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콩

from 09년 만천리 2009/09/28 10:30

메주콩 - 첫째 날(9월 22일/맑음 13-25도)

 

내일이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이다. 추분이면 고추를 따서 말리고, 김장 농사(배추와 무, 열무 등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메주콩을 거두어야 하는데. 늦게 심은 건 아닌데도 메주콩이 덜 여물어 아직은 거둘 때가 아닌 듯하고. 엊그제 내린 비 때문인지 이제 한풀 꺾이려는 듯싶던 잡초만 무성하다.

 

이제 선선한 가을 날씨에 무에 그리 바쁘게 할 일이 있을까 싶어 느지막이 밭에 나왔기에 콩밭에 부쩍 키를 높인 잡초 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늘 호미며, 낫을 챙기긴 했지만 저문 해에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이번 주는 콩 심은 곳 김매기에 매진해야겠다.  

 

메주콩 - 둘째 날(9월 23일/맑음 12-26도)

 

꾸준히 아침 기온은 떨어지는데 낮 기온은 들쭉날쭉하다. 어떤 때는 27-8도까지 오르기도 하고 구름이 끼거나 정오 무렵까지 안개가 껴도 25-6도는 기본이지만 비가 온 전후로는 20도에도 못 미치고 하는 게 요즘 날씨인 게다. 덕분에 일하는 데는 그 어떤 때보다 좋긴 하지만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듯 풀이 쑥쑥 자라 걱정이 크다.

 

무릎으로 기다시피 하며 콩 밭을 휘젓고 다닌다. 어떤 건 콩보다도 높게 키를 키운 풀들을 잡기 위해서인데. 누가 보면 조금 있음 수확할 때인데 뭔 김매기냐 싶지만, 그래도 그냥 뒀다가는 잡초로 뒤덮일 것만 같아서다.

 

일찍은 아니지만 서둘러 아침부터 나온 덕에 두어 시간밖에 일을 하지 못했지만 콩 심은 곳 절반은 풀을 매준 것 같다. 어제만 같아도 이번 주 내내 풀을 매야 할 것 같았지만 오늘 진도나간 것을 볼 땐 모래나 글피면 끝날 듯. 이제 콩 밭 풀베기만 끝나면 올 농사도 거진 다 마친다.

 

메주콩 - 셋째 날(9월 24일/맑음 13-24도)

 

순지르기를 해주지 않아서일까. 콩이 많이 달려서일까. 비가 한 번씩 오면 콩대가 몇 개씩 쓰러졌는데. 물론 그때마다 일으켜 세워주긴 했지만. 풀을 베면서 다시 보니 여기저기 쓰러진 콩대가 많다. 그래도 콩들이 잘 여물고 있어 다행이긴 하다.

 

처음 콩 밭을 봤을 땐 사나흘은 매달려야 할 것만 같았는데. 이틀 바짝 일을 하고 나니 거진 일이 마무리됐다. 덕분에 오늘은 한 시간 남짓만 손을 보고는 또 며칠 만에 빨간 고추를 한 봉지 넘게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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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8 10:30 2009/09/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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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봉철 2009/09/28 14:15

    농사일은 잘되고 있나? ㅎㅎ
    놀러 한번 가야하는데 늦가을에나 한번갈게 ..
    민정이한테도 안부 전해주고