치는 셈이다.

 

결국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수혜자는 정부도, 춘천시민, 도로를 이용하는 이용자도 아니라 손실에 대한 걱정은 처음부터 하지 않아도 됐을 거대 건설 자본에게 있는 것이다. 그것이 비싼 통행료로 인한 수익 증대가 됐든 아니 비싼 통행료로 인해 적자가 생기든 말이다.

 

없던 길이 새로 생기면 아무래도 사람도, 돈도 어느 정도는 몰리게 되고, 그러면 집값도 오르고 땅값도 오르는 게 이 나라 현실이다. 그래서 더 있던 길도 넓히고, 없던 길은 만들고 필요 없는 길도 새로 내고, 다리 놓고, 터널 파고 그러는 거 아닌가. 그리고 거기에 덩달아 다들 대출이라도 껴서 집 사고 땅 사서 이제나 저제나 집값, 땅값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 아닌가. 고속도로가 민자방식으로 생기는 지, 정부 예산이든 만들어지는 지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말이다. 자 이제 좀 솔직해지자.

 

애당초 민자방식으로 고속도로 만든다고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 와서야 통행료만을 문제 삼는 건, 그리고 이제 와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외치는 건,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비싼 통행료 때문에 돈도, 사람도 오지 않으면 어쩔까, 그래서 집값, 땅값 오르지 않으면 어쩔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차 없는 사람들, 그래서 고속버스 타는 것 말고는 그 비싼 고속도로 이용할 일 없는 사람들, 길이 생겼다고 뭐라 이득 될 만한 게 없는 사람들, 에게 통행료를 함께 부담하자는 말이 영 마땅치 않고 신경질 나는 거다. 비싼 통행료.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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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0 13:10 2009/05/20 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