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 다시 구하다(4월 28일)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밭을 구했다. 엊그제 얘기된 밭은 주인이 500평만 따로 경계를 긋기도 뭐하고 2000평을 한 사람에게 주는 게 관리하기도 편하다며 다른 밭을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밭을 가진 주인 입장에서야 그렇기도 하겠지만 늦게 밭을 구하는 사람에겐 하루, 이틀도 아까운 시간이라 급한 맘에 속이 상하긴 했어도 금새 다른 밭을 구해 다행이긴 하다.

 

아무튼 내일 하루 비닐 좀 걷어내고 널려져 있는 잡다한 것들 치워내면 윗동네 사시는 분에게 부탁해서 서둘러 밭갈이부터 해야겠다. 주말에 비소식이 있으니 내일 밭갈이, 모래 퇴비 넣어주기, 주말 휴식, 다음 주 본격적인 농사 시작, 또 작년처럼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올 봄농사 이제 시작이다.

 

비닐 걷기, 그리고 알통(4월 29일/맑음, 4-22도)

 

귀농인들이 겨울 내 체력훈련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뭔 체력훈련이다냐, 며 웃어넘겼는데, 오늘 하루 비닐 걷기를 하고 나니 뭔 얘긴지 알 것 같다. 한참 농사지을 때야 모르겠지만 겨울 내내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다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지긴 떨어지나보다.

 

어째 하루 종일 비닐을 걷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일할 땐 몰랐어도 저녁 먹고 나니 슬슬 허리며 다리통이 쑤셔댄다. 허리 아픈 거야 찜질기로 어찌할 수 있겠는데 허벅지며 종아리가 땡기는 데는 어쩔 줄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허벅지 양쪽에 알통이 배기고 종아리도 뻐근한 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겨우 하루 일하고 비실비실이라니. 걱정이다. 그래도 내일은 트랙터로 밭을 갈아주기만 하면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온종일 검은 비닐과 씨름하고 났더니 꿈자리에 검은 비닐이 오락가락이다. 당분간 검은 비닐봉지만 봐도 속이 안 좋을 듯 싶다.

 

밭 갈기 1시간 만에 끝(4월 30일/맑고 바람 조금, 4-24도)

 

아마 삽으로 했으면 보름은 꼬박 걸렸을 게다. 가까이서 보니 덩치도 덩치거니와 육중한 소리 때문에 벌써 기를 딱 막아 세우는 트랙터 한 대가 그 넓은 밭을 두 번 갈아엎고, 고랑까지 만드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진다. 기계로 밭을 갈면 땅 심이 약해진다고 해 별로 좋지는 않지만 마땅히 일 할 사람이 없는 농촌에선 어찌 보면 당연히 기계를 쓸 수밖에 없을 듯싶기도 하다.

 

금세 일을 마친 윗동네 아저씨 분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누는데, 밭은 좋은 밭인데 너무 비싸게 빌렸다, 한다.

 

“아, 땅 가진 사람이야 땅값 있으니 50만원 받겠다고 하겠지만 농사짓는 사람은 밭 갈고, 모종 사고, 품 팔아 농사져서 도지세 내고 나면 뭐가 남아? 내년엔 비싸서 못하겠다고 자빠져. 400평에 30만원이면 됐지. 안 그랴?

 

작년까진 동네에 노는 밭 죄다 하느라 1만평도 넘게 농사를 지었는데 막상 한 해 농사 끝마치고 나니 손에 쥐어지는 게 없어 더 농사를 지을 지 고민이라는 아저씨. 그래도 그 비싼 트랙터도 갖고 있으니 조금은 낫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고것도 다 빚일 거라 생각하니 씁쓸하다.

 

이왕 밭에 나온 거 오후에 퇴비도 사다 넣어 줄까, 해서 밭주인과 통화를 했더니 먼 곳에 나왔다며 내일 아침에 농협에서 보잔다. 음. 별 수 없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 밭 설계나 다시 해야겠다.

