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고추심기

from 09년 만천리 2009/05/11 14:30

이랑 만들기 - 둘째 날(5월 4일/무더움 7-28도)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는데 밭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목덜미로 땀이 흐른다. 내일이 입하니 절기상으로는 여름이겠지만 벌써부터 한여름 같은 무더위라니. 아무래도 밭에 나오는 시간을 더 앞당겨야겠다. 이래가지고는 두 시간도 채 일하기 어렵겠다.

 

어제 하루 밭에 나오지 않았더니 몸이 많이 가뿐하다. 다리에 배긴 알통은 오히려 움직이면서 풀렸는데 몸은 더 무거워졌기에 쉬었는데 그게 보약이었나 보다. 감자밭 이랑 만들기는 오늘 중으로 다 마칠 듯하다.

 

작년에 얻었던 밭은 주위에 야트막한 산자락이 둘러싸고 있어 아침나절엔 요쪽이 저녁나절엔 저쪽이 그늘이 생겨 아침엔 요쪽에 저녁엔 저쪽에서 일할 수 있었다. 헌데 지금 괭이질 하고 있는 이 밭은 당체 그늘을 만들어줄 만한 것들이 없다. 밭 한 귀퉁이에 심어져있는 키 작은 나무 한 그루를 빼곤 말이다. 저 키 작은 나무마저 없었다면 어쨌을까나. 작년에 이 밭에서 밭일 했던 사람이 누굴까 새삼 궁금하다.

 

쉬엄쉬엄해야지 마음먹었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지는 햇빛 때문에 빨리 끝내고 집으로 가야겠단 생각에 겨우 물 한 모금 마시고 괭이질하고, 또 물 한 모금 마시고 괭이질이다. 덕분에 오전 중으로 계획했던 일을 다 마쳤기는 하지만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이제 잠깐 쉬었다 고추밭 비닐 멀칭을 위해 농협으로 비닐이나 사러가야겠다. 농사 시작하면서 비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쓰지 않기로 했건만 결국 무너졌다. 내년엔 미리미리 플랑카드 모아놓으라 부탁해야겠다.

 

* 멀칭용 비닐: 20,000원(120cm☓500m)

 

고추밭 비닐 씌우기(5월 5일/무더움 10-28도)

 

버스를 기다리다 한 참을 싸웠더니 일찍 집에서 나왔는데 밭에 오니 열기가 훅훅 올라온다. 그래도 고추 심을 네 이랑과 참외 심을 두 이랑만 비닐을 씌우면 되니 일이 많지는 않다. 또 구불구불한 이랑 덕에 애도 먹고 뜨거운 햇빛 덕에 속도는 덜 나지만 혼자 일하다 둘이 일하니 속도도 나고 심심하지 않아 좋다. 같이 일한다고 얘기를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쉬이 일을 마치고 감자전에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집에 돌아오니 케이블에서 폐비닐도 재활용을 한다는 프로그램을 한다. 거의 끝나갈 때쯤부터 보기 시작해서인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으나 각종 폐비닐이나 플라스틱도 공업용 재료로 심지어는 석유로도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는 거라면 과학기술의 발전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기술력이 있으니 지금처럼 화학제품들을 대량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식의 사고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처음엔 비닐을 쓰고 만 거에 대한 왠지 모를 보상 심리로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마지막 끝맺음을 보고 나니 역시 이건 아니다,는 마음만 다잡게 된다. 내년엔 꼭 딴 방법을 찾아야지.

 

이랑 만들기 - 셋째 날(5월 6일/무더움 11-31도)

 

아침

기온이 오를수록 일어나는 시간도 빨라진다. 그제는 8시, 어제는 7시, 오늘은 6시다. 한낮에 일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오늘부터는 주작물인 콩 심을 곳을 만들어야 한다. 이달 중순까지만 심으면 되니 슬슬 해도 될 터이지만 워낙 콩 심을 곳을 넓게 잡아서 미리미리 해야 할 터.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어도 10시가 지나니 땀이 비 오듯 해 진도는 많이 나가지 못했다.

 

징검다리 연휴 기간에 주문했던 씨감자가 도착했다. 보통 3월 중순이나 말에는 심어야 하니 늦어도 많이 늦었다. 하지만 지금 심으면 장마 끝나고 수확할 수 있어 조금 늦게라도 감자 맛을 볼 수 있으니 내일이라도 심어야겠다. 30도가 넘는 때 아닌 폭염을 피해 느지막이 밭에 나가 개울물을 쓰는데 필요한 사다리 만들고 콩 밭 이랑 세 개 만들고 오다.

 

감자 심기 - 첫째 날(5월 7일/무더움 10-30도)

 

주문한 씨감자가 어제 도착했을 땐 크기가 제법 큰 것들은 잘라 써야지 했지만 생각보다 씨알이 큰 것들이 없어 몇 개 자르다 그만두었다. 계란 보다 크면 잘라 쓰라고들 하는데 어찌된 게 계란 보다는 큰데 그렇다고 자르자니 자르고 나면 크기가 너무 작아서였다.

 

오늘도 어제만큼 더울 거란 얘기에 일찍 집을 나서 씨감자를 심었는데, 이런 9시도 채 되지 않아 일이 끝났다. 물론 자전거로 오느라 씨감자를 많이 가져오지 못했기도 있지만 더 더워지기 전에 일을 끝내야 한다는 마음에 쉬지도 않고 일을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종묘상에 들러 상추며, 열무며, 근대, 아욱 등 채소 씨앗을 사올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낮 시간엔 쉬었다 해질녘에 다시 나와 마저 감자를 심으니 얼추 절반은 심은 것 같다.

 

* 씨앗

얼갈이 - 3,000원

상추 - 2,000원

열무 - 3,000원

아욱 - 2,000원

근대 - 2,000원

치커리 - 2,000원

파 - 1,000원

 

감자 심기 - 둘째 날(5월 8일/무더움 10-29도)

 

다음 주 월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에 이번 주 계획을 많이 바꿨다. 원래는 밭 만들기를 주말까지 끝마치고 감자, 채소, 고추, 콩, 고구마 순으로 심으려고 했는데 주말까지 감자와 고추를 모두 심기로 했다. 중간중간 토마토며, 오이, 가지 등 채소도 심고.

 

어제와 오늘 아침, 저녁으로 나와 감자를 심으니 20kg짜리 한 상자를 모두 심었다. 오늘은 아침나절엔 학곡리 농협까지 가서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가지를 각각 20개씩 사와 심기도 했고 저녁나절엔 사다리도 보수하고 또 학곡리 농협까지 가서 내일 아침에 심을 고추도 사왔으니 감자 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은 셈이다.

 

* 물뿌리개 - 5,000원

* 토마토, 방울토마토, 오이 모종 각각 20개씩 - 15,000원(1개당 250원)

* 고추 모종 50개 - 6,000원(1개당 120원)

 

고추 심기 - 첫째 날(5월 9일/무더움 13-28도)

 

아침엔 어제 저녁 농협에서 사다 놓았던 고추 50개를 다 심고도 중앙시장 종묘상에서 42개를 사다 심었다. 또 저녁엔 다시 학곡리 농협으로 가서 고추 50개를 다시 사다 심었다. 왕복 1시간이 걸리는 농협까지 가서 고추를 산 이유는 종묘상 고추와 농협 고추가 가격은 같은데 품질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힘들더라도 또 시간이 걸리더라도 농협에서 사다 심어야한다.

 

* 고추 모종 42개 - 5,000원(종묘상)

* 고추 모종 50개 - 6,000원(농협)

 

고추 심기 - 둘째 날(5월 10일/차차 흐려짐 12-26도)

 

오랜만에 내리는 비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모종이 무척 귀하다. 때문에 아침에는 겨우 고추 모종 45개를 살 수 있었고 저녁에는 이마저도 구하지 못했다. 물론 아침에는 너무 이른 시간에 갔기에 어제 팔다 남은 거를 산거였겠고 저녁에는 너무 늦은 시간에 가서 모종이 다 팔렸겠지만 말이다.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고구마 100개를 심었고 비 그치고 심으려 했던 참외와 애호박까지 심기는 했지만 마저 고추를 다 심지 못해 아쉽다. 다음 주말에 또 비가 온다 하니 그 동안 콩 심을 곳하고 참깨며 들깨 심을 곳 정리하고 그때 또 심어야겠다.

 

* 고추 모종 45개 - 5,400원

* 고구마 모종 100개 - 5,500원

* 참외, 애호박 모종 각 20개 - 10,000원(1개당 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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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14:30 2009/05/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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