 

주작물 : 콩, 고구마

작년에 비해 넉넉히 심을 것: 고추, 옥수수, 들깨

올 해 처음 도전하는 것: 감자

채소류: 상추, 오이, 가지, 호박, 부추, 열무, 배추, 무 등

과일류: 토마토, 방울토마토, 참외

 

400평

콩 - 100평 / 고구마 - 100평

고추 - 50평 / 감자 - 50평

옥수수 - 20평 / 들깨 - 20평 / 참깨 - 20평 / 참외 - 10평

오이 - 5평

호박 - 5평

토마토 - 5평

방울토마토 - 5평

상추 - 2평

가지 - 2평

열무 - 2평

부추 - 1평

기타 야채 - 10평

여분 - 10평

지렁이 - 3평

 

토마토, 방울토마토, 오이, 호박(각 20개씩): 120cm * 400cm

가지(4개): 120cm * 100cm

참외(20개): 120cm * 400cm

 

 퇴비 넣어주기(5월 1일/맑음, 5-24도)

 

아침부터 이리해야 하나 저리해야 하나 정신이 없다. 농지원부도 모르는 부재지주 때문에 1포대에 200원씩이나 더 주고 퇴비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 겨우 사기로 결정했는데, 연휴라 다음 주 수요일이 되어야 배달이 된다고 해 또 용달을 불러 사갈까 그냥 다음 주에 배달해 달라 할까 또 고민이다. 용달 부르는 데 드는 돈 3만원이 아깝기는 하지만 때를 놓치면 작년처럼 보름이상 또 늦어질 것 같아 서둘러 용달차 불러 퇴비 싫고 밭으로 가니 해가 중천이다. 내일 비소식이 있으니 오늘 중으로 사다 놓은 퇴비를 넣어주어야 하는데 마음만 급할 뿐이고 몸은 그늘을 찾는다.

 

햇볕이 한 숨 잦아들 때쯤 다시 밭에 나와 퇴비를 넣어주는데 작년에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인지 요령이 있다. 20kg짜리 퇴비 한 포가 그래도 쪼매 무겁기 하지만 옆구리에 끼고 고랑을 따라가며 슬슬 뿌려주면 삽으로 퍼 넣어주는 것 마냥 효과가 있다. 그래도 사온 퇴비 30포대 가운데 나중에 고구마 심을 때 쓸 것으로 5포대만 남기고 다 넣어주니 온 몸이 천근만근 뻐근하다. 하지만 잠깐 물마시며 한 숨 돌리고는 곧바로 채소와 과일 심을 곳에 이랑까지 만든다. 이거야 원, 노동절인데 이리 일해도 되는 거야?

 

* 도지세: 50만원

* 퇴비: 10,200원(20kg 1포대에 3,400원짜리 30포대)

* 용달: 30,000원

* 호미: 6,000원(논호미 작은 거, 큰 거 각 1개씩, 제초호미 1개)

 

이랑 만들기 - 첫째 날(5월 2일/흐리고 비, 9-16도)

 

오후에 비 소식이다. 해서 아침부터 밭에 나와 괭이질이다. 그래도 어제 오후 채소와 과일 심을 이랑을 만들어 놓아 일이 바쁘지만은 않다. 급한 게 채소며 고추와 감자 심는 건데 채소 심을 곳은 만들어 놨으니 말이다.

 

고추는 작년 경험에 비춰봤을 때 아무래도 플랑카드를 씌우던가 해야겠지만 지금 상황으론 아무래도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비닐은 쓰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그걸 쓸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미리미리 부탁했으면 플랑카드를 구할 수 있겠지만 그리 한 것도 아니기에.

 

예보로는 12시 이후에 비가 온다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10시가 쪼금 넘었는데 먹구름이 가득하고 바람이 모자를 날린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다. 겨우 고추 심을 곳 이랑 네 개 만들고 감자 심을 곳은 절반도 만들지 못했는데. 급한 마음에 쉬지도 않고 괭지질을 하는데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둘러 자전거에 오르는데 벌써 윗도리가 흠뻑 젖는다.

 

* 다음 주에 할 일

4일(월) 이랑 만들기 - 감자밭

5일(화) 비닐 씌우기 - 고추밭 / 이랑 만들기 - 콩밭

6일(수) 이랑 만들기 - 콩밭, 고구마밭

7일(목) 씨뿌리기 - 상추, 치커리, 부추, 열무

8일(금) 고구마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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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2 14:18 2009/05/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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